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60)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59화(360/377)
< 359편 >
***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신정이 다가왔다. 즉 그 말은 드디어 마지막 임기인 2008년이 다가왔다는 뜻이었다.
신년의 해가 산등성이에 걸려 있어도 중동은 여전히 바뀐 것 없이 서로 자신의 이념과 권리를 위해서 투쟁하고 있었고, 유럽은 난민 문제로 죽어 가고 있었다.
물론 전혀 변한 게 없다는 건 아니었고 위의 대전제 안에서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국민과 난민의 갈등은 날이 가면 갈수록 심화해 갔다. 국민은 이전 같은 삶을 원했고 자신들의 세금이 난민이 아니라 국민의 복지를 위해서 쓰이길 바랐다. 난민들은 이슬람 율법을 원했다. 그저 그뿐이었지만, 그것은 난민을 받아 주고 있는 유럽 국가의 근본을 뒤흔드는 일이었다.
난민 스스로 율법을 지키는 거야 별문제도 아니다. 문제는 그것을 유럽 국가에 강요하고 자치령까지 요구하는 건 확실한 문제였다.
종국에는 사회의 그림자 속에서 도사리고 있던 네오 나치가 대두되게까지 만들었고, 끝끝내 베를린에서 소요 사태까지 벌어지자 독일은 난민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결국에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독일이 인정하자 도미노처럼 다른 국가들도 인정했다……라기보다는 독일이 버티고 있으니 다른 국가들이 눈치를 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니 이는 기존 유화적인 난민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것을 EU 회원국에 공인하는 절차일 뿐이었다.
여하간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부시가 생각하기에는 이러했다.
‘흠, 자업자득이긴 한데.’
애당초 난민이 이토록 많이 생긴 이유가 무엇이던가. 근본적인 원인이야 전쟁이 난 탓이겠지만, 그저 일부 국가에서 벌어졌을 내전이 중동 전체를 집어삼킬 정도로 커진 것은 오로지 유럽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영향력을 알 박아 버린 상황에 자극받아서 서이라크를 집어삼킨 탓이었다.
물론 원 역사에서도 유럽에 정착한 중동 난민은 큰 사회적 이슈였지만, 적어도 그들이 유럽 국가들의 체제를 위협하지는 않았다. 자치령이니 뭐니 알아서 개판을 쳐 놓긴 했지만, 그래도 각국에서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예 그걸 넘어서 독일의 경우에는 추정 1,500만의 난민이 몰려 있었다. 그들이 공식적으로 받아들인 난민은 300만이었지만, 배의 배를 넘어서는 굶주린 난민이 독일의 온 영토를 여기저기 들쑤셔 놓고 있었다.
난민 이전에도 열심히 부랑자를 도시에서 내몰고 있던 판인데, 이젠 국적에 인종마저 다른 부랑자가 대거 유입되었으니 복지고 나발이고 뭐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어쨌든 설명은 길었지만, 한마디로 유럽이 씹창 났다는 소리였다.
‘가만있자. 이렇게 되면 내 탓이 아주 완벽하게 없는 건 아닌가?’
“펜타곤에서 나온 결론은 ‘완벽한 배치’입니다. 적어도 현재로서는요.”
“그런가?”
여기서 말하는 배치란 지구 곳곳에 정박 혹은 순찰하고 있는 항모전단을 말함이었다. 완벽하다는 발언은 조금 이견의 여지가 있지만, 적어도 항모에서 뜬 함재기가 전 지구상에 수 시간 안에 닿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만은 확실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지. 면상에 한 방 맞기 전까지는 누구든지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반대로 말해서 핵 주먹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으면 계획조차 짜지 못한다는 말이 되기도 하지.”
“마이크 타이슨. 흠, 별로 존경하고 싶은 친구는 아니지만, 그래도 펀치 하나는 훌륭했죠. 그럼 저희가 쓸 펀치는 뭡니까?”
“뭘 새삼스럽게 물어보고 있나. 전무후무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펀치일세. 전반적으로 무려 1세대나 앞선 펀치지.”
임기 초부터 매달리던 랜드 워리어는 아직 확실한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조만간 퓨처 워리어와 하나로 통합될 예정이었다. 게다가 요구하는 전술과 미발달된 기술의 괴리로 온갖 무거운 장비를 주렁주렁 매달던 랜드 워리어는 배터리 기술의 발전과 전자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이제 장비 소형화를 거쳐 그럭저럭 제대로 된 네트워크 중심전 교리를 적용할 수 있었다.
수염고래처럼 예산을 꾸역꾸역 잡아먹은 국방부는 육해공군 전부 최소 0.5세대에서 1세대를 넘어가고 있었다. 예를 들어 F-22나, 이제 막 양산에 들어간 F-35 같은 전투기는 말할 것도 없고 무인기는 확실히 타국에 비하면 완전히 선진적이었고 실전에서 사용할 정도는커녕 정찰기로 쓰고 있는 국가는 미국 정도였다.
부시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 매달리던 미사일 전함은 오랜 고민 끝에 기어코 포기했지만, 그 대신 차세대 이지스함과 줌왈트급 구축함이 대거 양산되었고, 토마호크 미사일은 분쟁이 일어날 때마다 툭하면 물 쓰듯이 날린 덕분에 단가가 수직으로 하락했다.
새로운 공수 전차도 개발되었고 주력 전차는 중동에서의 전훈으로 기존 M1 에이브럼스의 방호력을 개수하고 한결 더 네트워크 중심전을 강화한 것에 그쳤지만, 특히 자주포의 경우 본토 수비용과 원정용으로 나눌 정도로 어마어마한 예산을 할당했다.
그리고 그것을 운용하는 군대는 세계 최고 수준의 훈련을 받고 전투에 임하는 약 100만에 이르는 직업 군인들이다. 사실 이것도 정확한 수치는 아니고 이래저래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더 늘었다.
폐단은 완전히 쓸어 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적어도 심심하면 방산 비리를 일삼는 개 같은 짓거리는 못 하도록 막아 놨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아프리카는 적어도 우리가 주먹을 치켜들고 있는 동안에는 얌전할 거야. 중동만큼은 우리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지만.”
아프리카야 그동안 해 놓은 일도 있고 정부도 어느 정도 말이 통했지만, 중동은 이제 완전히 투쟁 상태로 접어들었다.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나마 친미 정권이 될 것 같은 반군에 열심히 뒷돈을 찔러 주는 정도였다.
그래서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강력한 미국 대통령 최대의 고민이 무엇인가 하면.
“참치랑 닭가슴살. 어떤 게 더 나을까?”
샌드위치 이야기가 아니라 주인은 항상 머리통이 깨질 듯이 굴리고 있는데, 언제나 조용히 주시하고 있는 저 고양이 간식 이야기였다. 하긴 애당초 고양이가 맞는지가 의심스럽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 유전자 검사상 고양이라고 하니 믿어 줘야 하지 않겠는가.
“허, 참으로 복 받은 놈이군.”
신체적으로나 가정 환경적으로나 여하간 모든 면에서 복 받은 놈임은 틀림이 없었다. 야생성을 죽이지 못한 건 유감이지만, 내로라하는 수의사나 브리더들도 전부 포기한 놈이니 부시는 그러려니 했다.
축생 주제에 감히 민주주의의 최전선이자 자본주의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는 백악관을 자신의 영지로 선포한 것도 모자라서 다가오는 모든 동물에 시비를 걸고 있다. 그런데 유독 인간에게만 얌전한 것이 참으로 신비할 따름이었다.
‘업무 시간’에 왜 이런 시답잖은 고민이나 하고 있냐면, 다름이 아니라 처리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애당초 중동은 비교적 소극적으로 개입은 하고 있지만 어떻게 제어해 보기에는 너무 멀리 왔고, 아프리카는 협박 이후로 잠잠했다. 중국은 이제 막 협의가 시작된 참이며, 국내는 일은 많은데 여기까지 올라올 만한 일이 거의 없었다.
만약 일이 올라오더라도 몇 번 읽고 나서 사인 휘갈겨 주면 그걸로 끝이었다. 그러니 필연적으로 한가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모르지. 저놈도 나랑 비슷하게 특별한 처지일지.’
하는 짓거리가 하나같이 고양이답지 않은 것도 있고 환생에 빙의라는 오컬트까지 경험하고 있으니 썩 그렇게 허황한 소리는 아니었다.
여하간 이런 초월적인 경험 덕분에 단점이 있다면, 세간에 떠도는 음모론을 그저 음모론자들의 가십거리 정도로 치부하기 힘든 것이었다. 미국 국내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뭐든지 알 수 있는 이 자리가 아니었다면 정말로 곤란할 뻔했다.
“그건 그렇고 곧 선거철인가. 다들 바빠지겠군.”
3선 이야기도 실로 지긋지긋했다. 누군가는 부시가 3선이 아니라 여전히 정치계에 남아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그렇게 잠시 빠졌다가 또 대통령 선거에 나서리라 예측했지만, 부시는 정말로 그럴 생각이 없었다.
‘이젠 정말로 모조리 지긋지긋해.’
다 내던지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고 싶었다. 그야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다른 사람이 용납해도 부시 본인이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게다가 본인이 은연중에 3선은 하지 않는다고 못을 박아 놨음에도 아직도 간간이 3선 이야기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부시가 쌓아 올린 권위를 보여 주고 있었다.
사실 위와 같은 이유뿐만은 아니고 권력이라는 게 원래 한 입으로도 두말은커녕 열 말이든 백 말이든 하게 만드는 마성의 힘인 탓도 있었다.
‘이래서야 해결된 문제보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더 많군.’
부시가 집무실에 출근해서 가장 처음 한 생각은 이것이었다. 미국의 미래는 이제 부시가 어떻게 처신하는가보다는 다음 대통령이 어떤 성향이냐에 따라서 바뀌겠지만, 대충 어떻게 돌아갈지는 알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후보는 또 버락 오바마랑 존 매케인이라니.’
아직 경합도 시작되지 않았지만,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각자 대놓고 미리 뽑아 놓은 후보들을 밀어주려는 꼬락서니를 봐서 대충 알 수 있었다.
‘물론 경합이라는 게 짜고 치는 고스톱은 아닌 만큼 결국 다른 후보끼리 붙을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든 죽어도 서로 이기겠다고 저렇게까지 노골적이면 싫어도 알게 되지. 그건 그렇고 똑같은 후보라. 이쯤 되면 운명이라는 게 있어서 세상이 될 놈은 그냥 되게 만들어 주는 모양인데.’
그렇게 생각한 부시는 코웃음을 쳤다. 그럴 리 없었다. 운명이라는 게 존재했다면 부시가 주물럭거리는 대로 지구가 변했을 턱이 없었다.
‘그래 봤자 지금 상황이면 공화당의 압승이군. 앞으로 넉넉잡아 최소 다음 대통령 임기까지는 같을 거야. 먹성 좋은 코끼리가 모조리 씹어 먹을 거야.’
2006년 중간 선거 당시에도 하원을 공화당이 거의 독식하면서 폭주했었다. 민주당이 집권하려면 경제 위기 정도의 독박을 그대로 뒤집어쓰는 수밖에 없었다. 애당초 버락 오바마가 집권하게 된 가장 큰 이유도 그것이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오늘날 그 이유가 없어졌다는 점이었으니, 딱히 존 매케인이 아니더라도 공화당 인사 누구라도 당선될 수 있었다.
‘그래도 매케인보다는 오바마가 나을 텐데.’
이는 오바마라는 인물에 부시가 개인적인 호감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도리어 악감정이 더 많았다.
단지 매케인은 인격이나 인생사나 하나같이 상당한 호전광인지라 지금의 미국을 그가 맡게 되면 일이 어떻게 돌아가게 될지 너무나도 뻔했다. 분명 전쟁에 전쟁을 거듭할 것이다. 2000년 당시 25주년 베트남 종전 기념식에서 매케인이 외쳤던 말은 그의 정치 성향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다.
‘하긴 여기부터는 내 소관이 아닌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현 대통령이 다음 대선에 개입하려고 한다니,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로 끔찍한 일이었다.
최선은 그저 후임 대통령에게 신신당부하는 것이지만, 신신당부한다고 해서 존중할지언정 그대로 따라갈 턱이 없고 따라갈 이유도 없다. 그렇다면 이건 고민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다. 어떻게든 되리라. 그도 그럴 것이 원래부터도 강력한 국가를 부시가 이토록 강력하게 만들어 놓지 아니하였던가. 설마 이걸 말아 먹기라도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