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55)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54화(355/377)
< 354편 >
“이게 무슨 소리야! ‘수단 삼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소요 사태에 대해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이, 이런 폭언이라니! 이건 명백히 내정간섭이다!”
아프리카에서 외교 성명을 내며 반발하면서도 정작 실질적으로 돌아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듣는 이라곤 결국 목소리를 내던 이들밖에는 없으니 그저 공허한 외침일 따름이었다.
물론 전 세계가 귀머거리에 벙어리 행세를 하는 건 아니었다.
이때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시선은 다소 과격한 발언과 미국의 거친 영향력 행사를 문제시 삼으면서도 전쟁을 막았다는 것이었다. 전자의 과격함과 오만함이 후자의 공으로 전부 가려졌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닌 모양이었다.
웬일로 유럽에서 한입 모아 EU를 통해 미국을, 더 나아가서는 조지 W. 부시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말이다.
정확히는 그들의 위기감을 건드려 언젠가 자신들도 저런 꼬락서니가 될지 모른다고 판단하게 만든 탓이었지만, 그 걱정은 완전히 틀린 걱정도 아니었다. 지금까지 무어라 강력한 반대만 없었지 막 나가려고 했던 적이 이만저만이 아니니까 말이다.
특히 세기의 협력자였던 영국에서도 자세히 보면 왈가왈부가 많았다. 하다하다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가 엎어치기를 당했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으니 말 다 한 것 아닌가. 물론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는 일은 없었지만, 그만큼 외부로 보이는 양국 지도자 간의 불화가 짙었다는 증거였다.
실제로는 영국이 다소 무리한 요구는 쳐 내면서 미국의 세계 패권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어쨌든 중요한 건 그렇지 않아도 지난날 유럽 통합군의 결성에 가장 결정적인 대못을 박아 넣은 것 중 하나가 유럽의 해군력 대부분을 NATO군. 정확히는 미 해군에 의존하고 있다는 현실이었다.
이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만약의 일이 벌어졌을 경우 적어도 제해권은 확실하게 잃게 된다는 사실이 냉전의 종결로 인해 다 꺼져 가는 잿더미였던 군비 확장에 불을 지폈다. 그 결과 유럽 통합군 해군에 군비 확충에 확충을 거듭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하여 군비 감축과 그에 따른 복지 증대를 원하고 있었던 유럽의 서민들에게는 원흉인 부시를 빌어먹을 개자식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 개새끼라고 불리는 부시는 지금 당혹스러운 상황을 직면하고 있었다.
“정말로 이게 최선인가?”
본래의 역사에서 부시가 미국을 망친 이유 중 하나가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사람 보는 눈보다는 사람을 뽑아 놓고 무턱대고 믿었다는 게 문제였다.
애당초 정말로 무능력한 인물이었다면 그 자리까지 올라오지도 못한다. 그렇기에 부시는 상당히 초기에 비서실장을 제외한 모든 공무원을 믿지 아니하였고, 그 결과 서류가 마천루를 이룬 적이 있었다. 그마저도 그저 보고서의 숫자가 많아 일종의 군체의 집합체였지만, 이건 단일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는 그 정신이 아득해지는 마천루의 높이와 맞먹는, 아니 그 이상을 넘보는 높이를 기어코 달성하고야 말았다.
그 이름도 거창한 ‘동이라크 보고서’다.
“Fuck……. 끝내주는구먼. 이걸 정직하게 전부 다 읽으려다가는 몸이 남아나질 않겠어.”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두꺼운 건가?”
“대통령님께서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가져오라.’라고 하신 부분도 있고, 결정적으로는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어 정리가 덜 돼서 그렇습니다. 쓸데없는 부분을 쳐 내고 나면 상식적인 두께로 돌아올 겁니다.”
‘정확히는 개수작 부리지 말라는 거였는데, 이 새끼들 설마 나한테 엿을 먹일 의도는……. 으음, 꼭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겠구먼.’
공무원들을 그동안 정말로 하루도 빠짐없이 미친 듯이 굴린 까닭이었다. 지난날 공무원들이 간간이 졸도하거나 과로사하는 이들이 나올 정도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조금 일에 여유가 있도록 바꿔 주지 않았던가?
주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쓸 틈을 주지 않으면, 굶주린 사자 코앞에서 먹이를 가지고 놀리는 것과 다를 바 없으리라. 그리고 분노한 사자가 할 일은 자명하다.
‘차마 탄핵은 못 하겠으니 이런 식으로 골탕 먹이는 건가?’
보고서에는 어디 듣도 보도 못한 테러리스트의 사소한 습관부터 시작해서 인적 사항이나 친척 일가나 테러리스트의 기구한 일생 혹은 몸의 상태 같은 사소한 것까지 낱낱이 적혀 있었다.
“내가 먼저 먼지 한 톨 빠짐없이 조사해 오라고 강조하긴 했지만 이건 심하지 않나?”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엿 먹인다는 생각에서는 다소 대치되었다. 누가 감히 이 나라의 대통령을 엿 먹인다는 말인가? 워낙에 공직자들에겐 용서가 없어 트집을 잡아 온갖 법으로 개처럼 두들겨 패 버리니 부시를 꽤 두려워했다.
엄벌주의가 피해자의 심정을 어루만져 주는 데는 몰라도 정작 그 본래 기능인 범죄 예방에는 그다지 효용성을 지니지 못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건 그것과는 다른 성질을 가진 것이었다. 그건 바로 거대한 권력으로 행한 업보를 통해 부시 개인에게 집중되는 경외심이었다.
그들이 선전하기로 국민에게나 자애로운 대통령이지, 공직자들에게는 비서실장을 제외하면 하나같이 사신이었다. 당장 그 기세가 나날이 하늘을 찌르던 도널드 럼즈펠드가 날아가는 꼴을 보지 않았던가? 부통령인 딕 체니도 그저 제자리를 보존하고 있을 뿐이지 부시 행정부 초창기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자기 뜻대로 휘두를 정도로 강력했던 권력은 흔적조차 찾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그 강력한 권력은 어디로 갔을까? 간단한 이야기다. 처음부터 대통령에게 있었다. 애당초 처음부터 대통령의 것이었고, 부통령은 대통령의 권위에 호가호위할 수 있는 각종 장치를 한 무더기로 만들어 냈을 뿐이었다.
예를 들면 펜타곤 같은 온갖 정부 부처에 자신의 사무실을 만들어 놓은 것이 있다. 부통령을 위시한 그의 세력이 신봉하던 대통령에게 권력을 몰아주기 위한 단일행정부론도 비슷한 것이다. 대통령으로부터 무한한 신임을 얻어 천상천하 일인지하의 권력을 실상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남자가 될 수 있는 권력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러니 가장 기초적인 전제조건인 대통령의 신임이 사라지면 그의 힘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특히 힘을 빼앗기는 본인으로부터의 발악이 없다면 더더욱 빠르게 사라지니 말이다.
CIA의 지나친 권력 확대나 사법부 및 경찰력 독식 또한 그들의 두려움을 한층 더 배가시켰다.
어쨌든 중요한 건 공직자들은 물론이거니와 기업가들에 이르기까지 부시가 후 불면 부통령은 물론 그 어떠한 인간이라도 쉽사리 날아갈 수 있다는 점이 각인되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런 두려움 말고도 부시가 ‘직관적’인 인물이라서 그런지 부시가 시키면 요령이나 편법 따위 없이 말 그대로 똑같이 실천했다. 이는 다소 비효율을 불러왔지만, 그래도 청렴이 유지되긴 했다.
문제는 그 직관이었다. CIA는 물론 이 일에 관련되어 있는 모든 이들이 동이라크에 달라붙어 정말로 편집증적으로 조사하고 없는 것도 쥐어 짜내게 되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동이라크 보고서였다.
그러니까 이 보고서는 언제 잘리거나 쥐도 새로 모르게 사라질지 몰라 두려워하는 유능한 관료들이 절대 권력 앞에 책잡히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 낸 폐단의 결정체라고 하는 게 맞으리라.
그렇게 그 보고서를 일일이 분류하며 천천히 읽어 내리던 부시는 한 가지 확신을 지녔다.
“점령된 동이라크에 대한 원조는 피하는 게 맞겠군.”
“으음, 왜 그렇습니까?”
“여기까지 돈이 나가기 시작하면 우리 재정이 버티질 못할 거야.”
엄밀히 말하면 여유는 충분히 있다. 다만 이런 곳까지 일일이 신경 쓰다 보면 아프리카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였지. 아프리카에서 날 전쟁을 그동안 원조로 구축한 빚과 억압으로 막았는데, 그쪽이 부실해지면 당장이라도 나지 않겠는가.
“우리 용병이 선전했다는 걸 의의로 삼아야지.”
용병이라고 함은 한국군과 아프가니스탄군을 말함이었다. 이 둘은 부시가 선택한 믿을 수 있는 군대였다. 그야 믿고 말고를 따지자면 영국군이 제일이겠으나, 이들의 체급은 미국이 유사시에 억누를 수 있는 체급이 아니었다. 닥치고 따라오라고 하면 따라오긴 하겠으나 그저 그뿐이었다.
한국군과 아프가니스탄군은 여차하면 국내 사정으로 군을 뺄 수 있는 나라가 아니었다. 설령 도중에 나라가 파탄이 나더라도 그들은 마지막까지 싸울 터였다. 물론 미국의 우방국이자 동맹인 이상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도 미국이 그걸 좌시하고 있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동이라크의 국민이 우리를 그리 반기지 않고 있어.”
그렇다. 박해받긴 했으나 애당초 이 나라에 남은 인간들은 대부분 본래부터 변화를 싫어하는 보수층이자 신실한 이슬람 신도들이었다. 본래 분단되기 전 이라크가 가장 자본주의가 팽배하던 나라였으니 보수는 그렇다고 쳐도 그들의 신실함이 서방 세력을 반기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현지의 협조를 구할 수 없는 점령 행위는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다.
“차라리 아프가니스탄에 어떻게 맡겨 볼까 하는데.”
“아프가니스탄은 너무 멀지 않겠습니까? 심지어 아프가니스탄군은 내륙국입니다.”
“멀다마다.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우리보다는 가깝잖은가. 동이라크의 체질을 개선하려면 막대한 돈이 들어갈 거야. 우리도 섣불리 수긍하기 힘들 정도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집어삼킬 거란 말일세.”
“그래서 그 나라 가서 승전 연설도 하지 않을 작정이네. 나는 그들이 던진 신발에 맞을 생각은 추호도 없거든.”
원 역사에서 부시가 이라크 기자가 던진 신발에 맞을 뻔한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부시 본인은 적절히 농담조로 넘겼지만, 당시 기껏 강력하게 만들어 놓은 대통령의 권위는 끝을 모르고 추락하는 중이었다.
그야 지금의 부시가 맞게 된다면 농담이 아니라 또 다른 교전 명분이 되겠지만, 어쨌든 필요도 없는데 위험 구역에 갈 필요는 없지 않은가?
“신발요?”
“그런 일이 있네. 여하간 이라크만은 안 돼. 사정이 궁하여 우리가 나서긴 했지만, 딱 여기까지야.”
“정 뭣하면 UN 평화 유지군이 낫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아프가니스탄은 솔직히 저희가 주는 원조로 돌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그들의 노력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정상 국가에 접어들려면 5년은 꼼짝없이 저희 손을 빌려야 하는 신세입니다.”
선진국이나 중진국이 아니라 정상 국가다. 군벌이나 반군 없이 단일 지도자가 있고, 온전한 행정력이 지역 구석구석까지 미치는 정상적인 국가 말이다. 그런 정상적인 국가로 자립하려면 미국의 막대한 원조를 몰아 받고도 앞으로 5년이다. 이는 그만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망쳐 놓았다는 증거였다.
“그도 그렇군. 그럼 그렇게 하지.”
“그러나 일단 전쟁에서 이겼으니 승전국에 뭐 하나라도 손에 쥐여 줘야 불평이 없을 텐데.”
막말로 미국이 군을 떼어간다고 해도 찍소리도 못할 아프가니스탄은 어찌 되었든, 한국에는 무언가를 떼 줘야 했다. 싫다는 걸 억지로 끌어다 왔으니 더더욱 그러했다.
“가만있자. 한국이 지금 대외적인 무언가를 할 여력은 없을 거고…….”
“그냥 항모전단을 하나 영구히 주한미군에 정착시켜 놓으면 어떻습니까? 어차피 중국과 러시아에 맞닿고 있습니다. 저희에게도 이득이고 한국에게도 이득 아닙니까?”
“맞는 말이군. 한국에 의향을 타진해 보지.”
부시의 제안을 한국의 대통령이 받아들임으로 주한미군은 항모전단이 상시 주둔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