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50)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49화(50/377)
< 49편 >
신축되어 도청이 완전히 방지된 방에서 비서실장이 입을 열었다.
“‘이란이란 어떤 국가인가? 어째서 이란과 미국의 외교 관계가 이리도 험악한가?’에 대해서 강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조지 부시가 아무리 잡다한 지식이나, 국외에 대한 지식을 일반인보다 많이 알고 있다지만, 이란에 대해서만큼은 거의 무지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조지 W. 부시의 지식만큼은 살아 있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강연을 듣는 것과 그냥 떠올리려고 노력하는 것은 천지 차이였다.
따라서 다소 이란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성이 있었다.
이란이 미국과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사실 2001년에서 딱 30년만 거슬러 올라가도 이란이 친미정권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실제로 이란은 친미정권 당시 도입한 서방제 전투기인 F-14를 운용하고 있었고, 이는 2019년 당시에도 현역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은 이란이 미국을 완전히 불구대천의 원수로 규정하고 있는가?
그것이 실은 30년 전에는 다른 정권이 아니라, 아예 다른 나라였기 때문이다. 당시 이란은 팔라비 왕조가 집권하고 있는 이란 제국이었다. 팔라비 왕조는 1921년 시작되었으며 이란 근대화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팔라비 1세는 근대화에 집착하며 서양 복식을 입어 히잡 등을 폐지하고 헌법, 사법, 국립은행 창설 등 많은 근대화 개혁을 단행하고 이란 전역에 철도를 둬 훗날 이란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뿌리를 깊고 단단하게 박아두었다.
아주 뿌리 깊은 나무가 되도록 말이다.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모든 것이 이상적으로 보였죠.”
문제는 팔라비 2세에서 나타난다.
세계가 가장 격동했던 제2차 세계대전 시절. 팔라비 1세는 어디에 붙어도 파멸을 가져옴을 깨닫고 ‘중립’을 선언하게 된다. 좋게 말하면 중립으로서 이란을 세계대전의 겁화에서 지켜내기 위함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누가 이길지 감이 오지 않아 우유부단한 것이었다.
그렇게 중립을 선언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중립이란 완벽히 지켜졌을 때. 즉, 상대방에게 건수를 주지 않을 때 성립되는 것이다.
여전히 어디에 붙을지 정하지 못한 팔라비 1세는 독일인의 이란 거주를 묵인하고 있었는데, 당시 연합군은 독일인이 이란에서 추방되지 않는 걸 보고 강하게 팔라비 1세에게 항의했다. 아니나 다를까 독일인 추방은 끝끝내 거부되었고. 나치가 이란의 유전을 점령하는 꼴을 눈에 흙이 들어가더라도 용인할 수 없었던 연합군은 이란을 침공하여 점령하는 것으로 이란의 중립은 끝이 났다.
“거 참 우유부단한 왕이군!”
부시는 자신이라면, 응당 연합군에 붙었을 것이라며 팔라비 1세를 비웃었다. 딱히 미래를 알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그 이유인즉 국경 바로 옆에 소련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나치의 인종차별 정책까지. 그렇다면 당연히 연합군에 붙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맞습니다. 국외적으로는 점령을, 국내적으로는 팔라비 1세가 2세에게 왕위를 세습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만, 왜 그렇게 좋아하시는 겁니까?”
“계속해보게. 나는 어서 이란의 역사가 듣고 싶네.”
“알겠습니다.”
연합군에게서 이란을 사수할 수 없었던 왕조가 되어버린 팔라비 왕조 덕분에, 팔라비 2세는 자신의 아버지인 팔라비 1세와는 달리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를 수 없었고 상대적 약한 권력만을 가질 수 있었다.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린 결과 아버지의 시대의 근대화는 이미 효력이 다했다고 판단, 새로운 근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팔라비 2세는 위로부터의 근대화라는 이름을 가진 개발독재를 실시하게 된다.
개발독재란 국가가 부국강병을 기치로 내걸고 굶주린 인민을 선동하는 것이었는데, 쉽게 풀어 말하면 ‘내가 하라고 하는 대로만 하면! 넌 이팝에 고깃국을 먹게 될 것이고,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서 살게 될 것이다!’가 된다. 어디서 많이 본 표어 아닌가?
어쨌거나 팔라비 2세는 그리하여 경제성장을 목적으로 토지개혁과 세속주의 도입, 여성에 대한 참정권을 인정했다. 문제는 이란 사회가 골수 이슬람이었다는 건데, 이로 인한 반발이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팔라비 1세는 강력한 중앙집중화와 더불어 강력한 황권을 가지고 있었기에, ‘우민들? 불만 있어요?’가 가능했지만, 그렇지 못한 팔라비 2세는 권력 유지를 목적으로 비밀경찰인 사바크를 설립했다.
바로 옆에 있는 소련이 언젠가 이란을 집어삼키리라 생각했는지, 외교 성향은 확고한 친미였는데. 얼마나 친미적이었는지, 미국이 아무 곳에서도 수출한 적 없던 F-14를 이란 공군에게 우선 판매하고, 차후 개발될 F-18 같은 최신예기 수출 약속까지 해놓은 상태였다.
“저, 죄송한데 왜 그렇게까지 살벌한 웃음을 짓고 계시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무슨 소리인가! 나는 전혀 모르겠군! 어서 좀 더 말해보게! 어서!”
다시 한번 말하겠지만, 이 이란이라는 나라는 골수 이슬람 국가다. 국가란 영토, 인구, 주권인데. 그중 인구인 국민은 팔라비 2세의 세속주의적 행보가 이슬람의 전통과 쿠란을 철저히 무시한다고 생각했다.
거기까지만 했다면 그래도 그럭저럭 불안정한 정부로서 남아 있을 수 있었겠지만, 여차여차 자신과 매번 충돌만을 하던 총리까지 내쫓는 데 성공한 팔라비 2세는 전제군주제와 더불어 본인을 왕에서 황제로 격상시켰다.
그리고 짜잔. 당연히 더 버틸 수 없었던 시민들에 의해서 이란 혁명이 일어나고 이슬람 공화국이 수립되었다. 친미는 반미가 되었고 이 국가의 최고지도자는 그 유명한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되시겠다.
그런데 그 호메이니가 내건 최우선 목표는 모든 법은 샤리아. 즉, 쿠란에 의거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는 이슬람 근본주의와 완전히 합치하는 부분이었다.
이란이란 참으로 격동의 땅이로다. 그렇지 않으면 고작 30년이라는 짧은 세월 사이에 이리도 많은 사건 사고가 날 수 있단 말인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세속주의를 정치 기반으로 삼고 있었는데, 바로 옆 동네에서 이슬람 근본주의가 혁명에 성공했다.
이것이 바로 1980년부터 1988년까지 도합 8년이라는 기나긴 기간에 걸쳐 이뤄진 이라크-이란 전쟁이다.
그리고 현재, 알리 하메네이는 1981년부터 지금까지 이란을 통치하고 있다!
“이상입니다.”
“정말 정열적인 강연이었네! 좋아! 아주 좋아! 자네 연봉 늘어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군! 감동적이지 않은가?”
부시가 기립박수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봉 말고 기행이나 좀 줄여주십시오.”
비서실장이 투덜거렸다. 사실 연봉이라고 해도 차후 개인적인 보너스를 주겠다는 뜻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 자리가 어디 돈을 보고 앉는 자리겠는가?
어제 비서실장은 악몽까지 꾸었다. 부시가 이 크고 아름다운 붉은 버튼을 딱 절반까지만 누르면 ‘진짜로 미사일이 날아갈까? 날아가지 않을까?’라며 직접 버튼을 가지고 실험하는 걸 지켜보는 꿈이었는데, 앤드루 카드 한평생 그리도 생생한 꿈은 단 한 번도 꿔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미국과 사이가 더욱 좋아지지 않게 된 건 핵 개발 때문이지.’
1950년대. 친미정권 시절에 원자력 협정으로 원전 개발 능력을 갖춘 이란은 미국과 수틀리게 되자 호메이니는 압도적인 힘을 갈구했다! 그 무엇보다도 강력한 힘을!
그렇게 군사력이 허접한 세상 모든 국가가 그렇듯 호메이니의 주도하에 이란은 핵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란은 반서방이자 반미 정권이었기에 다른 강대국과 잘 지낼 필요가 있었고 그 대상이 마침 떠오르려고 하는 태양인 중국. 그리고 넘어졌지만, 다시 한번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곰인 러시아였다.
‘한 방 먹었군.’
꼬우냐고 했더니 진짜로 몹시 아니꼬웠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래서 뭐?’
피라미들이 아무리 모여봐야 피라미일 뿐이다. 문제가 있다면 그 피라미가 석유를 생산하는 피라미였다는 점인데, 이쪽에는 셰일 혁명도 사우디아라비아도 남아 있었다. 미국은 유가가 오르면 승천하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유가가 오르지 않게 조율하는 게 중요했다. 부시가 아예 페르시아만에 항모전단을 전개한 이유기도 했다.
‘뭣하면 브렌트유도 있지.’
북해 유전은 2019년에는 이미 천연가스를 제외하면 완전히 망해가는 와중이었지만, 2001년에는 북해 유전은 아직 빵빵하게 남아 있는 상태였다. 따라서 북해 유전을 좀 더 갈궈서 러시아를 갈구자고 하면 유럽도 순순히 수긍하리라.
‘러시아가 이걸 완전히 알아차리기 전에 유가를 일정하게 안정시켜야 해.’
가장 이상적인 선택지는 유럽과 러시아가 전부 돌아가는 거지만, 유럽이 이렇게까지 해놓고 고분고분 돌아갈 리는 만무했고 러시아는 원래 말 안 듣는다. 썩어도 준치라고 러시아는 언제나 공산권의 일인자였다.
그러니 자르카위가 잡히더라도 유럽의 자세는 바뀔 일이 없을 터였다. 다만 러시아는 지금도 소규모로 군대를 깔짝거리고 체첸에 집중하고 있는 것을 보아 의외로 자르카위만 잡히면 금세 물러날지도 몰랐다. 아니면 본격적으로 동이라크에 미국처럼 무기와 군사고문단 등 관료를 파견할지도 모르겠다.
“아프가니스탄에 좀 더 많은 무기를 대여해주도록 해야겠어.”
아프가니스탄의 국방력을 튼튼하게 만들어두면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중동을 꽉 잡고 있을 수 있었다. 다만 이렇게 되면 아프가니스탄이 무기 유지비만으로 죽어 나간다는 점이었는데, 이 비용에 대해선 미국이 부담할 필요가 있었다.
단기적으로 봤을 땐 당장 움직일 수 있는 체스 말이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었고, 장기적으로 봤을 땐 아프가니스탄이 내정에 집중할 수 있게 되어 미국의 중동에 대한 영향력 투사가 강해진다는 장점이 있었다.
중동 일부와 셰일을 가진 미국의 탄생이라! 상상만 해도 설레지 않는가?
“이제 대충 이란에 대해서 파악했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각이 딱! 날카롭게 서는군!”
그 말을 들은 비서실장은 부시가 죽어라 좋아하던 이유를 드디어 깨달았다.
“조만간 이란의 역사는 정말로 고고학자나 찾는 수준이 되겠군요.”
비서실장이 부시의 눈을 보아하니, 마치 소풍 전날의 어린아이와도 같았다. 그야 그럴 만도 했다. 이제 곧 사라질 국가의 역사를 듣고 있자니 아주 마음이 설레다 못해 죽었겠지.
“선전포고는 자제해 주십시오.”
“비서실장. 너무 걱정하지는 말게. 내가 요즘은 굉장히 자제하고 있지 않나? 아무리 그래도 이란을 석기시대로 돌려 버릴 생각은 없어! 그럼, 그럼!”
“그렇다면…?”
“나는 북한에도 기회를 준 사람이야. 사람은 모두가 평등하니, 기회를 줘야지.”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마음은 고무공과도 같아서 누르면 누를수록 튕겨 나온다.’라고 말이다. 그리고 비서실장도 이 말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다. 저 인간은 참은 만큼 반동이 큰 인간이다.
휴가를 날려 보낸 원인에게 어떻게 대처할지는 안 봐도 너무나도 뻔했다.
* * *
“어, 음. 미국에서 통보가 왔습니다.”
“나는 바빠. 자네가 요약해보게.”
올 것이 왔다며, 하메네이는 몹시 귀찮은 듯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미국은 질색이라는 듯 그들이 보낸 전보마저 직접 읽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물론 아예 보지도 듣지도 않는다는 건 아니었지만, 꺼려지는 건 사실이었다.
‘대충 상하이 협력기구 회원 가입 신청에 대한 항의겠지.’
물론 읽기를 거부하는 것이 꼭 ‘나는 미국이 싫다!’라는 유치한 이유만은 아니었다. 보지 않아도 내용이 너무 뻔했기 때문이었다. 대충 경제 제재가 어떻고 너희는 어떻게 될 것이며, 자유를 핍박하지 말라느니 그런 것이 적혀 있을 게 뻔했다. 그들은 언제나 그랬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핵을 개발할 무렵에도 한결같았다. 그리고 이젠 그런 잔수는 더는 먹히지 않았다. 상하이 협력기구에 가입함으로 중국의 값싼 소비재와 러시아의 군수물자를 도입할 수 있게 될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되면 자체 산유국인 이란은 꿀릴 게 없었다. 전면적으로는 부정하고 있지만, 핵도 있겠다. 국민도 나름 중산층부터는 배 곪지는 않지. 그렇다고 국방이 노후화되거나 약하냐고 물으면 그것도 아니었다.
“뭐해. 어서 말하지 않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서 뽑아두었더니 오늘따라 그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연신 말을 더듬기만 하고 있었다.
“진짜로 합니까? 한 줄밖에 안 됩니다.”
단 한 줄? 한 줄이라고? 이게 무슨 개떡 같은 소리란 말인가?
“뭐? 한 줄? 전산 오류 아니야?”
하메네이 또한 그의 보좌관과 같은 당혹감에 휩싸여 전문이 프린트된 종이를 낚아챘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재미있네. 더 해봐.」
전문을 읽은 하메네이의 등골이 서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