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60)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59화(60/377)
< 59편[여기부터 유료 분량입니다.] >
중국이 긴급을 요구하고 있었기 때문에 후진타오는 이례적으로 장쩌민이 실각한 다음 날 형식적인 투표를 거쳐 아주 짧은 시일 내에 바로 취임할 수 있었다.
이렇듯 후진타오가 집권하게 된 중국이지만, 장쩌민이 세워놓은 기존 방침이 크게 바뀌진 않았다. 다만 진행하던 사업을 모조리 취소하거나, 국방 연구 기금 등을 진행에 치명적일 정도로 삭감해야 했다.
그렇다고 해도 동이라크 합동 훈련을 취소하진 않았다.
이건 중국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최우방국인 러시아와의 약속이기도 했고, 러시아마저 중국을 놓으면 중국은 강대국의 자리조차 위태롭게 변할 운명이었다. 따라서 중국은 억지로라도 동아시아 합동 훈련에 참여해야 했다. 그 규모나 훈련의 일정을 변경하기는커녕 도리어 규모를 늘리게 되었다.
당연히 없는 예산을 쥐어 짜내서 보내는 것이었지만, 이건 중국에 있어서 필요한 허세였다. 정확히는 필요한 게 아니라 필요하다고 집착하는 것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그 집착의 결말이 현 공산당 정권의 파멸로 치닫는다고 해도 중국은 강대국이라는 지위를 결단코 놓아주지 않으리라.
도대체 어떻게 올라온 자리인데 그걸 쉬이 놔주고 싶겠나? 제아무리 순한 사람이라도 권력을 맛보면 내려오기 싫어 버둥거리는 것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했다.
불과 500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천하를 동아시아로 한정시키고 그 이외의 것들을 오랑캐 취급할 수 있을 만큼 오만방자했다. 그리고 그 오만은 근본과 전통 있는 오만인지라, 주변국은 물론이거니와 지금은 날고 긴다는 서양조차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굴욕과 감내의 시대를 거쳐 드디어 다시 최강국으로 갈 발판을 마련했는데, 그마저도 거세당하고 말았다. 이로 말미암아 중국이 받았을 충격이 얼마나 클지, 어떻게 움직일지는 이젠 사라진 장쩌민만이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동이라크 합동 훈련은 당연히 서이라크에서 주둔 중인 유럽군에게 대항 훈련을 강요하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 EU는 11월 29일 중-러 동이라크 합동 훈련에 대항하여, 12월 1일부터 12월 7일까지 일주일간 서이라크 합동 훈련을 결의한다.”
당연하겠지만, EU 회원국 중에 이를 반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왜냐하면, 모두가 이라크 전쟁에서 통합 유럽군이 어떤 꼴이 났는지 똑똑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사이가 영 좋지 않았던 유럽군과 러시아군과의 사이는 잠시간 벌어진 국지전으로 인해 완전 개작살이 났고, 정부와 국민의 감성과는 별도로 강력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었다.
위와 같은 사유에 따라 모든 EU 회원국은 강도 높은 합동 훈련을 요구하던 시점이었는데, 그렇지 않아도 어떤 장소에서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던 참에 이리도 강력한 명분을 내어주니 EU는 도리어 이를 반길 지경이었다.
보급 체계나, 장비는 어차피 각국의 지정학적 사정으로 인해 한 100년 즈음 지난 다음이면 모를까. 10, 20년으로 해결될 게 아니었고. 훈련도와 작전 목표는 무슨 일이 있어도 통일해야만 했다.
사실 장비 통합 자체는 이미 EU에서 시도한 전적이 있었다.
그 이름 참으로 찬란하도다. 유로파이터 타이푼!
기존 전투기를 아득히 뛰어넘는 민첩한 성능과 안정성. 도그파이트에 가장 적합한 가벼운 소재와 카나드-델타익 설계. EU의 회원국의 미사일, 폭탄 등을 통합하기 위한 폭넓은 무장 호환성. 시대에 걸맞은 다기능 디스플레이에 더불어 우수한 스텔스 성능까지.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F-22 다음가는 전투기로 꼽혀야 마땅했다.
그러나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하였던가? 그토록 많은 나라가 달라붙었는데, 그 덕분에 최악으로 불린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정작 패를 까자 나온 게 국방에는 돈깨나 쓴다는 미국도 놀랄 정도로 유지비와 심각하리만치 낮은 내구성, 개작살이 난 신뢰성 문제였다.
유지비가 좀 좋지 않다는 수준이 아니었다.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세계에서 가장 유지비가 높은 전투기’였다. 이는 놀랍게도 돈 먹는 괴물이라 불리는 ‘F-22’까지 포함한 가격이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구성과 신뢰성이 남아 있지 않은가?
내구성을 따지자면 총 비행 가능 시간이 3, 4천 시간이다. 타 기종들이 1만 시간임을 상기했을 때 이는 터무니 없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을 넘어가 비행하면 하늘을 나는 게 아니라 천국을 날아다니게 될 수 있다는 소리다.
신뢰성을 따지면 그렇게 자랑하던 시대에 맞춘 디스플레이가 ‘안녕!’하고 비행 도중에 다운되질 않나, 항공 전자(Avionics). 즉, 컴퓨터가 다운되는 현상까지 겹치니 내구성 문제와 더불어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모든 EU 회원국이 피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
막말로 조별과제 같은 개량 문제라던가, 너무나도 작은 연료 탱크로 인한 작전 반경 제한 문제, 유로파이터 유한회사의 수출 문제 등등 문제점이 산처럼 쌓여 있었기 때문에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생산과 동시에 이미 애물단지가 되어있었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EU는 중구난방인 훈련도를 통일시키고 군사 교리를 통합시키고자 서이라크 합동 훈련을 발표했다.
다만 이는 유럽군 윗대가리들의 생각이었고, 이라크에 주둔해 있는 유럽군. 즉, 병사들의 생각이 좀 달랐다. 병사들의 애국심은 기본적으로 돈에서 비롯된 애국심이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한 반년 정도 월급이 밀리면 애국을 외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어쨌거나, 월급은 위험수당까지 꼬박꼬박 챙겨줬던 탓에 아직은 큰 불만이 나오지 않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이국적 향토를 반길만한 병사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 당장이라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이는 러시아군도 비슷비슷해서, 단지 주둔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내심 불만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이라크 민주주의 공화국이 끼지 않는 서이라크 합동 훈련이라니?”
물론 서이라크 정부는 이 모든 게 엿 같았다. 정신머리가 제대로 박혀 있는 이상 서방 세계식 민주주의를 전파한다는 이유로 거의 강제로 점거하고 있는 유럽군이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국민 층에서 반발이 없었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아직은 국경에 장벽 같은 물리적인 단절은 없어서 이슬람이 더 아쉬운 사람은 동쪽으로, 반대의 경우에는 서쪽으로 건너오고 있었다.
세수가 곧 힘인 정부 측에서는 동서를 막론하고 이를 막아달라고 사정사정했지만, 자유의지를 존중해야 한다는 얼핏 보면 도덕적인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어차피 서방식 민주주의의 우월함을 깨달으면 곧 동쪽에서 난민이 물밀 듯 들어올 것이기 때문이라는 속내가 있었던 탓이었다.
즉, 미래를 내다보고 결정한 사안이니, 서이라크 정부는 이를 지지하라는 이야기가 뒤에서 오간 후에 하루에 수십 번씩이나 보내던 국경 경비 및 불법 국경 월경 행위 차단 요청을 그만두었다.
마음 같아서는 지랄 말라고 하고 싶었지만, 방위능력이라곤 쥐꼬리만큼도 없는 서이라크 정부가 유럽군을 내보낼 수 있을 리 만무했고, 서이라크 정부는 유럽군의 행패를 묵인해야만 했다.
다만 서이라크 정부의 정규군이 서이라크 합동 훈련에서 완전히 제외되는 건 아니었는데, 명목상 서이라크 정규군은 주요 정부 시설을 방위하기로 되어있었다. 다시 말해서 서이라크 합동 훈련 내용과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었다.
동이라크 정부는 서이라크와는 사정이 전혀 달랐는데, 더는 중동에 개입하기를 꺼렸던 푸틴이 그냥 동이라크 정부의 요청을 묵살해버렸다. 다만 자주 국방력을 기르라는 의미에서 군사 고문단 추가 파견과 더불어 창고에 남아도는 러시아제 무기를 무상으로 지원해주기로 했다.
여기까지가 적어도 겉으로 드러난, 즉 EU의 정보 통제에 성공한 사정이다.
“염병,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합니까?”
독일 육군 소속인 미하엘이 투덜거렸다. 그동안 쌓여왔던 불만이 드디어 오늘 터진 탓이다. 이라크에 파병될 때 당연히 자원해서 파병되었으니, 그것만은 불만이 없었다. 군은 최대한 병사들이 향수병에 걸리지 않도록 배려해주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미하엘의 불만은 편의시설, 월급에서 나오는 불만이 아니었다. 바로 가장 원초적인 불만. 즉, 삶에 대한 갈망이었다. 군인이라고 해서 모두가 죽음을 각오하고 사는 건 아니다.
“내가 어떻게 알아. 적어도 1, 2년 안에는 못 뜰 거다.”
그렇게 말한 선임이 자신도 엿 같다며 실실 쪼갰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 자리에는 잉고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어제자 터진 테러로 인해서 관에 담겨 고국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동쪽에서 사람들이 오는 것까지는 좋은데, 제대로 된 통제가 없다 보니까 테러리스트들도 제집 드나들 듯할 수 있었다. 유럽군도 바보가 아니어서 주둔지 근처의 경계를 강화했지만, 테러가 주로 터지는 곳은 민간인이 잔뜩 몰려 있는 곳이나, 주요 도시의 유럽 치안유지군의 정기순찰 경로였다.
이러니 유럽군은 순찰을 나갈 때마다 반쯤은 죽을 각오로 나가야 했다. 전쟁은 빨리 끝났지만, 비정기적으로 벌어지는 테러로 인해 병사들의 PTSD 숫자는 보고서에서 점점 그 크기를 불려가고 있었다.
숨길 수 없으면 침묵이라고 하라고 했던가. EU는 테러에 대해서 공표와 침묵 사이에서 침묵을 선택했다. 그러나 21세기에 그게 잘 먹힐 리가 있나.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기자들이나, 종군 기자들이 냄새를 맡고 본격적으로 취재에 들어가기 시작한 지 오래였다.
“제 생각에, 저는 그래도 이라크에서 죽을 운명은 아닌 것 같습니다.”
미하엘은 담배를 까딱거렸다. 자조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그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당장 어제만 해도 차를 타고 가고 있는데,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차가 엎어지는 게 아닌가? 사망자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운전석에 타고 있던 잉고 말곤 없었지만, 대신 부상자가 속출했다. 대부분이 최소 골절상이었고 미하일은 기적적으로 눈에 살짝 멍만 들었다.
“아니면 이걸로 운을 다 썼을지도 모르죠.”
전쟁에서 터진 장비보다 점령하고 나서 터져나간 장비가 더 많았다. 수천만 유로짜리 장비들은 고작 100유로짜리 사제 폭탄에 고칠 수도 없는 고철 덩어리로 전락했다. 이러한 상황은 서이라크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미하일은 그렇게 가만히 넋을 놓고 있다가 필터 중간까지 타버린 담배 탓에 화상을 입은 미하일이 그 자리에서 손을 열정적으로 휘두르며 펄쩍 뛰었다. 선임이 그 모습을 보고 킬킬대고 있는 것이 분명 다 알고 있음에도 일부러 말해주지 않았음이 분명했다.
“뜨거워! 시발! 시발!”
“하하, 이젠 좀 정신이 드냐?”
“으,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만 그런 게 아니더라. 하긴 개도 PTSD에 걸리던데 그런 꼴을 보고 제정신인 사람이 더 이상한 거긴 하지.”
“개가 말입니까?”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었지만, 개들도 PTSD를 겪는다는 건 전쟁을 겪어본 세대에겐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특히 1,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이건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었다. 다만 전문적인 연구가 들어가지 않았을 뿐이었다.
“플라스틱 폭발물 감지에 군견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는 좋은데, 우리 입장도 좀 생각해줘야지.”
선임은 군견병이었다. 담당하고 있는 군견이 폭발 사산하는 꼴을 본 몇 안 되는 사람이기도 했다.
“한대 어떠십니까?”
선임이 자신에게 권해진 담배를 보고 움찔거리더니, 이내 무표정으로 역정을 냈다.
“치워라. 나는 이제 담배는 끊었다.”
군견을 잃을 당시에 군견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 이유가 담배였기 때문이었다. 분대원들이 열심히 변호해준 덕분에 처벌은 피할 수 있었지만, 자숙의 기간을 가져야만 했다.
어쨌거나, 남이 피는 담배는 어떻든. 선임 본인이 담배를 피우는 것만은 지양하려 했다. 겉으로는 웰빙 열풍에 편승하여 건강을 위함이라며 포장하려 했지만, 담배 그 자체에 트라우마가 생겨 버렸다.
“망할 신문이나 줘봐.”
그런데 말을 돌리기 위해서 신문을 달라고 했던 선임은 신문의 가장 첫 장을 보고 당황하고 말았다.
“이건 또 뭐야?”
「조지 W. 부시 마이클 잭슨 옹호! 아동 성범죄자를 옹호하는 대통령! 이대로 괜찮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