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73)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72화(373/377)
< 372편 >
시간이 빠르게 흘러 6월. 난민 문제는 그다지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이건 미국 또한 마찬가지였다.
“개판이 따로 없군.”
오늘날의 난민 정책은 부시가 내뱉은 한마디가 이를 완벽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강제송환금지의 원칙은 철저하게 무시되었다. 법이 문제면 바꾸면 된다면서 자국의 난민법을 일제히 조물조물 만지작거리는 것이 마치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찰흙을 가지고 노는 꼬락서니와도 같았다.
그러나 그들도 할 말은 많을 것이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 나라가 망하거나 정권이 뒤집힐 판인데 그럼 어찌 가만히 둘 수 있단 말인가? 아니면 난민들에게 나라라도 내줬어야 했겠는가?
그렇지 않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였다. 단지 그 방식이 잘못되었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미국은 처신을 잘했는가?’에 대한 대답은 좀 모호하다. 적어도 부시가 대답하기에는 모호했다.
‘문제가 있긴 하군.’
난민 캠프에서 다소 ‘불온한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지금 처지가 전부 미국 때문이라는 말이었다. 정체는 남녀노소 인종 구분 없이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괜한 곳에 분풀이하는 작자들이었다.
그야 정든 고향 떠나 낯선 만리타향을 쏘다니고 있으니 불만이 쌓일 만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무례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싸고돌 수는 없었다.
‘게다가 그게 왜 우리 책임이란 말인가?’
그야 정말로 완전히 책임이 없는 건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면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내전 등 중동의 정세에 개입했으므로 일정 부분 책임이 분명히 존재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이 사태의 주범은 아니잖은가.
도리어 아프가니스탄이라도 안정시켜서 난민이라도 일부 받게 했으니 칭찬받아야 마땅했다. 이 사태의 주범은 EU였다. 더 말할 것도 없이 EU의 무리한 중동 확장 정책이 부작용을 일으킨 것이다.
“무시하게. 반응을 보이거나 개입하면 도리어 그게 저들이 노리는 바일 거야.”
이 이상 저들을 감시하는 눈을 더 늘릴 수도 없었다. 이전부터 쭉 어울리지도 않는 애국자법이라는 이름으로 외국인을 감시하는 프로그램을 돌리고 있었는데, 이미 난민 덕분에 상당히 과부하를 받고 있었다.
이 이상은 그저 재정 낭비에 불과했다. 차라리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나을 수도 있었다. 예를 들면 그냥 유럽처럼 수용소같이 캠프를 돌리거나 말이다. 그러나 그건 절대로 부시의 성정에 맞는 운영 방식이 아니었다. 차라리 캠프를 치우면 치웠지. 수용소처럼 운영하라니?
게다가 만약 그들을 풀어 준다고 하더라도 각지에서 문제는 좀 일으키겠지만, 미국이 흔들릴 정도는 아니었다.
이는 일단 난민 숫자가 적은 탓도 있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든 경찰력이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명이었다.
만약 그럴싸한 건수가 나타나면, 그만큼 난민들을 제지하면 그만이다. 솔직히 부시 또한 난민이 고깝지는 않아도 썩 그렇게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니 말이다. 처음에야 불쌍했지, 아예 난민이라는 신분을 벗어나 이슬람 지상낙원을 세우겠다고 설친 이들이다.
‘그래도 말년에 인권을 유린했다는 오점은 남기고 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자국민보다 그들을 우선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쩔 수 없지…….’
이건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의 동생을 위한 조치였다. 원래 정치인이 영향력을 잃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그중에서도 가족 헐뜯는 게 제일 빠르다.
그리고 가족이 정치인이라면 이보다 좋을 수 없다. 그 외에도 근본적으로 양심에 찔리는 일은 피해 가는 부시의 본질 때문이기도 했다.
그 양심에 찔린다는 것이 상당히 객관적이었지만, 여하간 적어도 부시는 자신의 기준이 보편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선거는 누가 이길 것 같나?”
“대통령님요.”
미국의 선거는 체크 박스에 표기하는 방식인데, 실제로 부시라고 펜으로 적어 내는 사람들이 존재하긴 했었다. 당연히 이런 것들은 전부 무효표 처리가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조 바이든이나 힐러리 클린턴이 올라올 줄 알았습니다만. 이렇게 되었으니 아무래도 ‘존 매케인’ 그 친구가 뽑히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미터법 때문에 한풀 꺾였다지만, 여전히 공화당 위세가 대단합니다. 전부 대통령님 덕분이죠.”
“아, 매케인이라.”
부시는 말끝을 흐렸다.
“예상과는 사뭇 다르신 모양입니다?”
“아니, 누가 이길지는 나도 모르지.”
가식이나 겸손 따위가 아니라 정말로 몰랐다. 그야 부시가 그저 민간인이었다면, 그 ‘지식’을 기반으로 오바마라고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었을 터다.
흑인 최초의 대통령이 미국에서 드디어 나온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건 이제 불투명한 미래였다. 부시가 본인 손으로 일그러뜨리고 말았으니 정확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이것이 부시가 3선을 꺼렸던 이유 중 하나였다. 신데렐라에게 걸린 마법이 풀리는 시간이 0시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부시에게 걸린 마법은 딱 여기까지다. 알고 있는 미래 지식과 본연의 능력으로 어떻게든 이끈 게 딱 여기까지였다.
가장 현명한 권력자는 물러날 때를 알고 수용하는 것이다. 물러설 때를 알아도 수용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도대체 역사상 얼마나 많은 권력자가 이를 무시하거나 몰라서 신처럼 추앙받고 칭송받다가도 손가락질 받으며 물러나야 했던가?
부시는 절대로 그럴 생각이 없었다. 절대로.
‘그래, 절대로 말이지. 이대로 계속된다면 쾌조겠지만. 필시 그건 불가능하겠지.’
그리고 이렇게 살다가는 제 명에 못 살겠다는 것도 한몫했다. 권력은 분명 대단하다. 이보다 달콤한 쾌락은 없으며, 이보다 대단한 무언가도 없다. 이것을 얻기 위해서 모두가 갈망했으며,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그 권력의 정점이었다.
뭐든지 결국에는 질리는 법이라지만 이거에 질리려면 아마도 죽을 때까지 가지고 있어도 모자랄 터였다. 그러니 역사서에 수두룩한 그 ‘현명한 작자’들이 끝끝내 제가 파멸하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붙잡고 있으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건 그렇고 저는 이번에 대통령님의 동생. 그러니까 젭 부시가 출마할 줄 알았습니다만.”
“글쎄. 아직은 부족하다고 느낀 모양이지.”
젭 부시가 나가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부자가 일정 기간을 두고 대통령을 해 먹었으니 말이 안 나올 리 없는 부시 일가에 대한 문제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부시가 말렸던 탓이었다.
‘이제 미국은 십중팔구는 연착륙한다.’
연착륙하는 게 부시가 손을 놓았기 때문. 뭐 이런 나르시시스트 같은 이유는 아니다.
그럼 결국 욕을 먹는 것은 젭 부시가 아니겠는가. 그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빠지는 게 좋다.
단순히 능력을 시험받는 것을 넘어서 시련을 마주해야 할 터니 말이다. 이건 원 역사에 있었던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와는 다른 시련이었다.
일단 미터법을 위해서 갈려 나갈 예정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욕이란 욕은 죄다 먹을 예정이었다. 더불어 이제 세계를 안정시켜야 하는 중대한 과제도 있었다. 적어도 미국이 그 영향권을 온전하게 보존하고 싶다면 그래야만 했다.
본디 영향력 투사를 위해서는 해외가 혼잡한 게 최고지만, 지구 전체를 아우르게 되면 도리어 평화로운 게 낫다. 그래야 ‘돈’이 덜 들어가니까 말이다.
“자네는 곧 놓아줄 권력에 아쉬움이 없나?”
“저 말입니까? 권력을 놓을 생각을 하니까 좀 아쉽긴 하죠.”
입은 청산유수였지만, 표정이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정말로?”
“그럴 리가요. 정말로 기쁩니다. 일단 남자로 태어났으니 권력 한 번 쥐어 보는 게 소원일 때도 있었습니다만, 적어도 이젠 대통령님과 함께하는 권력은 사양입니다. 단지 일을 수행하는 것만으로 제 수명이 객관적으로 최소 2년하고도 4개월은 줄어들었을 겁니다.”
“상당히 구체적인 수치군.”
“의사에게서 받은 소견서가 있습니다. 정확히는 그럴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하더군요. 그 의사가 말하는 것이 마치 의사가 아니라 정치가를 대하는 것 같았습니다. 어쨌든 그걸 듣고 있으니 기분이 한결 더 이 늪 같은 곳에서 당장이라도 나가고 싶어지더군요.”
“허, 그럼 내가 어떻게 보답해 주면 좋겠나.”
“솔직히 제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다 집어치우고 빨리 끝냅시다.’ 이 정도가 제 의견입니다.”
“휴가는 필요 없는 모양이지?”
“제가 휴가 나가 있는 사이에 쌓여 버릴 일 처리는 어떻게 합니까. 쉬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통령님이 좀 한가하다 싶으시면 일을 알아서 만들어 내시는데 어찌 제가 휴가를 내겠습니까?”
비서실장은 적어도 휴가가 끝나고 돌아와서 밀려서 쌓여 있는 서류에 파묻혀 죽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실제로 한 번 그것을 겪어 보지 않았던가? 구태여 자진해서 두 번 겪을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말하면 나도 딱히 할 말이 없네만.”
여기서 말이 한 번 끊어졌다. 부시가 말한 바와 같이 딱히 정말로 할 말이 없었던 탓이다. 충분한 시간이 흐르고 슬슬 분위기가 쇄신되었다고 생각될 무렵, 부시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은퇴하면 뭐 할 건가?”
“은퇴 말입니까? 글쎄요. 다른 건 몰라도 일단 침대에서 푹 쉬렵니다. 솔직히 그 생각 말고는 들지 않네요. 그리고 알람도 딱 하루 정도만 꺼 놓고…….”
‘흠, 그게 마음대로 안 될 텐데.’
보통 더 자려고 해도 제시간에 일어나게 된다. 몸은 쉬고 싶어서 비명을 지르지만, 정신이 멋대로 깨우고 마는 것이다.
이 현상을 두고 과학자들을 심리적 불안이 어쩌고 바이오리듬이 어쩌고 했지만, 그냥 휴식하고자 하는 사람의 입장으로는 실로 끔찍한 일이었다.
“여하간 한마디로 좀 쉬려고 합니다. 그건 그렇고 저는 대통령님이 더 궁금합니다만.”
부시는 비서실장의 역질문에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나? 나는 한국으로 갈 걸세.”
“한국에 사생아가 있다더니 진짜였습니까?”
“미친 소리 하지 말게. 그저 한 사람의 ‘묘’를 찾아가는 것뿐이야. 한국에 눌러앉을 것도 아니고 그냥 여행 갔다 온다는 소리일세.”
‘그 김에 국밥도 한 뚝배기하고.’
유전자가 아니라 영혼에 각인되어 있기라도 한 모양인지 도저히 그 맛이 잊히질 않았다. 하긴 인간이 맛있는 음식을 찾는 게 썩 그렇게 부자연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묘지라?’
부시가 한 말에 비서실장은 여전히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묘지라니? 도대체 누구의 묘지라는 말인가? 비서실장이 부시와 오랜 시간을 같이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한국과의 접점은 없다시피 했다.
단지 학생 시절에 사귄 한국인 유학생 정도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았으나, 이내 그것은 아니리라 판단했다. 부시의 대학 시절 교우 관계 정도는 머릿속에 전부 들어 있었다.
‘그렇다면 예전에 은밀히 조사시킨 그 이름의 주인인가?’
이 정도가 비서실장이 할 수 있는 생각의 한계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