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8)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7화(38/377)
< 37편 >
‘정보를 가져오라고 했더니, 이게 정보야?’
미국의 대통령이 그렇게 국밥을 맛깔나게 먹었다는 게 정보랍시고 들고 온 국정원장에게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고 싶었지만, 속으로 감내했다. 하긴 이거라도 들고 온 게 어디란 말인가. 사실 반만 기대하고 있었으니 들고 온 정보도 반쪽짜리인 게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
‘그래도 그렇지 국밥? 진짜 이 영상에 찍힌 사람이 조지 부시는 맞고?’
화질이 썩 좋지 않아 이쯤 되면 조지 부시를 닮은 누군가를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만일 이 정보를 들고 온 조직이 국정원이 아니었으면 개소리하지 말라고 아무거나 손에 잡히는 족족 내던지며 즐거운 피구 대회를 열 정도로 그는 몹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오찬을 국밥으로 바꿔야 하나?’
그러나 김지훈 대통령은 이내 그것을 부정했다. 그 후미진 곳까지 갔으니, 그 집의 국밥을 먹고 싶었던 거겠지. 그렇지 않으면 번화가의 그 수많은 국밥집을 내버려 두고 그런 골목까지 갔겠나? 김지훈은 조지 부시와 친한 누군가가 이곳이 바로 한국의 맛집이라면서 꼭 먹고 오라고 신신당부한 게 아닌지 짐짓 추측할 뿐이었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도저히 모르겠군.’
좋게 말하면 한국에 관심이 많은 거였고 나쁘게 말하면 한국. 아니, 한반도 전체에 간섭이 많을 것이라는 소리였다.
요컨대 김지훈 대통령은 심통이 나 있었다. 겉으로 표출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참담한 심상은 그나마 폭풍우 속에서 돛이 부러진 난파선과 비교할 만했다. 무엇보다 그가 친 서방 국가의 대통령이라고는 하지만, 친 서방이 말이 친서방이지 당사국의 의지보다 서방 세계의 의지가 우선시 되면 그게 18세기 식민지랑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한반도의 특수성에서 나오는 이득 때문에 친미일 뿐이었지, 만약 그 특수성이 없었다면 구태여 친미일 필요는 없었다. 하긴 한국이 여기까지 올라온 건 어떻게 보면 세계정세를 최대한 활용한 덕분이기도 했다.
‘이제는 투자금을 회수하겠다 이거냐?’
김지훈 대통령의 기분은 나아지지 않은 채 한미 정상회담장의 문이 열렸다.
‘남의 면전에 대고 플래시를 터뜨리는 걸 불법으로 규정해볼까?’
김지훈 대통령이 심기 불편해하고 있을 무렵 부시는 들어오자마자 번쩍이는 플래시에 속으로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얼굴에는 반쯤 진지한 미소를 띠었는데, 그 모습이 퍽 인자하면서도 오만해 보였다. 실로 모순되는 말이었지만, 기자들은 하나 같이 그런 표정이라고 생각했다.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어디 갈 때마다 플래시를 8년 동안 맞고 있다가는 말년에는 맹인으로 지내겠군!’
부시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물론 도저히 믿기지 않겠지만, 그의 영혼에도 양심이라는 것이 존재했기 때문에 남을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따귀를 맞고서 다른 뺨을 내주는 성인군자는 아니었다. 김갑환이던 시절에도 맞으면 합의금이고 나발이고 바로 상단 발차기부터 나가던 게 바로 김갑환이라는 사내였다. 그것이 조지 부시가 되면서 양심보다 이기심이 앞섰을 뿐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미국의 개가 될 수는 없다.’
‘아무리 그래도 플래시를 불법으로 하면 곤란하겠지?’
어쨌거나 예정된 수순과 절차에 따라 두 나라의 대통령은 각자 속에 다른 마음을 품으며 손을 맞잡고 악수를 한 뒤 각자 자리에 앉았다. 그것으로 양국이 고대하던 한미 정상회담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어떻게든 테러 방지 노하우를 끌어내야 한다.’
‘어떻게든 북한을 조져야지.’
한 명은 테러 방지를 원했고 한 명은 북한. 정확히는 북한에서 만들고 있는 핵을 조지기를 원했다.
“미국 국내의 일로 바쁘신 가운데, 회담을 요청하자마자 오신 것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일단 한일 사이에 외교적 문제가 될 수 있는 일본보다 빨리 와서 감사하다는 말을 뺐고, 전투기로 오셔서 어처구니가 없었다는 말도 뺐다.
첫째는 한일 관계가 올해 들어서 여론적으로는 몰라도 외교적으로는 영 나쁜 편이 아니었고, 한국과 일본으로 동아시아를 어떻게 해보고자 하는 미국에게 건수를 만들어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바로 위에는 러시아가, 옆에는 중국이 있는 한국은 너무나도 연약한 존재였다. 지금은 서방 세계라는 방패를 들고 한미동맹이라는 칼을 잘 벼려놨으니 감히 그 누구도 한국을 가볍게 대하지 못했지만, 칼과 방패가 사라진다면 그 끝이 선명하게 보였다. 무역로가 차단된 남한은 너무나도 비좁은 땅일 뿐이었다.
둘째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논할 가치조차도 없었다. 그런 말이 나오면 농담이 아니라 외교 결례다. 물론 전투기를 타고 오는 것 자체가 더 큰 외교 결례긴 했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하자는 데로 다 들어주겠다는 건 아니다!’
한낱 개새끼도 밥 안 주는 주인은 버리고 도망치기 마련이다.
‘오냐, 얼마든지 제시해봐라. 그만큼 뜯어내 주마.’
“이로써 한미동맹 관계에 대해서 다시 한번 큰 확신을 주었고. 한반도에 평화의 꽃이 활짝 피고 있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한반도 평화의 꽃. 이는 북한말은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돌려 말하는 것이기도 했다. 대북화해협력정책에 시동 건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대북제재로 전환한다는 말인가? 그것은 김지훈 대통령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게 다 부질없을 짓이라고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었지만, 일단은 공약 아닌가? 만약에 그것을 뒤집더라도 본인이 뒤집어야 했지. 외세가 뒤집어서는 아니 되었다.
물론 그렇게 하면 당장은 김지훈 대통령은 편하긴 하겠지. 여론부터 국회까지 손에 손잡고 아리랑 겨레 돌면서 남북 화해 노선을 개박살 낸 부시 대통령을 쪼아댈 테니, 김지훈 대통령이 당장 욕을 먹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훗날 그가 어떻게 평가될까? 미국이 쥐고 휘두르면 휘두르는 데로 갈대처럼 휘둘린 비운의 대통령? 아니면 미국이 말하는 대로 움직이는 충성스러운 미국의 푸들?
‘허, 다 꺼지라지. 나는 가장 안정적인 대한민국을 만든 대통령으로 기억될 테다.’
대한민국은 강대국이지만 약소국이었다. 사상 위의 누각이라고 했던가? 누가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대한민국에 이보다 어울리는 단어도 없었다. 한 걸음만 잘못 나아가도 터지는 화약고. 그것이 한반도였으니까.
그렇기에 가장 안정적인 대한민국이다. 안정적인 대한민국이 김지훈 대통령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대한민국이었다.
“김 대통령의 말에 동의합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조지 W. 부시에게 달라붙어 있는 영혼은 아주 이기적이었다.
“그렇기에 하루라도 빨리 남북 관계가 전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이지? 노벨평화상이라도 받고 싶은 건가?’
그러나 김지훈 대통령은 스스로를 피식 비웃어 보였다. 자신이 한 생각이지만, 그보다 어처구니없는 공상도 없을 것이라 조소하면서 말이다.
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차라리 전쟁하면 전쟁을 했지, 말로 풀어나갈 성정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물론 전 프로필 파일에 의하면 후자에 가까운 성격이었지만, 지금껏 김지훈 대통령이 두 눈으로 직접 보아온 조지 부시는 전쟁광이었다.
그러나 참으로도 김지훈 대통령은 참으로 노련한 대통령이었다. 그렇지 않나? 정답을 ‘짜잔!’하고 맞혀버렸지 않은가?
‘와, 북한 문제만 해결할 수 있으면 이거 완전 노벨평화상 감 아니냐?’
“테러에 대응하는 모습, 그리고 테러범을 미연에 방지하고 수습하는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귀국의 우수한 테러 방지법을 어떻게 한 번. 이 한국에도 가져올 수 있지 않나.”
김지훈 대통령이 드디어 본론을 꺼내 들었다. 한국의 용건은 미국의 테러 방지 노하우 도입이었다. 사실 예산을 미치도록 퍼부어서 자본주의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에 가까웠다. 한국은 미국처럼 돈 지랄은 할 수 없었지만, 꿩 대신 닭이라고 땅이 몹시 좁았다. 땅이 좁다는 말은 커버를 쳐야 하는 범위도 좁다는 말이었고 따라서 들어가는 예산도 상대적으로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적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입니다. 우리 미국은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라 미국에 요청하는 모든 나라에 테러 방지 노하우를 제공할 의사가 있습니다.”
이는 도움을 끝까지 거절한 유럽을 비꼬는 말이기도 했다. 유럽에는 여전히 크고 작은 테러가 일어나고 있었다. 문화재 근처에 경비든, 경찰이든 순찰 인원을 대폭 늘린 덕분에 대규모 문화재 파괴 같은 일은 다신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 외의 구역은 여전히 취약했다.
‘흐흐, 유럽 새끼들. 어디 한 번 갈 데까지 가보라지.’
“또한,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미한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함으로써 한국의 한반도 수호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미한동맹은 군사부터 무역에 이르기까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니,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 있어서도 중요합니다. 미한동맹은 동아시아 안보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즉, ‘이 정도면 그만 경계할 때도 되지 않았냐?’라는 의미였다. 한 눈에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니, 부시는 반쯤 환장할 따름이었다. ‘아니, 뭐가 그렇게 문제인데?’라는 의미이기도 하였다.
‘그래, 한미동맹. 그게 네가 걸고 있는 목줄이라는 말이지?’
물론 말이란 참으로 스펙트럼과도 같아 아무리 같은 말, 같은 단어라도 관찰자에 따라서 그 의미가 변하곤 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도 이 진리는 바뀌지 않았다.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께서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를 생각하신다면, 언제까지고 한미동맹은 굳건하리라 믿습니다.”
‘그래도 실익은 취했다.’
미국의 노하우 전수 약속을 가장 먼저 따왔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맞는 말입니다. 나는 기회가 된다면 미국, 한국, 북한 정상 셋이 판문점에서 회담했으면 합니다. 나는 진정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일국의 전투력과 맞먹는 항모 전단을 셋이나 이끌고 전투기까지 타고 온 게 누군데 평화 같은 소릴 한단 말인가?
‘그럼 적어도 항모 전단은 한국에 입항하지 않는 건가?’
입항 사실에 대해서는 미국 측이 자꾸 대답을 회피하며 애매하게 답변을 돌려주는 바람에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북한에 의지만 있다면, 나는 당장 내일이라도 판문점에서 회담을 가질 것입니다.”
부시가 오로지 자기 기분대로 만들어간 핵폭탄과도 같은 선언에 기자들은 자신의 본분인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일조차 잊고 잠시간 정적에 휩싸였다가, 누군가 반사적으로 터뜨린 플래시를 시작으로 플래시가 태풍과도 같이 빗발쳤다.
‘이 새끼 진심인가?’
김지훈 대통령이 만든 외교용 가면을 뚫고 나오려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숨기려 급급했다는 건 훗날 김지훈 대통령이 쓴 자서전에서 저술되어 비로소 세상에 밝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