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39)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8화(39/377)
< 38편 >
「북한에 의지만 있다면, 나는 당장 내일이라도 판문점에서 회담을 가질 것입니다.」
부시의 폭탄선언이 카메라를 타고 전 세계의 TV를 통해 송출되었다.
물론 이 발언에 모두가 경악했음은 더 말할 것도 없으리라. 모든 것을 자기 좆대로 하려는 사람이 초강대국 대통령이니,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도 참으로 글로벌했다.
이 발언에 경악하지 않은 사람은 회담장에 들어서기 전에 부시의 구상을 대충 들은 미국의 실무진 정도였다. 그들이 무슨 힘이 있어서 부시의 입을 막는다는 말인가? 아니 더 나아가서 대관절 부시의 입을 막을 이유가 무엇인가?
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 국가인가? 대통령이 제의하고 연방 의회가 승인하면 돌아가는 게 바로 미합중국 아닌가? 연방 의회에 있어서 부시의 행보는 막고 싶어도 막을 수가 없었다. 아니, 막기 싫은 것에 가까웠다.
연방 의회든 뭐든 집단이 단결되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공감대’ 형성이다. 즉, 부시의 행보는 좋든 싫든 의회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테러 혹은 재난으로부터 미국을 수호해야 한다는 공감대 말이다.
철저히 비밀로 한 연준 개입 건을 제외하면 연방 의회의 심기를 건드릴만한 게 없었다. 그런데 이것마저도 알고 있어야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 않은가? 모르면 합법이다. 모르면.
그래도 구태여 야당의 눈에 거슬릴만한 것들을 꼽자면 신병기 개발 예산을 늘린 것, 소방 예산을 크게 늘린 것, 테러 방지 명목으로 경찰 예산을 오버시킨 정도다.
문제가 있다면 신병기는 야당뿐만이 아니라 공화당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었고 이를 장판파 장비처럼 정면에서 반대하던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실각한 지 오래였다. 소방 예산 늘리는 거야 반대하면 매국노 개새끼였고, 경찰 예산 오버야 당장 옆 동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고만 있어도 ‘차라리 예산을 더 늘려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요컨대 무어라 제재할만한 건수가 없단 말이다. 결정적인 무언가가. 더불어 대통령의 인기와 권한이 가장 높은 시절을 찾아보라고 하면 모두가 바로 지금 부시 정권을 꼽으리라. 다만 그렇다고 부시의 행보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도리어 문제투성이였다.
문제는 현 미국이 그 문제투성이 대통령을 요구하고 있었다는 게 문제지. 지금의 미국은 밖으로 자신들이 이룩한 힘을 밖으로 투사하길 원하고 있었다. 9.11은 그 방아쇠 역할을 했을 뿐. 어느 순간 미국은 무언가 자신들의 힘을 보여주려고 하긴 했을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힘이 빠지고 평정심을 되찾으면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고 ‘전쟁 그만! 사랑과 아가페를!’ 같은 문구를 내걸고 반전시위 행렬이라도 만들었겠지만, 적어도 그게 지금은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야당이 잡을 수 있는 꼬투리라고는 부시 대통령의 모난 행실 정도였다.
당장 이번만 해도 거의 단독으로 현지에 가서 통보하듯 대북 외교방침을 선언했다. 물론 SAM 27000을 타고 방한한 실무진 중에는 국무장관인 콜린 파월이 있긴 했지만, 콜린 파월은 큰 힘을 쓰지 못했다. 힘을 쓰지 못했다기보다는 대통령의 유화책에 찬동했다는 말이 맞았다.
콜린 파월은 기본적으로 사상이 온건하며 전쟁을 여러 번 겪었기 때문에,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지 경험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였다.
이론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과 경험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은 경각심이 정도가 달랐다. 물론 이론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이들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경험이 있는 것과 이론만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전쟁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격차가 날 수밖에 없었다.
이론적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보통 전쟁에서 얻을 이득과 차익부터 고려한다면, 직접적인 경험이 있는 자들은 전쟁에서 잃을 손실부터 걱정하게 된다. 물론 모든 경우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콜린 파월은 그랬다.
여하튼 다시 의회 이야기로 돌아와서, 현 여당인 공화당은 반으로 갈라졌다. 부시의 카우보이 짓을 반기는 네오콘 계열 의원과 그래도 저건 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는 비 네오콘 계열 의원으로 나뉘었다.
사실 반이라고는 했지만. 실상 공화당의 3분의 2는 네오콘에 계열에 가까웠다. 완전히 네오콘은 아니었지만, 시대와 부시가 만들어낸 기류에 편승한 부류라고 할 수 있으리라.
현 정부와 대통령을 견제해야 하는 야당도 사정은 거기서 거기였다. 야당은 여당을 대놓고 견제하는 것이 미덕이라지만, 반대할만한 안건이 있어야 견제를 하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닌가?
9.11 사태가 있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딱히 거부할만한 안건이 없었다. 물론 공화당에 내놓은 법안에 격렬히 반대한 적은 있었어도 재난 및 국방에 관련된 부시의 법안을 반대할 이유가 없었단 말이다. 물론 아예 반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공감대 형성에는 로비스트라는 번외편이 존재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 로비가 먹혔느냐 하면, 고개를 갸웃할 일이었다.
미국 최대 로비스트가 정유와 총기인데, 9.11이라는 초유의 재난 사태 덕분에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늘어나 총기는 더 잘 팔렸고. 정유 쪽은 부시가 ‘한 놈은 반드시 물귀신으로 데리고 가겠다!’라고 엄포를 놓은 데다가, 막대한 셰일에 눈이 팔려있으니 로비가 움직일 곳이 마땅치 않았다.
특히나 중동이 불안정하다 보니까, 그렇지 않아도 상승세를 타고 있던 유가가 더더욱 올라가고 있어서 정유사들은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여유가 없었다. 여유가.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의회는 약간 혼란스러웠지만, 제법 온건하고 나름 공감대를 형성하는 정책을 펼쳐 나가는 부시에게 일방적으로 ‘아직’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그 ‘아직’이 언제 바뀔지는 아무도 몰랐다.
* * *
‘아, 고놈 양키 새끼 미쳤다 미쳤다 했는데 진짜로 미쳤는지는 몰랐구먼, 기래?’
지금쯤 북한이 어떠했느냐 하면, 그냥 막막했다.
사람이 하도 어처구니가 없으면 허탈해진다는 말이 있잖은가. 김정일이 딱 그 꼴이었다.
‘아니면, 사실 내가 미쳐버린 건가?’
적어도 둘 중 하나가 미쳤음은 틀림없으리라. 결론만 말하면, 둘 다 미쳤다는 게 맞지만. 조지 부시나, 김정일이나 모두가 자신만큼은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둘 다 강하게 반대하거나 말릴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었다.
민주주의의 최선봉의 미친놈과 주체사상 최선봉의 미친놈이 어쩜 이리도 꼭 빼닮을 수 있나? 외모만 비슷했으면 어릴 때 사별한 형제인 줄 알았을 거다.
‘이건 협박이다.’
부시는 항모전단을 3개나 한반도로 진로를 고정하면서 실상 선택지를 2개로 좁혀버렸다. 그동안 한국이 ‘나랑 같이 살래! 나랑 같이 죽을래!’라면서 점점 압박해온 것과 질이 전혀 달랐다. 미국은 지금 ‘나와. 나오라고!’라면서 총도 아니고 대전차 미사일을 아가리에 들이밀고 있잖은가?
영화로 치면 한국의 장르가 스릴러 로맨스였다면, 미국은 할리우드 액션이었다. 김정일의 눈에 비친 부시는 일단 모조리 다 부수고 보겠다는 의지가 충만했음을 확실히 느꼈다. 그것은 동질감이라면 동질감이었고 미쳐있기에 알 수 있는 무언가였다.
북한은 언제나 플랜 C가 있었다. 현대 산업의 쌀! 주체사상의 결정체!
핵이었다. 물론 진짜로 그렇다는 게 아니라 김정일이 이렇게 생각했다. 김정일에게 제일 중요한 건 자신의 목숨과 권력이었으니까. 그에게 산업의 쌀이란 철강도, 석유화학도, 반도체조차도 아닌 오로지 핵무기였다.
‘날아라 날아 백두산아! 정의로 뭉친 포탄 백두산 1호!’ 그랬던 게 어제긴 했는데, 날긴 뭘 날아. 지금 당장 뒤지게 생겼구먼.
“이 미치광이를 보았나?”
매일 자기 말이 맞네, 틀리네! 떠들던 관료들도 오늘따라 입이 무거웠다. 여기서 입을 여는 것이 자신의 삶을 이어가는 행위에 도움이 되지 않음을 깨달은 탓이다.
“아! 거, 뭣들하고 있어. 의견들 좀 말해 보라우!”
김정일은 진심으로 답답해 죽겠는지 가슴을 팍팍 쳐댔다. 그냥 왔으면 자존심 접고 내려가고 말지, 이런 식으로 내려가고 싶지는 않았다.
“말도 안 되는 횡포입네다! 면전에 대고 총 겨누고 화해하자고 하는 놈이 세상천지에 어디 있다는 말입네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러니 우리도 미사일로 가져다가 맞대응해야 합네다!”
군관 하나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었다. 얼핏 들으면 너무나도 당연한 소리였다. 평소라면 김정일도 ‘기래! 바로 그 정신이야!’하고 넘어갔을지도 모르지만, 김정일은 자신의 권좌를 지키는 덴 신적이라고 해도 좋을 능력을 지녔지만, 감정 기복은 실로 사춘기 애새끼와도 같았다. 기분이 좋을 땐 금은보화를 내려주지만, 기분이 나쁘면 손짓 하나로 삼대를 멸족시키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김정일 본인도 총부리로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 아닌가? 지금 김정일은 몹시 기분이 더러웠다. 즉, ‘그럼 저 아새끼가 지금 나를 돌려 깐 건가?’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고것 참 기분이 더럽구나!
“숙청하라우.”
“도, 동지! 저는 그저…! 으아악!!!”
그는 이 자리에서 당장이라도 벗어나고 싶었던 군관 둘에 의해서 연행되었다.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질질 끌려가는 모습이 참으로 눈 뜨고 못 봐줄 정도였지만, 이 방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은 그 둘을 끌고 나가는 군관 둘에게 맞춰져 있었다. 이 연옥에서 벗어난다는 부러움이라는 시선 말이다.
“자, 다른 사람. 의견 있으면 말해보라!”
그러나 입을 열 리가 있나. 김정일의 행동거지에서 우러러나오는 살기가 공포 호르몬 생성을 촉발했다. 공포는 전염되어 모든 이의 뇌의 용량을 전부를 생존본능에 할당하도록 만들었다. 물론 화학, 물리적으로 가능할 리가 없었지만. 적어도 생존 이외의 사고를 가지고 있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다들 뭐해? 우리 공화국에는 이리도 인재가 없나? 여기 모인 것들은 죄다 밥버러지인가? 지금 인민의 고혈을 빨아먹자고 모여 있는 거야? 의견 좀 내보라우! 의견을!”
모두가 눈치를 보고 있는 와중에 짬에서 완벽하게 밀린 당원 하나가 입을 모범 답안을 가지고 입을 열었다. 그는 목숨보다 출세가 더 중요한 이였다.
“동지! 지금이야말로 미제 수괴놈의 모가지를 따버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네다! 미국이라면 몰라도 남조선에는 공작원이 있습네다! 지금이라도 명령을 내려주시라요! 그리하면 제가 직접 가서 모가지를 따서 수령 동지의 주체사상 적화통일을 이룩하겠습네다!”
북한에서 이보다 완벽한 답안이 있을 수가 있을까? 본인이 가겠다고 하잖나?
물론 할 수 있겠지. 성공 확률도 꽤 높을 거다. 다만 그랬다간 정말로 전면전쟁이다. 김정일은 확실히 죽겠지. 군관들이야 시킨 대로 했다고 엉엉 울면서 잡아떼면 그만일 거고. 혹시 또 모르지 명령을 내리자마자 김정일 대가리에 납탄이 박힐지.
‘즉, 앞뒤 생각하지 않고 총애만 얻기 위해서 부르짖은 아부란 말이렷다!’
너도 참 기분이 더럽구나!
“동지! 이, 이럴 수는 없습네…! 아악!!!”
그렇게 또 두 사람이 이 지옥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모두가 침묵에 휩싸였다. 모범 답안도 안되면 침묵만이 답이었다. 욕 좀 먹겠지만, 죽지는 않겠지.
“왜 아무도 대답이 없니?”
김정일의 입에서 다시 한번 호통이 나올 찰나였다.
“일단 내려 가보는 건 어떻습네까?”
“무어라?”
감히 어떤 놈이 김정일한테 내려가라고 한단 말인가? 지금 내려가기 싫어서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 아닌가. 이는 거의 반기 수준의 발언이었다.
김정일은 눈을 부릅떴다. 감히 누가 김정일에게 반기를 들었는지, 그러나 이번만큼은 김정일도 무어라 마음대로 숙청할 수는 없었다. 그 인물의 이름이 장성택인 탓이었다.
“판문점 가서 입만 열어줘도 미제놈들이랑 남조선 아새끼덜 좋아라 까무러칠겁네다. 그럼 언제나처럼 쌀만 좀 받아오면 되는 거 아닙네까? 고조 미제 새끼덜이라면 석유라도 펑펑 주지 않겠습니까, 기레?”
그리고 그는 실실 쪼갰는데, 아부 좋아하는 김정일이 보기에도 참으로 간사한 웃음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금껏 북한이 한국에서 펼친 대북화해협력정책에서 취해온 자세이기도 했다.
“개소리 말라! 지금 이게 그렇게 간단한 사안으로 보이디?”
물론 이를 장성택도 모르고 있는 바는 아니었으나, 이대로 있으면 적잖아 여기 있는 관료의 절반 정도는 총포탄에 터져 죽을 것 같아서 총대를 맨 것에 불과했다. 이번에 내려가면 남조선과는 별도로 북한도 어느 정도 ‘무언가’를 보여줘야 했다. 그 무언가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의 쇼맨십으로는 명백한 한계가 있었다.
‘아니야, 아니야.’
김정일의 조울증이 도졌다. 갑자기 김이 새버린 것이다. 김정일은 고개를 흔들며 자신만의 세상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본 장성택은 살았다며 속으로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예로부터 위기는 기회라 하였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언제나 북한은 중간에 껴서 전력으로 방해하고 있는 남조선이 아니라 미국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원하지 않았나? 물론 형세가 제법 불리하긴 하지만, 근 핵 개발이 끝나도 그건 마찬가지일 터였다. 그렇다면 차라리 지금이 더 대화하기 편하지 않을까?
‘그래도 한 번에 내려가면 곤란하지.’
“장성택이!”
실제로 쫄리고 있더라도 쫄리지 않게 보이는 것이 외교다. 하루 정도는 튕겨 줘야지.
“내일 즈음에 성명 내라고 하라.”
“무어라 냅니까?”
“내가 내려간다고!”
이것으로 한미북 삼자 회담이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