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62)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61화(362/377)
< 361편 >
그 행진은 일종의 시위였다. 시위에서 쓰이고 있는 것이 이슬람의 깃발인 이상, 너무나도 당연하겠지만 헌법에 이슬람 율법을 적용할 것을 요구하는 운동이었다.
정확히는 다음과 같았다.
하나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헌법)에 우월한 이슬람의 율법을 고스란히 적용한다.
하나 현재 독일에 거주 중인 난민들을 정식으로 시민으로 인정하고 또한 동등한 모든 권리를 보장한다.
하나 현재 발의된 국경 폐쇄안을 철회하고 현재보다 더 많은 난민을 독일에 받는다.
하나 생활수준 증진과 최소한의 생활을 위해 더 많은 난민 지원금을 즉각 지원한다.
머릿수가 많은 만큼 요구 사항이 허황하고 허술하지만 여기서 핵심은 이것. 난민을 온전한 ‘시민’으로 인정하는 것. 다른 건 이것만 통과되면 차차 해낼 수 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얼마나 많은 고난이 기다리든 어떻게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폭거가 인정될 턱이 없다. 아니, 인정되어서는 아니 된다. 그것이야말로 기존 유럽인들이 알고 있던 유럽의 멸망을 의미하는 것이니 그럴 만도 했다.
그야 좋게 말하면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서방세계가 그동안 열심히 떠들어 댔던 세계화고 나쁘게 말하면. 아니, 나쁘게 말할 것도 없다. 유럽인들의 표현을 따서 말 그대로 이건 이슬람 문명의 침략 그 자체다. 이들을 맞이하는 반난민 시위대를 21세기 십자군이라고 표현한 건 너무 갔지만 말이다.
어쨌든 침략자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정작 시위대 비슷한 무언가는 이를 두고 ‘이슬람-권리장전’이라고 불렀지만, 어쨌든 시민들의 시선으로 보면 어떻게 봐도 배은망덕한 침략자다. 그들의 심정은 마치 유럽인들에게 옥수수 재배법을 가르쳐 준 아메리카 원주민과도 같았다.
애당초 ‘시위’란 자격 있는 자들의 전유물이다. ‘시민’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권리. 다시 말해 시민이 아니면 이 권력을 휘두를 수 없다. 권력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몇 되지 않는 수단이니 말이다.
다시 말해 시민이 아닌 난민에게 시위를 벌일 자격 따위는 없다. 조금 다소 난폭하게 말하자면 이것은 시위가 아니라 불법 집회나 폭동에 가까웠다.
그러니 더는 유럽을 내주지 않겠다며 난민 반대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적인 일이었다. 시위라고 해도 폭력이 동반된 시위였지만 말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그동안 열심히 난민 반대에 대해서 시민들이 정부에 지껄여도 전혀 들어주지 않았다. 그럼 당연히 억눌린 만큼이나 반작용이 생기고 만다. 그 결과가 이 꼬락서니다.
말하자면 앞으로 일어나는 일 전부 인과응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중동인들도 유럽인들도 양 당사자들도 모르는 사이에 이전에 알고 있던 모든 것을 파멸시킬 등유가 발밑으로부터 차츰차츰 올라왔다.
기름이 목전에 닿아 그것을 깨달았을 무렵에는 이미 입에는 불이 붙은 담배가 물려 있는 상황이 따로 없었다. 그리고 지금이 딱 담뱃불이 기름에 닿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담뱃불을 제거한다거나 기름을 뺀다는 선택지. 혹은 도망친다는 선택지는 없다.
그저 이것을 더 강력한 나이트로글리세린 혹은 네이팜으로 바꿀지 아니면, 이대로 터뜨릴지 정도의 선택지뿐이었다. 이미 난민은 쫓아내기에는 너무 많아졌고, 이대로 더 받거나 이들의 요구 사항을 하나라도 수락했을 경우 시민들이 가만두지 않을 터였다.
설령 하늘이 용서하고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가 용서해도 시민들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현 정권은 마치 모래성과 같이 무너져 내릴 것이다. 위에서 말했듯 이미 타협할 수 있는 시간은 한참 전에 지났다.
그들은 미국이 중동에서 갑자기 학을 떼기 시작한 이유를 면밀하게 살폈어야만 했다. 단지 ‘미국의 기조가 바뀔 것이다.’ 이 정도로 해석한 대가는 존망을 뒤흔들 정도로 거대했다. 실수 한 번에 전 재산을 잃는 격이지만, 도박판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다. 그리고 원래 정치라는 건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노름판을 상대로 벌이는 도박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것이 중동을 상대로 벌인 도박의 결과다.
“총리는 뭐 하냐! 이게 나라냐!”
“총리는 퇴진하라! 우리는 이슬람의 침략도 막지 못한 나약한 정부 따위는 필요 없다!”
초기부터 이어진 난민 정책에 온건하고 굼뜬 대응이 주요 불만이 되었다. 그리고 시위도 비현실적인 해결책인 ‘국내의 모든 난민 추방’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었다. 비현실적인 요구라고 해도 일관되긴 했고, 유일한 해결책이긴 했지만 말이다.
당연하겠지만 절대로 굼뜨지 않았다. 애당초 전 총리였고 뒤집어쓴 것일 뿐이었다. 물론 현 총리인 메르켈이 책임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정권을 인수인계했을 당시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여하간 정부는 최선을 다하였다. 미국은 영국을 통해서 유럽이 이 사태에 책임을 지도록 은연중에 압력을 넣어 왔다. 처음에는 별로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중동을 먹을 수만 있다면 난민 1만 명 정도는. 아니, 설령 그것이 100만 명이라도 받을 수 있다.
중동을 안정시켜서 난민을 돌려보내면 그만이다. 그리고 그 난민들은 전부는 아니더라도 적지 않은 수가 친 유럽 인사로 변모하여 중동 사회 곳곳에 깊게 침투할 것이다. 그럼 중동 통치는 한결 더 수월해질 터다.
이렇듯 초기에는 단순히 손해만 보는 인도주의적 차원의 공공사업이 아니라, 확실한 비전과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었다. 문제는 서이라크 내전. 기자들이 수시로 출입하면서 서이라크의 실체가 꽤 많이 알려지는 것 정도는 상관없었다. 그런 스캔들 따위야 국가가 아니라 일부 악덕 기업의 소행에 불과했으니 약간 손만 보면 국가의 이미지는 회복할 수 있다.
물론 유럽 각국 정부에 전혀 죄가 없는 건 아니었고, 구태여 따지자면 방조죄 정도는 되었다. 때가 무르익으면 적당히 힘이 없는 악덕 기업을 처리해서 서방세계에 대한 인기를 높이면 된다는 생각으로 적당히 방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얄팍한 계책이 도리어 그들의 목을 옥죄는 서이라크 내전이라는 형태로 돌아와 주둔하고 있는 설득력을 상당히 잃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국제적인 설득력 따위는 얼마든지 잃어도 좋았다. 그래 봤자 현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건 미국과 EU였다. 정확히는 미국 단일 체제였지만, EU가 그렇다고 무력한 건 아니었고 적어도 이인자 정도는 되었다.
국가 하나가 아니라 국가 연합체가 다 모여야지만 이인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증거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어찌 되었든 중요한 것은 결국 드디어 선택할 시기가 왔다는 점이란 거지.”
부시는 유럽에 대한 난민 보고서를 덮으며 중얼거렸다.
‘난민을 안고 죽는다는 선택지는 없어. 민주주의란 그런 거니까. 제대로 된 민주주의 정부는 국민의 선택을 절대로 거스를 수 없다. 하긴 이 지구상에 제대로 된 민주주의 정부란 게 그동안 존재하기나 했느냐만은.’
지금은 권위주의로 똘똘 뭉친 중동에서 처음으로 회의체 민주주의가 태동했을 무렵부터 없었다.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 국가는 진정으로 단 한 나라조차 없었다. 이 미국도 그렇다. 민주주의의 최전선이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돈으로 사람도 살 수 있는 나라가 아니던가.
애당초 부시부터가 그렇다. 부시의 기분에 따라서 다수파를 짓밟는 일은 얼마든지 일어났다. 물론 그게 올바른 길을 걷기 위함이긴 했지만, 어쨌든 절대로 민주주의 국가라면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그도 그럴 것이 부시가 한 짓은 일종의 치트키 같은 짓이었으니 말이다. 애당초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행위 자체가 성립 불가능한 일이었다. 구태여 따지자면 남들이 맨땅에 그동안 배워 온 지식을 바탕으로 피 터지도록 박치기를 하고 있을 때, 부시 혼자서 대형 굴착기를 운전하는 일과 그다지 다를 것도 없었다.
생각해 보면 비겁하고 비열한 짓이었다. 미국인의 입장에서야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미국인이 아닌 사람들의 입장으로는 아니다. 부시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그들의 운명이 크게 뒤틀렸으니 말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에는 아예 죽어야 할 사람과 죽지 말아야 할 사람이 완전히 뒤바뀌었을 터였다. 그야 그것도 이제는 없어진 역사가 되었으니 그걸 누가 신경이나 쓰겠냐만, 부시만큼은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본래부터 호구처럼 맹하고 선한 성격인 데다가 자신 덕분에 죽었다는 걸 알면 신경 쓰지 않을 리가 없다. 신경 쓰고 싶지 않아도 부시 안에 있는 김갑환이 신경 쓰게 만들었다.
이것 자체가 부시의 등을 짓누르는 무거운 짐이 되었다. 처음에는 세계를 바꿔 간다는 흥분감에 주체 못 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부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차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는 늘어만 갔다.
국민이 기대, 의원들의 기대, 세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는 의무감과, 그것과 대비되게 점점 세계가 개판으로 변해 간다는 괴리감.
심각한 중압감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야말로 지금까지 해 왔던 노력과 희생이 무의미하게 변한다는 것을 되새기며 부시는 그저 묵묵히 그 무게를 견뎌 낼 뿐이었다.
“일은 독일에서 터졌지만, 프랑스는 이미 선택하지 않았습니까.”
“프랑스라. 별로 좋은 기억이 있는 나라는 아니군. 머잖아 정말로 빛의 도시로 변모할 거야. 도시 곳곳에서 약탈의 불이 올라오고 시위 등을 통한 목소리가 아니라 군대를 통한 직접적인 무력으로 대립할 거야. 이 사건으로 적어도 반백 년은 인종 간의 분쟁이 격화되겠지.”
정말로 슬픈 일이라는 말을 덧붙인 부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벽 3시 다소 늦은 퇴근 시간이었다.
“그럼 우리라도 인종 화합의 장이 되는 수밖에 없지. 아니 그런가?”
“저 난민 캠프를 해체하기라도 할 생각입니까? 아니면 더 많은 중동 난민을 받아들이기라도?”
“그럴 리가 있나. 그건 하책이지. 파멸 이외에 아무것도 낳지 못해.”
전자의 경우 기껏 지금까지 해 왔던 일이 그냥 매몰 비용이 되어 버리고, 후자의 경우 아무리 미국이라고 해도 더는 버티지 못할 터다.
“이 난민들을 동쪽으로 유도해 볼 생각인데.”
은제 지구본에 중동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니 이내 동쪽으로 차차 움직였다. 그렇게 당도한 곳은 다름 아닌 중국이었다. 정확히는 중국이 아니라 이제는 위구르가 된 곳이었다.
“위구르 말입니까? 신생국에 그렇게 많은 난민을 받아들였다가는 파탄이 나고 말 겁니다.”
“그야 그건 위구르가 진짜로 아무런 배경도 없는 신생국일 때의 이야기고. 그들에게는 인도라는 배경이 있잖나.”
“과연 인도가 그들을 도울까요?”
“그럴 리가 있나. 힌두교 국가야. 아마 굶겨서 죽이면 죽였지. 그들을 먹여 살리려고 하지는 않을 거야. 그들을 먹여 살리는 건 위구르가 아니야.”
“그럼 어디입니까?”
“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