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58)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57화(358/377)
< 357편 >
푸틴은 증오하는 그 이름을 외치며 이를 갈았다.
“개자식! 갈아서 마셔도 시원찮을 빌어먹을 놈!”
푸틴이 냉정함을 잃는 것은 오로지 미국과 관련된 일이 있을 때뿐이었다. 석유 전쟁 당시 기어코 러시아가 질 것이라는 소리를 듣고 피가 나도록 이를 갈아댔으니 푸틴이 분노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미국은 어쩔 도리가 없을 정도로 멀리 날고 있는데, 러시아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열심히 발목을 붙잡는 것뿐이다. 정확히는 그마저도 푸틴이 작정해서 붙잡고 있는 것이었고, 애당초 푸틴이 아니었다면 잡지도 못했을 터였다.
이 무렵의 러시아는 그만큼이나 격차가 벌어져 있었다. 애당초 원 역사에서도 중국의 대두로 인해서 러시아는 그저 강대국에 만족해야만 했다. 그것도 말이 강대국이지 군사력과 막대한 오일 머니에 기댄 반쪽짜리 강대국이었다.
그런데 그 오일 머니로 회복했어야 했을 오늘날의 러시아 경제는 석유 전쟁으로 인해서 완전히 패망했다. 이길 것을 자신했지만, 기어코 미국이 도를 넘어선 것이다.
미국이 ‘불간섭의 원칙! 아, 미국 정통 불간섭!’이라고 노래를 불러도 거대한 기업이 죽으려고 하면 국민 혈세 투입해서 일단 살리고 보는 거야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지만, 설마 그걸 미리 준비해서 투입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 봤자 긴급하게 만들어 낸 자금일 줄로만 알았지.
이건 딱히 러시아만 그런 게 아니라 세계는 물론 미국 내에서도 비슷한 여론이 형성되었었다. 그래서 당시에 부시 정권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흔들리긴 했었지만, 그저 흔들릴 뿐이었다. 고층 빌딩도 바람에 흔들리긴 하지만 무너지지는 않는다. 비슷한 원리다. 그가 쌓아 놓은 권위는 그깟 추측성 여론에 흔들릴 것이 아니었다.
뭐 사실 미국이 석유 전쟁에서 이긴 게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긴 했다. 오늘날의 미국을 만든 게 조지 W. 부시고, 셰일 가스 개발은 그 양반이 지시한 것이었다. 덕분에 일찍이 그 기술을 개발했었던 그리스계 미국인 채굴업자 하나는 가스 채굴법 개발에서도 중핵이 되어 결국에 기어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부자가 되었다. 본래부터 상당한 부자였지만, 이젠 그보다 더한 부자라는 거다.
어쨌든 원래 전쟁이라는 게 결국에 철저히 대비한 국가가 이기는 것 아니겠는가? 장기전으로 들어가면 사람과 자본이 더 많은 국가가 이기는 것이고. 대비도 철저했고 사람도 자원도 더 많은 나라가 이기는 건 필연적인 일이었다.
“‘미국이 러시아를 건드리지는 못하되 치명타보다는 찔끔찔끔이라도 피해를 보게 하는 법을 알아내라.’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방법이야 많지. 그런데 각하께서 생각하시는 찔끔찔끔 이 우리 기준 찔끔찔끔하고는 차원이 다를 거란 말이야.”
요컨대 푸틴이 요구하는 바는 이러했다.
“대충 무의미하진 않지만 유의미한 수준의 피해를 보게 할 방법인데, 절대로 미국이 눈치채서도 아니 되고 만약 눈치를 챘더라도 눈감아 줄 정도의 피해를 보게 할 방법. 그런 게 가능했으면 우리가 이런 꼬락서니가 되진 않았겠지.”
이 무렵의 푸틴이 이끄는 러시아는 싱크 탱크는 어떻게든 러시아는 온전하면서 미국을 엿 먹일 방법을 내놓을 것을 강요받고 있었다. 러시아가 손해를 보더라도 미국을 같이 끌고 갈 방법이야 어떻게든 며칠 회의하면 내놓을 수 있지만, 여기서 러시아가 손해 보지 않는다는 전제가 붙어 버리니 이들도 그리 쉽게 대답을 내놓을 수 없었다.
그중에서 ‘중국의 분열’은 이들이 만들어 낸 가장 최우수 작품이었다. 제아무리 요즘 막대한 자본으로 날고 기는 CIA라도 설마 러시아가 인도를 움직였을 것이라곤 상상조차 못 하리라.
인도는 언제나 중국을 약체화시키지 못해서 안달이었고, 러시아는 그 방법을 제공해 줬다. 인도는 중국 내의 친인도 인사를 움직여 불만이 팽배했던 젊은 장교 몇 명을 부추겼고, 지원하여 기어코 중국이 완벽하게 분열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미국에 출혈을 강요하긴 했지만, 결국 중국은 미국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고 말았다. 그게 비록 반쪽짜리 영향력이라곤 하지만, 결국 중국은 반발하면서도 당분간 미국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될 터이니 꼭 이걸 출혈이라고만은 볼 수 없게 되었다.
차라리 ‘중국을 미국 마음대로 하는 데 필요 경비가 들었다.’ 정도가 더 맞는 말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는 확실하군. 미국이 몰락하려면 아무리 병신 같은 짓을 남발해도 최소 반백 년은 필요할 거야.”
옛말에 부잣집은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청나라 시절 중국이 그러했으며 소련 시절 러시아가 그러했고 대영제국 시절 영국이 그러했듯이 아마 미국도 비슷하리라.
“어차피 우리 기술들을 빼갔을 텐데. 그게 전부 올바른 건 아니란 말이지. 그래서 말인데, 그 기술을 시험하게끔 미국의 방위 산업을 부추기는 방법은 어떤가? 어마어마한 돈이 나갈 거야.”
여하간 이러한 말들이 오가는 게 바로 오늘날의 한때 미국과 세계를 양분했던 러시아의 싱크 탱크였다.
그래서 싱크 탱크와 블라디미르 푸틴이 한 입 모아 말하길. 다음과 같았다.
“부시 개새끼!”
***
푸엣취!
“누가 내 욕을 하나?”
“며칠 내내 보고서만 너무 잡고 있다 보니까 몸이 상한 거 아닙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럴 리가.”
그렇게 잠까지 줄여 가면서 달리고 달리던 부시는 드디어 동이라크 보고서의 끝을 보고 말았다. 그리고 동이라크에 대한 처우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그럭저럭 명확해졌다.
“어쩌면 UN 신탁통치이사회에 맡겨야 할지도 모르겠군.”
신탁통치이사회에 오랜만에 업무가 생기겠다는 말을 덧붙인 부시가 마지막 보고서를 대충 옆으로 던져 버렸다. 실로 끔찍한 시간이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인간들이 길고 긴 휴가에서 돌아오면 더 많은 업무를 손에 쥐여 줘야겠다는 생각에 절로 입가에 호선이 그려졌다.
“서이라크에서 동이라크를 달라고 난리던데 그냥 줘 버리지 그렇습니까?”
“지금의 서이라크가 동이라크를 통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나?”
그렇다. 불가능했다. 온전한 통치는 말 그대로 개가 풀 뜯어 먹는 소리고 국경을 지키기는 고사하고 행정력은커녕 군사력이나 제대로 동이라크에 닿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이대로 있다간 서이라크가 귀찮게 굴 게 틀림없습니다. 그 이후에도 비슷하겠죠. 외세의 힘으로 통일한 국가가 통일시켜 준 외세를 증오하는 건 종종 있는 일 아닙니까. 이건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비서실장의 말을 들은 부시는 작은 침음성을 흘렸다. 불법 점령지를 정당한 정통 국가에 적당한 가격에 반환한다. 이치는 맞다. 단지 그 결과물을 빤히 알고 있으니 양심에 찔릴 뿐.
“쯧. 맞는 말이긴 한데.”
원래 역사에서도 비슷했다. 미국은 석유를 원했고, 있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를 빌미로 이라크를 침공해서 점령해 친미 정권을 새웠다. 그 후 미국은 이라크를 마음대로 요리했다. 요리가 끝나고 먹기 좋게 플레이팅에 맛깔 나는 식사마저 마치자 그 친미 정권에 그 혼란의 이라크를 그대로 물려줬다.
그 결과 이라크 정권은 이라크를 제대로 지켜 낼 수 없었다. 실로 당연한 이야기였다. 부패할 대로 부패하고 작전 능력마저 의심받던 공권력이다. 붕괴 후 혼란기를 겪으며 내전이 발발했고, 미국은 자신이 만들어 낸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며 서서히 침몰해야만 했다.
‘물론 지금의 미국이 침몰하는 일은 제3차 세계 대전 정도밖에 없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가장 쉬운 일은 이대로 서이라크에 동이라크를 바로 넘겨주는 것이었다. 요청도 서이라크가 했으니, 미국이 책잡힐 일은 없었다. 도리어 감사를 받으면 받아야지 누가 감히 미국에 대든다는 말인가.
다소 오만하다 못해 아예 건방지기까지 했지만, 그게 사실이었고 현실이었다. 지금의 미국을 꺾기 위해서는 이젠 세계가 단합해도 모자라다. 부시가 세계 대전 정도면 미국도 침몰할 수 있다고 했지만, 다른 국가들은 침몰이 아니라 아예 멸망할 터였다.
그리고 미국이 침몰하긴 해도 결국엔 다시 세계에 우뚝 서게 되리라. 더불어 만약 진짜로 세계를 상대해야 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미국은 혼자서 맞서지 아니하리라. 미국은 충실한 동맹국이 있으니 말이다.
‘다만 대놓고 내 후임이 미쳐서 세계를 정복해야겠다며 날뛴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당연하겠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으리라. 벌어져서도 아니 될 것이고 만약 벌어진다고 한들, 그 정권이 그대로 유지될 턱이 없다. 국민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대로 있다간 국민이 죄다 거기에 찬동할 것 같다는 게 문제란 말이지. 하긴 지금 이런 생각을 해 봤자 소용없나.’
다시 이라크 문제로 돌아와서.
“자네는 그럼 그냥 돌려주자는 건가?”
“어차피 친미 정권을 세울 것도 아니라면 이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상합니다. 게다가 돈도 아깝고요.”
“흠, 그건 그렇지.”
당장 동이라크 땅을 점령하고 있는 이들이 UN 평화유지군이라고는 하지만, 그 평화유지군은 어차피 미국의 돈으로 움직이는 이들이었으니 돈이 아깝긴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UN에 먹이는 돈을 줄일 생각은 없지만. 여하간 이대로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그리 좋은 선택지는 아니었다. 미국에도 동이라크 국민에게도 쌍방이 나란히 불만이 쌓이는 상황에서 방치가 좋은 선택지일 턱이 없다.
“사실 이대로 빠져도 별 손해는 없긴 한데…….”
부시는 집무실 책상을 만년필로 톡톡 두들겼다. 이게 가장 큰 문제였다. 미국은 이미 동이라크에서 빼먹을 건 전부 빼먹은 상태라는 것이었다.
어차피 이 전쟁에서 얻게 된 가장 큰 이익은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고취감도, 동이라크를 점령하면서 얻게 된 서이라크의 미국 지지 선언조차도 아니었다. 바로 이번에 대거 포획한 테러리스트였다. 더불어 이를 받아먹은 나라들이 미국을 옹호하면 옹호했지 욕을 할 일은 없을 터였다.
그렇다고 해도 서이라크의 의견을 정면에서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야 ‘미국 정부’는 무시할 수도 있다. 정확히는 부시가 무시하면 다 알아서 자동으로 무시하게 되겠지만. 여하간 정부는 서이라크의 항의에 침묵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국민’은 다르다. 부시가 아무리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휘두를 수 있어도 국민에서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 권력도 결국에는 흔들리는 법이다. 그야 다소 흔들려도 그다지 상관은 없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그렇다. 아직은 이 강력한 권력으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비서실장의 말에 부시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이제는 결정해야만 할 시간이었다.
“그냥 우리가 예측한 통일 이라크의 미래에 대한 보고서까지 다 주고 나서도 같은 말을 하면 그냥 줘 버리도록 하는 게 좋겠군.”
당연하게도 서이라크의 대답은 ‘Yes’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