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75)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74화(375/377)
< 374편 >
“잘 왔네, 백악관에. 앞으로 자네가 최소 4년 동안 기거할 곳이지. 한 세 달 지나면 더는 여기 있기 싫을 거야.”
“저라도 그럴 것 같군요.”
오바마는 자신이 이 자리에 앉게 되거든 저 미치도록 거무튀튀한 책상부터 뜯어내리라고 결심했다. 멋도 없고 실용성도 의심스러웠다. 부시는 이 책상 덕분에 시크릿 서비스 요원의 배신으로부터 살아남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오바마의 생각에 다른 경호 장치들로도 충분한 수준의 보호를 받을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충 알 것 같은데, 그 책상은 철거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이대로 미터법을 추진하고 있으면 자네 등에 칼 꽂을 친구들이 한둘이 아니거든. 저걸 작동시키는 일이 없어도 최소한 바리케이드 정도는 되어 줄 수 있어.”
“흠, 알겠습니다.”
오바마는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일단 지금은 수긍하기로 했다. 어차피 머잖아 자신의 세상에 올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때가 오면 이런 문답조차 필요 없었다. ‘치워라.’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공화당에 있는 몇몇 구시대적 사고관을 갖추고 있는 머저리들은 아직도 자네 피부로 왈가왈부하고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는 자네 피부색은 별로 신경 안 써. 인종의 용광로이자 자유의 나라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겠지만, 새삼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자체가 현실을 반영해 주고 있는 것 같아서 참으로 우습구먼.”
자신의 뼈를 깎고 휴가까지 반납하면서 만든 나라가 아직도 요지경이라니, 부시는 내심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말해 두겠지만, 원래 인수인계는 이런 식이 아니야. 오늘은 좀 편하게 말 좀 해 보자고 부른 거니까 그렇게 알아 두게.”
부시의 기억 속에 전 대통령이었던 빌 클린턴은 이런 방식으로 인수인계하지 않았었다. 좀 더 예의를 갖추고 형식을 맞춰서 정식으로 했었다.
“알겠습니다.”
“이해해 주니 고맙군. 그렇기에 솔직히 말하지. 자네와 그 후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자리는 내 이후로 별로 재미있는 자리가 아니게 되었어. 내가 벌여 놓은 일들을 수습하는 것만으로도 최소한 네 명의 대통령이 필요할 거야. 재선하면 그 시간이 좀 더 짧아질 수 있겠지만, 여하간 어림잡아서 대충 그 정도네. 자네도 그 빌어먹을 국회의사당에서 내가 벌인 일들을 봤겠지만, 사실 실상은 그거보다 더하네. 자네 등 처먹고자 하는 놈은 의원 시절에도 쌔고 쌨겠지만, 이젠 한둘이 아니야. 국가 단위로 자네 등을 처먹으려고 할 거라고. 돈벌이 한번 해 보겠다고 규제 풀어 달라고 징징거릴 기업 놈들? 기업 죽이려고 규제 만들어 달라고 징징거릴 단체 놈들? 어림도 없지! 이제 자네가 생각해야 할 놈들은 저기 러시아 대통령하고 이제 머잖아 인종차별이 극화된 EU일세. 그 외에도 얼마든지 있겠지. 우리 품에 안은 아프가니스탄과 중국은 언제든지 틈만 나면 빠져나가려고 할 거고, 듣도 보도 못한 소국이 우리나라를 엿 먹이려고 할 수도 있어. 그럼 욕먹는 건 언제나 자네겠지. 아프가니스탄은 최악의 경우 단순한 협력관계로 좋아. 저들도 어차피 우리 힘 없이는 한 다리만 건너면 러시아-중국-인도-유럽이랑 국경이 붙어 있는 온갖 마가 끼어 있는 저 미친 동내에서 살아갈 수 없어. 하지만 중국은 놓쳐서는 아니 되네. 저 나라는 언젠가 우리나라를 뛰어넘을 수 있는 잠재력을 확실하게 가지고 있어. 그러니 절대로 올라올 수 없게 해야 해. 언젠가는 다시 올라오겠지만, 그걸 늦출 수는 있겠지. 뭐 잡설은 이쯤하고.”
잡설은 뭐가 얼어 죽을 잡설이란 말인가. 앞으로 미국이 이끌어 가야 하는 방향 그 자체를 제시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부시는 그딴 건 알 바 아니라는 듯 그동안 절대로 입에 대지 않았던 커피를 드디어 들이켰다. 즉각 카페인이 온몸에 돌면서 활력을 생성했다.
“서는 장소가 달라지면 시선이 바뀐다고 했던가? 앞으로 대충 그게 뭔지 뼈저리게 느낄 거라네. 어차피 인수인계라는 건 ‘나는 대충 이러했다.’ 정도야. 솔직히 꼭 필요한 것도 아니지. 그야 몇몇 필요한 게 있기야 하겠지만, 그건 다른 방식으로도 접할 수 있어.”
“그렇군요.”
“그래서 이게 본론인데.”
그럼 방금까지 했던 건 도대체 뭐란 말인가? 정말로 부시가 스스로 말했듯이 잡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란 말인가? 잡담이라고 하기에는 나라의 중대사가 실무자 사이에서 오갔으며, 잡담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그 태도가 너무 껄렁했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말이다.
“합리주의적인 선에서 할 거라 믿지만, 합리라는 게 어차피 사람 대가리에서 나온 거잖나. 내 합리와 자네 합리는 다를 것이라 믿으니, 그 차이점을 알고 싶어서 불렀지.”
이렇게 물어보니 실로 막막했다. 여기서 오바마가 대충 지어내서 말해도 지장은 없을 터였다. 물론 부시가 나중에 여기서 나눈 대화를 여론에 풀어 버리면 문제가 좀 되겠지만, 그럴 리 없다는 건 오바마가 그 누구보다도 더 잘 알았다.
“있는 거 없는 거 다 털어 보라고. 그래서 일정을 비공식으로 잡은 거니까.”
공화당 주도로 미터법을 강제하면서 민주당인 오바마가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미국 우월주의적인 사회적 분위기는 유색인종 후보에게 힘을 실어 주기에 너무나도 적기였다.
이는 우연이나 운명이 아니라 조건이 합치하여 만들어진 필연이었다. 다만 조건이 만들어진 것 자체는 반쯤은 우연이었지만 말이다.
부시가 민주당에 힘을 실어 주려는 목적으로 미터법 강제를 밀어붙인 건 맞지만, 미국은 ‘인종차별 없는 자유주의의 등불’이라는 여론이 퍼져 나가고 유색인종으로 표가 몰리는 현상이 생긴 건 완전히 우연이었다.
그렇다고 인종차별이 없어졌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적어도 흑인은 더는 외부인이 아니라는 분위기였다.
뭐 이거야 원래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그런 분위기였으니 별로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이번에야말로 진정으로 미국 인종 간의 파워 밸런스가 형식적으로나마 균형을 이루었음을 재확인했다.
개인 간의 차별은 존재할지언정 적어도 정부에서만큼은 진정으로 사라질 터였다.
“장기적으로 의료 보험을 건드려 볼까 합니다만.”
“좋아. 그건 진심이군. 의료 보험 개혁이라.”
오바마에게 이는 실로 오묘하고 기묘한 경험이었다. 가장 비슷한 느낌을 꼽아 보자면, 마치 알몸이 된 것 같은 수치스러운 기분이었다. 문제는 그리 나쁜 느낌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오바마는 자신에게 새로운 취향이 생긴 게 아니기를 빌며 부시의 말을 기다렸다.
“솔직히 말하지. 그 생각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니야.”
“왜입니까?”
“왜라니? 당연한 말을 하는군. 첫 번째로 온갖 인간군상의 신경을 벅벅 긁어 놓을 거야. 자유 침해라고 부르짖으면서 말이지. 이미 미터법 강제 도입으로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세워져 있는 인간들이야. 자네 구상 자체가 위헌이라는 사실부터 걸고 두들겨 패겠지. 그럼 진흙탕이야. 두 번째로는 뭐겠나. 기업이지. 기업도 기업 나름이긴 하지만, 적어도 이번 미터법 도입 사업으로 자기들도 도리는 다했다고 생각할 거야. 특히 보험 업체에서는 지금 미쳐 돌아가고 있을걸? 이런 상황에서 뭘 더 넣는다고 하면 예전 이상으로 거세게 반발하겠지. 나를 기준으로 삼지는 말게. 자네도 대충 알고 있겠지만, 이 짓을 하려면 신들린 행운에 말 그대로 평생 쌓아 올린 모든 것을 태워야 하니까. 아무래도 하늘에 계신 주님께서는 이런 쪽이 더 취향인 모양이지.”
저 문제야 오바마 본인도 생각해 보지 않은 바가 아니나, 그거야 저것만을 생각하면서 장고 끝에 내놓은 결론이지 않은가.
거의 반사적으로 내놓았다는 점을 미루어 짐작했을 때 십중팔구는 부시 또한 의료 보험을 검토한 적이 있으리라고 판단했다.
저 양반이 하는 말인 데다가 본인 또한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는 만큼 절대로 저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으리라.
다만 오바마의 경우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거지, 부시처럼 실패한다고 확정 지은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오바마는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실패할 것이 뻔한 사업에 꼬라박는 병신이 세상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아, 현직 의원치고는 표정이 참으로 다채롭군. 착각하는 게 있는데, 딱히 하지 말라고는 한 적 없네.”
그럼 도대체 무슨 말이란 말인가? 실패할 걸 알면서 일단 부딪혀 보라는 것인가? 오바마 부시가 말하는 실패를 그대로 수용한 건 그동안 조지 W. 부시라는 인간이 대통령직에 있으면서 내려온 그의 초인적인 판단 능력에 기인했다.
“자네 생각대로 무보험자가 일단 줄어들 거고, 아무리 망해도 새로운 의료 보험의 발판이나 거름 정도는 될 테니까. 체념하던 더 나은 대안을 짜든 하겠지. 무엇보다 그땐 내가 아니라 자네가 이 백악관의 보스니까 그렇지. 그야 기자들이 몰려오면 그땐 내 소신껏 발언 정도는 하겠지만, 기껏해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정도란 말이야.”
담담하게 이야기해 나갔지만, 그 소리는 결국 알아서 하라는 소리 아닌가. 이게 일국의 대통령이 할 말인지 진정으로 의심이 갔다. 물론 임기가 참새 눈물만큼 남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책임져야 하는 게 대통령이라는 자리 아니던가.
그렇기에 저도 모르게 한마디 내뱉고 말았다.
“다소 어처구니없게 들립니다만.”
비난 혹은 힐난조의 욕설을 이렇게 최대한 순화한 것이 오바마 최후의 양심이었다.
“그럼 나더라 뭐 어쩌라는 건가? 어차피 내가 뭐라고 말해도 자네는 그걸 밀어붙일 거면서. 지금이야 ‘아, 안 되겠구나.’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해도 나중에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라면서 이래저래 꼬고 개수해서 또 다른 의료 보험 개혁안을 들고 올 걸 빤히 아는데 내가 무슨 수로?”
부시는 거기까지 말하고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이내 말을 이어 갔다.
“어차피 다 좋은 경험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하는 수밖에 없지.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내 말이 모욕적이라고 생각하나? 걱정하지 말게. 자네한테만 이러는 건 절대 아니니까. 나는 다소 직설적인 인간이라네. 이렇게 행동해도 문제없도록 1기까지는 계속해서 권력으로 난공불락의 요새를 축성해 왔지.”
그걸 2기에서 천천히 무너뜨렸다. 그 결정타가 미터법 강제 도입이었고 말이다. 대통령은 더는 대통령 마음대로 미국을 휘두를 수 없게 되었다.
그런 분위기와 이념이 의회도 주 정부도 아닌 51개의 주에 살아가는 모든 시민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았다.
생각해 보면 대통령이 되기 전 부시와 되고 난 후의 부시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능력적으로나 성격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어떤 의미로든 다른 사람이었다. 단지 똑같은 건 단 하나 그의 이름뿐이었다.
“이런, 슬슬 시간이군. 이만 나가 보게. 다음에는 정식으로 만나자고.”
여기까지 생각한 오바마의 가슴에 걸리는 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서는 곳이 달라지면 시선이 바뀐다는 말이었다.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너무나도 당연하기에 더욱 걸리는 말이었다. 여러 가지 말이 혀 위를 감질나게 맴돌다가, 단 한마디만을 꺼낼 수 있었다.
“대통령이 되면 도대체 뭐가 달라집니까?”
한결 가벼워 보이는 표정으로 부시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야 나는 내 차 타고 가고, 자넨 에어포스 원을 타고 가겠지.”
오바마는 그걸 말하는 게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로 축객령이 내려지고 말았다. 하지만 다음에 들어올 때는 축객령을 내릴 수 있는 입장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