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56)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55화(56/377)
< 55편 >
최근 UAV 개발 속도는 마치 등 뒤에 날개가 돋은 듯했다. 요구한 것이 MQ-1의 성능을 아득히 뛰어넘는 것인지라, 이미 MQ-9을 개발 중인 제너럴 아토믹스 에어로노티컬 시스템은 다른 사업까지 손을 댈 여력이 없어 MQ-9에 집중하겠다며 부시가 추진하는 ‘차세대 무인기 사업’에서는 손을 떼버렸다.
대신 차세대 무인기 사업엔 NASA나 노스롭 그루먼, F-22의 개발이 거의 끝나가는 록히드 마틴 등이 투입되었다.
덕분에 무인기 사업은 예산 먹는 괴물로 변해버렸지만,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무인기의 유용성과 국방 예산 절약에 대한 매력이 증명된 이후로 의회에서도 예산 안에 더는 태클을 걸지 않았고 도리어 무인기를 밀어주는 추세가 되었다.
다만 예산의 증가와 개발 난이도가 사이좋게 손에 손을 잡고 급상승을 했는데, 그 이유인즉 조지 부시의 요구에 있었다.
“이 빌어먹을 대통령님은 우리가 돈만 넣고 ‘결과 나와라! 뚝딱!’하면 뭐든지 나오는 기술 자판기인 줄 아는가!?”
사실 부시가 요구한 건 그리 복잡한 게 아니었다. 본격적인 무인 정찰기와 무인 전투기(UCAV)를 만들라는 요구였는데, 부시가 생각한 건 MQ-4 글로벌 호크, RQ-170 센티넬과 X-47B였고. 개발진이 생각한 건 MQ-1 프레데터의 데이터 혹은 동체를 기반으로 한 기술 실증기, 그 강화판 정도였기 때문에 역정을 내는 것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썩 불가능해 보이진 않았는데, 예산이 늘어난 만큼 인력도 자원도 늘어나는 셈 아닌가? ‘무한한 예산과 무한한 생산력이 있는데 못한다고 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의회에서도 개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부류를 제외하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무한한 인력과 자원을 곱게 갈아낼 시간이 없었다.
무인기의 구성을 큼직하게 분류했을 때 여섯 가지로 되어 있다. 외골격을 구성하는 ‘동체’, 전력을 공급해줄 ‘파워와 엔진’, 눈이 되는 ‘센서’, 움직임을 제어하는 ‘액추에이터’,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오토 파일럿’, 이 여섯 가지 하드웨어를 총괄하는 ‘소프트웨어’.
동체란 본디 오랜 설계 기간을 거쳐서 나오는 것인데, 일차적으로 동체를 설계할 시간이 촉박했다. 동체의 형태가 성립되어야 사용할 파워와 엔진, 센서, 액추에이터도 결정되는 것이고, 일단 목업이라도 잡혀야, 또 무슨 부품을 쓸지 알아야 오토 파일럿을 짜던 소프트웨어를 짜든 할 것 아닌가?
거기다 기존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UAV용으로 나사 하나부터 새롭게 개발하게 될지도 몰랐다. 아니, 그럴 확률이 농후했다. 왜냐하면, 그 잘나신 대통령님께서 요구한 기체 성능이 딱 그런 성능이었으니까 말이다.
암호화. 그래, 암호화는 또 어떻고! 도대체 부시 대통령이 암호화에 왜 이리도 집착하는지 알 순 없었지만, 보통 수준의 암호화에서 끝내면 될 물건을 가지고 최상급의 보안 체계를 요구했다.
이러한 난제들을 내어주고 하는 말이.
「할 수 있지?」
“이, 이! 시발! 이걸 말이라고!”
물론 실제로 이것들이 만들어지면 전장에서 다양한 활약을 펼칠 수 있겠지. 명백히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움직임. 즉, G를 완벽히 무시하는 다채로운 기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대공 임무에서 머잖아 유인 전투기 자체가 사라지리라.
더불어 유인 전투기에는 치명적인 결점이 존재했다. 그 결점이란 바로 ‘인간’ 그 자체였다. 인간의 진화는 수백만 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되는 것인지라, 과학의 발전 속도를 따라갈 엄두를 내질 못했다.
상승, 선회와 함께하는 G는 고작 5G만 넘어가도 중력은 야속하게도 조종사로부터 시력을 앗아간다. 호흡법을 조금만 틀려도 의식을 하늘이 거두어가고, 약간의 실수는 허벅지에 피가 쏠려 혈관이 터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렇게 몸은 마모되어 한계가 오는 순간 검푸른 하늘은 다신 볼 수 없는 젊은 시절의 추억으로 남게 되고 인간의 한계를 탈피한 기체란 이리도 매력적이었다.
사실 이는 개발진의 시점이고, 세상을 숫자로 보는 행정가의 시선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간의 한계를 탈피했다는 점보다도 UAV의 가장 상상 이상으로 저렴한 가격이 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당장 MQ-1이 대당 고작 500만 달러. 행정명령으로 급하게 설비를 늘렸다고 쳐도 이는 굉장히 값쌌다. 전투 조종사라는 파츠를 제대로 굴리기 위해서 시간, 예산을 천문학적으로 잡아먹는데. 전투나 사고라도 나면 그 천문학적인 시간과 예산이 하늘로 붕 떠버린다.
그러나 무인기는 그럴 걱정이 없었다. 안전한 사무실에서 컨트롤러만 잡고 움직일 수 있으니까.
물론 사람들의 생각만큼 무인기도 완벽한 무기 체계는 아닌지라 결점이 있긴 있었다. 지금은 그다지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무인기 조종사가 겪는 극심한 PTSD라던가. 낮은 암호화로 인한 해킹 문제, 도리어 G가 없기에 발생하는 문제 등이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은 무인기의 밝은 면만 보일 시기였다.
어쨌거나 무인기의 장단점은 뒤로 밀어두고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받은 개발진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아니, 진짜로 토하는 부분으로 다시 돌아와서.
“우리 대통령님께선 대체 뭘 하고 싶으신 겁니까? 공군으로 지구를 지배하기라도 하겠답니까?”
공군 출신이라 그런지, 아니면 비행기에 흥분하는 특수한 도착증이라도 가졌는지 모를 부시의 공군에 대한 집착은 널리 알려진 바였는데. F-22를 타고 공군 기지 사찰을 나가고, F-18을 타고 한국으로 날아간 사실을 미국인 중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사실 미국인이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류 중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극소수였다.
“이미 반쯤 그러고 있잖나.”
항모 전단을 제 수족처럼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공격적인 외교를 진행했는데, 그 수준이 거의 지구를 지배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항모 전단은 일단은 해군이었지만, 주체가 함재기를 통한 제공권 장악 및 폭격이니 하는 일은 공군과 별 다를 바가 없었다.
“그래도 MQ-9 리퍼는 그나마 좀 났네요. 저건 실물이라도 있잖아요.”
그들로서는 정말로 다행스럽게도 MQ-9 리퍼는 이미 시제품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2001년 2월 즈음에 초도 비행을 마쳤고 이제 이것저것 달아보며 시험 중에 있었다. MQ-9 리퍼야말로 MQ-1 프레데터의 강화판이자, 전투형이라 해도 좋았다.
“그런데 저걸로 만족 못 하시겠다는 말씀이시지 우리 대통령님께선.”
“요구 사항 중에 ‘지상의 인공위성’이 대체 뭡니까? 어떻게 하면 되는 건데요?”
이중 노스롭 그루먼이 가져간 컨셉은 고고도 정찰기였다.
“대충 U-2랑 비슷한 거 아냐?”
U-2는 고고도 정찰기로 ‘맞출 수 있으면 맞춰보던가.’라는 개념으로 빚어낸 기체였다. 개념 자체는 SR-71과도 비슷하지만, SR-71이 마하 3.3이라는 속도로서 그 개념을 표현했다면, U-2는 높이로서 그 개념을 현실로 끌어냈다.
물론 SR-71과 비교하면 U-2가 자랑하는 고고도 정찰 능력 또한 빛이 바래지만, 이는 U-2가 1950년에, SR-71이 1964년에 개발된 기체인지라 시대의 차이가 나는 것일 뿐이다.
어쨌거나 이 두 기체는 85,000피트. 즉, 약 26km 위에서 유유히 적진을 정찰하고 사라지는 이른바 하늘의 별이었다. 미사일로 쏴도 거리가 닿질 않고 설령 닿는다 치더라도 이미 멀리 도망친 뒤인지라 격추가 썩 쉽지 않은 기체들이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부시가 요구한 것은 U-2와 같은 개념이었다. 부시가 생각한 건 MQ-4 글로벌 호크로 쉽게 말하면 미사일도, 유인 전투기도 닿을 수 없는 초고고도에서 게임 미니맵 보듯 지상을 감시할 수 있는 기체였다.
“와, 이걸 자기 임기 끝날 때까지 만들라고요? 우리 대통령님 개념이 출타했네요?”
“내 생각엔 자기도 안 될 거 알면서 저러는 거 같은데.”
물론 부시는 자기 임기를 재선까지 ‘8년’으로 잡고 있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말했지만, 그들이 듣기에는 ‘4년’ 내로 만들어 내라는 소리로 들렸다.
“그런 거 치곤 너무 퍼주잖아요.”
“그건 그렇지.”
물론 이러한 대규모 사업은 대통령 단독일 수만은 없어서 의회를 설득해야 했는데, 그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마침 중국이라는 돈줄도 생겼겠다. 어디 예산 좀 돌려볼까? 어디가 좋을까? 아하, 앞으로 사람 없는 전장이 나오면 연금에 돌리는 예산을 대폭 깎을 수 있겠구나!’
“에이 씨. 이런 거 말고 인프라나 어떻게 해주지.”
“그렇게 투덜거릴 시간 있으면 컨셉이나 하나 더 짜라. 감도 안 와 감도.”
그렇게 두루뭉술했던 컨셉과 필요한 제원, 예상 스펙 등이 구체적으로 감이 잡히기 시작했고 나오는 데이터는 정리되어 보고서라는 형태로 물주 되시는 국방부로 올라가 최종적으로는 부시의 손에 들렸다.
“이게 글로벌 호크라고?”
문제는 그 컨셉을 받아본 대통령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는 게 문제였지.
‘아니! 지상의 인공위성을 만들랬더니, 왜 침투 정찰기를 만들었어!’
실은 부시가 요구한 지상의 인공위성인 MQ-4가 수행하는 임무는 U-2와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U-2가 ‘적진 위’에서 침투 정찰을 하는 기체라면, MQ-4는 ‘아군의 제공권’ 안에서 미니맵을 제공하는 일이었다.
그것도 연료가 떨어질 때까지 천천히 오래, 24시간 이상 말이다. 3끼 식사와 수면이 보장되어야 하는 사람은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젠장. 환장하겠군.’
부시의 손에 들려 있는 컨셉은 글로벌 호크가 아니라 센티널에 가까운 무언가였다. 아니, 센티널조차도 아니라 초기 X-47B의 전신인 X-47 페가수스와 비슷했다. 실제로 U-2의 후계라고 공공연하게 불렸던 것을
‘확실히 이것도 필요하긴 했는데.’
문젠 이렇게 되면 글로벌 호크와 X-47을 전부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소린데, 노스롭 그루먼이 거의 별개로 취급되는 2가지 프로젝트를 동시 진행을 할 수 있는 역량이 될지가 의문이었다.
물론 침투 정찰이라는 컨셉이 겹치는 이상 X-47보다는 록히드 마틴의 보고서에 올라온 RQ-170 센티널을 밀어주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X-47은 폐기된 프로젝트였기 때문이었다. 다만 이후 X-47의 개발 경험이 차세대 무인 정찰 폭격기인 ‘RQ-180’의 발판이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었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무엇하나 놓치기 싫었다.
RQ-180과 글로벌 호크 중 하나를 고르라니?
그리하여 나온 대답은 의외로 단순무식하기 짝이 없는 대답이었다.
“그럼 노스롭 그루먼에 더 많은 예산을 넣고 더 많은 사람을 갈아 넣으면 되겠구나!”
도대체 왜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가? 애당초 그것부터가 오류 아닌가?
사고방식이 슬슬 세상 물정 모르는 금수저를 닮아가는 것 같았다. 물론 금수저가 아니라 그냥 금수였지만, 세계 최강의 금수새끼인지라 아무도 건드릴 엄두를 내질 못하니 문제였다.
“그래도 슬슬 보이는군.”
김갑환이 2019년에 기억하고 있었던 무인기 체계가 잡혀가고 있었다. 물론 세세한 부분에서는 차이가 났지만, 대전제에는 변함이 없었다.
‘뭐지? 공돌이들이 죽어가는 게 보인다는 건가?’
다만 비서실장만이 그 뒤에 벌어질 비극을 이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