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56)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55화(356/377)
< 355편 >
시작이 반이다. 그런 말이 있다. 무엇보다 시작이 반만큼이나 중요하다는 의미이며, 이를 빗대어 시작하지 않는 것보다 일단 시작이라도 하는 게 낫다고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찌 되었든 부시가 생각하기에 그딴 말을 지껄인 놈들은 죄다 뒈졌으면 했다. 물론 정작 처음으로 그 말을 세상에 내놓은 고대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미 세상을 하직해 버린 지 오래였지만 말이다.
이런 개 같은 일이 있나? 시작이 반은 개뿔. 이 미친 보고서 더미는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줄질 않는다. 단순히 양이 정신 나갈 정도로 많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적어도 그 시절 마천루는 정리는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통째로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 보고서와 서류로 된 마천루였기에 일단 하나의 보고서를 읽으면 주요 요점만 바로바로 뽑아내서 사인하고 넘겨 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이 동이라크 보고서가 ‘정리가 아예 되어 있지 않았는가?’라고 물으면 그건 또 아니라서 분류 정도는 해 놓았다. 문제는 그게 그냥 대분류에 불과하다는 점이었다. 전쟁으로 박살 난 인프라면 국가 상황에 대해서, 테러리스트에 개인에 대한 것이면 요주의 인물 인적 사항에, 동이라크 복구 전망에 대한 것이면 경제에 통합해 놓았다.
문제는 모든 자료가 하나같이 한 덩치를 자랑하는 방대한 자료라는 것이었다. 그 말은 즉 일일이 읽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으며,
“기억나던가? 자네가 사라고 했던 그 별장 말이야.”
“별장? 아, 그거 말이군요. 농장.”
“그래, 그거. 선거철 전에 사람이 좀 바뀌어 보라고 구매 권유를 했던 그 농장 말이야. 그때 이후로 술은 입에도 못 대고 있지.”
부시는 ‘대신 맛대가리 없는 채소 주스나 마시고 있지.’라는 말은 뒤로 삼키고서 손에서 펜을 내려놓은 채 점점 당겨 오는 뒤통수를 주물렀다.
“갑자기 그 농장은 왜……?”
“거기 캠프파이어가 가능한 넓은 터가 있는데.”
“알고 있습니다.”
“이걸 작성한 놈들을 연료 삼고 보고서를 장작 삼아 죄다 거기에 집어넣고 불이나 올리면 딱 알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안 됩니다.”
“이런 빌어먹을. 내가 지금까지 봐 온 보고서 중에서 이게 최악이야. 농담이 아니라 이게 중요한 문서가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불쏘시개로 써먹었을 걸세. 도대체 듣도 보도 못한 이라크 농장의 양 새끼 한 마리가 탈모라는 사실이 왜 여기에 적혀 있을 필요가 있나?”
“그것참 흥미롭군요. 그렇지 않아도 오늘 점심이 양고기 요리입니다. 단백질이 풍부해서 건강에 좋죠.”
“이런 젠장. 당장이라도 이 보고서를 반려하고 싶군.”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했다. 이 보고서와 관련된 주요 인사들이 모조리 휴가를 나갔기 때문이었다. 그야 다시 불러들이면 그만이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휴가를 건드리는 건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다.
결단코 절대로 그동안 휴가만 나가면 일이 터져서 다시 이 백악관으로 돌아와야만 했던 대통령의 설움 때문이 아니었다.
부시는 이 쓸데없이 자세한 보고서를 계속 읽어 나갔다.
사실 쿠웨이트 수호는 핑계나 다름없고 이것이야말로 가장 고대하던 것이었다.
“아니, 이게 뭐야? 파리 테러 미수 사건에 관련된 놈들이 이토록 수두룩하다니?”
파리 테러 미수 사건이란 그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모였을 때 일어난 하이재킹 사건을 말함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하이재킹 수단을 공급한 ‘무기상’까지 걸렸다. 특히 이놈이 가장 악질이었는데, 이 일에만 연관이 되어 있는 게 아니라 꽤 많은 사건에 연루되어 있었다.
“이들을 어떻게 처리하시겠습니까?”
“글쎄. 그보다 사람과 동물을 가르는 기준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맥락에 맞지 않는 실로 생뚱맞은 소리였다. 정확히는 사람 또한 동물이지만, 아마도 이런 대답을 원하는 건 아니었으리라. 그보다는 지성체. 그러니까 짐승과 사람을 가르는 기준을 뜻함일 터였다.
“흠, 아무래도 도구가 아닐는지요?”
“그것도 그렇군. 하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면 원숭이도 사람으로 칠 수 있지 않은가.”
비서실장은 입을 다물었다. 그야 반박을 하려면 할 수 있겠지만, 그 반박이 이야기를 유익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 같지는 않았던 까닭이었다.
“뭐 답이 없는 질문이니까. 무어라 말해도 상관없지. 하지만 적어도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네, 인간과 짐승을 가르는 것은 ‘인권’이야. 당연한 말이겠지만, 동물에게는 인권이 없어. 혹자는 동물보호법이니 뭐니 나불거리면서 동물 또한 권리가 있다고 지껄이지만, 애당초 그 권리는 누가 부여한 것이던가?”
바로 인간이지. 우리 같은 인간이야. 그렇게 덧붙인 부시는 또 다른 보고서를 손으로 가져왔다. 또 다른 테러리스트들의 인적 사항이었다.
“인권이란 결국 인간이 가질 권리라는 것이지. 세계 인권 선언이니 뭐니 하면서 부여되었다고도 하고 우리 미국 독립선언서로 천부인권이니 뭐니 하다못해 듣도 보도 못한 잡다한 학설도 있지만. 어쨌든 그래서 결론은 인권이란, 결국 힘 있는 인간이 스스로 쟁취한 거야. 독립선언문이 나오던 시절에 흑인이나 동양인의 인권 같은 걸 다루지도 않았어. 그땐 그들에게 인권 같은 게 존재하지도 않았지. 하물며 인간으로 보기나 했던가? 그럼 그들이 지금 인권을 가진 이유는 뭔가? 그들 스스로 투쟁했기 때문이지. 기어코 백인들로 하여 평등을 꺼내지 않고서는 버티지 못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고 만 거야. 오늘날 인권이란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지만, 그 당연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는 거지. 그러니까 즉 인권이란 ‘힘’이라는 거야. 솔직히 말하면 철학에 대해서 잘은 모르네. 아니, 일단 대학에서 배우긴 했지. 그렇지만 그걸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잖은가. 그렇기에 나는 이런 식으로밖에 말할 수 없네. 그래도 지금 당장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결론인데.”
부시는 또 다른 보고서를 집어 들며 장광설을 마쳤다. 비서실장의 표정은 묘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부시의 말이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잡설인 탓이었다.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바에 이것저것 덧붙인 형태이니 비서실장이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그리 이상할 것도 없었다.
“부통령을 위시한 공화당의 몇몇은 관타나모에 교도소를 지어서 처넣을 생각인 모양이더군. 그들은 테러리스트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 모양이지만, 그들도 사람은 사람이지. 설령 사람이 고통받고 죽어 가는 것을 즐기는 악귀 같은 인간이라고 할지라도 사람은 사람이야. 사람이면 인권이 있는 거고.”
달리 말하자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사람은 조지 W. 부시라는 사내고, 그 사내가 그들의 인권마저 결정한다는 폭언이었다. 인권이란 힘이다. 힘 있는 자가 인권을 쟁취한다. 그러니 가장 강력한 자가 인권을 조율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인간으로서 그동안 누려 온 권리만큼이나 의무를 저야 하지 않겠나?”
동이라크에서 잡힌 주요 요인이라 불릴 만한 테러리스트는 다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도록 최고 수준의 보안을 자랑하는 교도소 중 깨끗한 지옥이라 불리는 교도소에 구금되었다. 어찌 이것이 가능했냐고 물으면, 이들은 사형수가 아닌 탓이었다.
사실 부시의 결정이 아니었더라도 사형수도 이렇게나 많으면 그냥 대량 학살이다. 물론 수감이라고 해도 결국에는 사람 한 명 한 명 먹이고 씻기는 일인지라 관리비가 아깝긴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유용한 패로 변할 터였다.
일단 이들은 대유럽 외교 협상 카드로 변모할 수도 있었다. 동이라크 전쟁이 시작하기 무섭게 영국, 독일, 프랑스에서 이들의 신병을 인도해 달라고 난리였다. 참으로 웃긴 사실은 그러한 와중에도 파병 의사는 끝끝내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는데, 그만큼 국력이 쇠했던 탓이다. 국민이라면 모를까 국가는 정말로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어쨌든 일단 그렇지 않아도 영국에는 그동안 미국의 발을 맞추기 위해서 희생한 것도 있고, 총리인 토니 블레어 또한 쌓인 것이 많아 이래저래 달래야 할 때라서 영국에서 테러를 일으킨 몇몇 테러 조직의 수장과 주요 인물을 잡기 무섭게 바로 동이라크에서 영국으로 넘긴 참이다.
그 외에 다른 이들이 속해 있는 테러 조직의 수장 등을 미끼 삼아서 잔당까지 일망타진할 수도 있었다. 사실 일평생 업보를 쌓은 인간이란 쓰일 곳이 실로 무궁무진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인도, 러시아, 중국, 인도네시아, 호주, 일본, 멕시코……. 으음, 나열하다가는 지구상의 모든 국가 이름을 말하고 말겠군요. 여하간 이들을 원하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군요. 인기가 참으로 부럽습니다.”
“잡은 테러리스트를 전부 내주진 않을 거야. 우리도 뭔가 국민에게 말할 게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건 그렇고 중국이라.”
그렇다. 동이라크에서 잡힌 건 중동인뿐만이 아니었다. 늘어놓고 보니 미국 이상의 인종 박물관이 따로 없었는데, 그중에는 중국인도 있었다.
이들이 도대체 뭐 하는 작자들인가 하면, 지난 중국 내전 시절에 군벌이 보낸 이들이었다. 어떻게든 외세를 하나라도 더 끌어들이려고 노력한 흔적이었다. 그러나 미국이 뒤에서 뒷짐 지고 눈에 불을 켜고 주시하는 와중에 그들의 손을 들어줄 나라가 있을 턱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비정상적인 국가 중에서 골라서 손을 내밀어야 했고, 동이라크는 그중 하나였다. 서로 교류가 있었고 이들은 테러리스트는 아니었지만, 테러 혐의를 가진 용의자들이었다. 그리고 공산당이. 정확히는 리커창이 그들을 원하고 있었다.
“그렇군. 마침 잘되었어. 중국 상황이 어떻게 되나? 이 빌어먹을 보고서는 집어치우고 그거나 가져와 보게.”
이맘때쯤 내전의 불이 사람이 어찌할 수 없을 정도의 물로 인해서 꺼져 버린 중국은 암울함에 휩싸여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근대에 기껏 편입했던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티베트 자치구 둘이 독립했고, 한때 중원이라고 불리던 지역은 완전히 전쟁으로 황폐되었다.
간신히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을 피해 간 장소는 죄다 수재민이 되었고 하다못해 대다수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몸이 되어 버렸다. 내전은 끝났다고 하지만 반군에서 이탈한 이들이나 잔당 등이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도적으로 변해 중국 곳곳에는 산적 떼가 창궐했다. 이쯤 되면 희망을 지닐 수 있는 것이 더 이상했다.
남은 건 오로지 미국으로부터 경제를 대가로 받아 온 남아도는 공군력 하나였다. 그마저도 대다수가 중저가 제품인 F-16이니 그저 물량에 불과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아직 중국은 아시아 최강이었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더니 어떤 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오로지 절망밖에 보이지 않는 끔찍한 상황에서도 한 가지 희망은 있었다.
그건 바로 사태를 여기까지 끌고 온 청나라 채권을 청산했다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