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4)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3화(4/377)
< 3편 >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부통령과의 대화가 끝나자 곧바로 펜타곤을 찾아갔다.
부시의 눈에 정 오각형의 펜타곤의 일각이 무너진 처참한 광경이 비추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원래 역사보다 조금 더 크게 무너진 펜타곤에 그는 몹시 당황스러워했지만, 상정 내였기 때문에 곧 평정을 되찾았다.
불이 완전히 진압되고 난 뒤 수색과정으로 접어든지라 구조대원과 소방관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피해서 살아남은 펜타곤의 장성들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현장을 책임지는 이들은 남아 있었다. 저 멀리 통제선 밖에서는 기자들이나 구경꾼도 존재했다.
복식도 성별도 나이조차도 각양각색이었지만, 그들을 모두 아우르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들 모두가 미국 시민이었으며 표정이 침울했다는 점이었다.
“럼즈펠드 국방장관. 피해 현황을 보고해 보게.”
“보고서는 백악관으로 갔을 겁니다만.”
“보고서? 그딴 건 현장 사정으로 몇 번이고 바뀌기 마련일세. 현장에서 듣는 게 가장 정확하지.”
럼즈펠드는 속으로 조용하게 단어를 가다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보시다시피 펜타곤 서쪽 편 일부가 붕괴했고 테러리스트, 승객들은 전부 사망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백업 허브는 멀쩡하니 자료 손실은 극미할 것 같습니다.”
‘핵을 맞아도 멀쩡하도록 펜타곤을 다시 지어야겠군.’
국방장관 도널드 럼즈펠드는 딕 체니의 스승이 아니랄까 봐 정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몹시 거대했다. 둘은 똑같이 기회주의적이었으나 딕 체니가 기회를 기다리는 곰이라고 한다면 럼즈펠드는 기회가 보이면 몇 번이고 물어뜯는 뱀이었다.
네오콘에서도 선봉장의 역할을 맡은 그는 젊었을 적에는 모두가 한 입을 모아 칭찬하는 인재였으나 지금은 모두가 한 입을 모아 고지식한 늙은이라 불렀다.
“그래도 각하의 선견지명으로 펜타곤의 장성, 관료들은 무사히 탈출했습니다. 이는 축하해야 할 일입니다.”
그렇기에 딕과 럼즈펠드는 분명 같은 것 같으면서도 다른 사람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공통점이 있었다. 그 둘은 조지 부시를 다루는 방식이 판박이였다.
럼즈펠드는 오늘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의 대통령이 가장 위대한 자신의 혀 아래에서 놀아날 것을 확신했다.
“축하? 그게 축하할 일인가? 여기서 59명이 죽었네! 그중 미국 국민이 53명! 외국인이 6명이 죽었소! 내 명령으로 당신들을 지켜줄 수는 있었어도 무고한 국민들을 지켜 줄 수는 없었단 말이오! 이게 얼마나 비통한 일인지 알고 계시오!?”
그래서 그가 분노했을 때는 몹시 당혹스러웠다. 적당히 찬양해주면 부모에게 칭찬이라도 받은 아이처럼 금세 우쭐해질 줄 알았지만, 아무래도 테러의 충격이 그에게 깊이 박혀있는 모양이었다. 따라서 럼즈펠드는 차선책을 택하기로 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각하. 듣기로는 다른 테러들을 예견하시고 막지 않으셨습니까?”
“유나이티드 93편은 내가 발단을 만들어준 건 맞지만, 그 기적을 만든 건 온전히 기장과 승객들의 몫이었소”
“대통령 각하는 항상 겸손하시군요.”
“겸손? 이게 겸손이라면 지나가던 개가 다 웃을 지경이로군.”
“생각보다 테러에 대한 충격과 상심이 크신 것 같습니다. 부통령에게 말해서 카운슬링을 추진하겠습니다.”
“그만! 잘 들으시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예, 대통령 각하.”
“군을 준비하시오.”
군! 그 소리를 들은 럼즈펠드는 자꾸만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손가락으로 눌러 내려야 했다. 척수 반사적으로 올라가는 입꼬리는 얼굴 힘만으로 도저히 제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늙으면 늙을수록 표정에도 힘이 없어져 간다는데 어찌하여 입꼬리는 이리도 자꾸만 올라간단 말인가?
“항모전단에 잠들어있는 전투기와 폭격기의 배때기에 석유와 화약을 집어넣어 깨울 준비를 하란 말이오.”
아무래도 부통령의 설득이 먹힌 것 같았다. 이 얼마나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단 말인가! 그러나 럼즈펠드는 폐쇄된 공간도 하물며 도청이 방지된 방도 아닌 야외에서 그런 헤픈 모습을 보일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입꼬리는 내리고 표정은 굳힌 체 풍채는 당당하고 엄숙하고 근엄하게.
“예! 대통령 각하!”
그는 자각하지 못했지만, 그것은 전형적인 네오콘의 얼굴이었다.
* * *
유나이티드 93편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진 이후 대통령 자유 훈장에 대해서 논의되었다. 훈장이야 이미 떼놓은 당상이었고 어디서 수여할 것인지가 가장 큰 화두였는데. 내 입에서 나온 한마디가 온갖 황색언론에서 파생된 탁상공론을 종식 시켰다.
“백악관.”
이유는 다음과 같았는데, 유나이티드 93편에서 체포된 테러리스트들이 자백한 자살 테러 목표가 백악관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던 역사에서는 승객들의 반란으로 테러리스트들이 그냥 땅에 꼬라박았기 때문에 훗날 많은 이들이 원래 목표가 국회의사당과 백악관 둘 중 하나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었지만. 내가 만들어낸 역사에서는 완벽히 밝혀낼 수 있었다.
친 공화당 언론인 FOX는 물론이거니와 CNN나 ABC. 뉴욕 타임스 같은 진보 친화적인 언론조차도 이번만큼은 대통령에게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하여 나는 백악관 앞에 세워진 임시 단상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곳에는 내가 아는 역사에서는 죽었을 7명의 승무원과 33명의 시민들이 자유 훈장을 받기 위해 도열해 있었다.
“시작하기 전에 하나 한가지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나는 최대한 익살스럽게 웃으며 말을 꺼냈다.
“내 보좌관 중 한 명이 그러더군요. 오후에는 중요한 미팅이랑 회의가 있으니 한 명만 직접 달아주고 나머지는 약식으로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요.”
정말이었다. 그야 받는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도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상식적으로도 그렇게 하는 게 맞았다. 제아무리 자유 훈장 수여식이라지만, 당장 전시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시점에 나랏일이 늦어서야 말짱 도루묵이니 말이다. 거기다 수여해야 할 대상이 40명이나 된다면 더더욱 그러했다.
“그 아이디어를 낸 친구는 제가 직접 감봉 처리했습니다.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입니까! 대통령 자유 훈장은! 여러분이 지켜낸 조국은 그렇게 값싼 것이 아닙니다!”
뒤에서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상자를 가지고 튀어나왔는데 그 수가 딱 40개였다.
“르로이 호머 주니어!”
그의 기장을 호명하자 기장은 군인처럼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 나왔는데. 실제로도 그는 공군 출신이었다. 원래는 모르고 있었으나 대통령이라는 직함은 허울이 아니라는 듯 손짓 한 번으로 깔끔하게 인적사항이 정리된 파일 하나가 손안에 들어왔다. 그의 최종 계급은 소령으로 C-141 수송기 교관이었던 모양이었다.
내가 아는 역사에서 그의 사후에 온갖 상과 표창장을 받았다. 국립 기념관에는 그의 이름이 다른 승객과 함께 새겨졌고 그의 아내는 항공 관련 장학금을 수여하는 재단을 설립하게 된다.
그딴 게 대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죽어서 얻을 수 있는 명예는 빛 좋은 개살구와도 같았다.
“고생했네. 그런 긴급 착륙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조지 W. 부시 또한 젊은 시절에는 공군으로 복무했었다. 공군이었던 아버지를 따라서 똑같이 공군이 되었지만, 그에게는 아버지처럼 위대해져야 한다는 압박감이 존재했다. 그러나 배치를 받은 곳이 텍사스 149 비행대였고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텍사스를 F-102로 한 바퀴 도는 것에 불과했지만, 다년간의 비행경험으로 비상착륙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는 알고 있었다.
물론 그게 나는 아니었지만, 조지 부시의 기억상으로는 존재하고 있었다. 떠올리기 위해서 꽤 노력해야만 알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기장이 단상에 서서 입을 열었다.
훈장이야 전부 다 직접 달아줄 생각이었지만, 그중 기장은 단상에 서서 소감을 연설할 수 있는 특별히 대화할 기회를 얻었다. 그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차피 그럴 예정이었기 때문에 흔쾌히 승낙했지만 말이다.
“저는, 저는.”
그는 무언가 말하려더니 그것을 삼키고 목을 가다듬었다.
“여느 때와 같은 항행이었습니다. 테러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부터는 기분이 영 좋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게 제 비행기가 될 수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관제탑에서 비행기의 문을 잠그라는 명령이 전파되고 난 다음부터는 그 긴장을 가다듬어야 했습니다.”
모든 카메라와 플래시가 그에게 집중되었는데 대통령인 내가 나올 때보다 더 집중하는 것 같았다.
“기장은 비행기의 책임자입니다. 그것은 기장은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저에게 시련을 내리셨습니다.”
관료와 기자를 가리지 않고 좌중은 마치 비 오는 날 할머니가 들려주는 무서운 동화를 듣는 것처럼 극도로 긴장해 있었다.
“조종석 문밖에서는 아랍어 억양의 영어가 들렸고 저는 부기장에게 납치 코드를 사용하고 문을 막을 것을 명령했습니다. 부기장은 블랙박스에 대고 유언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테러리스트들이 대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랐죠. 칼? 총? 폭탄?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싶었지만, 저는 무슨 일이 일어나기 전에 최대한 빠르게 착륙해야만 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현장이 느껴지는 생생함에 그 흔한 플래시조차 하나 터지지 않았다.
“속력이 아슬아슬했기 때문에 불안했지만, 활주로는 이미 보였고 이제 착륙해야만 했습니다. 다시 시도할 수도 있었지만, 그 다시 시도하는 시간 사이에 테러리스트가 무슨 짓을 할지 두려웠습니다.”
기자들은 볼 수 없었겠지만, 나는 그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윽고 부기장의 유언 녹음이 끝났고 저에게도 권유했지만, 전 유언은 남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감사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상부에서 내려온 문을 닫으라는 명령이 없었으면 그 불안정한 착륙 시도조차도 못 해봤을 것이 틀림없었으니까. 활주로에 랜딩 기어가 닿기 일보 직전의 순간이었습니다. 관제탑에서 그러더군요. 상부에서 내려온 명령이긴 하지만 실은 더 높은 곳에서 온 명령이니 그 사람에게 감사하라고.”
거기까지 말하고 그는 악수나 인사가 아니라 공군식 경례를 했다.
“감사합니다! 대통령 각하!”
그의 충혈된 눈에서는 안도감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감정은 전염된다고 그러던가? 시민들 사이에서도 눈물을 흘리는 이가 나타났고 기자나 관료들도 눈물을 훔쳤다.
기장이 가지고 있는 책임감은 이 업계에서 가장 존경받아 마땅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집에 잘 돌아왔네.”
나는 그를 안아주었다.
* * *
CIA가 이 잡듯 뒤질 것도 없었다. 알카에다. 즉 오사마 빈 라덴이 중동의 보도 전문 채널인 알 자지라 방송에 테이프를 보내 자축을 했기 때문이었다. 악이 오를 대로 오른 미국을 약 올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힌 테이프는 모든 지지계층을 넘나들어 미국인이라는 깃발 아래 단합시키기에 충분했다.
미국인들은 분노했고, 정의가 집행되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렇게 배후가 밝혀지자 긴급히 국회가 소집되었고 모든 상하의원이 모이기도 전에 언제나 그렇듯 토론은 격렬해져 갔다. 공화당 네오콘들은 언제나 그렇듯 이라크를 부르짖고 있었고 테러의 열기에 휩싸인 의원들은 자신이 의심하는 국가, 세력, 단체는 일단 다 입 밖으로 꺼내보고 있었다.
웅성거림은 어느새 소란이 되었고 소란이 되었을 무렵에는 모두의 머릿속에는 당파를 가리지 않고 공통된 생각이 들어차 있었다.
세계 최강국 USA의 창끝은 어디로 돌아갈까?
그리고 나는 그것이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만! 정숙! 정숙하시오!”
나는 국회의사당의 문을 박차고 들어가며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처음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던 의원들이 점차 누가 이 국회의사당에 들어왔는지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정치는 성적도 성격도 아닌 눈치라더니 정말 그 말대로였다.
‘드디어 사람다운 대화를 할 자세가 된 것 같군.’
잔뜩 성이 난 대통령이 당장이라도 ‘테러와 전쟁을 하자!’라고 외칠 줄 알았던 의원들은 몹시 당혹했을 거다. 대통령이 갑자기 엄숙한 표정을 지으면 더더욱 그렇겠지.
“이 테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잠시 애도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국회의사당이 지어진 이후 그 어떤 때보다 정숙한 분위기가 흘렀고 공화당, 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침묵 속에서 묵념이 진행되었다.
네오콘들은 ‘이게 아닌데.’ 같은 표정이었지만, 이 분위기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상하의원 여러분. 2001년 9월 11일. 우리 미국은 차마 입에 담기조차 역겨운 오사마 빈 라덴에게 공격당했습니다. 그 혐오스러운 작자들은 자신들의 짧은 승리를 자축하고 있습니다.”
오사마 빈 라덴. 영미권을 나가면 중동 테러리스트 수장쯤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실은 더 복잡했다. 영국에서부터 유럽을 넘어 아프리카까지. 또 아프리카에서 인도까지. 또 인도에서 인도네시아까지 아우르는 국제적인 테러조직인 알카에다의 수장이었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선 한 뺨을 맞으면 다른 뺨을 내어주라 하셨지만, 우리는 그런 성인군자가 될 수 없습니다. 약 3,000명의 국민이 테러라는 괴물에 희생양이 되었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수천 명의 국민은 PTSD에 걸렸을지도 모릅니다.”
다시 내려갔던 보복의 열기가 다시 오르려던 차에 대통령이 끊지 않고 계속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성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이 괴물이 되었다고 우리까지 괴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절대 무고하고 힘없는 자들에게 화풀이해서는 안 됩니다.”
네오콘. 특히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표정이 가관이었지만, 알게 뭔가. 그들의 같잖은 애국심을 채워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러나 마침 적이 확실히 정해졌습니다. 알 카에다. 오사마 빈 라덴. 이제 여기 계신 모두가 알고 있는 이름이죠.”
적은 정해졌다.
“이것은 전쟁이 아닙니다. 정의로운 심판을 위한 체포 작전이 될 것입니다.”
세계 경찰. 미국인이라면 모두가 좋아하지 않은가?
“저는 이 체포 작전의 승인을 의회에 요청하는 바입니다.”
만장일치로 통과를 알리는 목소리가 국회의사당에 울려 퍼지고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세계 경찰. 그 말에 네오콘마저 대부분은 좋아했지만 몇몇 네오콘들의 표정은 썩 만족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특히 부통령의 표정이 가장 굳어 있었는데,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알리라.
“지금 이 자리에서 오사마 빈 라덴 체포 작전. 즉, ‘충격과 공포’ 작전이 공식적으로 승인되었음을 선포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