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65)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64화(365/377)
< 364편 >
“교통법 개정안이 만들어지려면 최소 1년은 더 걸린다고 합니다. 너무 급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우려 섞인…….”
“내가 직접 찾아갈지 자기들이 알아서 6개월 안에 만들어 오든지 둘 중 하나 고르라고 하게.”
“이번 강압적이고 강제적인 미터법 도입 추진은 위헌이라고 반대하고 있습니다.”
“위헌? 같잖은 소리군.”
“몇몇 공장에서 주도하는 총파업이 일어났습니다.”
“묵살해 버려.”
“공산주의자라는 욕도 있습니다.”
“무시해.”
국민이 반대하는 이유를 모조리 정리해서 올라왔고 부시는 하나하나 확실하게 짓밟았다.
“정리하자면 죄다 개소리라는 거군.”
“실생활이 불편해진다거나, 이 교체에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 것이라는 제법 합당한 이유도 있습니다.”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군. 즉, 문제가 없다는 뜻이지. 언제까지고 미국이 최고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차피 정부에서는 미터법을 공식적으로 쓰고 있는 마당에 민간이라고 못 할 것도 없지.”
그렇다. 이미 예전부터 야금야금 꾸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반발하는 의원들도 있었고 무슨 선비처럼 야드파운드 단위계로만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결국에 그들은 함락되고 말았다. 별다른 이유는 아니다. 의회가 힘을 잃었을 뿐이다. 삼권분립이고 나발이고 부시가 억지로 권력을 나눠 봤자 부시라는 큰 틀 안에서 나누어졌을 뿐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의회가 무슨 꼭두각시라는 건 아니었지만, 부시가 작정하고 철권을 휘두르기 시작하면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하나도 없다는 건 확실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강압적이고 직설적으로 후려치는 것이 별로 대통령님 같지는 않습니다.”
부시는 저도 모르게 ‘나다운 게 뭔데!’라고 대답하려는 걸 꾹 눌러 참고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동안 유화책을 펼친 건 그럴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었고, 이젠 강경책을 펼칠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 원래 사람이라는 게 대나무처럼 꼿꼿하기만 하면 부러지고 말지. 때론 갈대같이…….”
“그것 말고 다른 이유가 있잖습니까.”
“그래, 같잖은 이유 따위는 집어치우지. 솔직히 말해서 내 후임 대통령은 아마 별로 큰 권력을 가지지 못할 거야. 내가 직접 내 권위를 깎고 있으니까. 아직은 큰 강을 막고 있는 거석과도 같지만, 어쨌든 거센 물살이 지나가든 인위적으로 부수든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솔직히 말하면 이게 주요 목적이었고, 부목적이 이 미터법 도입이었다. 더불어 공화당의 힘을 조금 빼놓기도 해야 했고 말이다. 이대로라면 대선이 별로 대선 같지도 않을 터였다. 그럼 곤란했다. 어차피 당장 다음 대선에서 누가 이 자리에 앉아도 부시보다는 못할 터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의 능력이 부시보다 낮다는 게 절대로 아니었다. 미국은 이제부터 벌여 놓은 일들을 수습해야 할 터고, 그럼 그 수습만으로도 벅차다. 더는 새롭게 벌일 수 있는 일이 없으면 권위 상승도 없다. 해 봤자 내정에 능한 대통령 정도의 평가가 최선이리라.
물론 일을 새롭게 벌일 수도 있다. 그럼 십중팔구는 아무리 강대한 미국이라고 하더라도 몇 번 휘청거릴 터다. 그래 봤자 권투 경기에서 챔피언이 유효타를 몇 번 맞은 정도에 불과하겠지만, 그래도 휘청거리는 건 휘청거리는 거다. 그럼 민심이 흔들리지 않을 턱이 없다.
그에 따라 그렇지 않아도 스멀스멀 올라가고 있는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고 정권은 미친 듯이 쪼개질 터였다.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결국에 내가 하려는 짓은 후임한테 족쇄 채우기지.’
일반적인 국가의 수장이었다면 실로 못 할 짓이었고 해서도 안 되는 짓이었다. 그러나 해야만 했다. 이대로라면 독재국가로 발돋움할 판이었으니, 일단 그렇게 되지 않도록 보험이라도 들어 놓으려는 것이었다.
만약 부시가 걸어 놓은 보험마저 깨부수고 뭔가 단단히 자신만의 업적을 만들어 낸다면 그건 이미 인간의 영역에서 한참 초월한 무언가다. 그럼 그때는 백마 탄 철인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는 없었다.
‘물론 그런 일은 없겠지.’
그런 인간이 존재했다면 부시가 모를 턱이 없었다. 일단 적어도 앞으로 수십 년의 미래에 그런 인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이 부시가 안심할 수 있는 이유였다. 애당초 부시가 여기까지 할 수 있었던 이유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터법 도입을 건성으로 하자는 건 아니네. 난 진심이야. 이 아메리카 대륙에 야드파운드를 몰아내고 말겠다고 결심했어.”
원래라면 이 정도로 급하게 진행할 생각은 없었다. 부시 또한 야드파운드는 자신의 과제가 아니라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라고 생각했던 탓이었다. 그렇기에 본래대로라면 정부 부처나 법이라도 어떻게든 미터법에 익숙해지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었다.
애당초 이게 별로 어려운 건 아니었다. 미터법이 국제단위계가 된 20세기 당시에도 미터법이라는 것을 국내에 도입하고자 연방 정부와 각 주는 다방면으로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거기에 더해 부시가 은연중에 공작까지 해 두었으니 오늘날의 연방 정부가 미터법에 익숙해져 있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애당초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는 이들은 엘리트 중에서도 엘리트로 꼽는 이들이니 미터법을 강요하는 거야 별로 어렵지 않았다.
그게 야드파운드를 미터로 환산할 때 사용되는 지능적인 의미에서든, 제 몸 하나 건사하자고 거부하는 듯하면서도 강요를 받아들이는 정치적인 의미에서든 어느 쪽이든 말이다.
그래서 결국은 가장 중요한 건 이를 민간에 적용하는 일이다. 지금도 어차피 수십 년간 두 가지를 공용으로 표기하고 있지만, 국민은 미터법으로 적혀 있는 표기를 절대로 보지 않는다. 감도 잘 안 오고 직관적이지 않아 불편한 까닭이다.
뭐 그거야 시간이 개선해 줄 수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이 인치와 파운드 단위를 기준으로 제작되는 장비와 부품들이었다. 이것들이 뭐가 그렇게 문제가 되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들이 바로 NASA의 화성탐사선을. 그러니까 국민의 혈세를 하늘에서 펑펑 터뜨린 원인이었단 말이다.
‘무엇보다 기업들을 구워삶는 것도 삶는 거지만, 결국에 이들에게 지원금을 줘서 교체하게 하는 건 우리란 말이지.’
이건 정말로 시간이 필요했다. 못해도 최저 5년이다. 그리고 그 5년이 지나도 미터법으로 강요된 부품들이 일단 인치법으로 만들어진 부품들과 혼용되기 시작하면 사회가 개판으로 변할 터였다. 그리고 그 악명은 고스란히 부시와 이를 추진한 정부가 받아들일 터였다. 그렇다고 해서 후임 대통령이 이를 무마할 수 있느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다.
아마 이미 그땐 너무 많이 전진하여 이를 없었던 일로 만드는 것이 더 적자가 나게 될 판이었으니 말이다. 이른바 말하는 매몰 비용이었다. 만약 없었던 일로 만든다고 해도 결과는 비슷하다. 한 번 물살을 탔으니 정부가 기업하고 작당하여 작정하고 막으려고 하지 않으면 미터법이 대세로 변할 터였다.
그럼 끝났다. 본격적인 시작은 2008년에 시작되었으되 그 끝이 창대하든 용두사미든 결국에는 어떤 식으로든 열매를 맺으리라. 뿌리만 같으면 열매의 종류만큼은 같은 법이다. 그야 당도나 외형 정도는 차이가 좀 나겠지만, 그 성분만큼은 흡사하다.
“기업 탄압은 좀 힘들겠지만. 뭐 어떤가. 정 뭣하면 돈이라도 먹여서 움직이게 시키게. 그게 아니라면 약점이라도 쥐고 흔들어. 우리에게는 정계는 물론이고 기업가들의 스캔들까지 있지 않은가.”
이것도 전부 심각하게 비대해진 CIA와 FBI라는 정보기관. 그리고 사법부는 물론 의회마저 반쯤은 침식하고 있었고 나머지 반은 대통령이라는 거센 물살에 흘러가지 않게 뭐라도 붙잡고 수수방관하고 있었다. 연방 경찰과 지방 경찰 전부 장악하고 있고 군권은 원래부터 대통령의 힘이었다.
이게 바로 조지 W. 부시라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힘이었다. 그동안 일부러 제대로 휘두르지 않아서 그렇지 부시가 가지고 있는 힘은 이런 막강하고 강력한 힘이었단 말이다.
부시는 스스로 가진 힘에 전율이 흐를 정도였다. 내리는 명령 하나하나에 점점 젊어지는 기분마저 느껴졌다. 권력이란 마약 그 자체였다.
‘그렇다. 마약이다.’
더도 덜도 말고 권력은 마약이었다. 마약은 당장 쾌락을 얻을 수는 있지만, 종국에는 몸을 망친다. 마약을 두고 인생의 내리막길이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따로 있겠는가? 그러나 마약을 쾌락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이들도 있다. 바로 예술가들이다. 이들은 약간의 마약으로 도리어 좀 더 심오한 세계관과 감성을 담아낼 수 있다.
권력도 마찬가지다. 오래 더 많이 붙잡고 있을수록 몸을 망친다. 더 많이 할수록 정신을 망치고 끝끝내 극상의 도원향에서 강제로 끌어 내려질 터였다.
“미터법 도입을 방해하는 건 뭐든지 철저히 부숴 버리게. 이번만큼은 다소 과하더라도 인정하겠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주목적이 훼손되지 않겠습니까?”
비서실장의 말은 요컨대 ‘이렇게 저항할 이들마저 부숴 버리면 그때야말로 대통령의 권력이 더 강력해지지 않겠는가?’라는 말이었다. 별로 틀린 말은 아니었다. 부시 또한 그런 생각을 해 보지 않은 바는 아니었으나 결국 부시가 생각하기에는 그들은 쉬이 굴복할 만한 이들이 아니었다.
‘어차피 저항하려는 이들은 기업가일 거고, 기업가라는 양반들은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뭐든지 한다. 대부분은 목숨마저 걸 수 있지. 그래서 사업이 망하면 정말로 망연자실하게 자살하는 이들도 있지만, 지금 이건 중요한 게 아니고…….’
그럼 간단하다. 지금은 굽히지만, 다음 정권 때는 기업가들이 정부를 시도 때도 없이 쪼아 댈 것이다. 로비고 나발이고 뭐든지 할 거다. 나라가 가장 약할 때는 정권 교체 시기고 대통령이 가장 약할 때도 마찬가지다. 후임은 강력한 권력을 마구잡이로 토해 내야 할 터였다.
그리고 그 후임은 그나마 있는 권력이라도 공고하게 만들기 위해서 미터법 도입이든 그동안 부시가 열심히 벌여 놓은 판을 조금이라도 수습하기 위해서 동분서주로 죽어 나갈 터였다. 초창기의 부시처럼 정말로 일만 하는 기계가 되는 것이다.
“그럴 일 없네.”
“그럼 그리 알고 진행하겠습니다.”
부시는 자신이 내린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집무실에서 나가는 비서실장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사실 비서실장에게 말하지 주목적이 하나 더 있었다. 아니, 애당초 주목적에 포함되어 있긴 했지만,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동안 반쯤 억지로 숨겨 왔던 대통령의 강력한 권력을 국민에게 알리는 일이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조지 W. 부시라는 인간이 가진 권력이 심상찮음을 누구라도 알고 있다. 언론을 때려잡을 때만 해도 그렇다. 헌법이 그냥 헌법이 아니라 수정헌법이니 뭐니, 편집증적으로 긁어모은 근거를 들고 미친 듯이 몰아붙였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국민에게는 그다지 이렇다 할 자각이 없었다.
일단 남이 당하는 일 자체가 본인 일도 아닌 데다가 ‘가짜 뉴스는 나쁘다. 즉 이를 생산하는 언론은 나쁘다.’라는 인식이 박혀 있어 권선징악이라는 틀이 잡히고 나니 언론이 탄압을 당하든 말든 통쾌했던 탓이었다.
이번에 미터법 본격 도입으로 인해 국민은 불만을 지닐 터였고, 이내 자신들의 호소가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심각한 경각심을 가지게 될 터였다.
그리고 그것이 부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