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69)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68화(369/377)
< 368편 >
그래서 이 성과라는 것이 좀 멀쩡했느냐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니었다. 엉망진창이라는 말이 어울렸다.
당연했다. 어떻게든 성과를 보이기 위해 아래를 닦달해서 나온 결과물이 멀쩡할 리가 없었다. 도리어 실패작에 가까웠다. 기계적으로 환산된 마일과 피트 등은 개판 그 자체였다.
예를 들면 105조인 기업 지역(Business district)은 ‘600ft. 즉, 약 183m 내에 있는 기업 또는 산업 용도로 사용되는 건물이 있는 도로와 인접하거나 도로를 포함한 지역. 기타 호텔, 은행 등의 건물은 공공건물 제한되지 않으며 도로 한쪽의 전면이나 도로 양쪽이 300ft(91m) 이상이어야 한다.’라는 법이었는데, 계산기로 환산해서 아주 소수점까지 다닥다닥 적어 놓았다. 이는 거의 기계적 번역체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것이 부시의 눈에 찰 턱이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하루 만에 만들어 낸 날림이 완벽을 요구하고 있는 인간의 눈에 찰 턱이 있나. 도리어 눈에 찰 만한 결과물이 나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이러한 결과물을 들고 온 것은 다름이 아니라 이 양반이 정말로 눌러 앉았던 탓이었다. 부시야 3일 정도 있을 것이라 다짐했고 비서실에도 그렇게 알렸지만, 그들의 입장으로는 말 그대로 완성될 때까지 무기한이었다. 그러니 이 보고서 자체가 당신 때문에 일을 못 하겠으니 제발 돌아가 달라고 시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애절하고 절박한 부탁을 들어주면 부시가 아니었다. 당연히 실시간으로 보고서를 올려다 받으며 교정할 부분을 정확히 짚어 냈다. 부시가 교정할 부분을 바로바로 짚어 낼 수 있었던 것은 딱히 부시가 천재여서 그런 게 아니라 반이 미터법에 익숙한 한국인이었던 탓이었다. 이상한 부분이 발견될 경우, 일종의 위화감을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바로바로 교정을 지시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차라리 윗대가리가 무능하기라도 했으면 속여 넘기거나 버티기라도 하지, 이도저도 아니면 곤란한 부하들이다. 그리고 최악은 상사가 유능한 경우다. 이는 기업이나 국가나 어떤 조직이든 하나같이 다 똑같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건 불가능하다지만, 모든 사람을 힘들게 하는 일은 너무나도 쉽다. 그러나 진척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것 자체만은 절대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물론 딱히 여기서 눌러앉아 있지 않고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 앉아서도 똑같이 할 수 있겠지만, 그건 부시에게 있어서 아주 사소한 견해 차이에 불과했다.
당연하겠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턱이 없었다. 그러나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었다. 다른 곳에서 이 상황을 변호하려고 해도 실제로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비록 그것이 억지로 불러낸 성과였지만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부시는 이곳에 체류할 필요가 있었고, 명분이 생겼다. 물론 머저리가 없는 건 아니었다. 당연히 꿀이 눈앞에서 아른거리면 어떤 동물이라도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벌집을 따고 싶어진다. 그러나 그런 이들은 아부 떨 시간이 있으면 일이나 더 하라는 부시의 호통에 모조리 돌아가야만 했다. 사실 이런 인간들이 더 별종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시의 성향은 잘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통령 취임 전에는 그럭저럭 유능한 모습과 선하다는 이미지를 밀고 나아갔지만, 취임 뒤에는 일관되게 오만하고 독선적으로 굴었던 탓이다. 부시 본인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그는 일말의 나르시시즘조차 있었다.
어찌 되었든 중요한 점은 성격이 저래 변했다는 점이었다. 그렇다 보니 비서실장을 제외한 그 누구도 믿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른 말로 하면 상당한 이기주의자였다. 이타성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 이타성은 철저히 자신이 ‘낫다.’라고 생각하는 길에만 국한되었다.
어떤 사람이라도 그건 마찬가지겠지만, 부시의 경우 그 흔하디흔한 이중 잣대조차 불허하였다. 여하간 실적이 아닌 아부 따위는 먹히지 않았다. 차라리 이 남자의 눈에 들고 싶었다면 부족하더라도 실적을 들고 왔어야만 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차라리 남의 업적을 빼앗아와 자신의 것으로 바꾸는 정치질이 더 잘 먹혔다. 물론 지금은 그런 게 불가능할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지만 말이다. 남의 것을 빼앗는 것도 결국 시간이 나야 가능한 일 아니겠는가.
그러니 성과는 모조리 즉각 보고되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 나라에서 가장 높은 인간인 대통령의 불호령을 정면에서 맞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던 탓이었다.
“그리스?”
놀랍게도 3일 눌러앉아 있을 것이라던 부시는 스스로 그 결심을 거둬야만 했다.
-예, 그게 대통령님께서 예견하셨던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흘러가고 있어서…….
수화기 너머의 비서실장은 말을 흐렸다. 그것만으로도 사태가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는 별로 좋은 일은 아니었다. EU가 어느 정도 약화하는 건 필연이었지만, 그렇다고 EU 자체가 무너지면 미국으로서도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었다.
물론 EU가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무정부가 되면 이야기가 또 다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범지구적인 무정부 사태가 생길 리가 있는가.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개전 1시간 만에 끝날 제3차 세계대전 정도다. 핵미사일이 지구 표면을 휩쓸어서 모든 국가가 사라지면 그게 무정부 아니겠는가.
-여하간 자세한 것은 백악관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닙니다. 물론 저희 미국이 피해 보는 일은 없겠지만, 만의 하나라는 게 있으니 말입니다.
‘쯧, 지금 돌아가면 별로 좋은 소리는 듣지 못할 텐데.’
완전 반대였다. 드디어 돌아갔다며 조촐한 축하 파티라도 벌일 것이 틀림없었다. 그야 부시의 걱정처럼 위에서는 그다지 좋은 말이 나오지 않겠지만, 그래도 별로 상관은 없었다. 그 위의 위에 있는 사람이 바로 부시였으니 말이다.
전생에 가졌던 감상인 저 자리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자리라는 생각 자체는 바뀌지 않았지만, 동시에 그렇기에 별로 좋은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쩔 수 없지. 적어도 제대로 된 초안 정도는 받아 보고 싶었는데.’
실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3일 만에 개정 초안이 나오면 법률 전문가 따위는 왜 필요하겠는가. 그러나 인간이라는 생물은 까면 일단 뭐라도 나오는 생물. 물리적인 한계로 초안은 도저히 불가능하겠지만, 그 토대 정도는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었다.
튼튼하지도 않고 탄탄하지도 않은 그런 부실하기 짝이 없는 토대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교통법의 근간을 들어내는 일도 아니고 어차피 단위를 바꾸고 현실에 맞게끔 적용하면 그만이다. 따라서 일단 토대만 있으면 나머지는 단순 작업이었다. 쉽게 말해서 현장에서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 준다는 소리였다.
사실 이건 법보다는 현장의 문제였다. 그들은 새로운 규정집을 달달 외워야만 했다. 더불어 야드파운드법을 미터법으로 환산하는 계산법을 시험받을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경우에는 현장이 익숙해지기를 기다리는 게 나았지만, 그런 짓은 신과 부시가 용서해도 국민이 용서하지 않는다. 국민이 그렇지 않아도 불만이 있는 마당에 공권력이 어중간하면 국민은 필요 이상으로 물어뜯는다. 그렇게 되면 곤란한 건 부시였다.
당연하겠지만 부시가 노리는 건 결국에 적당한 균형 맞추기였다. 대통령의 권력을 필요 이상으로 깎아 내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끔찍한 일이었다. 국민의 격렬한 반대에 미터법 도입이 저지될 터였으니 말이다.
‘그건 그렇고 다른 일이 급하다면 어쩔 수 없긴 한데.’
여하간 이곳에서 죽치고 있어서 손해 본 것은 없었다. 예를 들어서 속도 측정기의 경우였다. 이것은 꼭 새로 구할 필요가 없었다. 기존의 속도 측정기를 개조하는 방법도 있었다. 주에 따라서 아예 처음부터 병용 표기되는 제품을 사용하고 있기도 했었다. 이것을 알고 예산을 다시 계산하니 들어갈 예산이 확 줄어들었다. 본디 집무실에서 죽치고 있었다면 아무리 빨라도 하루는 걸릴 결정이었다.
사실 부시가 3일이라는 시간 동안 죽치려고 했던 이유 중 하나는 그 집무실에까지 멀쩡하게 올라오는지 시험하려는 것도 있었다. 아무래도 원 역사가 그렇다 보니 이래저래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이쯤 되면 완전히 세계가 뒤엎어졌으니 방만하게 운영하거나 1년 남았으니까 귀찮아질 법도 한데, 부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역사서에 엿 같은 대통령이었다고 쓰이든 말든 그런 것 따위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애당초 그런 걸 신경 쓸 사람이었다면 언론을 적으로 돌리는 짓 따위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했다.
부시는 본인이 엿 먹는 상황 자체를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미래까지 대충 이나마 알고 있고 이것저것 조치해 놓은 상황에서 뒤통수 거하게 맞으면 그게 병신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난처하군.”
무엇이 난처하다는 걸까. 부시는 그저 그 말을 남기고 백악관으로 돌아갔다.
***
“미국 주도의 수도(水道) 민영화라니. 끔찍하군.”
중국은 오체분시 당하지 않는 대신 당분간은 미국에 굴종하게 되었다. 몽골이 그랬고 열강들이 그러했듯이 이 또한 결국 영구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당분간은 중국의 꿀을 쪽쪽 빨아 먹을 게 틀림없었다.
그러나 그 약탈의 선봉장인 미국 대통령의 생각은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중국의 기반이나 고혈을 빨아먹기보다는 목줄을 걸고 싶은 것 같았는데, 그 목줄이 하필 다른 것도 아니고 수도였다.
수도란 사람을 귀찮게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는 분야였다. 단지 수도 파이프 노후화를 걸고넘어져 수도 교체를 선언하기만 해도 단수다.
21세기에 그것도 낙후된 아프리카 국가도 아니고 좀 부유한 동아시아 국가에서 단수라고 하면 별로 그다지 와닿지 않겠지만, 그거야 하루에서 이틀 사이에 전부 공사가 끝나니까 가능한 일이고 안전 문제 따위를 부르짖으며 1~2주 길어지기만 해도 민간에서는 상당히 귀찮았다.
그것도 어디까지나 시민이 귀찮은 것만 서술한 거지 국가 입장으로는 상당히 귀찮은 일이 된다. 수도 설계 하나만으로 도시 계획이 바뀔 수 있다. 도시 계획이 바뀌면 부동산도 요동치고 부동산이 요동치면 민간 경제도 흔들리게 된다. 국가라는 커다란 맹견에 걸 목줄로서 이보다 튼튼하고 세련된 목줄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리스 채권인가.”
리커창의 눈앞에는 그리스 정부의 공식 요청 문서가 있었다. 길고 길었지만, 한마디로 축약하자면 ‘제발 부탁입니다. 우리 국채 좀 사 줘요.’라는 소리였다.
그러나 이런 부실 채권을 누가 산다는 말인가. 다소 구매해서 우호 관계라도 성립시켜 볼까 생각하다가도 굶주린 하마처럼 예산을 잡아먹는 국내 사정을 보고 있노라면 한 푼이라도 국외로 돌리기 싫어졌다.
그때였다. 절대로 울리지 말라고 간절히 빌고 또 빌었던 직통 전화가 울린 것은.
이 직통 전화는 다름이 아니라 미국의 백악관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럼 전화가 울렸을 경우 상대는 단 한 명뿐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경험상 그동안 저 전화는 단 한 번도 절대로 리커창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리스 국채를 사 볼 생각은 없소?
“이 양키 새끼가?”
이번에도 그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