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57)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56화(57/377)
< 56편 >
딱 이쯤이 미국이 중국이라는 통장에 쌓인 적금이 1조씩이나 된다는 사실이 세계만방에 알려질 무렵이었다. 미국의 동맹국들이 미국으로부터 콩고물이라도 떨어지지 않을까 설레발을 칠 무렵이기도 했다는 소리다.
그러나 설레발을 치고 싶어도 유럽의 시야는 중동에 묶여있었고 한국은 언제나 그렇듯 북한과 맞대면 하느라 온 신경이 북한으로 쏠리고 있었다. 특히나 경수로 사업은 실상 한국이 주도하는 사업이었다. 그렇기에 ‘아, 이제 중국은 신경 좀 덜 써도 되겠구나.’ 정도는 되어도 중국에서 같이 뭘 뜯어내겠다는 생각에 미치지는 못했다.
해봤자 미국에 요청하면 중국 사업 규제 완화나 한중 무역에서 좀 더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도와주지 않을까? 정도로 막연하게 생각할 뿐이었다.
우방국이라 할만한 건 남미의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멕시코인데. 이들은 기본적으로 중국에 썩 그렇게 관심이 있질 않았다. 그리고 인도는 이미 미국과 동맹 이야기가 물밑에서 천천히 진행되고 있었고, 이스라엘은 이미 테러에서 살아남기 시리즈를 찍고 있는 데다 중국과는 썩 그리 접점이 없었다.
다만 당사국인 중국. 그리고 친중 국가인 러시아나 파키스탄만이 이를 규탄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일본.
“부시 씨! 지금이야말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할 시점입니다!”
유일무이하게 일본만이 행정력에 여유가 있었다. 적어도 총력과 사력을 다해 신경 써야 하는 국가적 사업은 없었으니까. 대신 평소에도 신경 쓰고 있던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류큐 제도 북동쪽에 있는 센카쿠 제도 문제였다. 중국에서는 댜오위다오라 불리는 곳으로 가장 대표적인 분쟁지역 중 하나였다.
과거를 청산하고 급격히 친해지고 있는 중국-러시아의 국경을 제외하고 중국에서 분쟁지역이 아닌 곳을 찾기가 더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그중에서도 센카쿠 열도는 유독 치열했다.
분쟁의 역사는 일본이 현 오키나와 지역. 즉, 류큐 왕국에 영향력을 본격적으로 미치기 시작한 1608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 당시 류큐 왕국은 청나라의 조공국이었음에도 그 세가 극도로 작아 명나라의 비호를 그리 크게 받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그래도 일단은 명색의 조공국인지라 군사적 도움 이외에 받을 건 다 받았는데, 활발한 조공 활동으로 이름이나, 복식, 문화 등이 중국과 일본의 영향을 절반씩 받은 형태였고, 명나라와의 조공 무역으로 얻어내는 세금이 꽤 되어 지배층은 쥐꼬리만 한 영토에 비하면 비교적 윤택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어쨌거나 멀리 있는 믿음직한 어깨형보다 이웃에 사는 미치광이가 더 무서웠던 류큐는 사쓰마 번의 무리한 요구를 번번이 들어주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만 일본 막부의 사신에게 치명적 외교적 결례를 저지르게 된다. 따라서 열이 받은 일본 막부는 기회만 노리고 있던 사쓰마 번을 시켜 3천의 조총병으로 류큐를 복속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복속은 했지만, 여전히 류큐는 명나라의 조공국이었고 일본 소속의 예속국이기도 하며 사쓰마 번의 따가리이기도 한 묘한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
쉽게 말해서 류큐는 명나라, 일본 막부, 사쓰마 번에게 약 270년간 매년 3번에 걸쳐서 그랜드슬램으로 처맞았다는 소리다.
시간을 빨리 감아 류큐 왕국이 멸망하는 1879년. 일본 제국 정부는 류큐 왕국을 기어코 해체하고 정식으로 일본 제국의 영토로 포함 시켰고 청나라는 눈깔이 뒤집혀 이를 보고 펄쩍 뛰었다. 명나라는 멸망했지만, 이를 계승한 청나라는 여전히 류큐 왕국을 조공국으로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홍장은 극대노했고 율리시스 S. 그랜트는 기겁했다. 전자는 군왕으로 취급하는 조공국을 상국(上國)과의 상의도 없이 통폐합했다는 일에, 후자는 일본의 강화된 해양 전력 및 작전 반경 증가로 인해 미국이 아시아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복잡한 이유가 꼬이고 꼬이는 바람에 류큐는 그냥 일본 제국이 통으로 먹어버리게 된다. 청나라의 저항은 그다지 크지 않았는데, 전근대적 사상에서 아직 벗어나고 있지 못하던 청나라가 해양 패권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탓이 컸다.
이렇게 류큐 왕국의 이름은 오키나와가 되고 류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시곗바늘을 좀 더 앞으로 돌려 1885년. 일본의 한 사업가가 센카쿠 제도를 발견한다. 이후 청일 전쟁이 1889년에 일어나고 일본 제국은 무주지 선점론으로 센카쿠 제도를 자국령에 포함 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를 근거로 일본은 ‘오키나와’에 속한 ‘센카쿠 제도’가 근 100년간 ‘실효 지배’를 했음을 주장하고 있다.
누가 봐도 중국이 끼어들 여지가 없어 센카쿠 열도는 일본의 것이었지만, 중국은 여기서 궁극의 해법에 도달했다.
중국의 주장은 총 2가지였는데.
우선 ‘대만에 댜오위다오가 속해있으며, 대만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적법한 영토이니, 댜오위다오 또한 중국의 영토가 맞다!’라는 주장이 첫 번째요.
다음으로 ‘류큐 왕국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전신인 청나라의 조공국이었다. 따라서 하나의 중국 정책에 의거. 단순히 댜오위다오를 넘어서 오키나와까지 우리의 적법한 영토다!’라는 주장이 두 번째였다.
물론 말도 안 되는 개소리였지만, 세상에는 그러한 개소리라도 목덜미에 칼 하나만 들어오면 너무나도 지당하게 보이는 마법이 있는지라 상대적으로 체급이 딸리는 일본은 이 분쟁지역에서 가진 정당성만큼의 큰 소리를 낼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일본이 강대국이지 약소국은 아닌지라 열심히 견제하곤 있었지만, 슬슬 한계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지금이야, 지금 밖에 없어.’
고이즈미 총리는 중국이 완전히 그로기 상태인 데다 미국의 호의를 얻는 데 성공한 지금이야말로 이 의미 없는 분쟁을 끝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고 일본 내각도 야당 여당을 가리지 않고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다.
현 센카쿠 제도는 사이타마현에 살고 계시는 대머리가 매력적인 분에게서 소유하고 있는 사유지였고, 일본 정부는 이를 급히 약 25억 엔에 사들였다.
“-따라서 국유화를 통해 센카쿠 제도는 완벽히 일본의 영토가 되었음을 선포한다. 라.”
부시는 이 소식을 접하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2012년에나 벌어질 일을 중국놈들이 그로기 상태라고 바로 강행하다니. 거기다 5억 엔이나 더 주고 샀군. 분명 내 기억이 맞으면 당시 매입 가격이 20억 5천만 엔이었을 터인데.’
“중국이 난리가 났다지?”
“예, 그렇습니다.”
부시는 떨떠름한 표정을 한 체로 턱을 괴었다. 그다지 일본 편을 들어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건 부시의 절반이 김갑환으로부터 비롯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일본이 이런 식으로 점점 힘을 갖춰가면, 결국은 미국에 대들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마치 제2차 세계대전 시절의 일본 제국 시절처럼 말이다.
“흠, 비서실장. 자넨 이걸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일본을 밀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 짧은 반문 한 번에 비서실장은 지금 백악관의 주인께서 심기가 몹시 불편함을 깨달았다. 앞으로 이어질 대답에서 자신이 경질당하는 일은 없겠지만, 비서실장으로서 대통령의 심사를 꼬는 것은 적절치 못하였다.
그리하여 비서실장은 속으로 논리를 정연하게 하게 만들어 올바른 대답보다는 부시를 달랠 수 있는 대답을 택하였다.
“이건 크게는 동아시아 대전략을 위함이고, 작게는 동맹국에 대한 의리이기 때문입니다.”
“그건 그렇지.”
비서실장의 대답을 들은 부시의 표정이 살짝 풀렸다.
‘그래도 찝찝하단 말이지.’
미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었던 탓에 더욱더 그러했다. 얼핏 생각했을 땐 비서실장의 대답이 가장 정석적이었고 보편적이었다. 그렇기에 일본의 센카쿠 열도 영토 주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더라도 그 누구도 무어라 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아니, 도리어 여기선 지지 의사를 밝히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 실제로 오바마, 트럼프 정부 또한 센카쿠 열도가 일본 소유임을 천명했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이러면 일본의 우경화가 가속될 거란 말이지.’
그렇지 않아도 슬슬 고개를 치켜들고 있는 우경화였다. 그런데 그러한 시점에 이른바 ‘국뽕’이 치사량으로 들어가게 되면 우경화가 양지에서 미쳐 날뛸 게 틀림없었다. 어쩌면 2019년보다 더 상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것만이라면 사태가 그리 심각하지 않겠지만, 이게 일본 헌법 9조 개헌을 위한 발판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헌법 9조란 ‘평화헌법’이라고도 불리는 일본 고유의 헌법인데, 일본의 무력 투사 수단이 자위대(自衛隊)인 것과 관계가 있었다. 내용을 짧게 요약하면 ‘국제 평화를 위해서 일본은 군대를 포기한다.’였다.
당연하게도 이 조항은 보수 지배층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고 이를 개헌하는 게 일본 우익들의 숙원이 되었다. 그들의 주장은 지금의 일본을 ‘비정상국가’로 규정하고 ‘정상국가’로 돌아가기 위해서 개헌을 요구한다는 것이었는데, 이 정상국가라는 단어에 함축된 의미를 풀어보면 ‘가장 기본이 되는 군사 자주력을 회복하고 옛 시대처럼 동아시아 패권을 틀어쥐겠다!’라는 소리였다.
물론 동아시아 안정을 통한 패권 장악을 꾀하는 미국이 이를 방관할 리 만무했다.
김갑환의 기억에 남아 있는 일본 정부는 반쯤 병신 같은 집단이었다. 실제로 그럴진 모르겠으나, 적어도 아베 내각은 내정은 모르겠으나, 외교력은 빈말로라도 좋다고 할 수 없었다.
일본의 구식 시스템을 예를 들어 내각의 행정력이 개판인 줄 아는 사람도 있었지만, 역설적으로 그 모양 그 꼴이 나면서까지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 내정 하나는 정말로 잘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부시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여기서 일본을 밀어주면 그렇지 않아도 반쯤 돌아버린 중국이 진짜로 배를 째 버릴지도 모르는데.’
물론 미국은 강제로 징수할 능력이 충분히 있었지만, 그리한 다음엔 미국도 썩 좋은 시절이 아니게 될 것이란 문제가 존재했다. 더군다나 중국은 핵보유국이었으니, 진짜 전쟁을 했다간 미국 본토에 핵이 떨어질지도 몰랐다.
‘설마 그러겠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궁지에 몰린 생쥐는 고양이를 물어뜯는 법이다. 전쟁이 나지 않을 이유가 전쟁이 날 이유보다 적은 순간 미국-중국 전쟁이 벌어지라라는 사실은 너무나도 명약관화한 일이었다.
지지하지 않겠다고 하면 아직 시동밖에 걸리지 않은 일본의 우경화에 겁먹은 대통령이 될 것이었고. 중립을 지키면 일본이 배신감에 치를 떨 것이었으며, 이 또한 반미 운동을 통한 일본의 우경화를 가속할 것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장 나은 선택지인 ‘일본 센카쿠 열도 지지 선언’을 선택했다.
“어쩔 수 없나, 장쩌민한테 이자를 좀 줄여준다고 해야겠군.”
그래봤자 고작 몇억 달러 되지도 않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중국은 숨통이 트일 터였다.
“대신 센카쿠 열도를 확실하게 가져가야지.”
센카쿠 열도를 일본이 가져가겠다는 소린 일본의 작전 반경이 늘어난다는 소리이기도 했지만, 미 해군의 남중국해 작전 반경이 늘어난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하긴, 어차피 터질 거라면 지금 터지는 게 났겠지.’
“비서실장.”
“말씀하십시오.”
“미국은 일본을 지지할 거야.”
비서실장은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듣고 어깨에 들어가던 힘을 뺄 수 있었다. 비서실장은 조지 부시가 묘하게 일본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진즉에 깨닫고 있었다. 그렇기에 사심에 휘둘려 일본을 지지하지 않으면 어쩌나 싶었으나, 순순히 지지한다고 하니 한시름 덜었다.
“그리고 일본과 한국 대통령에게 연락하도록 하게. 한미일 간에 중요한 이야기가 있으니까. 삼자 회담을 한 번 열자고 말이야.”
“일본은 알겠습니다만, …한국이요?”
너무 뜬금없는 말에 비서실장으로는 드물게도 반문까지 했다. 반문은 보통 잘못 들은 것이 아닌지 다시 확인하기 위함이었지만, 보좌에서만큼은 거의 완전무결을 자랑하기 때문에 반문이라는 행위 자체가 거의 성립하지 않았다.
“분쟁지역이 꼭 센카쿠 열도만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