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67)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66화(367/377)
< 366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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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 터졌군. 100년 전이였다면 그야말로 물고 뜯었을 텐데.’
이는 오스트레일리아 국적을 가진 어느 노인이 말한 EU가 그리스 경제 위기 대처에 대한 논평이었다. 이름은 클로드 출스. 제1차 세계대전은 물론. 제2 독일제국의 대양함대 자침을 직접 목격까지 한 장본인이었다. 영국인으로 태어나 대영제국 해군에서 복무했다. 다만 막상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국적을 바꿔 오스트레일리아 해군 소속이긴 했지만 말이다.
여하간 살아 있는 ‘107세’의 인간 역사서이자 제국주의 참맛과 단맛 전부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인간이었다. 그런 사람이 하는 말이면 그저 흘러가는 논평이 아니라 막대한 권위를 가진 한마디였다.
“허, 이것 참. 이거 신문 좀 보게.”
설마 제2차 세계대전의 잔재를 이렇게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던 부시는 차마 실소를 머금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이 사내가 3년 뒤 110세라는 나이에 세상을 노환으로 등지게 된다는 사실은 부시만이 알고 있었다.
이는 당시 110세라는 나이도 희귀하긴 했지만, 무엇보다 ‘제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가 그의 사망으로 단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는 신문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후 몇 개월 뒤 다음 해 마지막 남은 생존자였던 플로렌스 그린 또한 노환으로 사망하면서 제1차 세계대전은 영원히 세상의 기억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세상이 좀 더 좋게 변했다는 거겠죠.”
전생 기억을 뒤지며 드물게 감상에 젖어 있던 부시는 비서실장의 말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겁쟁이들의 세상이 온 거야. 자신이 가진 걸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지.”
“상호확증파괴입니까? 그걸 알고 나서도 공격할 수 있는 인간은 용맹이나 용감보다는 만용이나 무모한 것 같습니다만.”
“그거랑은 조금 다르지. 공격하는 자들이 불리한 시대란 국제사회의 법칙 같은 거야. 우리 윗세대가 만든 시대상이지. 하기야 수만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피를 뿌리고 뼈를 깎아서 만든 법칙이 허술하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문제지.”
사실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먼저 공격한 사람이 꼭 불리한 건 아니다. 공격했을 경우 연합해 올 모든 국가를 제압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공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미국처럼 극초강대국일 경우를 말함이다.
“뭐 여하간 EU는 죽어도 그리스를 못 버리지. 설령 유로존이, EU라는 국가 연합이 무너진다고 하더라도 그리스만큼은 버릴 수 없어.”
그렇다 버릴 수 없다. 차라리 그리스가 자발적으로 EU를 뛰쳐나가거나 그렇게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로 일방적으로 내쫓을 수는 없다. EU라는 조직은 그런 조직이다. 그렇다고 그리스 멱살을 잡고 탈탈 털어 버릴 수도 없다. 유럽의 평화를 위해서 만들어진 조직된 국가 연합이 회원국을 착취하는 건 언어도단이다.
그러니 결국에는 구제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부시는 확신할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실로 당연하겠지만, 미래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그리스 경제 위기는 이제는 너무나도 바뀌어 버린 시대에서 몇 되지 않는 원 역사에 있었던 사건이었다.
‘기억은 가물거리지만, 아마도 EU가 50%나 되는 빚을 삭감해 줬던가?’
정확히는 독일이었다. 일단 독일이 EU의 비공식적인 맹주국이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기도 했지만, 그리스 경제는 물론 EU 경제의 가장 큰 부분은 독일이 차지하고 있었던 탓이기도 했다. 다르게 말하면 민간 채권단하고 승부 보는 건 결국 독일이었다는 소리다. 그야 이름은 IMF겠지만 여하간 그러했다.
“거참 독일은 큰일이겠군.”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만한 점은 그리스 경제가 처음부터 그리 크지 않았다는 점 정도였다.
고작 그 정도였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것이 유로존을 아슬아슬하게 무너뜨리지 않고 있었다. 이것이 만약 프랑스나 독일이었다면 옛날 옛적에 유로존이고 EU고 전부 박살 났다. 그리스였기에 EU는 그나마 멀쩡한 것이다.
여기에서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한 그리스의 지지대가 된 나라는 독일뿐만이 아니었다.
최근에 EU에 가입한 터키가 존재했다. 터키는 작년에 막 유로존에 가입한 참이었는데, 기존 리라화를 유로화로 전환하는 와중이었다. 게다가 터키의 경제는 통념과는 달리 상당히 탄탄한 편이다.
그야 국민의 삶이야 딱 죽지도 살지도 못한 정도일지도 모르지만, 딱히 터키라는 국가 자체가 빈곤하지는 않다. 선진국은 되지 못해도 적어도 확실히 중진국 정도는 되는 것이다. EU 회원국 중에서도 상당히 상위를 차지하는 회원국 말이다.
정확히는 그리스의 지지대가 아니라 유로존의 지지대였지만, 어쨌든 유로존이 존재한다는 건 그리스의 구제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오른다는 소리와도 같았다.
단지 터키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는데, 다름이 아니라 유럽에서도 겪고 있는 난민 문제였다. 사실 터키는 그나마 좀 나은 게 국교는 없지만, 결국에 약 98%가 이슬람이다. 사실상 문화적 차이가 다소 있지만, 이웃이 좀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난민에게 불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여기서 유럽 국가와의 차이점은 실로 우습게도 ‘주먹’이 먼저 나가냐 나가지 않느냐의 차이였다. 사실 이건 이미 러시아에서도 증명된 바가 있었다.
애당초 터키라는 나라가 유럽으로 가는 길목인지라 원래부터 난민 처리에 익숙하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에 민간 차원에서 강경 대응을 했다는 점이었다. 법에서 벗어나는 난민들을 사회악이자 터키를 공격하는 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탓에 보통 즉각 제재되었다.
게다가 강경 대응만 한 것이 아니었다. 다소 유화책도 펼쳤다. 몇 가지 취업이나 일자리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시민권을 인정해 주는 등 말이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쿠르드족의 빠져나간 빈자리를 이들로 채워 넣었다. 더 싸고 더 말 잘 듣는 난민으로.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다시 오스만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등 이야기가 참으로 많이 나왔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조금 부족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결국에 터키는 EU에 들어가길 갈망했고, 그들의 역사 또한 중앙아시아나 중동이 아니라 유럽에 들어가길 원했으니 이미 오스만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지평선을 연 것이나 다름없었다. 구태여 끼워 맞추자면 21세기식 비잔티움이라고 불러도 그다지 손색은 없으리라.
사실 비잔티움을 먹어 치운 것은 결국 오스만이었으니 오스만이라고 불러도 딱히 위화감이 없긴 했다. 그야 이견은 좀 멱살을 잡다 못해 주먹다짐까지 할 정도로 격렬하게 갈리겠지만, 어찌 되었든 지금의 터키가 저런 것과 비교해야 할 정도로 상당히 강력해졌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슬슬 대선인가.”
역시나 일찍이 부시가 예견했던 것처럼 후보가 바뀌는 일은 없었다. 그야 후보직 경선은 진행되겠지만, 실상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더불어 양당의 지지율은 어느 정도 균등해졌다. 사실 공화당이 약간 더 우세하긴 했지만, 실상 공화당이 아니면 민주당이라는 이분법으로 공화당에 반기를 든 것이었다. 그렇기에 공화당의 처신에 따라 다시 공화당이 과반수를 차지할 기회는 얼마든지 널려 있었다.
그저 그런 관용구나 비유가 아니라, 말 그대로 발에 차일 정도로 널려 있었다. 그렇기에 민주당에서는 필사적이었지만, 공화당에서는 여전히 미적지근한 대응을 보여 주고 있었다. 공화당에서는 이제 막 후보 경선이 끝났거늘 이미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오바마라. 이 친구는 더는 출마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부시는 작년 정신 나간 지지율에 오바마가 참패한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 애당초 오바마라는 사람이 나올 만한 자리가 아니었다. 이는 정치적인 실패 그 자체였다. 선거에서 부시한테 진 건 정치적 실패로 거론될 여지나 가치조차 없다. 이건 필연이었다. 부시가 애당초 재선하는 것 자체가 운명이었고, 오바마가 선거에서 패배하는 것 또한 운명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정치적 실패인가 하면, 선거에 떠밀려 나왔다는 현실 자체가 정치적 실패였다. 차라리 비벼 볼 만한 선거라면 또 모를까, 패배가 예정되어 있는 선거라니. 이게 실패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나 반대로 이것이 전화위복이 되었다. 선거에서 참패하는 대가로 이름값 하나는 제대로 알리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위와 같은 호재가 겹치고 겹쳐 저 멀리 달아나 있던 공화당의 어깨를 잡아채 그럭저럭 동등한 수준으로 끌어내릴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대선 같은 건 그다지 흥미가 없어. 그야 이 둘 중 누군가는 미국의 미래가 되겠지만, 결국 할 수 있는 건 한정되어 있게 될 테니까. 그리고 나와 자네가 그렇게 만들 거야.”
차마 부시도 양심은 있어서인지 미터법 강제가 끝이 아니라는 말은 뒤로 삼켰다.
“정말이지 대통령님께서는 끝까지 대단하신 분입니다.”
반은 진심이었고 반은 반어법이었다. 전자야 설명할 필요가 없다지만, 후자는 이젠 좀 쉬고 싶다는 무의식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앤드루 카드는 이미 부시 취임 초창기부터 고령으로 접어드는 중년의 문턱에 서 있었다.
이제 그의 나이는 61세였다. 만약 비서실장이 일반적인 사회인이었다면 이미 은퇴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였다. 실제로 그는 2006년 당시 사임했었다. 원 역사의 경우 정치적인 이유로 사임한 것이었지만, 지금 부시 옆에 서 있는 비서실장의 경우 이러다 과로로 제 명을 살지 못할까 봐 사임하려고 했었다.
물론 그걸 막은 건 부시지만 말이다. 기어코 제 혼자 내빼려는 이 충직한 비서실장을 막판의 막판까지 끌고 온 것에 성공했다. 부시 혼자서 죽기 싫다는 이기심도 있었지만, 실제로 그는 부시처럼 제멋대로의 인간상에 특화된 일 처리 방식을 지니고 있었다.
그야 그전까지만 해도 충분한 협의와 토론 끝에 부시의 마음을 움직이거나 카드의 마음을 움직이거나 둘 중 하나였겠지만, 2001년 이후로는 쭉 부시가 일방적으로 모든 것을 움직이고 있었다.
여하간 비서실장의 말에 그 사실을 떠올린 부시가 양심에 찔리긴 한 모양인지 그답지 않게 쭈뼛거리며 우물거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지금이라도 사임하고 물러나겠나?”
“지금 와서요?”
“그냥 해 본 말일세.”
비서실장은 싱겁다는 말을 삼키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가 그놈의 미터법 강제 도입법에 관련된 서류가 점차 없어져 그래도 한 손으로 수월하게 들 정도로 무게가 적당히 줄어들었을 무렵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매일 이어지는 상사의 폭거만 빼면 그럭저럭 괜찮은 직장입니다.”
“……그 말은 설마 내가 개새끼라는 건가?”
“설마요. 어찌 개새끼가 이렇게 위대한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구태여 따지자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개겠죠.”
뭔가 이상함을 느낀 부시는 ‘그래 봤자 개가 아닌가?’라는 말이 목전까지 기어 올라왔으나 이내 다시 들어갔다. 그러다가 결국 꺼낸 말이라곤.
“화이트는 별로 좋아하지 않겠군.”
위와 같은 말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