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54)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53화(54/377)
< 53편 >
미국에서 경찰이란 가장 위험한 직업이다.
경찰이란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이다.
미국에서 경관에게 불러 세워졌으면, 일단 반성하는 태도부터 보이고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총 맞으리.
미국에서 경관이 용의자를 발견했으면, 일단 접근 시에 총을 뽑을 각오로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총 맞으리.
이것이 바로 미국의 치안이다.
“무슨 일이죠? 경관님?”
브라이언은 그의 삼촌 브래드가 했던 말을 아주 잘 기억하고 있었다. 브래드는 전직 경찰이었는데, 누가 짜 맞추기라도 한 듯. 아니면 신께서 그렇게 만드셨는지, 할리우드 영화에나 나올법한 스테레오 타입의 경찰이었다.
그는 아침은 거르고 점심에는 도넛이나 햄버거를 먹었으며, 저녁에는 피자를 즐기는 독신주의자였다. 이러한 미국인다운 식습관 덕분에 뱃살이 두둑이 나왔으나, 그 안은 근육으로 가득하여 근육 돼지라는 말이 어울리는 체형을 하고 있었다.
한 번 깐족거리다가 옥수수가 털린 적이 있으니, 괴력임은 확실했다.
어쨌거나 그런 브래드가 브라이언에게 바비큐 파티를 하며 신신당부하며 말하길, 경관에게 걸리면 일단 그 경관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주라는 말을 했다. 최대한 협조하라는 소리였다. 처음에는 그도 주의 깊게 들었으나, 그가 취할 때마다 같은 소리를 하는 바람에 어느 순간 ‘아, 시발! 또 취해서 개소리하고 있네.’라고 흘려듣기 일쑤였다.
그러나 브래드의 술주정을 약 10년 동안 듣다 보니까 전체적으로는 흐릿해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게 있었는데, 일단 죄가 있든 없든 걸리면 주머니나 글러브 박스 등 일단 물건이 들어가는 장소에 함부로 손을 넣지 말라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 깜짝 상자에서 나올 게 총일지 신분증일지 경관이 무슨 수로 구분한다는 말인가?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총 맞기 싫으면 최대한 경관의 사고방식에 맞추라는 소리였다.
특히나 ‘흑인’은 말이지.
“과속하셨습니다.”
과속이라. 미국에서 보통 과속으로는 잘 잡지 않는다. 왜냐면 미국 도로에서 과속하지 않는 차량을 도리어 더 찾아보기 힘드니까 말이다. 도로마다 제한 속도는 제각각이었지만, 모두가 제한 속도보다 10mph(16km/h)를 더 밟았다. 그래도 단속을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물론 20mph(32km/h) 정도를 더 밟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중요한 건 10mph 더 밟은 거 가지고 아무도 무어라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신분증 필요한가요?”
그러니까 오늘은 오지게 운수가 없는 날이다.
“내리십시오.”
‘이런 젠장.’
정정하겠다. 저 경관은 인종차별주의자가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딱지만 끊는 게 아니라 내리라고 할 리가 없었으니까. 수법이야 뻔했다. 고분고분한 흑인이 반항할 때까지 최대한 잡아두는 것이다.
이 또한 브래드의 조언이었다. 그러나 지금 브라이언은 그 조언을 따를 형편이 되질 못 했다. 아내가 출산 준비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단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초조해지는 이 기분을 아는가?
신파극 같은 일을 직접 겪어보니, 기분이 아주 좆 같았다. 클리셰라는 게 왜 자꾸 도돌이표를 찍나 했더니, 클리셰에는 클리셰인 이유가 있었다.
‘빨리 보내주면 좋겠는데.’
하긴 지금 당장 뒷좌석에 아내가 타고 있지 않은 게 더 다행일지도 몰랐다. 그랬으면 지금 경관이 그의 손에 죽어 있었을지도 몰랐다.
“신분증이 뒷주머니에 있는데 꺼내도 될까요?”
“신분증은 되었습니다. 자동차 트렁크를 열어서 보여주십시오.”
‘불법적인 물건은 없으니 괜찮겠지?’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인내심이 고갈되어 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화를 내서 구속이라도 되어 버리면 아내는 아기를 혼자 낳아야 할지도 몰랐다. 어쩌면 아이가 말을 할 수 있게 될 즈음에 만나게 될지도 모르지.
그는 인내하고, 또 인내했다.
몸을 수색하고, 지갑을 수색하고, 자동차 하부를 조사하고, 조사, 조사, 조사! 그렇게 그 시간이 3시간이 지났을 무렵 드디어 인내심이 폭발했다.
그가 부탁한 것은 대단한 게 아니었다. 아내가 혼자서 아이를 낳고 있으니, 그만 보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간절함과 대비되게 경관은 그의 부탁을 묵살했고 집요한 조사는 계속되었다.
그렇게 2시간이 더 지났을 무렵에서야 브라이언은 해방될 수 있었다.
이렇듯 사회 곳곳에서는 아직도 경관에 의한 인종차별이-.
“끝내주는군.”
부시는 신문을 읽다 말고 책상 위로 냅다 집어 던졌다.
“이거 보이나 비서실장? 신문이 아주 소설이야 소설.”
“언제나 있는 일이죠. 다만 이번에는 목소리가 좀 큽니다. 보통은 민원으로 그칩니다만. 거기다 너무 과장되어 있습니다. 실제로는 경찰관의 응대도 저 정도는 아니었겠죠. 예를 들어서 수상한 점을 보였거나.”
“알아보니 절친 중 한 명이 이 신문 편집부에서 유망한 기자라더군. 이 자리가 좋긴 좋아. 대부분의 의문을 사무실 의자에 앉아서 전부 풀 수 있으니까.”
편의성은 몰라도 정확도만이라면 인터넷보다 더했다. 예를 들어서 66번 국도 길이가 궁금해서 인터넷에 ‘미국 66번 국도’라고 치면 자기가 알아서 위키 눌러서 찾아봐야 했다.
이 자리에 앉아있으니,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었다. 전화 한 통이면 누가 뭘 입고 있는지까지 알아낼 수 있으니까.
단적인 예로 인터넷에서는 66번 국도가 3,945km라고 하지만, 부시가 원한다면 그 뒤의 소수점까지도 알 수 있었다.
“좋아. 연방 경찰에 더 큰 힘을 실어줄 수 있겠어. 다음 연설문에 이 사연을 넣어봐. 최대한 피해자의 시점으로.”
“주 경찰을 밥만 축내는 밥버러지로 만드실 생각입니까?”
“필요하다면. 경찰 인력이 없어서 중부 농장은 죄다 PMC가 경비 서고 있잖나. 난 그 꼴 더는 못 봐. 내 임기 내에 반드시 주 경찰 재편을 해내야겠어.”
이리도 거대한 사업을 어찌 저리도 편하게 말한단 말인가? 비서실장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 자리에 앉아있으면서 이런 말을 하면 안 되지만, 점점 영화에 나오는 악당이 되어가는 기분입니다.”
정확히는 악의 간부라고 해야 하나. 비서실장 본인은 주 경찰을 해체하는데 회의적이었다. 다만 해체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수긍은 하고 있었다. 일부의 일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이 부패했다.
본디 약재란 과하게 쓰면 독이고 적절히 쓰면 약이었다. 정책도 마찬가지였다. 과하게 밀어붙이면 분명 어디에선가 탈이 나게 되어 있었다. 문제는 그 탈을 최소화할 사람이 바로 비서실장이었고, 정면으로 역풍을 맞을 사람은 부시였다는 점이다.
비서실장의 신경은 아주 섬세했는데, 최근 들어 신경에 근육이 붙는 느낌이었다. 원래 근육이란 게 적절히 파열된 다음에 다시 붙으면 더 튼튼해진다고 하지 않던가. 만약 신경에도 외형이란 게 있다면, 비서실장의 신경은 필시 보디빌더와 같으리라.
“축하하네, 아마 영화로 나오면 자네가 비선 실세로 나올 거야. 난 자네에게 휘둘리는 허수아비 대통령 A 정도로 나오겠지.”
“그럴 리가요. 저는 대통령님께 해드린 것이라곤 서류를 가져다드린 일밖에는 없습니다.”
“내 연설문, 자네가 작성하잖나.”
‘어, 잠깐만.’
“진심입니까? 진짜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걸. 그보다 중국 측과 이야기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
부시가 놀려서 꽁해졌지만, 무어라 할 말이 궁색했던 비서실장은 비서실장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현 정권과 청나라. 이 둘의 접점을 최대한 잡아떼는 방향으로 갈피를 잡은 듯싶습니다.”
‘그럼 그렇지.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릴 리가 있나.’
“두 번째 선물을 줘야 하나?”
항모 전단 전면 배치를 말함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4개. 아니, 5개까지도 중국 근해에 배치할 수 있었다.
항모 전단 4개면 중국이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라도 완벽히 석기시대로 돌려버릴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것까지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일단 부정하면서도 이자를 조금씩이나마 갚아 가자는 형태가 되어가고 있으니까요.”
“그건 다행이로군. 그런데 1년에 10억 달러 같은 거면 재미없을 것 같은데?”
한 번에 너무 뜯어낼 수도 없었다. ‘청나라를 계승하는 정통 정부’와 ‘청나라 국채’의 존재를 인정한 이상 결정을 번복하기는 힘들 거고. 이제 남은 건 ‘한 번에 얼마씩 뜯어낼까?’였는데, 한 번에 너무 많이 뜯어내면 중국이 대국이 소국을 경제적 식민지로 만들어 핍박한다며 여기저기 호소하고 다닐 거고 그럼 미국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실추될 수 있었다.
일단은 중진국이긴 했지만, 동시에 그 비대한 덩치 덕분에 강대국이기도 했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하던 2019년에도 중국은 고소득 국가로 올라가진 못했지만, 그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줬다.
그러나 지금 미국을 절대 따라잡지 못하게 지금부터 경제적으로 견제만 해줘도 중국의 성장을 20, 30년은 더 늦출 수 있었다.
‘중국을 눌렀으니, 다음은 러시아인가.’
러시아는 중국과는 달리 미국의 지도부 모두가 꽤 공을 들이고 있었다. 냉전 시절 미국의 호적수라 할만한 국가는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이었다. 그러다 보니까 미국 지도부 모두가 러시아가 소련 시절로 돌아가는 사태를 영 현실성 없는 망상으로 치부하지 않고 전력으로 저지하고 있었다.
일단은 어떻게든 유가가 안정되어 가고는 있었으나, 김갑환이 기억하고 있는 끝없는 우상향이 아닐 뿐. 유가는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언젠가는 이 짓도 한계가 오리라.
“2년은 무리수라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2년 안에 해줘야겠군.”
‘정 뭣하면 극히 일부만이라도 수압파쇄법을 풀어주는 수밖에.’
환경을 생각하려다 미국 자체가 무너지면 죽도 밥도 안되니 어쩔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사람이 살아가는 것 자체가 환경 오염이었다. 그 왜 그래서 유년 시절에 보던 애니메이션 따위를 보면 사람 자체가 지구의 암세포네 뭐니 하는 게 한참 유행이지 않았나?
부시가 이에 동의하는 건 아니었지만,
“대만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당연히 방문해 달라고 난리입니다. 대만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중국 정통 정부’를 자처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다만 국채에 대해서는 부정하고 있습니다. 대만의 주장은 대만 인민과 본토 지역의 국민 관계법 제 63조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63조는 1949년 이전에 중국 본토에서 발행된 외화 채권과 단기채권, 정부 은행과 민간 금융 기관에서 발행한 모든 채무와 부채는 대만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는 법이었다. 눈 가리고 아웅이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다만 청나라 채권을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갚게 되었으니, 대만의 정통 정부 주장이 곤란해진다는 것이었는데. 이는 부시에게 따로 생각이 있었다.
“그래도 방문은 곤란해. 적어도 중국에서 이자가 나오고 있는 한에는 말이지.”
그 말을 들은 비서실장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뭐 그렇게 놀라는 표정인가?”
“이 소식을 들으시면 바로 가시겠다고 하실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에어 포스 원도 미리 대기 시켜 놓았는데….”
하도 놀라서 미사여구도 빼놓고 대놓고 솔직히 말했다.
“그럼 그 친구들한테 휴가라도 주게. 당분간은 탈 생각 없으니까.”
“도대체 뭘 꾸미고 계신 겁니까?”
“자넨 나를 대체 뭐로 보고 있는 건가?”
“저, 그게….”
‘마왕?’
“당연히 대통령님이시죠.”
‘참호에 떨어진 영국제 스텐 기관단총처럼 멋대로 움직이는.’이라는 부분은 혀끝까지 굴렸다가 속으로 되삼켰다.
“매사에 패도(悖道)적인 부분이 걱정되긴 하지만, 충분히 존경할 만한 분이라 생각합니다.”
‘훗날 회고록이 나왔을 때 읽는 사람이 경기를 일으키지 않으면 다행인 분이라 생각합니다.’
부시는 배은망덕하게도 비서실장의 충심을 잠시 의심했지만, 이내 그런 쓸모없는 망상을 털어냈다.
“다음은 유럽 쪽을 좀 건드려볼까?”
왜냐하면, 비서실장의 충성심이 아주 깊다는 사실은 부시가 제일 잘 알았으니까.
‘오, 젠장.’
정작 그 충신은 속으로 욕을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