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51)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50화(51/377)
< 50편 >
“이란이 상하이 협력기구 가입 취소를?”
“예, 협력국 자격으로 남아 있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장쩌민은 인상을 잠시 찌푸렸으나, 어떻게 된 일인지 대충 감이 왔다.
‘미국의 압박을 더는 견디지 못했던 건가? 하긴 당장 바로 옆에 아프가니스탄이 붙어 있으니까.’
사실 바다 건너 멀리 있는 미국의 압박보다는 점점 세를 불려가는 아프가니스탄이 무서웠다고 하는 편이 맞으리라. 미국의 비호와 원조 아래 안정된 정부에서 최첨단 무기를 휘두르며, 생활 수준이 눈에 띄도록 올라가면 나라가 부강해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아니면 아프가니스탄이 어떻게 제압되었는지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거리에 있었던 나라로서, 직접 체험은 하고 싶지 않다거나.
다만 그 장쩌민이라도 설마 이란이 단 한 줄짜리 협박에 굴했을 것이라곤 상상조차 못 해봤다.
‘한 20년만 더 있으면 그래도 비벼 볼 만도 한데.’
그 20년도 장쩌민의 희망 사항이긴 했다만, 일단 중국이 타격을 받으면 러시아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 제3차 세계대전이긴 했다. 단순 공개적 밀월 관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러중 동맹이 손에 잡힐 듯했다.
“좋네, 뭐. 이란이 아니더라도 많이 있어. 그리고 머잖아 우리의 시대가 열릴 걸세. 회원국 물색은 이미 물밑에서 진행 중이니까.”
이미 몽골,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등 구공산권 국가들의 협조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지금 와서 이란 정도가 빠졌다고 상하이 협력기구에는 큰 타격은 없었다. 물론 석유는 목구멍에서 손이 튀어나오도록 원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석유가 없어서 미칠 것 같지도 않았다.
“우리한테는 다칭 유전이 있으니까.”
물론 최근 들어 점점 배럴 수가 감소하고 있긴 했지만, 중국 땅은 크고 광활했다. 승리 유전이나 요하 유전도 있었고 남중국해도 있었으니 말이다.
“다만 해군을 좀 더 크게 길러야 하는데.”
남중국해는 온전히 중국의 것이어야만 했다. 진시황제께서 중국을 통일한 뒤로 천자 아래에서 중국의 경계가 완성되었고 남중국해는 이 통일 중국에 귀속된 해역이었다. 문제는 이를 뒷받침할 사료가 전부 불타올라서 그렇지.
‘젠장, 홍위병만 아니었어도.’
“랴오닝은 어떻게 되고 있나?”
“이제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고 있습니다.”
“2만 8천km라. 랴오닝이 대붕(大鵬)이라도 온종일 날아야 중국에 도착할 수 있겠군.”
“러시아에서 동이라크에서의 합동 훈련 제의를 해왔네. 어떻게 생각하는가?”
장쩌민의 보좌관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잘 선택해야 했다. 물론 말 한 번 잘못했다고 숙청되진 않겠지만, 장쩌민의 시대가 지나가더라도 올라가기도 쉽지 않아질 것이 분명했다. 중국의 당은 참으로 빌어먹게도 그런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최고 지도자와 파벌의 눈 안에 잘 들면 어디까지도 올라갈 수 있지만, 그 둘의 눈 밖에 나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로 아무것도!
“거절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허허, 왜 그렇게 생각했나?”
‘시발, 진짜 돌겠네.’
다른 대답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민감한 사항’에 대한 소신을 말해보라고? 당연히 아무 생각 없이 괜찮아 보인다고 말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부터 나올 대답이 장쩌민의 마음에 들 수 있을까?
아인슈타인 박사가 시간은 상대적인 개념이라 하였던가? 보좌관은 그 사실을 직접 몸으로 통감했다. 아주 찰나의 시간이었으나, 보좌관에게는 이 찰나가 영겁과도 같이 느껴졌다. 그러나 언제까지 질질 끌 수만은 없는 법.
속으로 단어 선정이 끝난 보좌관이 입이 드디어 열렸다.
“그곳에 서이라크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하하! 맞았어, 맞았다네! 자, 이제 좀 더 자세히 말해보게.”
장쩌민의 흡족한 미소를 보고 보좌관은 아주, 몹시, 매우, 정말로 다행이라고 속으로 주먹을 몇 번이나 치켜들었다. 장쩌민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알 도리가 없으나, 보좌관의 논리는 다음과 같았다.
이라크는 유럽의 힘이 직접 미치고 있는 장소였지만, 동시에 러시아의 힘이 직접 미치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유럽에 있어서 이라크는 중동으로의 발판을 의미했지만, 러시아에 있어서 이라크는 한 발짝 멀리서 보고 싶은 장소에 불과했다.
유럽과는 달리 러시아는 이미 충분히 많은 천연자원을 가지고 있었고, 당장 러시아의 유전에 시추 설비를 설치하는 데만도 숨이 벅차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것이 러시아가 이라크에서 완전히 발을 뺄 사유는 되지 못했다.
왜냐하면, 러시아는 유럽의 천연자원. 그중에서도 가스와 석유 시장을 휘어잡고 있었으니 말이다. 여기서 중동의 막대한 에너지 자원이 유럽으로 흘러 들어가면 러시아의 수출량도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러시아의 원대한 꿈도 추락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푸틴은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고 있을 머저리가 아니었다. 바로 이것이 러시아가 구태여 동이라크 합동 훈련을 제시한 이유였다.
“완벽하군.”
그리고 정답은 ‘똑같았다.’였다. 다만 장쩌민은 좀 더 대국적으로 볼 수 있는 시야를 지니고 있어, 한 수 더 앞서 나아가고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장쩌민이 특별히 우수해서가 아니라 ‘자리’가 만들어준 시야에 가까웠다.
‘하지만 하나가 부족하군.’
동이라크는 또 하나의 특별한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바로 서이라크를 점거한 게 순수 100% 유럽군이라는 점이었다.
바꿔말하면, 서방세계를 하나로 묶여주는 가장 강력한 고리이자, NATO와 정면승부를 꺼리게 되는 가장 큰 이유인 ‘미국’이 없다. 미군의 국방력에 가장 목마른 유럽이 이 중동에서만큼은 적극적으로 미국을 배척하고 있었으니, 이건 반NATO. 즉, 상하이 협력기구 회원국에게는 라이벌 되는 국제기구인 NATO에게 한 방 크게 먹여줄 기회였다.
“유럽놈들은 몰라도 미국까지 상대하려면 너무 힘드니까.”
장쩌민은 ‘아직은.’이라는 말은 뒤로 삼켰다.
“실로 뛰어난 혜안이십니다!”
물론 그 말을 들은 보좌관은 자신의 소신 발언이 미흡했음을 ‘인위적’으로 매우 깊게 통감하고 바로 반성하는 기색을 보였다. 이에 장쩌민이 아주 만족했음은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중동의 사막을 가로지르는 인민해방군이라. 상상만 해도 짜릿하지 않은가?”
“맞습니다. 사막용 장비 성능을 본격적으로 확인할 기회가 될 겁니다.”
이 광대한 중국 땅에는 없는 지형이 없었다. 특히 사막의 경우에는 타클라마칸 사막, 고비 사막 등 중국 땅 약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을 만큼 생각보다 넓었다.
덕분에 69식의 후기모델이자 85식의 전기모델이기도 한 80식(69-III) 전차부터는 포신에 써멀자켓을 장착할 만큼 예전부터 사막에 대한 대비가 중동에 있는 국가를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수준급이었다.
“드디어 중국이 어둠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군.”
마음만 같아서는 대청국 시절의 영토와 위신을 되찾고 싶었지만, 지금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러시아가 점거하고 있는 청나라 시절 땅이 썩 그렇게 탐나는 땅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서쪽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겠지. 중동이야말로 검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었으니까.
“러시아에는 긍정적인 회답을 돌려주고 인민해방군에게 명령을 내려야겠군. 자네도 어서 움직이게. 올해는 최후의 최후까지 바쁘게 움직일 예정이니.”
전한 무제를 꿈꾸는 용과, 차르를 꿈꾸는 곰이 손을 맞잡았다.
* * *
“내가 요즘 들어 대만에 관심이 많아.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비서실장.”
‘대만에 있어서 둘도 없는 천재지변이나 다름없군요.’
“대만에 있어서 둘도 없는 호재인 것 같습니다.”
슬슬 말과 생각을 구분해서 발언할 수 있게 된 비서실장이었다. 본래라면 사회 초년생 즈음에 시작하여 이 자리에 올라왔을 무렵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을 기술이었지만, 어째선지 부시 앞에서만 서면 말과 생각의 경계가 자꾸 허물어지는 바람에 이를 다시 연마해만 했다.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서 장쩌민 그 친구한테 선물 하나 하려고.”
“장쩌민은 대만이 아니라 중국의 지도자입니다만.”
“내 선물이 언제 평범한 적 있던가?”
“아, 과연.”
비서실장은 평소에는 그렇게 철저히 혐오하고 무시했던 중국을 이번만큼은 동정했다. 부시의 임기가 1년조차 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상 부시의 손을 걸쳐가고 멀쩡히 살아남은 인물, 단체, 조직, 국가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물을 2번 보내야 하는데, 2번째 선물은 좀 준비 기간을 거쳐야 할 거야.”
“아, 2개나! 그럼 첫 번째 선물은 무엇으로 준비하면 되겠습니까?”
“첫 번째 선물! 그건 바로 나라네.”
“전투기는 안됩니다.”
비서실장의 빠르고 단호한 대답에 부시는 입맛을 쩝쩝 다셨다. 하긴 아무리 부시라고 해도 중국에 전투기를 타고 갈 생각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어디 이동만 하면 멀쩡한 캐딜락 원과 마린 원을 놔두고 자꾸 직접 군용기를 조종하려는 부시도 부시였지만,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일말의 가능성까지 미연에 차단해 버리는 비서실장도 상당했다.
“어허, 내가 아무리 전투기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중국에 전투기를 타고 갈 리 없잖은가.”
“폭격기랑 수송기도 안 됩니다.”
바로 돌아온 대답에 부시의 표정이 묘하게 굳음과 동시에 등 뒤에 식은땀이 흘렀다. 원래는 수송기를 조종해서 가려고 했던 탓이다. 수송기 정도면 전투기와 폭격기와는 달리 무장도 없는 평화적인 비행기 아닌가?
“이런 젠장! 진정 나를 잘 알아주는 부하와 함께 일하게 되어서 너무 기쁘군! 나는 정말로 행운아야!”
“칭찬 감사합니다. SAM 27000, 28000중 하나 정도는 고르실 수 있습니다.”
“SAM 27000으로 해. 그 비행기 시트가 좀 더 푹신하더군. 기내식도 그렇고.”
그 대답을 들은 비서실장이 그제야 비장한 표정을 풀었다. 비장미만이라면 당장 전쟁을 결단하는 국가 지도자의 그것이었다.
“그럼 앞으로도 SAM 27000을 주로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고급 레스토랑 햄버거만 먹다 보면 맥도날드 햄버거가 끌릴 때가 있는 법이지. SAM 28000도 때때로 탈 거야. 형제 중 한 명만 예뻐하면 다른 한 명이 서운해하지 않겠는가?”
“비행기에는 감정이 없습니다만.”
“내 출신이 또 공군 아닌가? 공군은 원래 다 그렇다네.”
말대답에 말대답을 무는 그 모습이 뱀이 자기 꼬리를 무는 것 같았으며, 실로 용호상박이라 할만했다. 아니면 그냥 속된 말로 자존심 강한 두 천재거나.
“중국 측에 말이나 해둬.”
“방문 목적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중국의 공산당아! 민주주의의 영웅 조지 부시가 간다!”
“그건 그냥 선전포고 아닙니까?”
그리고 비서실장이 생각하기에, 발언 자체만 두고 보면 고결한 영웅보다는 악랄한 악당이었다.
“그냥 친교를 다지기 위해서 직접 움직인다고 말해.”
알아서 각색하라는 뜻이었다.
“그건 또 제가 전문이죠.”
장쩌민이 이 소식을 접한 건 때마침 보좌관과 대화가 끝날 무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