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58)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57화(58/377)
< 57편 >
“독도?”
갑자기 독도 문제가 나온 건 한국이나 일본에 있어서 실로 뜬금없는 일이었다. 특히 일본은 더더욱 그러했다. 센카쿠 제도 영토 편입을 지지해 준 것까진 좋았는데, 왜 갑자기 거기서 독도가 튀어나온단 말인가?
일본이 독도를 탐내기 시작한 건 중세 시절부터였다. 일본인들은 고래나 바다사자 등 바다에서 나는 포유류라면 환장을 하는 민족인지라 꽤 옛날부터 바다사자의 서식지였던 독도를 몹시 탐을 내고 있었고, 아예 1905년 독도를 바다사자 사냥이라는 이유로 점거해 버린다. 물론 목적이 비단 바다사자뿐만은 아니었지만, 일단 표면적인 이유는 바다사자였다.
어쨌거나 대한제국이 멸망하는 20세기까지 승정원일기에 울릉도와 독도 쪽으로 자꾸 어업을 나오는 일본의 어부들 덕분에 골머리를 앓았으니, 이 분쟁의 시작은 엄밀히 따지면 중세 때부터라고 봐도 좋았다.
현대로 역사의 시침을 돌리면 한일어업협정에서 일본 정부 주도의 독도 침탈 야욕이 뚜렷하게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1998년 일본은 1965년에 체결된 한일어업협정을 일본이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여기에는 1982년에 개정된 국제 해양법이 있었다.
국제 해양법은 간단하게 말해서 바다와 그 바다 안에서 나오는 모든 자원을 다루고 조사할 권리, 생태계 보전, 기술 개발 등등을 종합시켜놓은 ‘종합 과자 선물세트’ 같은 존재였다. 왜냐면 국제법에 들어있는 ‘바다 관할권을 12해리에서 200해리까지 확대하는 법’ 같은 건 일본에 있어서 딱 먹기 좋게 포장된 과자나 다름없었으니까 말이다.
어쨌거나, 일방적으로 파기하긴 했으나 근거가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었고 마침 IMF에 정권교체 시기까지 겹친 한국은 완전히 혼이 나간 상태였다. 최대한 일본의 요구를 반려하려 해보았지만, IMF로 외교력도 행정력도 현저히 부족했던 한국은 굴욕적인 신한일어업협정을 체결하게 된다.
문제는 한국으로서는 참으로 빌어먹게도 한일 중간 수역 한가운데에 독도가 떡하니 자리 잡게 되었다는 점인데, 이를 발판으로 일본은 천천히 독도를 집어삼키기 위한 논리 만들기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참으로 빌어먹을 일이지.”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자세하신 겁니까?”
에어 포스 원에서 부시의 일장 연설이 끝나자 비서실장의 양손에서 영혼 없는 박수 소리가 흘러나왔다.
“비서실장도 이젠 내 스타일을 제대로 파악했다고 생각하니까 말해보지.”
“뭘 말입니까?”
“자네도 슬슬 깨달았을 거야. 내가 막 나가는 것 같아도 사실 매사에 인륜을 최우선으로 꼽는다는 걸 말이야.”
‘네?’
스스로 막 나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립 박수해야 할지, 인륜을 가장 먼저 생각한다는 점에서 감동해야 할지. 니미 그것도 아니면 그걸 전부 알고 있으면서도 사람을 그렇게 굴렸다는 점에서 혼절해야 할지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는 비서실장을 내버려 두고 부시가 말을 이어갔다,
“올바르게 된 국가는 올바른 외교를 지향하는 법이지. 그렇지 않나? 적어도 겉으로는 바르게 보이라고 하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그딴 국가는 제가 쌓아 올린 업보에 못 이겨 훗날 무너지는 법이야.”
물론 부시는 그리 말하면서도 속은 그리 썩 편한 상태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당장 부시 본인이 위선의 극치 같은 인간이었기 때문이었다.
김갑환이 뉴스만 주야장천 보고 산 건 아니었다. 당연히 적금과 통장이 허하는 선에서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살았다. 다만 뉴스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을 뿐이었지.
그 하고 싶은 것 중에는 웹소설을 보는 일도 있었다.
어쨌거나 2019년의 트렌드는 독자들의 답답한 속을 긁어주는 사이다였는데, 이는 풀어보면 극한의 이기주의였다. 물론 그렇지 않은 소설도 있었지만, 200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힐링 열풍과 기득권 노력 강조의 반동으로 덕분에 사이다라는 단어는 단순 유행어를 넘어 트렌드로 승화하여 모든 소설 플랫폼에 기본 골조로 장착하게 되었다.
어쨌거나 김갑환은 그러한 소설을 보다가 문뜩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평범한 인간이 고작 죽다 살아났다고 저렇게 극단적으로 이기적으로 사는 게 가능한가?’
죽다 살아난 게 고작으로 치부할 일은 아니었지만, 죽다 살아나도 바뀌지 않는 게 성격이라는 말이 있듯이 갑자기 사람이 확 바뀌는 것이 가능하냐는 소리였다.
김갑환은 원래 이런 인간이었다. 매사에 굉장히 직설적이었으며, 남들이 예의범절이라는 이름으로 감추는 치부를 마음껏 들춰내어 꼬집는 인물이었다. 물론 이런 인간군상은 사회에서 환대받기 힘든 성격이다.
더불어 김갑환은 소설의 주인공처럼 ‘극단적’으로 이기적인 성격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여타 소설의 주인공처럼 ‘부디 내 돈과 명예를 위해서 죽어주지 않겠어?’라면서 지인의 목을 직접 칼로 딸 수 있는 성정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다만 그렇다고 부시가 이기적인 사람이 아닌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 사고방식이 약간 비틀려 있었는데, 자신의 의지를 이행시키는 것조차 이기적이라 생각하는 인간이었다. 이기심의 범위가 극단적으로 넓었는데, 이는 김갑환이 선천적으로 가진 반골 기질에 있었다.
누군가 부시에게 ‘봉사활동도 이기적인 일인가?’라고 물으면 부시는 당당하게 ‘당연하다!’라고 말할 것이다. 왜냐면 ‘결국, 봉사활동도 봉사에서 뿌듯함과 기쁨을 느끼기 위한 일이니까! 그렇기에 실로 이기적인 일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성실한 자원봉사자가 들으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 하늘로 승천해도 모자랄 발언이었지만, 어쨌거나 그가 그렇게 태어났는데 어찌하겠는가? 그는 확실히 비정상이었다.
그리하여 부시 본인은 자신이 이기심으로 똘똘 뭉쳐있으며, 자신의 행동이 민폐를 끼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갑환 시절부터 그러하였듯. 미안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구태여 고치려고 노력하진 않았다.
본론으로 돌아와, 독도를 구태여 건드려버린 건 부시와 하나가 된 김갑환의 전 국적이 한국인이었기 때문보다는 기분이 몹시 뭣 같았기 때문이다. 일본이 실효 지배를 근거로 센카쿠 열도를 가져가는데, 독도가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면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지 않는가?
‘실익 외교? 다 조까라지.’
“나는 최대한 세상을 올바르게 만들 생각이야. 마치 만화에서 나오는 영웅처럼 말이지.”
“대통령 되는 자는 국익도 최대한 생각하셔야 합니다만.”
“하고 있잖나. 미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패권! 한일 간 앙금 해소에 따른 한미일 동맹 강화!”
“…그건, 그렇군요.”
솔직히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 대해서 완전히 파악할 정도로 지식이 풍부하지 못한 비서실장으로선 썩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원수 사이를 달래고자 한다면 서로 억지로 악수를 시키기보다는 증오의 씨앗을 하나씩 없애 가는 방법이 가장 옳았다.
‘그게 얼마나 걸릴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임기 내에서는 무리겠지. 사실 그동안 잘해온 것도 어찌 보면 운이야. 운.’
부시에게 운이 전혀 작용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일단 적어도 그동안 부시의 판단에 의하여 무언가 파탄이라고 할 법한 사달이 난 적은 없었다. 하는 일마다 미국이 부강해지는 선택지를 잘 골라왔다. 물론 부시 본인에게는 조지 W. 부시의 지식과 김갑환의 지식이 오밀조밀하게 섞여 만들어진 치밀한 계산이 존재하긴 했으나, 어디 3류 인생이 갑자기 미국 대통령 자리에 앉았다고 뭐든지 척척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가?
부시가 아래 사람들을 굴리는 건 일부러였다. 본래의 조지 W. 부시가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보좌관과 부통령에게 의지했듯, 부시도 실무적인 부분은 최대한 부하들에게 일임하고 있었다.
덕분에 보고서의 양이 더럽게 많아서 산을 이루었지만, 산처럼 쌓인 서류를 챙겨보며 반강제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른 조지 W. 부시가 가진 지식은 몹시 값진 것이었다.
‘그러니 최대한 방향성을 설정하거나, 초강대국이라는 뒷배를 업고 외교에서 강수를 두는 거지만.’
다만 전투기 방한 사건에선 정말로 그냥 전투기가 타고 싶어서 탄 거였다. 그 이후에 올라온 보고서로 그 전투기 방한 한 번에 전 세계가 어떻게 맥동했는지를 보곤 다음에도 건수가 있으면 타겠다고 벼르고 있긴 했다.
자신이 살아가고 싶은 데로 살아가기로 다짐한 인간이 지구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가의 수장이 되었다. 그런 인간이 누구도 넘볼 수 없을 정도로 ‘가장 강력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니, 이게 바로 지구상의 인간들은 긴장 좀 빨아야 할 이유였다.
다만 가장 강력한 대통령이라 해도 그게 무력적으로 강력한 건지, 권력적으로 강한 건지는 부시만이 알고 있었다.
“대통령님. 곧 일본 상공에 도달합니다. 그나저나 정말로 괜찮으시겠습니까? 약 48시간 동안 잠을 전혀 주무시지 않으셨는데.”
본인이 곧 죽어도 잠을 안 자겠다고 하는데, 비서실장이 무슨 힘이 있어 대통령을 막는다는 말인가? 피곤함의 증가에 따른 효율 저하를 지적하고 싶었지만, 이상하리만치 잠을 아끼면 아낄수록 업무 능력이 늘어나는 바람에 무어라 따질 겨를조차 없었다.
“잠 좀 안 자도 상관없어. 뭣보다 업무가 또 밀리면 돌아갔을 때 서류의 산이 날 반길 게 아닌가?”
‘젠장, 모든 서류의 전자화를 도입할 수도 없고.’
대통령 앞으로 올라오는 건 태반이 1급 기밀이었고, 지구상의 모든 국가 행정에 컴퓨터가 도입된 뒤로 언제나 가장 위험한 기밀은 종이로만 다루어졌다. 적어도 종이는 해킹당할 염려가 없으니 말이다.
내부 서버를 사용한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었다. 행정부 내에 반역자나 첩자가 있을지도 몰랐으니까.
그리고 잠 좀 안 잔다고 사람이 죽는 것도 아니다. 이상하리만치 건강한 신체인지라 지천명의 나이임에도 쉬이 지치질 않았다.
‘비싼 것만 먹고 살아서 그런가.’
“그래도 피곤하긴 하군.”
가만히 서류를 보고 있노라면 부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살이 찌푸려졌다.
“블랙커피, 에스프레소. 둘 중 어떤 거로 하시겠습니까?”
“에스프레소로.”
부시의 뇌는 카페인을 갈구하고 있었다.
* * *
“따라서 일본은 한국의 독도 영토 주장을 인정합니다.”
“한국은 일본의 센카쿠 열도 영토 주장을 인정합니다.”
의외로 고이즈미가 이끄는 일본 내각은 시원스레 독도를 놓아줬다. 그도 그럴 게 일본의 대외교 전략은 소프트 파워였고, ‘미국이 가는 발걸음을 뒤따라 간다!’였으니 말이다. 거기다 미국의 도움을 받아 센카쿠 제도를 먹었고, 한국의 지지까지 받았으니 괜히 독도를 건드려서 미국의 심기를 건들 필요는 없었다.
독도를 놓아줘야 한다는 게 실로 끔찍한 악몽과도 같았지만, 훗날 차기 정권이 이를 뒤집을 수도 있었다. 당장 쿠릴 열도만 해도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냥 눈뜨고 코베이는 일은 고이즈미의 성정에 맞는 일이 아닌지라, 필히 이것저것 찔러볼 것이라 다짐했던 고이즈미는 막상 삼자 회담에서는 말을 삼가야만 했다.
이는 한국의 김지훈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실은 갑자기 벌어진 일이라 어안이 벙벙하기는 고이즈미보다 더했다. 물론 센카쿠 열도를 일본이 먹는 것을 보고 한국 또한 이를 미국에 해결해 달라고 해볼까 하는 의견이 청와대에서 나오지 않은 건 아니나, 미국은 일본과 한국 그 어느 쪽도 편들어주지 않는 대전략을 고수하고 있었던 탓에 해결을 부탁해봤자 가능성이 몹시 희박하다고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러던 와중에 미국이 먼저 ‘독도는 한국 땅!’이라면서 삼자 회담 자리까지 만들어 못을 박아 놓았으니 실로 고맙다기보다는 당혹스러움이 먼저 앞섰다.
어쨌거나 묻고 싶은 질문이 산더미처럼 있는 이 둘이 말을 아끼고 있는 이유다.
“평화롭게 끝나서 정말 다행입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중국이 정말로 채권을 안 갚겠다고 배 쨌나?’
‘제길. 설마 핵이라도 발사된 건 아니겠지? 그래, 그건 아닐 거야. 그럼 왜 여기 있겠어. 당장이라도 미국으로 돌아갔겠지.’
부시의 입에서 나온 말과는 판이할 정도로 부시의 ‘얼굴’은 전혀 평화롭지 못했다. 48시간을 넘게 잠을 자지 못한 부시의 얼굴은 지금 당장이라도 누구 한 명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
늘어진 새카만 다크 서클. 옆으로 길고 가늘게 째진 눈. 무표정과 분노의 사이에서 맴도는 꼬리.
누가 봐도 지금 조지 부시는 구국의 결단을 내려야 할 때나 지을 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나마 유명인 중에서 최대한 비슷한 표정을 찾자면, 블라디미르 푸틴이 분노했을 때 보여주는 무표정과 가장 흡사했다.
매번 넉살 좋게 싱글벙글하던 인간이 살인을 저지르기 전의 범죄자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단 말이다.
물론 에어포스 원에서 이 다크 서클 등을 감추기 위해 비서실장이 화장을 권했지만, 부시는 이를 거절했다. 화장에 대해서 막연히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 평화! 얼마나 좋습니까?”
정작 부시 본인은 자신이 짠 판이 차질 없이 진행된 것에 몹시 기뻐하여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진행했지만, 그와 대비되게 김지훈과 고이즈미의 표정은 점점 심각하게 변해갔다.
사람이 웃으면 입꼬리만 올라가야 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표정에 변화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어찌 인간이 웃는데 입만 움직인단 말인가?
김지훈도 고이즈미도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속으로는 덜덜 떨고 있었다.
그리고 부시는 다신 에스프레소를 머그잔으로 마시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