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46)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45화(46/377)
< 45편 >
“문제가 많습니다.”
“무슨 문제?”
“일단 단순 예산 증설보다는 인구, 도시 규모와 행정 규모에 따른 보조금 형태가 나을 것 같습니다.”
“아, 그것도 그렇군.”
‘그런데 그것도 결국 위에서 점점 돈 따먹기 놀이하다가 아래로 내려가는 예산은 쥐꼬리만큼도 없을 거 아냐. 연필 한 다스 사라고 보내주면 아래로 내려가는 건 연필 한 자루인데 뭘.’
물론 연필 비유는 어느 정도 과장이 섞인 표현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예산 삥땅을 치는 일이 없는 건 아니었다. 사실 딱히 미국만 그런 게 아니었다. 차라리 미국은 길 가다가 경찰이 상납금 안 줬다고 총 쏘는 일은 없으니 나은 편이라고 해도 좋았다. 공권력이 부패하는 일이야 동서고금, 만국 공통이었다.
“거기다 현재도 대테러 관련으로 꽤 많은 예산 증설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 이상은 좀.”
“그건 광범위한 대테러 훈련 예산이랑 FBI, 특수부대로 들어간 대테러 예산이잖나. 이 시기가 지나면 의회에서 금세 깎으려 들 거야.”
“그럼….”
비서실장은 지금 눈앞에서 잔뜩 거드름 피우고 있는 대통령이 단순히 말로만이나 대통령 임기 내 커리어에 업적 하나 더 쌓고 싶은 게 아니라 부패를 확실히 뿌리 뽑고 싶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단순히 ‘난 부패 경찰이 싫어!’라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임기 내내 모든 포커스가 이쪽으로 맞춰집니다만.”
아메리카 대륙은 크고 광활하다. 50개 주. 그 안에 약 3천 개의 카운티로 구성된 미국의 경찰을 일일이 감찰하는 일은 조직 한둘만으로는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시간도 오래 걸리고 단순 조사만으로 예산도 많이 먹는다.
‘임기 내내’라는 표현을 쓴 건 실제로 경찰 재편재가 그만큼 대규모 사업이라는 이야기였다. 어쩌면 재선이 실패하면 다음 대통령에게 바통을 넘겨줘야 할지도 몰랐다. 일단 미국에서 아무 보안관 사무소에나 들어가 보아라. 분명히 한두 놈은 어린 시절부터 알던 친구 사이다. 그리고 몇 놈은 학창 시절 때부터, 몇 놈은 아예 이웃일 수도 있지.
사무소에서만 그런 줄 아는가? 그 사무소를 나가면 더 심하다. 아예 대도시면 모를까, 그 이외의 구역에서는 지역 로비와 유착관계가 몹시 심각했다. 쉽게 말하면 뒤 봐주고 뒷돈 받는단 이야기다.
‘너무나도 부패하기 쉬운 환경이란 말이지.’
“평가 점수를 쓰게. 기준을 새로 만들어, 기준 자체는 어떻게 만들든 상관없네. 도덕적이기만 하면 된다네. 그거에 실적을 더해서 합산을 내게.”
“이미 비슷한 시스템은 있습니다만.”
사실 점수제와는 사뭇 달랐는데 미국 경찰의 승진 제도는 기본적으로 필기, 면접시험으로 이루어졌다. 필기야 법하고 실무에 관련된 지식 문제였고, 면접은 판단력이나 신체 능력을 평가했다. 비서실장이 말하는 점수제는 이 점수를 말함이었다.
“긴급 점검이라고 치게, 점수를 서로 매기게 해. 그중에서 가장 높은 몇 놈은 부패 경찰일 확률이 높으니 CIA든 국세청이든 들이닥쳐서 싹 긁어보라고 해. 점수 높게 먹인 놈도 똑같은 놈일 확률이 높아. 그놈은 유착이야. 그놈도 털면 뭐가 또 나오겠지.”
아주 줄줄이 소시지였다. 물론 멀쩡한 사람을 잡을 수도 있지만, 정말로 멀쩡하다면 그냥 나올 수 있겠지. 물론 이걸로 다 잡을 순 없을 거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일차적인 조치일 뿐이었다.
“나머지는 법무부에서 머리 좀 굴려보라고 하게.”
“걸린 놈들은 어떻게 처리하시겠습니까. 하나하나 전부 법대로 철장에 넣었다가는 사회적으로 감당이 안 될 판입니다. 거기다가 재판이 제대로 굴러갈지 알 수도 없고.”
“사진을 찍어야지.”
“사진이요?”
‘범죄자 사진을 말하는 건가?’ 아주 잠시 비서실장은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윤리와 인권을 넘어서 국가 기능이 우선이 될 수는 없었다. 부시가 아무리 막 나가도 마지막 선을 넘지 않음을 상기해내고 자신도 어느 정도 본받을 점이라고 다짐했다.
“영정 사진.”
“네?”
그는 잠시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부패한다고 죽이면 그냥 대숙청 아닌가. 그것만큼은 안 된다고 부르짖으려는 찰나 부시가 경박하게 깔깔대며 농이라며 서류로 배를 쳐댔다.
비서실장은 ‘그래,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막 죽이려고 하는 인간은 아니지.’라며 다른 의미로 부끄러워졌다. 참으로 짧은 순간에 각기 다른 이유로 2번이나 수치심을 느끼다니.
비서실장은 다시 한번 반성하며 숙연한 기분을 느끼기로 했다.
“죄질이 낮으면 재사회화 프로그램을 돌리게. 단, 악질은 어쩔 수 없는 거지. 순순히 죗값을 받으라 하게. 재판 쪽도 제대로 안 굴러가면 다 갈아엎어 버릴 거라고만 귀띔만 해주면 되겠군.”
“법무부까지 건드리면 미국이 무너집니다.”
“하하하, 그런 국가는 무너져도 상관없어!”
한 5초 동안만.
“듣지 못한 거로 하겠습니다.”
“다음.”
부시는 다음 서류를 내줄 것을 종용했다. 이젠 슬슬 자기 팔이 닿는 높이였음에도 부시의 손은 서류의 산으로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직 서류는 많이 남아 있었다.
* * *
러시아는 최근 들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입장이 되어 있었다. 천연자원. 그중에서도 ‘석유, 천연가스’ 가격 급등하여 국가 예산까지 같이 날아오른 것까진 좋았다. 마침 정유 사업을 국가사업으로 하고 정유 회사들을 밀어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더 줄여, 지금은 체첸에 집중해야 할 때야.”
이 세상에 돈이 아니라 총으로 결정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꼬. 하긴 그 총도 만들고 유지하는 일도 전부 돈이긴 했다. 러시아는 소련 붕괴 이후로 자금이 몹시 부족했다. 정확히는 자금이 부족한 원인이 소련 붕괴 직후에 있었다. 러시아의 재벌 층이라 부를 수 있는 올리가르히(Олигархи)와 구소련의 고위 공산당원인 노멘클라투라(Номенклату?ра)가 소련 당시에 있던 인프라를 죄다 처먹어버리면서 러시아는 급속도로 약화 되어 갔다.
처먹기만 했으면 문제가 없는데, 부정부패라는 이름의 기치를 내걸고 말 그대로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데 쓰는 바람에 인프라가 죄다 개작살이 나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내수를 돌릴 자금도 모자라 죽겠는데, 그걸 죄다 팔아치워서 해외로 빼돌려버렸으니 당연히 인프라는 급격히 줄어든다.
줄어든 인프라는 일자리의 상실을 의미하고 일자리의 상실은 최종적으로 인민이 더는 돈을 벌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올리가르히와 노멘클라투라는 날이 가면 갈수록 착복한 부로 부유해지는데, 빵 하나도 돈 주고 사야 하는 자본주의가 도입된 서민들은 돈이 없어 다음 날에는 아사한 채로 발견된다.
보통은 이 정도가 되면 국가가 식량 배급을 하는 게 정상적이나 배급을 해도 노멘클라투라가 도중에 전부 빼먹어버리니 답이 없다.
즉, 빈부격차가 심화 된다는 것이다.
그냥 그것만 했으면 차라리 나았을지도 모르겠는데, 러시아 마피아와 은밀한 밀월관계를 맺기도 해서 국가가 지켜야 하는 시민이 국가가 죽이는 시민으로 바뀔 지경이었다.
이러니 1980, 90년대 러시아는 부정과 부패의 유토피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러시아 당국은 그것을 막아보겠다고 온갖 지랄염병을 다 떨어봤지만. 도리어 올바르게 일하고 있는 정적을 제거하려는 거짓 보고서가 올라오거나, 아예 보고서가 제대로 전파되지 않는 일도 빈번했다. 이러니 방법이 없을 수밖에.
다만 푸틴이 집권한 이후부터는 이야기가 좀 달라졌다.
“올리가르히 교체 사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푸틴은 그 올리가르히가 밀어줘서 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 러시아는 이제 자본주의 국가였고, 돈은 올리가르히가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푸틴의 전임인 보리스 옐친도 마찬가지였다. 선거는 돈이었고, 보리스 옐친은 올리가르히가 만들어낸 대통령이었다. 그리고 푸틴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푸틴은 그 사실이 몹시 개 같았다. 그래서 다 쓸어버리기로 했다.
“FSB에서 정보를 수집 중입니다. 해먹은 짓이 너무 많아서 벌써 작은 창고를 채울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아마 조사가 끝날 때 즈음이면 그런 창고를 몇 개나 가지게 되지 않을지.”
FSB는 KGB의 후신 조직이었다. 하는 일도 비슷하리라는 건 말할 것도 없었다. 물론 KGB 시절만큼 조직 자체는 강력한 파워를 가지진 못했지만, 당장 푸틴이 전 KGB 출신이었다. 그렇다면 더 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어찌 보면 KGB가 다시 한번 러시아를 지배하고 있는 꼴이었다.
‘이 버러지 같은 놈들을 3년 내외로 전부 쓸어 버려야지.’
전부 푸틴의 의도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마침 중동이 개판이 난 것도 천운이라면 천운이었다. 그런데 하필 터져도 TV 앞에서, 그것도 붉은 광장이 터져버린단 말인가.
위기는 기회였다. 비단 푸틴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정말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인간은 세상에 몇 되지 않았다. 본래부터 키우려 작정하고 있었던 가스프롬을 9.11 테러가 난 그날 방향성을 바꿔 총력으로 기르기로 작정했다.
모든 것이 러시아의 의도대로였다. 그런데도 왜 이리 답답하단 말인가?
그러나 잠시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이 행성은 ‘미국의 도화지’였다. 본래는 영국이 쥐고 있었던 붓이나, 영국은 붓의 무게를 감당해내지 못하고 붓을 미국에 팔아 치웠다. 이젠 지구는 미국이 붓을 놀리는 대로 흘러가는 그림판이 되었다. 그러나 그림이라는 게 붓을 휘두르는 데로 그려진다면 배울 필요도 없겠지.
이미 채색한 그림이 멋대로 번지는 것만큼은 미국도 막을 수 없었다. 러시아란 그런 번지는 물감 같은 존재였다. 이대로 20년만 유가가 굳어도 미국이 열심히 그려온 자본주의 그림은 러시아의 것이 되리라. 자본주의란 그림은 돈이 많은 사람이 사가는 그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걱정이군.’
첩보에 따르면, 미국은 한창 셰일층을 개발하기 위해서 착수에 들어갔다고 한다. 아마도 중동과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완벽하기 벗어나기 위함이라고 판단했다. 미국에서 석유가 많이 나오는 건 맞는 말이나, 미국 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중동에서 완전히 손을 떼버린 건 푸틴으로서 의외라면 의외였다. 차라리 셰일이 아니라 중동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더 싸게 먹혔을 텐데 말이다.
‘물론 정말로 잘할 수는 없었겠지.’
아마도 중동에 본격적으로 세력을 투사했더라면 미국은 쪽쪽 빨렸을 게 틀림없었다. 그들은 그들 이외의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니 말이다. 그래도 중동 언저리이긴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을 완전히 친미 괴뢰국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러시아로서는 입맛이 매우 썼다.
‘중동을 잘 아는 사람이 미 대통령 최측근에 있는 모양이로군. 아주 섬세하게 반응했어.’
그런데 대통령 본인은 왜 저렇게 막 나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특히나 전투기에 집착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특히나 외교를 하러 가는데 전투기를 타고 간다는 발상은 상상조차 못 해봤다.
“전차로 공군이라도 만들려고 저러나.”
“예!?”
“아무것도 아니야. 중국하고 접촉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당장 내일이라도 만나 달라고 합니다.”
“그것참 잘되었군.”
부시가 내정에 힘쓰는 동안 러시아와 중국은 보다 긴밀한 관계를 맺길 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