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70)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69화(370/377)
< 369편 >
부시는 손에 들고 나서 몇 번 읽은 다음,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원 역사와 전혀 다른 부류의 무언가가 벌어지고 있었다.
유럽에서 구태여 지금 상황과 연관되어 기술할 만큼 원 역사와 다른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동 안정화와 이후 착취를 위해 서이라크에 본격적으로 간섭하면서 난민이 폭증했다. 그야 서이라크를 점령했을 무렵에는 아주 잠시지만 난민 그래프가 주춤하면서 일부 분기에서는 하락까지도 했었지만. 딱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서이라크에서 내전이 벌어지고 이후 중동 곳곳에서 각자의 전쟁을 벌이며 난민을 세계만방으로 밀어냈다. 말이 만방이고 사방이지 실제로는 태반이 유럽으로 향하게 되었다. 이는 각국의 난민 캠프 선전에 더불어 유럽은 잘사는 동네라는 막연한 이미지가 있었던 탓이다.
어찌 되었든 중요한 점은 유럽 국가 대부분은 핀란드나 스웨덴 같은 일부 북유럽을 제외하고 예외 없이 난민 문제에 시달려야만 했다. 난민 문제가 국가 존속 그 자체의 문제로 떠오른 이후로도 유화책이냐 강경책이냐 이 두 선택지 사이에서 골라야만 했다.
이 두 가지를 전부 뒤집는 선택지는 없었다. 유화책이나 강경책이나 결국에는 손해 보는 선택지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프랑스의 경우에는 손해를 보더라도 억울하게 보진 않겠다면서 책임을 은연중에 이러한 난민 분위기를 조성한 독일을 규탄하는 한편 난민과의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당연하겠지만 유리한 것은 프랑스 측이었다. 공권력이 난민을 향해서 공격적으로 변했다는 점과 무슨 일만 있으면 전부 난민 탓을 하는 꼬락서니가 마치 유대인 탓을 외치던 나치 독일을 보는 듯했다.
물론 그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정권 장악을 위한 음모론이 아니라 EU가 흔들리고 있는 이유가 정말로 난민 때문이었다는 점이 나치와는 다른 점이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프랑스를 제외하면 EU 회원국 대부분이 아직도 유화책을 펼치고 있었다는 소리였다. 난민이고 시민이고 구분할 능력조차 잃어버린 디폴트 직전의 그리스만 제외하면 대부분 다 비슷했다.
둘째, 바로 위에서 언급된 그리스가 달랐다. 얼핏 보면 별로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은연중에 알듯 말듯 호재가 몇 개 붙었던 것이 괜히 더 그리스에 똥고집을 부릴 기회를 주고 말았다.
원 역사에서는 이로 보나 저로 보나 구제 불능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자력만으로는 불가능해도 외세에 기대면 디폴트까지는 가지 않아도 어떻게든 될 것이라 믿을 수 있는 믿음을 주고 말았다.
게다가 외세라곤 하지만 EU의 수장 격이라 할 수 있는 나라다. 최대한 좋게 생각하면 완벽하게 외세는 아니었다. 물론 국민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정부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독일이 아무리 그리스 경제를 가지고 주물럭거린다고 해도 결국에는 그리스 좋을 대로 흘러갈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탓이었다. 어차피 그리스 경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독일이고, 그 독일에는 그리스를 살려야만 하는 이유가 있으니까 말이다. 유로존을 위해서는 싫어도 살려야만 했다.
사실은 이 상황이 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독일이 그리스의 빚이 불어나는 것을 경고하면서도 결국 권고만을 내리며 수수방관해서 그런 것이기도 했다. 그러니 독일이 마땅히 책임질 일을 이제야 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셋째. 터키의 EU 가입. 터키는 영토를 떼어주면서까지 어떻게든 EU에 들어오려고 했다. 이는 부시가 기억하고 있는 터키의 반응과 다소 괴리가 있었다.
왜냐면 EU에 가입하지 못해서 안달복달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손해를 보면서까지 가입하려고 했냐면 그건 또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스 경제 위기에 더불어 난민 문제까지 겹쳐 버린 현 상황에서 터키는 EU와 유로존의 단비가 되긴 했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동안 저자세로 나왔던 정치적 손해와 외교적 위신을 전부 보충하고도 남을 만큼의 입지를 아주 단기간 내에 다질 수 있었다.
비록 공공연히 맹주국이라고 불리는 독일만큼은 아니지만, 독일을 상대로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정도의 힘을 한정적이지만 확실하게 손에 넣었다.
만약 유럽에서 난민을 몰아내게 된다면 결국 난민이 다시 돌아갈 곳은 중동이었다. 만약 중동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쳐도 결국에는 어쨌든 대부분은 터키에 몰리게 되어 있다.
EU의 국가들은 파멸이 구체화되어 감에도 아직도 양심적이었다.
정확히는 양심적으로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국제사회적인 체면도 있고 결정적으로 그 뒤에 미국이 뒷짐을 지고 있으니 말이다.
어찌 되었든 터키는 목소리를 확실하게 내고 있었다. ‘난민의 인권’을 보장하라고 호소하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야 당연히 그래야만 했다. 그래야 터키의 목소리가 더 강해지니 말이다. 터키의 목소리가 강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터키가 지역 강국으로 불릴 만큼 강력한 탓도 있었고, 위에서 말한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터키를 EU 내에서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건 유럽 내에 자리 잡으려고 난동을 부리고 있는 ‘난민’들이었다.
터키는 그들이 이슬람 신도라는 것을 빌미 삼아 가입과 동시에 EU 내 이슬람의 수호자로 자리매김했다. 세속 국가이긴 했어도 이슬람 신도가 국민의 98%를 차지하고 있으니, 상식적이고 인도주의적인 선 안에서 터키는 ‘윤리’라는 망치를 마음껏 휘두를 수 있게 되었다.
터키가 손에 넣은 무기인 윤리는 거의 무적의 위용을 자랑했다. 그 어떠한 때라도 상대를 규탄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자칫하면 공허한 외침으로 변할 수 있는 무기를 그동안 열심히 길러 온 군사력과 경제력을 통해 힘을 실을 수 있었다.
그런 터키도 정작 난민 탄압이 가장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나라 중 하나였지만, 어찌 되었든 외부로 보이는 모습이 중요한 것이다. 윤리와 인권을 무기로 쓰기로 결의한 이후로는 난민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난민을 차별하려는 움직임이나 그러한 사건이 있으면 공권력을 움직여 말리는 시늉 정도는 했다.
그 덕분에 지금 터키는 단지 적극적으로 규탄하지 않고 때가 되면 일정 주기마다 간간이 성명을 내는 것만으로도 EU 전체를 흔들 수 있었다.
그리하여 독일마저 이 나라의 눈치를 보게 하니 오스만이 끝모를 쇠퇴기를 거쳐 21세기에 이르러 드디어 황금기가 다시 돌아왔다고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과 조건들은 부시로 하여금 음모론 비슷한 것을 하나 떠올리게 했다.
‘아니, 음모론이라고 할 것도 없지. 어느 정도는 사실인가.’
이것저것 살이 붙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터키가 중동 분쟁에 의도적으로 개입한 건가?’라는 의심이었다. 그러나 만약 실제로 그러했다면 부시가 눈치채지 못했을 턱이 없다.
‘그렇다면 결국에는 시대의 흐름에 잘 탄 경우인가? 이것 참 희귀하구먼. 하긴 그동안 이것저것 유럽에 대주면서 정수 기술을 열심히 챙겨 간 것만 해도…….’
요컨대 대충 눈치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소리였다. 터키는 여느 중동 국가들이 그러하듯 만성적인 물 부족 국가였는데,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었다. 예를 들어서 꾸준히 댐을 건설하거나 유럽으로부터 정수 기술을 구매하는 식으로 해결하고 있었는데, 댐이라는 건물이 썩 그렇게 건설하기 쉬운 건물도 아니고 건설하더라도 주변국의 반발을 살 수 있는 건물이었다.
터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했지만, 주변국으로부터 욕먹는 것만은 피해 갈 수 없었다. 중동 전체를 휩쓰는 전쟁이 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제 손이 바빠지니 남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자신의 삶과 미래에 영향을 주리라는 것을 알아도 신경 쓸 수 없게 되고 말았다.
“과연, 교통법 개정 현장을 빠져나올 가치는 있었군.”
“그렇습니까?”
“그렇고말고. 이건 유럽인들의 시대가 지고 있다는 소리니까 말일세.”
물론 점점 지고 있다 뿐이지 아직까지는 건재하지만 말이다. 애당초 대놓고 말해서 미국이 있지 않은가. 그야 미국이 온전히 유럽인들의 나라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직까지는 엄연히 주류는 유럽 인종이었다. 부시가 기억하고 있는 미국 대통령 중에 동양이 없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었다.
‘하긴 최초의 흑인 대통령도 지금 간당간당하고 있긴 하군. 뽑힐지 말지 말이야.’
단지 피부색만으로 흑인들의 몰표를 받을 수 있는 대통령 후보 말이다. 얼핏 다소 차별주의적인 발언으로 보이겠으나, 현실이 그러한데 어쩌겠는가.
“솔직히 난민을 쫓아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만.”
비서실장이 말했듯이 정말로 자치권을 인정하거나 헌법을 개정할 게 아니면 유일무이한 해결책이었다. 그리고 자치권이나 헌법 개정은 불가능한 일이니 결국에는 추방만이 정답이었다. 문제는 이것도 별로 여의치 않다는 점이었다.
EU의 설립 기치는 평화가 아니던가. 난민을 도대체 어디로 내쫓는단 말인가. 아니, 내쫓더라도 이는 평화에서 유럽의 평화로 퇴보함을 뜻했다. 그리되면 EU는 자동으로 유럽이라는 테두리 안에 영원히 갇히게 될 터였다.
“해결책 같은 건 어찌 되든 좋네. 중요한 건 우리 미국에 이 일련의 사건들이 어떻게 영향을 끼치느냐니까.”
끼치는 영향이야 간단했다. 유럽이 쇠락하면 미국도 경제적인 타격을 약간 받는다. ‘조금’인 이유는 간단했는데 절대로 닫히지 않을 거대한 아시아 시장이 있기 때문이었다. 군사 쪽에서 뭔가 사건이 나기에는 미군이 원 역사보다 한참 더 비대해졌고, 그렇다고 외교적으로 사건이 나기에는 EU가 미국에 매달리는 꼴 말고는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다.
“딱히 지금 이상으로 도와줄 필요는 없을 것 같군.”
미국이 EU한테 주는 도움이라고 해 봤자 경제적인 것을 제외하면 결국에 중동 난민을 분담하는 것인데, 저런 막장 상황에서 이것이 썩 그렇게 큰 도움이 될 턱이 없었다. 게다가 미국은 일단 일차적으로 중남미 난민이라는 핑계가 있었다. 이차적으로는 ‘중동을 조진 건 유럽이지 우리가 아니다.’라는 핑곗거리도 있었고 말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향은 어떨까? 절대로 어렵지 않다. 지금의 미국이라면, 지금의 미국이라면 할 수 있다.
군대를 투입해서 더 큰 폭력으로 제압한 뒤 중재시키면 된다. 그렇게 하면 전쟁이 일단은 끝날 것이고 난민은 힘을 잃는다. 더는 유럽에 눌러앉을 정당한 사유가 ‘아직 본국이 혼란스럽다.’ 정도밖에는 남지 않는다. 당연하겠지만, 그 정도 이유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그야 평시라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유럽인들의 이성이 마비된 상태인 데다가 어떻게든 난민을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이 난 참이었다.
여하간 미국이 개입하면 당장은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중동에 개입한 대가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토해 내야겠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그뿐이다. 게다가 진짜로 개입을 결의하면 미국 원맨쇼도 아닐 터였다. 아프가니스탄이 있고 중국이 있고 인도가 있고 한국과 일본은 물론 동남아의 국가들과 러시아도 개입할 수 있다.
러시아는 조금 애매하지만, 여하간 그 나라만 제외하면 지원은 물론 파병까지 확실하게 끌어올 수 있었다. 그럼 경제적 부담도 덜어지고 비교적 확실하게 중동을 미국의 입맛대로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하책임이 틀림없군.’
그렇다. 미국이 정말로 중동을 지배할 작정이라도 하지 않는 한 결국에는 중동은 다시 분열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미국도 제어하기 힘들 터였고 도로 아미타불에 말짱 도루묵이 아닌가. 아프리카와의 수단과는 경우가 다르다. 수단은 국지적인 분쟁만 막으면 그만이지만 중동은 말 그대로 중동으로 불리는 지역 전체였다.
‘중동은 적어도 내 임기 안에는 방법이 없지. 그 EU 빌어먹을 놈들이 좀 일찍 넘겼어도 방법이 있었겠지만, 분쟁을 내전으로 쪼개는 게 한계였으니. 결국에는 시간이 해결해 주길 바라야지.’
아직 이때는 부시는커녕 유럽에 살아가는 유럽인이나 난민 장본인들조차 유럽에서 진짜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못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