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42)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41화(42/377)
< 41편 >
‘허허, 이 애미나이가?’
그러니까, 여기서 저 딜을 받으면 진짜로 합의문대로 핵무기 개발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물론 완공 이후 무시하고 연구를 강행해도 그만이었지만,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겠나? 그것은 북한 정권의 끝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이걸 받질 않으면 핵무기 개발 의사로 간주해서 만수대 의사당이 불타오르는 꼴을 직접 목도하게 되리라. 당장 내일 항모 전단에서 폭격기가 날아오르지는 않겠지만.
“어떻소. 2003년 늦어도 2004년이오.”
정정하자. 내일이 아니라 오늘 날아오를 거 같다.
‘저 미치광이 개간나!’
선택지는 2개인데, 과정은 틀리고 결과는 같았다.
“2, 3년 만에 만들면 문제가 많지 않겠습네까? 공사 기간을 긴박하게 잡으면, 로동자 동무들도 많이 위험해질겁네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정일이가 미국 노동자를 걱정하다니! 부시는 이 소리를 듣자마자 터지려는 웃음을 억지로 욱여넣었다.
“고저, 부실공사도 염려되고.”
부실공사라! 그렇지 않아도 한계까지 참고 있었던 부시의 웃음보에 이중 타격을 가했다. 어디까지 받아들이나 궁금해서 억지로 짧게 잡았는데, 부실공사 소리가 나오다니! 만약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그땐 이미 ‘핵 개발 장비, 자료’를 모조리 폐기하고 난 다음일 테니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과연 정말로 민간 노동자만 가겠는가? 그들을 지킬 사람도 있어야지. 그럼 과연 그들을 지킬 사람이 누구일까?
“하하하! 이렇게 인민을 깊게 생각하시다니, 그럼 2005년은 어떻습니까?”
마음 같아서는 ‘끄억! 끄어억!’거리며, 숨넘어가게 웃고 싶었지만. 폭소를 호탕한 웃음소리로 가장했다.
김정일은 어떻게든 이 주제에서 벗어나고자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지껄여야 했다. 차라리 다른 대통령이면 그냥 화를 내고 말겠는데, 정말로 화를 냈다간 이 판문점을 무사히 나갈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물론 다들 알다시피 회담 도중에 회담 상대를 살해하는 법은 없었다. 물론 당연히 이건 ‘상식’ 부류에 속했다.
문제는 김정일이 당장 인식하기로는 조지 부시는 그 마땅히 있어야 할 ‘상식’이 결여되어 있었다. 저 머리통 속에 상식이란 게 존재한다면, 적어도 회담하겠다고 전투기랑 항모 전단을 끌고 오지는 않았겠지.
자신도 기분 나쁘면 숙청이라면서 교화소로 보내는 게 아니라 저승으로 보내줄 정도로 꽤 미친놈 소리 듣고 살았지만, 미친놈도 급이 있지. 저런 막 나가는 반열은 아니었다. 그래도 북한이 국제 외교에서 눈치 하나만큼은 수준급 아닌가? 국내에서야 막 나가지, 외교에서 막 나간 적이 있긴 하던가?
지나가던 행인 한 명 붙잡고 물어보면 누가 누구더라 미친놈이냐고 할 것이다. 적어도 부시의 입에서 나오는 건 평화였으니까 말이다. 물론 김정일도 이를 모르는 바가 아니었으나, 그건 미국과 남조선의 평화였지 북한 정권의 평화는 아니지 않은가!
의외로 별말 없이 옆에 있던 김지훈 대통령의 머리는 급박히 돌아가고 있었다. 일이 하루 만에 전개되다 보니까 머리가 하도 복잡하긴 했지만, 이런 일을 이겨내는 것이 바로 대통령 아니겠는가? 그러나 머리를 아무리 굴려봐도 나오는 대답은 언제나 하나였다.
‘이건 기회다!’
대한민국으로서 손해 볼 건수가 거의 없었다. 이대로 경수로 사업을 진행하면 미국의 자본이나 한국의 자본이 흘러갈 터니 말 터이니 말이다. 자본이 한번 물꼬를 트기 시작하면 곧 소련처럼 붕괴하고 말겠지.
다만 이 조건에는 항상 김지훈 대통령이 골머리를 싸매던 핵 문제가 있었다. 부시의 방식은 다소 과격하긴 했다만, 이렇게 하면 확실히 북한의 핵실험은 역사 속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게 되리라. 국제 원자력 기구가 주기적으로 북한을 들락거릴 건 틀림없었고, 어쩌면….
‘주북미군이 생길지도 모르겠군!’
더불어 이 시대는 아직 북한 붕괴론이 대세였던 탓에 북한 전문가든, 일반인들이던 대부분 김지훈 대통령과 엇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대한민국은 이 사업을 열렬히 지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과는 별개로 김지훈은 머릿속에 집어넣었던 부시의 프로필 파일을 완벽히 재조정했다. 그리고 묘하게도 이는 김정일이 생각하고 있는 조지 부시의 인간상과 완전히 일치하고 있었다.
‘웃으면서 사람 쥐어패는 사이코패스!’
“자, 빨리 정하시오.”
어떻게 뒤지고 싶은지.
* * *
“새 삶을 축하해. 자기. 기분은 어때?”
“놀랍군.”
이틀 만에 부활했다던 예수가 이런 기분일까? 바뀐 건 심장뿐이었지만, 딕 체니의 눈에 닿는 모든 것이 새로워 보였다. ‘흔히들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라고들 표현하는데, 딕 체니는 항상 ‘심장은 차갑게 머리도 차갑게, 그렇게 훅 가게.’가 되어 버리는 바람에 그동안 일에 지장이 많았다.
그의 지인부터 가족까지 이 심장 교체 수술을 모두가 말렸지만, 딕 체니는 기어코 심장을 바꿔놓고 말았다. 야망에 불타오르는 그를 이해해 준 건 지금 옆에 있는 사랑하는 아내뿐이었다. 그녀야말로 그가 영원불멸 신뢰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사람이었다.
물론 다들 체니를 걱정해서 한 말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위험한 심장 수술인데 60세라는 노령까지 겹쳐서 위험하긴 했다. 하긴 더 나이 먹기 전에 해결한 게 신의 한 수가 될지 누가 안단 말인가.
‘나쁘지 않아.’
마취가 점점 풀리면서 불에 댄 듯 화끈거리는 것을 보아하니 당분간은 요양해야겠지만, 나아지면 적어도 이제 심장 때문에 갑자기 쓰러지는 일도, 자신이 나아갈 길이 무너질 일도 없으리라. 툭하면 파업해버리는 그 불성실한 노동자는 해고해버렸으니 말이다.
다만 작은 소원이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앞으로 나올 병원식 말고 제대로 된 밥을 먹는 거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는 이탈리아 파스타 요리가 아니라 집에서 아내가 만든 미국식 스파게티 말이다. 의외라면 의외였지만, 여하튼 그는 아내가 만든 스파게티를 가장 좋아했다.
‘와인이나 두툼한 스테이크가 있어도 좋지.’
미국 병원식은 온갖 것들이 나왔다. 딕 체니가 VIP인 만큼 햄버거나 인스턴트 소스 맛이 나는 파스타가 나오진 않았지만, 당장 고급 스테이크랑 스테이크 소스 뿌린 오믈렛 둘 중 뭘 먹고 싶으냐고 하면 당연히 육즙 뚝뚝 떨어지는 스테이크 아닌가.
“TV나 틀어줘.”
평소에 보는 건 신문이었지만, 아직 기력이 딸려 신문을 들고 볼 수가 없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가슴으로부터 기절할 듯 통증이 밀려 들어왔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누군가가 머리에 총을 겨누고 일어나라고 윽박질러도 못 일어날 것 같았다. 이게 마취 효과가 아직 남아 있는 거라니, 세상에나!
“가슴이 불타는 듯하군.”
평소엔 묵언 수행하는 수도승처럼 정말로 필요한 말만 하는 체니였지만, 자신의 반려 앞에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었다.
“간호사를 부를까?”
딕은 린 체니가 너스콜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려는 것을 만류했다.
“그냥 우리 애들이나 불러줘.”
“물론이지. 다들 오고 있어.”
그때였다. 북한 관련 뉴스가 나오기 시작한 건. 부시가 한국으로 전투기 타고 갔다는 사실은 딕 체니도 잘 알고 있는 바였다. 전투기를 타고 간 것 자체는 어이가 없긴 했지만, 체니의 마음에 썩 드는 일이었다.
‘저것만 듣고 자야지.’
큰 수술을 마친 사람은 대부분 약기에 취해 있는 법이다. 아닐 수도 있지만, 적어도 딕 체니는 그렇게 처방받았다. 사실 지금도 딕 체니는 반쯤 각성해 있는 상태에 가까웠다.
초강대국의 대통령이라면 다른 나라로 갈 때 그쯤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니면 말고. 다만 부시의 전투기 방한 사건 자체는 막 나가기로는 세계에서 수준급으로 꼽히는 딕 체니도 너털웃음 이외에 아무것도 지을 수 없었다.
어쨌거나 그 방한 이후에 무슨 짓을 할지는 몰라서 내심 답답했을 뿐이지. 사실 그 소리를 조금만 일찍 들었으면 수술도 미루었을 거다. 심장이 제 마음대로 땅에서 솟아나는 것도 아닌데 몸에 맞는 심장을 찾으려면 더욱 힘들다 보니까 일정을 잡았다기보단 일정이 잡힌 것에 가까웠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직접 보시죠.」
‘그 고집불통이 한 말이라. 정말로 궁금한데.’
그렇게 사정사정해서 옆에 앉힌 런닝 메이트도 무시한 채로 뭐든지 진행하는 꼴이 걸리긴 했지만, 일단 듣자니 보좌관도 같이 갔다고 하지 않았는가. 가늠할 수 없는 행동의 소유자인지라 걱정이 되긴 했지만, 당장 북한에 핵을 떨구지는 않겠지.
물론 딕 체니는 핵은 몰라도 항모 전단 2개 정도는 상시 배치하고 싶어 했다. 그것도 아니면 그냥 신경 끄고 살거나. 북한 애들은 항상 적화통일을 부르짖지만, 정작 ‘우리 전쟁 좀 해볼까?’라고 하면 잔뜩 겁먹고 움츠러드는 애들이다. 당장 9.11 당시만 봐도 벌써 답이 나오잖는가?
「북한에 의지만 있다면, 나는 당장 내일이라도 판문점에서 회담을 가질 것입니다.」
“뭐?”
「이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판문점에서 회담의 자리를 가지기로 했습니다.」
머리에 총을 가져다 대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던 딕 체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어억! 억!”
물론 가슴에서 밀려오는 통증에 바로 다시 자리에 쓰러지듯 눕긴 했지만. 덕분에 몰려오던 잠이 확 가셨다.
“크헉! 크허억! 크하학!”
저 미치광이가 드디어 해냈다. 웃을 때마다 가슴이 아파져 오는 바람에 입에서 나오는 게 비명인지 웃음인지 알 수 없게 되었지만, 알게 뭔가!
할 수 있다. 뭐든지 할 수 있어.
“전화, 전화 좀 가져다줘!”
저것 한마디로 얻을 수 있는 이득! 이득이 대체 얼마인가! 할 수 있는 말은?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북한 문제를 이 부시 정부에서 매듭지을 수 있었다! 아니면 꼬투리를 잡아서 정말로 전쟁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1950년에 끝내지 못한 곰팡내 나는 전쟁에 관뚜껑을 덮어버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딕 체니는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전쟁광은 아니었지만, 무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무력으로 해결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세상만사는 언제나 현란한 백 마디 말보다 묵직한 주먹 한 방이 더 확실했다.
마침 항모 전단도 3개지 않은가? 클린턴 정부 시절에 만든 대북 선제 타격 기본 조건 중 하나가 항모 전단 3개 아니었나? 물론 한반도 경제랑 세계 경제가 출렁거리기야 하겠지만, 그것도 잠시겠지. 시간이 모두 해결해줄 수 있었다. 정 뭣하면 한반도에 원조 좀 해주면 그만 아닌가? 돈 받고 시끄럽다는 사람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그런데, 그게 전쟁광 아니냐고? 본인이 아니라고 하잖나. 오밤중에 방사능 콜라 먹고 팔 3개 달린 뮤턴트 되기 싫으면 아닌 줄로 알아야지!
“어어억!”
“여보! 정신 좀 차려 봐! 여보!”
문제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새롭게 달린 심장이 열정과 패기 넘치는 신입 인턴의 자세로 움직이는 바람에 수술 부위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수술로 인해서 약해진 몸에 피가 밖으로 빠져나가게 되자 정말로 한계로 몰리고 말았다.
“흐억. 헉. 전화. 전화를….”
‘너스콜 말고 전화!’
딕 체니는 끝내 기절하고 말았다.
그가 대통령에게 전하려고 했던 말을 한마디로 함축하자면, ‘결코 다시 전쟁! 결코 다시 전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