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74)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73화(374/377)
< 373편 >
“내가 말일세.”
“예.”
“언젠가 습격을 받을 줄은 알고 있었네. 사람이 잘나면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도 많아지는 법이지.”
오만하고 나르시시스트 같은 말이었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이 자리는 그런 자리였으니까.
누군가는 정치인이 국민 가장 아래서 일하는 일꾼이라고 하지만, 그런 일꾼이 국민의 고혈을 쥐어 짜낸 혈세로 월급 받으며 씹고 뜯고 맛보는 양반들을 일꾼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보통은 주인이라고 부르지.
“그런데 이런 식일 줄은 몰랐는데.”
언젠가 사용될 것이라며 벼르고 있었던 소위 말하던 ‘검은 책상’은 연기를 뿜어 대고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정작 이것을 고안하여 설계한 기술자나 이것의 정체를 목격한 장성들마저 대통령의 심리적 안정감을 위함이라며 넘어갔던 그 검은 책상이었다.
생긴 것도 투박하고 색도 거무칙칙해서 튼튼한 거 빼면 이렇다 할 장점도 없었던 책상이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주인이 퇴임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쓰일 일 없을 것 같았던 이 책상이 드디어 말년에 쓰이고 말았다.
‘아니, 뭐 그야 내가 죽을 수는 없으니까.’
이 검은 책상에서 튀어나온 수천 발의 티타늄 구슬을 맞은 건 백악관의 경호원이었다. 다시 말해서 시크릿 서비스에서 배반자가 나왔다는 말이었다.
“단독 범행인가? 신원 파악은?”
“……보시다시피 현장이 이래서 아직 조사 중입니다. 다만 지난달에 들어온 신입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야 특정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남지 않았으니 신원 파악은 어려울 터였다.
일단 시크릿 서비스의 복식을 하고 있긴 했지만, 정말로 그가 시크릿 서비스인지 어떻게 보증한단 말인가. 하긴 여기까지 걸어 들어올 수 있었으니 일단은 변장은 아니라는 것에 무게가 실리긴 했다.
다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조사하는 게 조사의 기본 아니겠는가.
“다치신 곳은 없습니까?”
기분은 더럽게 엿 같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정당방위라지만 기어코 사람 죽는 꼬락서니를 코앞에서 보고만 것이다.
강철도 아니고 티타늄으로 빚은 구슬에 맞아서 집무실에 시뻘건 페인트칠이 되어 있는데, 이걸 보고 기분이 멀쩡하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탈을 쓴 무언가나 다름없었다.
‘십중팔구는 미터법 때문이겠지. 그게 그렇게까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가?’
다소 표현하기 역하지만, 이건 이미 시체가 아니었다.
그나마 가장 비슷한 것을 말해 보라면 고기로 만든 젓갈이었다. 위력에 가감을 두지 말라고 하긴 했는데,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모르고 있었다.
그 충격적인 광경에 자연스레 토악질이 올라왔지만, 참아 내지 않으면 어쩌겠다는 말인가.
‘미터법이 아니면……. 개인적인 원한? 뭐 더 조사해 봐야 알겠지만. 확실한 건 선거가 곤란해지겠군. 선거철 한창에 벌어진 백악관 테러라.’
고작 이런 일로 선거가 미뤄지거나 멈춰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하다. 차라리 후보를 겨냥한 테러가 연달아 일어나기라도 했다면 고려라도 해 봄 직하겠지만, 이번 사태의 피해자는 현직 대통령이었다.
그럼 왜 선거가 곤란해지느냐? 간단했다.
그렇지 않아도 진흙탕 싸움이었던 것이 이젠 정말로 물고 뜯는 원초적인 수준까지 떨어질 터였다.
지금 젓갈이 되어 버린 저 친구가 가지고 있었던 성향이나 범행 동기 같은 건 저들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선수를 치느냐였다. 원래 선거의 기본은 ‘날조’와 ‘확대’다.
상대방의 꼬투리를 잡은 다음에 있는 거 없는 거 죄다 붙이는 거다.
예를 들면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사실 이번 테러 범인이 ‘공화당 지지자였더라.’ 혹은 ‘미터법을 썩 달가워하지 않았던 민주당의 사주더라.’ 이런 방식으로 쓰일 수도 있고. ‘사실 이번 배후는 오바마다.’라거나 ‘아니다 존 매케인이다.’ 등 온갖 음해가 오갈 터였다.
실제로 힐러리 클린턴은 부시 행정부가 설치한 난민 캠프를 위문 갔다는 이유만으로 처음에는 ‘난민 지지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그다음에는 아예 ‘유럽에서 빠져나가는 중인 수천만의 난민을 들여올 것이다.’라는 둥 온갖 음해에 시달리다가 다음을 기약하고 자진해서 사퇴하고 말았다.
이것이 민주당에서 출마한 후보자가 오바마로 확정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좀 잘나간다는 의원들이 침몰한 것이다. 오바마도 비슷한 공격을 받긴 했지만, 오바마에겐 피부색이라는 그 무엇보다 강력한 방패가 있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아니, 오늘날에도 그 피부색이 강점보다는 약점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그러나 부시에게는 그다지 감흥이 오는 일은 아니었다. 당장 김갑환이 살던 시기는 2019년이었고 그 시기에는 이미 흑인은 단점보다는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마 비슷한 공약도 남발하겠지. 미터법 철폐라든가. 아니면 반대로 미터법을 계속 밀어붙이겠다든가. 아니, 이건 이미 하고 있던가.’
원래 공약을 남발하는 게 선거라지만, 미터법 강제 도입법 철폐는 무리였다.
적어도 ‘강제’를 떼어 낼 수 있을지언정 여기까지 와서 철폐한다는 건 단순한 제정 낭비 그 이상을 의미했다.
이젠 어느 쪽을 지지해도 욕을 먹을 터였고, 차라리 욕을 먹는다면 그나마 나은 방향으로 가야만 했다.
‘염병. 공약 실패하면 대통령직을 내려놓는 법이라도 제정했어야 했나. 하긴 그랬다간 일단 나부터가 내려와야 했겠군.’
부시는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법 같은 게 있으면 미국은커녕 전 세계 대통령을 전부 박박 긁어모아도 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 인물은 한 명도 없을 터였다. 그의 아버지인 조지 H.W 부시마저도 이것에는 자유롭지 못했다.
당장 두고두고 까이는 것이 자신의 입술을 믿고 더 이상의 세금은 없을 것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가 막상 까 보니까 증세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그야 개인 차원에서는 아버지 부시 본인이 욕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세금을 늘려야겠다는 결단이었겠지만, 이로 인해서 아버지 부시를 지지했던 지지자들은 크나큰 배신감을 느껴야만 했다.
이 숭고한 결단은 훗날의 훗날까지 입이 아니라 통계를 보라고 두고두고 까이는 원인이 되었다.
어쨌든 사정이 어찌 되었든 공약을 어긴 건 맞으니 아버지 부시 본인도 이런 치욕을 군말 없이 퍼먹어야만 했다.
“피해는 어디 보자. 서류는 못 써먹게 되었고……. 만약 미터법 도입 사보타주가 목적이었다면 제대로 달성했군. 그래봤자 다시 보내라고 하면 그만이지만, 좋든 싫든 하루 정도는 지체되겠지.”
부시는 그저 한마디 내뱉었을 뿐이었다.
“저번보다는 더럽겠군.”
선거를 말함이었다.
***
선거는 거의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뭐 일단 미국의 특징은 연방국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대통령 선거가 선거인단 제도였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코커스니, 프라이머리니 온갖 복잡한 사정이 끼어 있지만, 결국에는 선거 도중에 벌어지는 ‘누가 덜 추한가?’를 겨루는 유세 전쟁에서 승리한 자의 것이었다.
혹자는 결국 입 잘 털고 돈 많은 놈이 이긴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적어도 이번만큼은 그러했다.
미합중국 건국의 아버지는 조지 워싱턴이었다. 그 조지 워싱턴이 말년에 한 일이 무엇이었던가? 딱 ‘2선’만 하고 집어치우지 않았던가?
부시 본인은 저 위인과 자신을 비교하면 마치 태양과 반딧불이라 말하였고, 말뿐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일단 써먹을 수 있는 건 모조리 써먹는 게 민간 여론 아니겠는가. 여론이라고 해 봤자 인터넷에서 나오기 시작한 얄팍한 것이었지만, 어찌 되었든 2선까지만 하겠다는 이 결정은 부시를 숭고한 무언가로 바꿔 놓기에는 너무나도 안성맞춤이었다.
항상 부시를 까지 못해서 안달 났던 언론들조차, 그 발언 자체는 별로 반응이 없었지만, 정말로 선거가 시작되자 찬사를 금치 못하였다.
부시의 결정은 어떤 의미로는 그 시절보다 더한 결정이었다. 오늘날 미국의 대통령 자리가 어떤 자리로 불리던가?
지구의 지배자라는 소리를 듣던 자리 아니던가? 그리고 실제로 각국은 미국이라는 나라 없이는 외교뿐만 아니라 국정을 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 자리에서 내려오겠다고 결정한 것이었다. 그야 부시 본인은 초인적인 자제력보다는, 이제 좀 쉬고 싶다는 생각과 권력은 마약과도 같다는 생각에 비롯된 것이었지만, 원래 이런 건 본인의 생각과는 별 상관없이 진행되는 법이다.
미터법을 ‘강제’하고 있음에도 이렇다 할 시위나 폭동이 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일단 말년이고, 부시가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가면 다시 정책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이번 선거 유세가 어떤 꼬락서니가 났느냐면.
“현 대통령의 유지를 가장 올바르게 이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저입니다! 더 위대한 미국! 더 강력한 국방!”
“아뇨. 매케인. 당신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건 부차적인 일입니다. 중요한 건 시민과 행정입니다. 나는 따라서 현 대통령의 의지를 이어 의료보험을…….”
그 외에도 ‘부시의 의지를 이어 가겠다!’ 같은 발언이 선거 토론에서 정식으로 오가고 있었다.
본인을 은연중에 드높이고 남을 세련되게 까야 하는 토론이 모두 현 대통령의 정책을 내가 가장 잘 이어 나갈 수 있다고 입을 털고 있었다.
이건 후보가 각각 공화당과 민주당에서 나온 존 매케인과 버락 오바마 두 명으로 좁혀진 이후에도 비슷했다.
그만큼 부시가 쌓아 놓은 업적과 인기가 강력했기 때문이었다. 유세는 쓸 수 있어 보이는 건 일단 선거 전략에 조금이라도 합치하면 전부 쓰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후보끼리 서로 이번 백악관 미터법 테러를 사주했다느니 그런 말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쏙 들어갔지만, 그때 미친 듯이 찍어 냈던 흑색선전이 충분한 효과를 보면서 서로 곤란해졌다.
난타전의 끝은 상호 간에 깊은 상처만을 남겼다. 다만 이것이 선거 유세의 기로로 작용할 줄은 그 누구도 모르고 있었다.
“개판인 줄은 알았지만, 생각보다 더 개판이구먼.”
요즘 따라 입에 개판이라는 단어가 붙어 버린 부시였다. 그러나 실제로 개판인 것을 어찌하는가.
선거도 개판이었지만, 백악관도 그에 못지않게 개판이었다. 대통령 경호를 담당하는 시크릿 서비스에서 테러리스트가 나온 것이다. 한 번 뒤집어엎어지지 않을 턱이 없었다.
정작 그 테러를 당한 부시는 시크릿 서비스를 아직 신뢰하고 있었지만, 이대로 시크릿 서비스를 놓아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시크릿 서비스는 명목상으로나마 한 번 해체되어야만 했다. 그리하여 그 결과물이 다소 인사이동이 있긴 있었지만, 실상 실무자들은 그대로인 시크릿 서비스였다.
애당초 이 기관 자체가 탈세를 조지는 데 특화되어 있고 그 김에 대통령 경호를 겸하는 조직이었던 탓이다.
혹자는 이번 기회에 대통령 경호를 전담하는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지만, 이는 대통령 친위 기관으로 변질할 것을 우려한 부시가 거절했다.
선거는 흥미진진하게 막바지로 달려가고 있었지만, 정작 부시는 별로 관심도 없었다.
어차피 누가 뽑히든 별로 달라질 것도 없으니 말이다. 그야 세부적으로는 뭔가 바뀌겠지만, 풍경화가 있다면 나무를 그릴 때 가지를 하나 더 추가하느냐 마느냐 정도의 차이였다.
나뭇가지 하나의 여부가 그림의 질에 차이를 가져오긴 하겠지만, 그래 봤자 풍경화라는 틀에서는 벗어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이러한 상황은 그다지 알 바 아니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풍경화를 그리는 일이었다. 미터법이라는 풍경화의 스케치를 그리는 일에 집중하는 데에 자신이 가진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날림에 가깝긴 하지만, 기어코 미터법 도입의 토대를 만들어 내고야 말았다.
아니, 만들었다는 표현은 다소 어색하다. 기존 법과 그동안 연방정부와 주 정부가 쌓아 온 미터법 도입의 노력을 현시대에 맞게끔 약간씩 수정하여 적용한 것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미국 같은 자유주의 나라에서 이런 것들을 강제하려면 오로지 불만을 찍어 누를 수 있는 업적과 그에 걸맞은 강력한 대통령 권력만이 가능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11월.
드디어 그날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