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62)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61화(62/377)
< 61편 >
조지 W. 부시와 마이클 잭슨의 호소는 언론 신뢰도를 미국 건국 이래 사상 최하를 찍게 만들었다.
“이 쓰레기 기자 새끼들! 너희들이 사람이더냐!”
방송국의 앞에 몰려든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며 방송국 건물에 썩은 달걀이나 삭은 토마토를 던져댔다. 평소라면 플래카드나 들고 행진했을 이들이 이렇게까지 격렬한 시위를 벌이는 이유는 하필 그 대상이 ‘마이클 잭슨’이었기 때문이다.
90년대 후반에 들어서 마이클 잭슨의 영향력이 감소한 건 사실이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언론들이 마이클 잭슨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삽시간에 그것들이 모두 거짓으로 밝혀진 순간 드디어 시청자가 폭발했다.
마이클 잭슨이 호소했다면, 그나마 일부 시위에서 멈췄을 것이 조지 부시가 마이클 잭슨을 옹호하며 마이클 잭슨을 신봉하고 있던 팬의 감정을 터뜨리는 기폭제가 되고 말았다. 조지 부시가 지지율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사실 지지율보다는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더 중요했다.
대통령이 무엇이던가. 이 국가를 이끄는 수장이 아니던가? 그 대통령이 ‘여러분 제가 보증합니다!’라고 호언장담을 하고 나니, 그들은 어느 순간 자신들이 올바르다고 믿게 되었다.
자신이 올바르다고 믿고 난 다음에는, 곧 자신이 행하는 행동은 정의가 되었고. 정의로 각성한 다음에는 영웅이 된 자신을 막아서는 모든 개념, 인간, 물건마저도 악당이 되었다.
부시의 행정명령으로 수사권을 이어받은 FBI의 발표로 경찰이 마이클 잭슨을 체포했을 때, 마이클 잭슨의 몸에 멍이 들고 경찰들이 이를 조롱한 사실이 알려지자 시위는 더더욱 격화되었다.
심각한 경우에는 불매 운동이라며 애꿎은 TV를 부수거나, 남의 집 안테나 접시를 끌어 내리는 등. 차마 아직 총기가 나오지 않은 게 기적이라 할 정도였다.
이는 순전히 그나마 사태의 심각함을 깨달은 마이클 잭슨이 ‘나는 억울하지만, 폭력은 나쁜 것이다. 나는 이를 어린 시절에 깨달았다.’라는 발언으로 폭력 시위가 되지 말기를 시위대에게 간청했던 탓이다.
이렇듯 부시가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국민들의 손에 의해서 저널리즘 제국은 아주 천천히 몰락하고 있었다.
그러나 부시는 가만히 있을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다.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했고, 이윽고 머잖아 마틴 바셔가 개빈 가족과 작당 모의를 통해 동영상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시위대의 살벌함과 규모는 날이 가면 갈수록 더더욱 높아졌다.
「법이란 억울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사회적 질서 유지 장치입니다. 법은 시대상에 따라서 바뀌어 왔으며, 나는 오늘 ‘가짜 뉴스’의 종언을 고하고자 합니다.」
부시가 보좌관들의 도움을 받아 제출한 법의 초안은 다음과 같았다.
1. 가짜 뉴스에 해당하는 게시물을 방치할 경우 최고 8천만 달러의 벌금, 5년 이하의 징역을 물도록 할 것.
2. 오보가 나갔을 경우 반드시 가짜 뉴스임을 인지한 순간 24시간 내로 정정 보도를 할 것. 어겼을 경우 최고 1억 달러의 벌금, 10년 이하의 징역을 물도록 할 것.
3. 1과 2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 의원회 설립과 이를 운용할 인원을 정하고 인터넷에 대응하기 위한 모니터 요원을 대거 고용할 것.
1번은 그동안 부시가 그토록 부르짖었던 벌금과 징역형이 구체화 된 것이었고, 2번은 콧대 높은 언론사 작자들이 유야무야 정정 보도를 하지 않고 넘어가는 꼴을 이미 여러 번 목격한지라 열이 받은 부시가 추가로 넣은 조건이었다. 3번은 행정력을 어떻게 투사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었다.
사실, 가짜 뉴스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조항은 충분히 있었다. 그러나 부시의 법안은 가짜 뉴스만을 저격하는 법으로, 대놓고 더는 언론사들을 봐주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로비스트들이 산재해 있는 의회에서 이 법이 통과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나날이 높아져 가는 국민의 목소리 속에서 버티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엔 정치적 입장이 곤란해진 몇몇 의원들이 아예 출석하지 않거나, 마지막까지 자유를 해칠 수 있다는 의견을 내세우며 버티는 것으로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게 되었다.
“자유를 해친다니까요! 자유를! 우리 미국이 대체 무슨 나라입니까! 자유주의의 나라 아닙니까?”
의회에서 벌어지는 토론의 격렬함과 열기는 시위대보다 심하면 심했지 절대로 낮지 않았다. 이 자리에 남아 있는 자들은 정치적 인생과 이권. 각자의 품에 날카로운 단검처럼 벼린 도덕, 윤리, 이념을 가지고 대립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자유를 지켜보겠다고 이러고 있는 거 아닙니까! 국민들은 가짜 뉴스에서 벗어날 자유와 권리가 있습니다!”
“8천만 달러, 1억 달러가 애들 장난인 줄 아십니까? 뉘 집 개 이름이냔 말입니다!”
“이런 강력한 법이 없으면, 사기업은 도덕적인 운영을 하지 않아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겠다뇨! 이게 말이나 됩니까!”
“그래서 남을 멋대로 비방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입니까? 자유는 방종이 아니에요! 질서와 책임이 뒤따르기에 자유가 있는 겁니다!”
그들이 조금만 더 흥분했다면, 의회에 설치된 책상과 전자기기까지 다 부술 지경이었다. 그나마 남아 있던 사회적 지위와 품격이 이를 막아섰다. 다만 그딴 거 하나도 신경 안 쓰는 젊은 피들은 실제로 주먹다짐이 오가기도 했다.
이를 본 부시는 비공식적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이 법이 통과되고 나서 한 놈 정도 걸리면, 국고도 채우고 지지도도 오르고 당분간 뉴스도 보도 위주로 돌아가고 아주 좋겠네.”
지지도야 그렇지 않아도 높았는데, 마이클 잭슨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밑도 끝도 모를 정도로 치솟아 천장을 부숴버리게 생겼다. 뉴스 또한 가짜 뉴스의 경계선을 시험하기 위해서 몇 개월 정도는 아주 실험적인 정상적인 보도 위주로 돌아갈 것이 틀림없었다.
사실 이건 부시가 생각하고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었고, 그 전에 이 ‘황색 언론 처벌법’이 통과되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언론은 여전히 부정적입니다.”
“그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으니, 국회나 말해봐.”
“국회는 방향성 자체는 일단 법안을 통과시키는 쪽으로 의견이 조금씩 모이는 중입니다. 다만 가짜 뉴스의 기준을 정하기 위해서 거의 난동 수준의 토론이 진행 중입니다.”
실제로는 이쯤 되면 어떻게든 이득을 더 뜯어내고 로비스트들의 의견을 소폭이나마 반영해서 벌금을 줄이는 데 주력 중이었지만, 이것을 눈치채지 못할 부시가 아니었다. 이렇게 된 이상 부시 본인이 나서서 못을 박을 필요가 있었다.
“그럼 내가 정해주지. 가짜 뉴스의 기준은 ‘객관적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허위사실.’로 하도록 하게.”
이는 본디 김갑환이던 시절 ‘가짜 뉴스에 대처하는 법안 확립’ 같은 기사를 평소에도 주의 깊게 살펴보았기 때문에 거의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읊을 수 있었다. 가짜 뉴스를 처벌하는 법을 가짜 뉴스의 메카 같은 인터넷 뉴스에서 봤다는 게 참으로 아이러니했지만, 어쨌거나, 그러한 경험은 지금 황색 언론의 제국을 멸망하게 만드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빌어먹을 경관 놈들 죄다 고소시키고 해고해.”
그 경관이란 바로 마이클 잭슨을 폭행하고 조롱했던 자들을 일컫는 것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부시도 도저히 알 수가 없었는데, 김갑환이 알고 있던 것보다 마이클 잭슨의 상태가 심각했다. 분명 기억하고 있기로는 수갑을 차는 과정에서 팔에 생긴 멍 정도가 전부였는데, 등부터 배에까지 선명하게 폭력이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미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아주 훌륭하군.”
본래라면 FBI의 수사도 만만찮았다. 알몸 사진 촬영을 통한 신체수색이나, 잠을 재우지 않거나 강압적인 유도 심문을 강행하는 등. 인권을 철저히 짓밟는 수사로 마이클 잭슨을 괴롭힐 예정이었다. 그러나 부시가 직접 개입한 이상 FBI는 마이클 잭슨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 힘쓰리라.
“난 무적이다. 날 다치게 할 수도 없고 날 끌어내려도 다시 일어난다.”
“예?”
“언브레이커블(UNBREAKABLE)의 가사야. 저번 달에 마이클 잭슨이 발표한 앨범에 수록된 명곡이지.”
무적(Invincible). 본래라면 마이클 잭슨의 마지막 정규 앨범이 되었을 앨범이다. 그러나 부시가 주시하고 있는 이상, 적어도 부시가 알고 있는 선에서 더는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을 것이고. 깨끗하지 못한 언론은 법망을 빠져나가지 못하리라.
‘내가 있는 이상, 정말로 그 가사대로 되리라.’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살벌하게 부시만 죽어라 쪼던 언론에는 변화가 생겼다. 몇몇 언론이 더는 이 싸움에 승산이 없음을 감지한 탓이다. 물론 여전히 사태를 낙관적으로 보고 어떻게든 언론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존재하긴 했지만, 이미 절반에 가까운 수의 언론이 어떻게든 살아남아 보기 위해서 고개를 돌린 지 오래였다.
눈치 빠른 자들은 위기는 기회라는 말을 살려, 아예 ‘정정 보도 특집’을 열어 정규 방송으로 편성해버렸고 시청률이 폭발적으로 올랐다.
그리하여 두 갈래로 갈라진 언론이 서로 공격하기 시작하는 이이제이의 형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건 부시에게 있어서도 완전히 요행이었다. 그러나 부시는 이 요행을 그저 요행만으로 치고 있을 정도로 어리석지 않았다.
칼 로브를 긴급 호출하여 조언을 구하고 본래의 자리인 보좌관으로서 움직이게 했다. 칼 로브가 떠나는 날 부대에서는 조촐한 파티가 열렸고, 다음날에는 아프가니스탄 민주정권 역사상 가장 성대한 파티가 열렸지만, 전부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졌다.
어쨌거나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긴급 호출된 칼 로브는 피곤할 법도 하지만, 부시가 극찬했던 행동력을 백방 발휘하기 시작했다.
“아주! 잘하셨습니다! 언론이 서로 갈라졌군요. 언론을 통제하는데 이보다 효과적인 건 없죠. 서로 힘이 빠지고 모든 게 대통령님의 뜻대로 돌아갈 겁니다.”
“그 부분은 완전히 운일세.”
부시는 다신 마시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에스프레소를 한약 마시는 기분으로 한잔 쭉 들이켰다. 다만 이번에는 저번의 실패를 경험 삼아 머그잔 대신 에스프레소 전용 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긴급히 호출하셔서 일이 잘못된 줄 알았습니다만, 이 상황은 몹시 이상적입니다. 이제 뒤에서 부추기기만 하면 되겠군요.”
부시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서 이런 정교한 정치적 중상모략에서 가장 최고를 꼽으라면 지체하지 않고 딕 체니를 꼽겠지만, 과감한 행동력이 추구되는 계략이나 언론을 통제하는 방법에 통달한 이를 찾으라 한다면 미국 땅에서 칼 로브를 따라올 적임자가 없었다.
“그리고 어차피 이 기류는 얼마 가지 못할 겁니다.”
“음, 어째서?”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이 머잖았으니까요.”
“아.”
벌써 11월도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었고,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은 2월 8일부터 2월 24일까지 이어지는 올림픽이었다. 9.11 테러 덕분에 미국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애국주의 물결이 전미를 휩쓸었던 올림픽이기도 했다.
‘다만 내가 아는 동계 올림픽은 안톤 오노 사건 정도인데.’
그 외에 생각나는 것이 없는 건 아니었으나, 역시 한국에서 살던 인간인 만큼 이 사건 말고는 딱히 기억날 만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올림픽은 적어도 이 사태가 수습되면 신경 쓰던가 해야겠군.’
“언론은 먹음직스러운 먹이가 있으면 그쪽으로 몰리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그리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이보게, 로브. 내가 이번에 주 경찰을 제대로 건드려보려고 하네.”
“그것참 재미있겠군요. 그런데, 왜 건드리는 건가요?”
보통 재미있다는 생각보다 왜 건드리느냐는 생각부터 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에 칼 로브는 뛰어난 인물이었다. 옛말에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듯 웬만한 인간은 칼 로브처럼 일을 즐기는 자를 이길 순 없었다.
“아니, 그게 일을 좆같이 하잖아.”
“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