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76)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75화 (완결)(376/377)
< 375편(완결) >
2009년 1월 15일. 워싱턴 D.C. 22시 백악관 이스트룸.
조지 W. 부시 대통령 고별 연설 현장.
“안녕하십니까. 국민 여러분. 언제나 그랬듯이 별로 길게 하지 않겠습니다.”
부시가 연단에 서서 인사말을 꺼낸 그 순간, 저도 모르게 파노라마처럼 그동안 있었던 일들이 부시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오늘 밤 이렇게 서 있으니, 제가 여기서 여러분을 향해 연설한 그 첫날밤에 대한 많은 상념이 떠오릅니다. 2001년 9월 11일이었습니다.”
인사 다음으로 이어진 문장은 우연하게도 원 역사의 부시가 했던 말과 완벽하게 일치했다. 그러나 뒤에 이어진 내용은 전혀 달랐다.
“우리는 그날 우리가 가진 힘을 목격했습니다. 우리가 옳다고 생각한 일을 관철할 힘을 목격했습니다.
우리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게 되었습니다. 위대한 미국이라는 말이 빈말이나 단순한 선전이 아닌, 진실로 위대함을 온몸으로 만끽했습니다.
엉클 샘의 헌신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은 오늘날 완전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다시 일어섰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미국이 진정으로 위대한 이유는 아닐 것입니다. 핵전쟁으로 진화할 수 있었던 중국 내전에 개입하여, 최소한의 인명 피해로 내전을 종식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것도 미국이 진정으로 위대한 이유는 아닙니다. 분단된 수단에서 시작되어 북아프리카의 모든 국가가 참전할 대전쟁을 사전에 방지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조차도 미국이 진정으로 위대한 이유는 될 수 없습니다.
군비 확장을 지속하여 이윽고 재래식 병력만으로도 전 세계를 틀어쥘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미국이 진정으로 위대한 이유가 아닙니다.”
부시는 거기서 한 번 끊었다. 기자들의 표정은 부시의 말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부시를 더 선명하게 찍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다.
“미국이 위대한 이유는 힘을 윤리적이고 도덕적으로 올바르게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정의가 다수와 강자의 것이라면, 오늘날의 미국이야말로 정의였다. 충분히 다수이기도 했고 강자이기도 했다. 그리고 세계의 과반수를 손에 넣었다.
“저는 아침마다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브리핑을 받았습니다. 우리 위대한 지성과 문화가 낳은 보물인 코믹스의 말을 인용하자면,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겁니다. 따라서 가진 그 큰 힘을 올바르게 휘두르기 위해서 전 세계에 우리의 힘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심어 놓았습니다.
세계가 우리 손안에 있습니다. 그러나 의무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숭고한 무언가가 아니라 세계 유일의 극초강대국이 가지는 최소한의 책임에 대해서 말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단순히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가진 힘을 휘둘러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우리가 가진 힘을 그릇되게 휘둘렀을 때 우리는 파멸할 것입니다.
”
도대체 역사상 그 누가 이런 고별 연설을 했단 말인가? 보통은 희망을 불어넣지 않던가? 부시의 모습을 담기 위해서 집중하고 있던 기자들마저 이번만큼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서두에서 길게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이쯤에서 끊겠습니다.”
그러나 기자들이 당혹스러워하든 말든 부시는 말을 이어 갔다.
“혹자는 제 행보를 두고 왈가왈부했지만, 대통령은 업적으로 말하지 않습니다. 국민에게 가장 사랑받은 대통령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대통령입니다.”
당연하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사랑의 기준은 지지율을 뜻했다. 미터법을 강제해도 무려 80%를 웃도는 정신 나간 지지율 말이었다.
“여러분께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 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정말로 끝이었다. 이는 정식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역사상 가장 짧은 대통령 고별 연설이었다. 집무실로 돌아가고 있는 부시에게 비서실장이 다가왔다.
“이제 끝이군.”
“아직 임기가 닷새 남아 있습니다.”
“그래 봤자 하는 일이라곤 후임한테 인수인계하면서 시계 보는 게 전부겠지.”
실로 그러했다.
***
2019년. 2008년에는 밝혀지지 않았던 많은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지난 중국 내전에서 중국의 젊은 장교들을 독려하고 후원한 게 인도였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클린턴 미대통령은 “동맹국이라는 작자들이 충격으로 몰고 가…….”라며 힐난조의 성명을…….
그저 인도의 사보타주 사건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였다.
“아하, 저놈들이었군.”
이것이 바로 어쩐지 과도할 정도로 비대하게 성장한 CIA가 러시아를 이 잡듯이 뒤져도 안 나오던 이유이자 대답이었다.
약간 더 시간이 흘러 2019년 8월 중순. 한국의 이름 없는 야산을 타고 오르는 두 외국인이 있었다. 그야 이름 정도는 찾아보면 나오겠지만, 적어도 동네 사람들은 전부 뒷산이라고 불렀다. 쭉 뻗어지는 도로를 타고 올라가면 나오는 시설이 하나 있는데, 이는 가장 기피되는 시설 중 하나인 공동묘지였다.
“이게 참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죠.”
“그럼 왜 왔는지 맞혀 보겠나?”
비서실장. 아니, 이젠 전 비서실장인 앤드루 카드는 뭔지 짐작하면서도 일부러 말을 돌렸다. 애당초 여기까지 왔으면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었다.
“뭐 전설의…… 그러니까 아무거나 찾으러 온 거 아닙니까?”
“그럴 리가 있나.”
그런데도 말을 돌린 이유는 이곳이 공동묘지인 탓이었다.
“다 왔네.”
부시는 그 말과 함께 한 묘지 앞에 섰다.
“저는 좀 멀찍하게 떨어져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기서 머리만 빼꼼 내밀고 있는 요원들하고 이야기 좀 하고 있겠습니다.”
묘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김갑환.
“보이냐? 빌어먹을 놈아. 내가 해냈다. 더 잘할 자신이 있다면서 강렬하게 기회를 갈구한 결과가 이거다.”
김갑환이 부시가 된 순간에는 이 세계의 김갑환은 이미 이 세상의 사람이 아니었다. 단지 이 세계는 그가 아는 세계와 다소 다른 세계일지도 모르겠다고 추측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확신하게 된 계기는 동남아 대지진이 본래의 지진보다 더 강력하고 더 큰 규모로 났을 때였다.
“네가 한 일에 대해서 귀 파고들어라.”
이미 백골이 되고 진토가 되어 팔 귀가 존재하는지는 의문이었지만 말이다.
아프가니스탄을 손에 넣었다. 알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그렇게 염원했던 자유민주국가로 탈바꿈시키고 말았다.
그 덕분에 유럽에서 이것을 보고 이라크를 침공해서 반으로 갈라서 야금야금 먹어 치우다가 개판이 되고 말이지만, 이는 부시 탓이라고 보기 힘들지 않은가.
여하간 세계적인 난민이 생성되었다. 원 역사와는 비교조차 불허하는 수준으로 터지고야 말았다. 유럽에서는 마치 지난 시대를 보는 듯한 수준의 인종차별이 대두되었으나, 이내 그것은 종식되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중동 난민들이 유럽에서 전부 쫓겨난 것이다. 유럽에서 중동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좋지 않게 남았지만, 반대급부로 다른 인종에 대한 호감이 상승했다.
중동이 배척되고 유럽은 아시아와 손을 잡게 되었다. 아시아라고 해 봤자 사실은 그 뒤에 있는 미국과 손을 잡은 것이지만, 어찌 되었든 그렇게 ‘우리 시대의 평화’가 찾아왔다.
우리 시대의 평화란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다. 정말로 전쟁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이다.
그야 아프리카에서 몇몇 부족이 상호 간의 합의 아래에 냉병기를 들고 참여하는 소규모 국지전 정도는 나겠지만, 이걸 전쟁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마지막 전쟁은 중동 전쟁으로 각자의 이념을 내걸고 싸우다가 최후의 최후에 2011년 오바마 행정부가 이끄는 미국이 개입하여 종결 난 전쟁이었다.
전부 겉으로는 자유민주주의가 되었으나, 실질적으로는 독재가 더 많았다. 동시에 쿠르드족이 기어코 독립한 전쟁이기도 했다.
그리스가 개판을 치는 바람에 유럽은 좀 더 늦게 유로화 사태를 맞이했으며 이제 막 극복하는 과정에 있었다.
터키는 점점 독일과 함께 낼 수 있는 목소리 하나만큼은 양대 산맥이 되어 가고 있었고 말이다. 이렇다 보니 중동 혐오 인종에서 터키인만 쏙 빠지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졌다.
한국은 제2의 번영기를 맞이하고 그동안 열심히 날을 갈던 자국의 최신 문화를 수출하기 시작했으며, 중국은 아직 미국을 상대하기에는 나약했다. 전쟁은 10년이 넘게 지났지만, 내전의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더불어 미국으로 향해야 할 증오는 전부 인도로 돌아갔다. 인도의 수작질이 드러난 탓이었다. 그렇기에 미국은 한결 더 수월하게 중국이라는 야생마의 고삐를 틀어쥘 수 있게 되었다.
2019년의 가장 큰 의의라면 미국이 드디어 완전히 미터법을 사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야 일부에서는 여전히 인치법이 들어간 부품을 사용하고 있겠지만, 적어도 올해부터 미국의 모든 생산 업체는 공식적으로 미터법 부품만을 생산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특수 목적에 한정하여 인치 부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특수 목적으로 분류되어 그 값이 미터 부품의 배의 배에 달하였다.
부시가 퇴임하고 나서 미사일 전함이 딱 하나 나왔는데, 그 미사일 전함에는 부시의 이름이 붙었다. 미사일 전함이 가지는 성능하고 별개로 미사일 전함이 억제력으로써 가지는 상징성만은 대단했으며, 보통은 특정 국가에 압력을 넣을 때 쓰였다. 더불어 미사일 전함이 항모전단을 움직이는 것보다는 훨씬 싸게 먹혔다.
미국은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크나큰 무리를 해야만 했다. 무려 25개의 항모전단이 세계 각지에 퍼져서 운용하게 되었으며, 완전히 F-22와 F-35가 주력기로 바뀌었다. 그리고 최초의 무인 전투기인 F-40이 올해 첫선을 보였다.
F-40은 실상 F-22 랩터와 F-35에서 축적된 기술을 합쳐 만든 것으로 무인 기술을 접목한 혁신적인 전투기였는데, 뉴스에서 떠들어 대는 ‘각종 로비’로 시끄러운 것을 보면 부시로서는 한숨밖에 나오질 않았다. 엔진에 불량품을 사용했다는 것이었는데, 그건 시간이 밝혀 줄 문제였다.
바뀐 듯 하면서도 바뀌지 않은 것도 있었다. 일본은 여전히 아베가 집권하고 있었고, 유가가 다시 올라가면서 러시아는 이전으로 회복했다. 도리어 그동안의 울분을 풀어내기라도 하는 듯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강력해지고 있었다.
“알았냐? 네가 한 짓들을? 새끼들. 한낱 노가다 십장이라는 놈이 여기까지 할 수 있을 거라곤 신조차 상상 못 해 봤을 거다.”
거기까지 말하고 부시는 끅끅 웃어 댔다. 그러다가 작은 웃음은 공동묘지 전체에 울려 퍼지는 폭소로 변해 어찌나 웃어 댔는지 경호 요원들이 버섯이라도 잘못 먹은 게 아닌가 싶어 전부 쳐다볼 정도였다.
그렇게 웃고 또 웃다가 과거의 설움을 담은 한숨을 내쉬었다. 부시는 올라올 때부터 들고 있던 소주의 뚜껑을 까더니, 잔 하나에 쭉 따랐다. 잔에 물결이 가시길 기다리며 유심히 지켜보다가 이내 그것을 들더니 부시는 술잔에 그동안의 추억과 감상을 담아 이렇게 말하였다.
“할 수 있었네.”
맛없는 알코올이 묘지를 적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