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5)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4화(5/377)
< 4편 >
리즈 시절이라는 말이 있다. 축구계에서 나온 전성기를 뜻하는 인터넷 속어였지만, 이보다 잘 통용되는 말도 없었다. 지금의 미국이 딱 그랬다. 미국의 전성기를 꼽으라면 그 누구라도 지체 없이 2000~2001년 사이를 꼽을 것이다.
강대국 미국이 세계 금융 위기와 이라크전을 거치며 끊임없이 하락세만을 걷는 대침체에 접어들었을 때 미국 국민은 자신의 나라에 의문과 염증을 느껴야만 했다.
‘Make America Great again!’ 도널드 트럼프를 대표하는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침체기를 겪고 있었던 미국인의 가슴에 희망의 불씨를 심어놓았다. 불구가 된 미국은 그제야 목발을 짚고 일어설 수 있었다.
그러나 2001년에는 그 말이 통용되지 않았다. 지금의 미국은 그야말로 전성기이자 황금기였으니까. 국민에게 그들이 알고 있는 ‘Great America!’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온갖 세력에서 밀고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하긴 그 북한마저 유감이니 테러는 나쁘니 우리와는 절대 테러는 상관이 없다면서 한 발씩 빼고 있는데 다른 놈들이 뭐 어쩔 건가. 만약에 나온다고 하더라도 진짜 머리부터 발끝까지 탈탈 털릴 게 틀림없는데.
“그래서 탈레반에 연락은 넣어봤나?”
“아프가니스탄입니다.”
“정확히는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토후국이지. 탈레반이 통치하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나라 중 하나를 꼽자면 거기일걸세.”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오사마 빈 라덴의 인도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국내에서 내쫓아보려는 모양새더군요.”
“그게 혹시 국내 추방 ‘권고’는 아니겠지?”
“저, 그것이….”
비서실장은 면목이 없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래도 그런 듯합니다.”
“그게 내쫓아보려는 모양새인가? 응?”
“죄송합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숙였는데 조금만 더 숙였으면 목이 접힐 지경이었다. 이러다간 내가 다 미안해질 지경이라 앞으로 15도 이상 고개를 꺽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
앤드루 카드. 내 비서실장임과 동시에 전 교통부 장관이자 미국 자동차 제조업 협회의 회장을 역임했었고 제네럴 모터스에서 부회장까지 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의 능력이 아니라 아버지 부시에게 충성하는 최측근이었다는 점이었다.
거기에 그 스스로 한 말에는 비서실장의 미덕이 두꺼운 낯, 경청하는 부드러운 태도, 뭐든지 실행할 수 있는 단호한 결의를 꼽았다.
그가 말하는 미덕은 지금 내가 필요로 하는 완벽한 인재상이었다.
“음, 그렇군. 내 생각에 자네는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이 백악관에는 많은 적이 있었다. 아니, 아직 적은 아니었고 부통령의 권속이 많다고 보는 게 맞았다. 내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얌전히 따라오면 문제가 없겠지만, 긴급 시에 대통령보다 부통령을 따른다면 그건 큰 문제였다.
그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을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았다.
루이스 리비. 그는 대통령 특별 고문임과 동시에 국가안보 보좌관. 그리고 딕 체니 부통령의 보좌관이기도 했다. 내 측근의 직급보다 높은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이 인간 때문에 나에게 와야 할 보고서가 가로채이는 경우가 번번이 일어났다.
메리 마탈린. 보좌관임과 동시에 부통령의 정치 고문이었다. 특이한 점은 민주당 정치인과 결혼했다는 점인데 그 탓인지 딕 체니 부통령이 실각한 훗날 그녀는 자유당으로 갈아타게 된다. 따라서 가장 애매모호한 인간이었다.
데이비드 에딩턴. 부통령에게 붙은 천재 법률 자문가였으며 단일 행정부론의 절대적 신봉자였다. 단일 행정부론이란 대통령이 행정부 전체를 통제하는 헌법적 이론이었는데. 문제는 이것이 교묘한 법 해석으로 부통령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지금부터 내가 말한 2명을 무슨 일이 있어도 확보하게.”
그 둘의 이름을 들은 앤드루 카드 비서실장은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그건 대통령 각하의 개인적인 명령입니까? 국익에 관련된 일입니까?”
“둘 다라네.”
딕 체니가 조지 W. 부시를 평하기를 감각적인 지도자라고 표현했다. 아마 그것은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았다. 나에게는 완벽하게 계산하고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지식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마음 가는 데로 전략을 선택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것들이 나에게 악재로 다가올 것 같지는 않았다.
“알겠습니다. 또 시키실 일이 있습니까?”
“첨단 군사 쪽에 관심이 있다네. 내가 공군 출신인 건 익히 알고 있을 테니 입 아프게 언급하지 않겠네.”
“X시리즈나 ATF 사업입니까?”
X시리즈는 미국의 실험기 개발 계획이다. ATF 사업은 그 유명한 F-22 랩터의 개발 사업을 말한다. YF-22는 지금쯤 첫 양산 계획이 한창 준비 중이었을 무렵이었다.
“아니. 둘 다 아닐세.”
“그럼?”
“RQ-1. 알고 있나?”
RQ-1은 MQ-1 프레데터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아프가니스탄에서 공격기로서 효용을 입증하고 2002년에 이름을 바꾼 탓이었다.
“무인 정찰기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는데. 자네는 정말로 우수하군.”
진심이었다. 현시점에서 무인기 사업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일종의 아웃 사이더였는데. 이유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 장난감 같다는 등 가지각색이었지만, 결론적으로 실적이 없었기 때문에 생겨난 일이었다.
“영광입니다.”
“생산량을 늘리고 시험을 조금 앞당기게. 그 정도는 정해진 예산에서 부담이 되지 않을 거야.”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공화당의 서버를 좀 알아보고 싶은데. 특히 백업 쪽 말일세.”
“서버요?”
“그래, 공화당 서버. 인트라넷을 말하는 걸세.”
“아무리 대통령님이라도 저항이 만만찮을 겁니다.”
그야 그렇겠지. 자기들 치부를 까는 일인데.
“은밀히 하게 은밀히.”
“알겠습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내가 알고 있는 앤드루 카드는 그럴만한 실력의 소유자였으며, 내 최측근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이었다.
“아, 마지막으로.”
“무엇입니까?”
“콜린 L. 파월을 불러오게.”
콜린 파월은 호출한 지 몇 분 되지도 않아 대통령 집무실에 금테 안경과 서류 다발을 낀 채로 모습을 나타냈다. 그 모습은 만약 군인이 정치인이 된다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해답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
“예, 대통령 각하.”
“나는 외교 정책이나 헌법 같은 건 알아도 군사전략은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네. 그래서 자네의 의견을 묻고 싶군.”
콜린 루터 파월. 걸프 전쟁. 특히 그 걸프 전쟁 안에서도 사막의 폭풍 작전을 완벽히 수행해낸 노련한 노령의 장교였다. 그의 출세가도 프로필은 주목할 만했는데 당시 흑인으로 포스타를 달기 몹시 힘들었지만, 그는 기어코 자신의 어깨에 별 4개를 달고 말았다. 더불어 ROTC 출신이었음에도 ROTC 최초로 합참의장직을 수행했고. 결국 아들 부시 정권에 들어가서는 흑인 최초로 국무장관을 맡았다.
“지금 상황이 파월 독트린에 얼마나 적합한지 묻고 싶군.”
파월 독트린이란 콜린 파월이 1984년에 캐스퍼 와인버거가 주장한 와인버거 독트린을 보완한 것으로 총 8가지로 구성된 일종의 질문으로 다음과 같았다.
1. 핵심적 국가안보 이익이 위협을 받고 있는가?
2.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가?
3. 경제적 비용과 군사적 위험은 완벽히 분석되었는가?
4.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는 외교적 수단은 전부 시도된 후인가?
5. 소모전을 막기 위한 출구 전략이 확실히 있는가?
6. 행동에 따른 결과를 확실히 인지했는가?
7. 국민이 전쟁을 지지하는가?
8. 폭넓은 국제적 지지를 받고 있는가?
자신이 주장한 만큼 순식간에 계산이 끝난 콜린 파월은 즉각 대답했다.
“당장은 충족하지 않는 조건이 너무 많습니다.”
테러가 일어난 지 이제 막 하루가 지났고 행정부도, 국방부도 어수선했다. 재정비까지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상황을 파악하고 물자를 꾸릴 시간은 있어야 했다. 실로 타당한 주장이었다.
“그렇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겠는가?”
“넉넉히는 한 달. 빠르면 2주입니다.”
“그럼 이야기를 바꿔서 전쟁이 아니라 체포라면 어떻겠나?”
“죄송하지만 대통령 각하. 각하께서 하시는 말씀은 전쟁과 다를 게 없습니다. 똑같은 장비를 쓰고, 똑같은 병사를 쓸 것이며, 똑같은 전략이 수립될 것입니다. 말장난이죠.”
아마 묻는 이가 감히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분명 파월은 화를 냈거나 어이가 없어서 웃었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에 더불어 샴페인 부대라고 까이는 한직에 있던 인간이 전쟁에 대해서 뭘 알겠느냐는 뜻이기도 했다.
“그건 그 나라를 점령한다면 그렇게 되겠지.”
“그 말씀은?”
내 말을 들은 파월의 표정이 별 해괴한 것을 다 보겠다는 듯 일그러졌다. 점령하든 안 하든 결국 군대와 군대가 부딪히면 그게 전쟁 아닌가. 그것은 나도 잘 알고 있는 바였다. 그러나 내가 앞으로 제시할 개념은 기존 전쟁과는 다소 궤를 달리했다.
“자네가 신봉하는 포터리 반 법칙을 잘 알고 있네만. 이번에는 그리하지 못할 것 같네.”
포터리 반 법칙은 전시된 상품이 파손될 경우 고객이 반드시 구매해야 한다는 포터리 반 생활용품점의 슬로건이다. 요컨대 남의 나라 가서 난장 피웠으면 제대로 수습하고 오라는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그것이 정치적 성향에 따른 이미지 관리였는지 진짜 성격이 그랬는지는 알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것 이상의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알 것 같았다. 그는 무슨 짓을 해도 미합중국의 군인이었다. 아마 미국의 국제적 위신을 생각한 발언이었을 것이다.
“가서 싹 쓸어버리고 오사마 빈 라덴을 체포 혹은 살해한 뒤. 친미 성향의 인물 몇몇을 내세운 다음, 그 정부에 국제 원조 좀 해주고 우리는 완전히 손 떼 버릴 걸세. 다소 스케일이 큰 체포과정이라고 생각해도 좋네. 실제로 하는 짓도 그 짓일 태니까.”
“대통령 각하. 그게 말로는 쉽지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래, 말로는 쉬웠다. 내가 설명한 이 작전에는 치명적인 결점이 있었다. 우선 첫 번째로 오사마 빈 라덴이 체포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장기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로 친미 성향의 인물을 확보할 수 있을지. 또 아프가니스탄의 국민이 미국이 내세운 정권을 받아들일지도 미지수였다.
“오사마 빈 라덴만 생포 혹은 살해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내가 전부 감당할 수 있네. 나는 고작 내 대통령직을 유지하자고 전선에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들을 중동에 몰아넣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네. 감히 내 아버지를 걸고 장담하도록 하지.”
“그렇다면 대통령 각하. 하나만 약속해주십시오.”
“말해보게.”
“이라크는 안 됩니다. (No Iraq.)”
그가 이라크를 언급하는 이유도 대충 감이 왔다. 사람들은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이유를 석유가 있는 중동에 대한 지배력 강화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이건 어디까지나 전적으로 부통령을 행정부를 비롯한 네오콘들의 입장이고 당시 모자라지만 착했던 조지 W. 부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건 바로 사담 후세인이 아버지 조지를 모욕하고 암살시도를 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부통령 측에서 조작한 정보인 대량살상무기 정보가 귀에 들어오자 정의의 전쟁이라고 굳게 믿게 되었겠지.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이라크 전쟁은 아들 부시의 불꽃 효심에 의해서 이라크 전 국토가 불탄 사건이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리고 나는 전혀, 절대, 결코 그 사막의 늪지대에 몸을 던질 생각이 없었다.
“점령도 다른 곳을 타격하는 일도 없을 걸세. 그럼 시간을 얼마나 더 줄일 수 있나?”
그렇기에 단번에 그것을 약속하자 콜린 파월은 몹시 놀란 표정이었다. 아직까진 어느 정도 의심을 하는 모양새였지만, 어차피 자신은 까라면 까야 하는 입장임을 자각했는지 다소 진지한 표정을 짓고 속으로 미군의 능력을 가늠하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일주일을 주십시오.”
콜린 파월은 그 말을 남기고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젠장. 미합중국 대통령이라는 거 더럽게 피곤하군.”
이 자리는 몸보다 마음이 불편한 자리였다. 의회에서 작전이 승인되었으니 실패하면 오롯이 모든 것이 내 책임이었다. 내 말 한마디로 누군가의 아버지가. 아들이 타국 땅에서 차가운 주검이 되어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무슨 짓으로도 9.11에서 비롯된 전미를 휩쓰는 광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최대한 빠르고 정교하게 움직여 손실을 막는 것이 최선이었다.
“일주일인가.”
* * *
2001년 9월 18일. 파키스탄.
“대통령 각하. 미 대사관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미 대사관에서? 외교기관을 경유 하는 게 아니라 직통을 걸었다고?”
페르베즈 무샤라프. 그는 파키스탄 참모총장 출신으로 쿠데타 정권을 기반으로 독재자였다. 이슬람 정권 중에서도 특출나게 세속적인 정치를 펼칠 정도로 세계 정국이나 현실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 누구라고 하던가? 이 정도나 했으면 대사관 선에서 나온 전화는 아니겠구먼.”
“어, 그것이.”
비서실장이 몹시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대통령과 수화기를 번갈아 가며 눈치를 보았다.
“도대체 누군데 그래?”
“미국 대통령이라고 합니다.”
미국 대통령? 하긴 슬슬 전화가 올 때가 되긴 했었다. 다만 그것이 설마 이러한 형태가 될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던 탓이지. 어쨌거나 페르베즈 무샤라프는 미심쩍어하면서도 수화기를 귀에 가져다 댔다.
「안녕하시오. 파키스탄 대통령 양반. 나는 당신이 어떤 사상과 이념을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그 누구보다도 확실히 알고 있지.」
“무엇을 말이오?”
「딱 1시간 남아 있다는 것이오.」
“1시간 그 무슨 영문모를 소리오?”
「파키스탄 영공에 우리 미합중국 공군이 지나가기 1시간 남았다는 소리요. 사용권을 허가한다면 별 색다른 문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오. 남편은 일을 하고 아내는 밥을 짓겠지. 아이들은 뛰놀 것이며…. 아, 그렇지. 우리 미합중국은 자유의 나라요. 남편이랑 아내가 하는 일이 반대로 될 수도 있겠구먼.」
“그게 무슨!”
「아, 미국식 민주주의가 아니라 색다른 일이 듣고 싶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가진 국가의 지도자. 그 입에서 나올 말이 과연 무엇일까? 그는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판도라의 기분으로 바짝바짝 말라가는 입술에 침을 발랐다.
「석기시대요.」
“석기시대?”
「파키스탄을 석기시대로 돌려버리겠소.」
페르베즈 무샤라프는 결국 대꾸조차 멈춘 체 침묵했다.
「자, 선택하시오. 우리와 함께하든지, 아니면 우리에게 맞서든지. (You’re with US. or against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