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66)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65화(366/377)
< 365편 >
부시의 결정은 말년에 어떤 모습을 보여 줄까 기대하고 있던 사람들의 뒤통수를 드럼이라도 치는 것처럼 신명 나게 두들겨 놓았다.
그도 그럴 게 취임 이후부터 언제나 내부보다는 외부에 총력을 다하고 있던 인간이었다. 정확히는 9.11테러 이후부터였지만, 어쨌든 내부에 쓰는 신경은 딱 현상 유지나 부정부패를 잡아내는 것. 그 외에는 내부를 건드리는 건 결론적으로 ‘권력 강화’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렇다. 부시가 건드린 내부 사정은 대부분 대통령 권력을 강화하는 데 이용되었다. 지방 경찰의 부정부패를 건드린 것도 결국에는 경찰 장악이라는 형태로 다가왔고, 연방 경찰의 힘을 실어 준 것도 결국에는 연방 경찰 장악이라는 형태로 다가왔다.
의회는 점점 부시가 성공을 거듭할 때마다 네오콘들이 장악해 갔다. 의회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가 부시가 하는 일들은 그다지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 성공해 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미국의 패권을 그럭저럭 충족시켜 줬고 실제로 미국이 세계의 대부분을 장악하면서 부시를 지지하게 되었다.
더불어 3선은 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아 내면서 그들의 시선은 그동안 일 잘해 온 말년 병장을 보는 듯한 시선쯤으로 바뀌어 있었다. 요컨대 건드리지만 않으면 지랄하지 않는, 일은 잘했으니까 막판까지 와서 구태여 건들 필요는 없는 그런 상태 말이다. 이것만큼은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똑같았다.
셰일 가스 시추를 권장하여 덩치 있는 정유 회사들을 전부 이쪽으로 유도한 뒤 석유 전쟁에서 그들을 관대히 살려 준 일은 결국 석유 쪽에 관련된 기업이 부시에게 무릎 꿇게 되는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굴복하는 기업은 국가의 보조금을 퍼먹고 근근이 살아남았지만, 그렇지 아니한 기업들은 차례차례 망해 갔다.
사법부는 마치 인심이라도 된다는 듯 자신의 인선으로 채워 넣었다. 이들은 대부분 부시를 부정적으로 보는 인간들이었지만, 문제는 대통령의 의지를 통해 살아남았다는 것이었다. 이 부분이 문제가 되어 그 대부분은 부시에게 유화적으로 변해 버렸다. 이 탐욕스러운 사내는 결국 삼권분립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까지 손에 넣어 버린 것이다.
원래부터도 삼권분립이 아니라 삼권교합(三權交合)이라며 욕먹던 민주주의 정부 체계지만, 미국에서만큼은 그것이 왜곡이나 하나의 거짓 없이 진실이었다. 모두가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격언을 알고 있음에도 이 권력만큼은 영원불멸할 것 같았다.
그 권력을 가지고 있는 조지 W. 부시 스스로 부수지 않으면 말이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이번에 밀어붙이고 있는 미터법 도입은 그의 권력 강화에는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 것이었고, 권력 부수기 그 2단계였다. 1단계는 재임 때 벌어졌으며 그 당시 취했던 조치들은 별 효험을 보지 못했다. 이건 부시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런 초강수를 둔 것이니 말이다.
사태가 이쯤 되니 부시의 3선 없음 발언을 마냥 헛소리나 립 서비스로 치부하며 믿지 않았던 사람들도 그가 했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더불어 어중간했던 대선도 한껏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아니나 다를까 부시가 비서실장에게 했던 ‘의회에서는 별 큰 충돌 없이 통과될 것’이라던 발언은 실제로도 별 탈 없이 통과되었다. 의회는 좋든 싫든 부시가 내려가면 대통령의 권력을 깎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일단은 국민에게도 뭔가를 보여 줘야만 하는 탓에 목소리는 높였으나 결국 형식적인 실속 없는 논쟁만이 오가다가 서로 합의라도 한 듯 은근슬쩍 ‘SI 단위계 강제 도입법’이 통과되었다.
원래부터 미국의 단위계는 미터법이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면, 애당초 19세기 이후부터 미국의 단위계는 미터법이었고, 야드파운드법은 ‘관용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런데도 미국 단위계가 여전히 야드파운드법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미터법을 추진하는 법이 전반적으로 권유 혹은 권장하는 것이지 강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강제였다.
공용 표기되던 야드파운드법은 더는 공용 표기되지 않는다. 모든 기업이 수용했고 당장 그날로 모든 제품에는 파운드와 인치가 사라졌다. 그날의 뉴스는 전반부는 야드파운드법의 공용 표기 철폐의 비통함을 알리며 막바지 날씨 뉴스에서는 화씨 대신 섭씨를 사용한 뉴스를 내보냈다.
단지 인치 부품을 생산하던 공장만이 점진적으로 인치 단위 부품을 사멸시키라고 권고 받았을 뿐이었다. 당장 부품이 없어서 기계를 움직이지 못하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문제니까 말이다. 공장에서 나오는 문제는 차라리 단위계를 바꾸지 않는 편이 더 나을 정도다. 그렇기에 유예를 주었다.
다음 날 공용 표기된 새 제품이나 중고 제품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2배에서 3배는 물론 줄자 따위의 측정 기구는 심하면 10배에 가까운 가격에 팔렸다. 애당초 본디 가격 자체가 그리 높지 않았던 탓에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시민들의 반응은 이와 같았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TV에서는 이래저래 거창한 말들이 오갔지만, 결국에 요점은 ‘야드파운드법이 금지되었고 미터법으로 완전히 대체되었다.’라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급진적이다 못해 파쇄적이기까지 했다. 기존 상식을 모두 파쇄하는 그런 정책 말이다.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미국 국민 내에 기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야드파운드법을 파괴하고 그 잔재마저 분쇄하고 있었으니 그런 표현이 어울렸다.
처음 며칠은 바뀐 뉴스에 적응해야 했지만, 이후에는 생활용품에 적응해야 했다. 그러나 전자와 달리 후자는 별로 문제 되지 않았다. 표기가 지워졌을 뿐이지 외형이 바뀐 건 아니었던 탓이다. 그러니 직관적으로 대략 이것이 얼마만큼의 무게인지 알 수 있었다.
다행인 점은 교통법은 아직 야드파운드를 따르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교통법을 갈아엎어야 했기에 시간이 걸리는 탓이었다. 무엇보다 전국의 측정 장비를 바꾸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반대로 말해서 야드파운드법. 마일이 교통법에서 날아가는 순간이 본격적인 사회 혼란기였다. 면허를 가진 자들은 재교육을 받아야 할 판이었고, 적응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시간이 소요될 터였다. 구체적으로는 최소한 한 세대 교체 정도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세계 유일의 극초강대국 민족의 기둥 하나를 뽑는 데에 한 세대라는 시간이면 도리어 짧다고 할 수 있으나, 어쨌든 적어도 그 시간은 고난의 시간이었다. 시민에게나 정부에게나 평등하게 말이다.
국외에 미국의 정세가 어떻게 보였느냐면, 부시가 집권한 이래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호의적이었다. 그동안은 줄곧 미국에 전 세계의 힘을 모으는 것에 주력해 왔다. 전 세계를 상대로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강대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전 세계에서 영향력을 투사하는 한편 이래저래 가져온 것도 상당히 많았다.
아프리카에서는 막대한 양의 천연자원과 희토류를 헐값에 수입했다. 그렇게 사들인 희토류는 전부 미국의 기술 발전을 위해서 사용되었다. 기술이 발전하자 시장이 확대되고 실리콘밸리의 반도체 시장은 다른 나라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에서는 명분을 받아 갔다. 러시아의 극동을 바로 타격할 수 있는 명분과 협력자들을 극한으로 끌어냈다. 본디 이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었으나 중국이 어중간하게나마 미국의 영향권에 들어온 이상 러시아는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고립될 터였다.
유일하게 손해 본 곳은 중국이었다. 거의 아슬아슬하게 적자와 흑자의 선을 넘나들면서 F-16을 보급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딱히 손해라고 보기 뭣한 것이 그동안 반쯤 억지로 밀어붙여서 채권을 받아 냈으니 제값 찾아갔다고 해도 썩 틀린 말도 아니었다.
이기고 이겨서 끝까지 올라갔다. 절대로 범접할 수 없는 지위를 확고하게 만들어 냈다. 막말로 국제법을 어기는 일. 즉 북극이나 남극 개발을 공공연하게 하더라도 미국을 비난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민간 여론 정도. 결국에 각국 정부는 침묵할 것이다. 만약 정부 차원에서 비난이 나오더라도 아마도 이름조차 생소한 남아프리카의 소국에서나 나올 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그나마 미국의 손이 덜 닿는 장소는 남아프리카 정도였으니 말이다. EU는 대항할 수 없다. 우방국이라는 문제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국방력을 무리하게 증진하면서 EU가 너무 약해졌다.
그리고 그리스 정부에서는 간신히 덮어 두고 있지만, 그리스에서 스멀스멀 경제 위기 이야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나라가 진 빚을 가리고 또 가렸지만, 결국 한 사내가 양심적으로 실토하여 발각된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를 타파하고자 당장 돈이 없으니 갚기는커녕 돈을 빌렸다.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상태에서 또 실패.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벌어진 올림픽 종주국이라는 민족적 허영을 채우기 위해서 개최된 2006년 올림픽은 그렇지 않아도 부실한 그리스의 경제에 쐐기를 박아 넣었다.
물론 허영만은 아니었다. 잘만 하면 올림픽이라는 이름과 세계인의 대회라는 대단한 간판이 존재하긴 해도 결국에는 본질은 축제다. 축제의 시초는 어땠을지 몰라도 오늘날에 축제란 돈벌이 수단이다. 그리스 정부에 올림픽은 내수경제 활성화가 목적이었다. 그 결과는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단지 원 역사와는 달리 2007년에 국립공원을 태워 버린 산불은 나지 않은 덕분에 아직은 어떻게 버티고 있었지만, 그게 도리어 독이 되었다. 제대로 선거를 치를 수 있었고 그 결과 멀쩡한 정부는 그리스의 건재함을 선전하여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었다.
이미 그 시점에서 그리스라는 나라 자체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을 빌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그리스 경제 위기로 발전했다. 경제 위기는 필연적으로 대규모 시위를 동반한다. 경제 위기의 대규모 시위는 그렇지 않아도 정체되어있는 경제에 댐을 건설하는 행위와도 같다.
그러나 임금을 받지 못해 당장 내일 먹을 것이 없어 화가 난 국민에게 잘못은 없을 터다. 애당초 이 사태까지 오면 들고일어난 국민에게는 잘못이 없다. 그렇다면 누구의 잘못인가? 당연히 정부의 잘못 아니겠는가?
딱 이맘때쯤이 드디어 미국은 달러를 물처럼 먹기만 시작했을 때다. 야드파운드라는 족쇄를 벗어던지기 위해서 그동안 벌어들인 부를 국방이 아니라 내부를 위해서 쓰기 시작했다. 채권도 끌어모으고 세계 각국을 영향권에 들여오면서 얻었던 이권마저 팔아 버리며 단위계 개혁을 위한 자금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그리스가 EU의 유로존이라는 바짓가랑이를 잡아끌며 밑도 끝도 모르게 내려가고 있을 때, 미국은 또 다른 발돋움을 준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