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65)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64화(65/377)
< 64편 >
민주당이 선호하는 정책이 공공사업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민주당이 좋아서 자지러졌던 공공사업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아보라면, ‘오바마 케어’를 꼽을 수 있다.
오바마 케어는 메디케어(Medicaid)와 오바마의 합성어인데, 모든 미국 시민을 의무적으로 의료 보험에 가입시키자는 법이었다. 일단 취지와는 전혀 다르게 돌아가긴 했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오바마 케어에 대해서가 아니다.
민주당이 얼마나 공공사업, 복지정책에 환장하는 집단인지에 대해서 논하고자 함이다.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최강대국 미국에서 언제까지고 다 썩어 문드러지는 목재로 된 전봇대를 봐야 합니까?”
표면상으로는 낙후된 인프라 교체를 위한 첫걸음. 즉, ‘전봇대 교체 사업’이었고, 겸사겸사 전화선과 인터넷 선도 바꾸는 작업이었다. 부시가 하고 싶은 건 후자였지만, 명분을 얻기 위해서 ‘인프라 대규모 교체 사업’으로 이름을 위장시켰다.
이건 칼 로브의 아이디어였다. 하도 아가리 터는 실력이 출중하다 보니 척하면 척하고 견적이 딱 하고 나와서 만족스러운 아이디어와 다년간의 실무경험에서 비롯된 부시가 모르는 ‘샛길’을 제시하여 부시의 입에서 흡족한 미소가 떠나가지 않게 만들었다.
이론은 언제나 완벽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실무에 들어가면 오만가지 변수가 괴롭히는 게 ‘정책과 법’이었다. 이 둘은 언제나 변화무쌍하여 각도를 조금만 틀어도 전혀 다른 의미와 얼굴을 가지는 개념들이었다.
이건 부시 쪽의 이야기고. 다른 쪽은 어떤 시선인가 하면.
“뭐요? 예산은 어쩌게?”
국회에서 예산 찾는 소리가 안 나올 리가 있나. 아무리 미국의 예산이 단단하다고 해도 나가는 돈도 만만찮았다. 미국이 그나마 효율적으로 돌리니까 그래도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거였다.
공화당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했다. 공화당은 정부 예산을 인프라에 대규모로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 자체에 불편한 모습이었다. 공화당은 작은 정부. 즉, ‘민간 시장에는 정부의 간섭이 없어야 한다!’라는 자유주의 성향 때문이었다.
“민간 자본 참여를 확대해야죠.”
“어떻게요?”
“지분투자의 상당 부분을 비과세로 전환 시켜야죠. 수익성을 보장하면 민간 투자가 돌아가기 시작할 겁니다.”
“비생산적입니다! 월스트리트의 사무실에 앉아 있는 인간들한테만 좋은 일 시키는 겁니다! 그런 식으로 운영했다간 민간 자금 유치는 실패하고 개혁안은 주저앉을 겁니다!”
그들은 지금 당장 전봇대만 보고 있는 게 아니었다.
의식주에 들어가 있는 식수 공급 같은 부분부터 시작해서, 광대한 미국 땅을 가로지르는 도로부터, 물 위를 떠다니는 수상 교통. 비행기의 안식처인 공항을 넘어 그 외 하수, 상수처리 시설 등에 이르기까지. 좀 더 나아가면 공교육이나 의료 보험 개혁을 생각하고 있는 이도 있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는 단순히 전봇대 교체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부시 정권 내에 ‘연방 정부가 노후 인프라에 대처하는 자세’를 어떻게 취할지 정하는 자리였다.
재선에 성공할 확률이 재선에 실패할 확률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던 탓에 앞으로의 ‘약 7년’을 이끌어 갈 정책의 방향성을 정하는 토론의 강도는 여느 때보다도 강력했다.
주 정부와 지방 정부가 열심히 예산을 투자하고 있었지만, 슬슬 그 한계가 눈을 가려도 보일 지경이었다. 빠르면 1, 2년 안에 감소 추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있었고. 토목 학회에서는 4년마다 여는 정기발표에서 1988년부터 2001년에 이르기까지 약 30년간 적기에 예산 투자가 돌아가고 있지 않는다며 복잡한 말을 할 것도 없이 ‘Fuck the Government!’ 한마디로 까고 있었다.
다만 여기에는 정당을 막론하고 공통된 견해가 있었는데, 큰 정부를 원하는 민주당이나 작은 정부를 원하는 공화당이나 인프라 재건 사업이 돈 먹는 하마가 되는 걸 원치 않았다는 점이었다. 돈이 얼마나 나가서 얼마나 효율을 거두고 언제까지 할지 확실하게 해두고 가자는 소리였다.
그런데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지만, 돌다리도 뭐로 두들기냐에 따라서 돌다리가 멀쩡할지, 돌가루가 될지 정해지는 것 아니겠는가?
민주당은 손으로 두들겨 보고 싶어 했고, 공화당은 폭격 편대를 부른 다음 핵미사일로 확실하게 두들겨 보고 싶어 했다.
풀어 말하자면, 민주당은 어떻게든 차후 인프라 사업을 뚫어놓기 위해서 전력을 다하고 있었고, 공화당은 이를 최대한 축소하기 위해서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 꼬락서니를 열심히 관전하고 있었던 부시가 내놓은 대답은 이러했다.
“이런 좆같은 새끼들!”
“오늘도 명랑하시군요.”
정작 듣는 비서실장의 마음은 명랑(明朗)이 아니라 명량(鳴梁)이었지만, 알게 뭔가. 이젠 부시가 제 출신인 공화당마저 대대적으로 쪼려고 하고 있으니 이 어찌 마음이 복잡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뭔 생각하고 있는지 눈에 다 보이네.’
사람 새끼로 태어나 최소한 눈치란 게 존재한다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이건 딱 그런 부류의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부시의 생각대로 비서실장은 이번에도 ‘대통령님께서 어련히 알아서 하시겠지.’라고 생각하며, 비서실장으로서 본분 중 하나인 기분 맞춰주기의 소명을 철저히 즐기기로 한 참이었다.
그래도 인기 하나는 레이건 대통령이 살아 돌아온 듯하지 않은가?
‘아, 맞다. 그 양반 아직 안 죽었지.’
하마터면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을 고인으로 만들 뻔했다.
부시가 차분하게 다시 기억을 더듬어보니, 멀쩡하게 살아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종종 사랑하는 아내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중증의 치매 증상을 앓고 있었다.
한 번 즈음은 후배 된 도리로서 만나 볼까 생각도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만나러 가는 건 도리어 실례가 되겠지. 부시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대통령을 만나볼 생각을 깔끔하게 접었다. 더불어 로널드 레이건은 2004년에 천수를 누리고 하늘로 영원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건 그렇고 로브가 있어서 다행이야.’
사실 2001년은 닷 컴 버블 덕분에 인터넷에 투자하기엔 영 좋지 않은 년도였다. 그러나 칼 로브가 방향성만 살짝 틀어주면서 일이 너무나도 수월해졌다.
매번 하는 말이지만, 거품의 크기란 악성 종양과도 같아서 크면 클수록 적출 할 때 고통은 상상을 불허하게 만드는 녀석이었다.
당시 IT 업계가 얼마만큼이나 8, 90년대 소녀만화처럼 산업 전체가 분홍색 꽃밭이었는지 표현하기 위해서는 단 한 문구면 충분했다. 당시에는 그저 ‘그런가 보다.’로 치부되었지만, 지금 와서 보면 이게 또 이것만큼 당시 지식인층이 인터넷에 어떠한 기대감을 지니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잘 표현해낸 문구도 없었다.
‘네티즌에겐 민족, 피부색, 남녀 차별, 빈부 차이가 없기에 완벽한 민주주의 세계다!’라는 희망찬 문구였다. 그래도 나름 전문가로 분류되시는 교수님이 그린 만화에서 나온 문구였는데도 불구하고 김갑환의 2019년 기억에 따르면 하나쯤은 맞을 법도 한데, 어째 맞는 게 진짜 단 한 개도 없었다.
그런 거품이 터지고 나서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나니까 IT 사업에 투자하려는 사람은 거의 사라진 지 오래였다. 물론 투자하는 사람들이 보는 건 수치라지만, 수치란 게 일단은 그냥 올라가는 녀석이 아닌지라, 그 기반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그 IT 종목이 가진 매력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건 신선함과 미지가 가져다주는 꿈과 희망이었다. 물론 현실을 점점 자각하면서 기반 그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하고, 그 와중에 초대형 비리로 그나마 고수익 종목이라는 견고한 발판까지 닷 컴 버블이 터지면서 치워버리는 바람에 IT는 유리창 부서지듯 와장창 엔딩을 보고 말았다.
그게 하필 2000년이다. 고작 1년으로는 인터넷에 대한 인식을 의회에서 어떻게 해보기 힘들었다. 2003년 즈음에는 다시 상승세를 회복하지만, 부시는 2003년까지 참고 싶지 않았다.
“흠, 2003년이라.”
“예?”
“비서실장, 올해 아이팟 나온 거 기억하고 있나?”
“예, 뭐 일단 시사성이 하도 뛰어나서 저도 알곤 있습니다. 캐치프레이즈가 주머니 속의 1,000곡이었던가요?”
‘이게 참, 아직은 모든 게 모자라 단 말이지.’
스티브 잡스 경험도 모자랐고, 애플의 주가도 모자랐고, 이것들을 뒷받침해줄 하드웨어 부품의 발전도라던가, 노하우도 심각하게 모자랐다. 요컨대 모든 게 부족했다.
‘하지만 이를 더 빠르게 촉진할 수는 있겠지.’
IT를 비롯한 실리콘밸리가 뜨리라는 건 확정이었으니 지원해주지 못할 것도 없었다. 다만 참으로 빌어먹게도 이런 부류의 사업은 돈 좀 넣어줬다고 빨리빨리 성장하지 않는 사업이라는 점이 실로 아쉬울 뿐이었다.
‘가만, 잠깐만.’
“비서실장.”
“예, 대통령님.”
“랜드 워리어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조금 바꾸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어떤 식으로 말씀입니까?”
“배터리 총량 증가, 통신 장비 경량화와 네트워크 강화 쪽으로.”
“아, 경량화가 중점이군요.”
“보고서에 나온 데로면 장비 무게 문제로 제대로 싸우기도 힘들걸.”
들고 있는 건 돌격소총인데, 중량은 거의 경기관총이었다. 등에 달린 묵직한 배터리는 몇 시간 가지도 않는 주제에 거치적거리기 짝이 없었는데, 전투에 들어가면 이미 방전되어 움직임을 방해하는 모래주머니나 다른 없는 신세로 전락해 있었다.
“특히 배터리 부분에 집중하도록 해야지. 배터리 부분만큼은 부르는 만큼 예산을 더 편성해줄 예정이니까. 리튬 이온하고 아연 공기 타입 둘 다 개발하라고 해.”
그래서, 여기서 왜 갑자기 랜드 워리어가 나왔느냐 하면. 바로 ‘배터리’였다.
기본적으로 재충전이 가능한 휴대용 배터리에 쓰이는 기술은 리튬 이온 충전지로 다 같았고 이는 스마트폰에 쓰이는 기술도 똑같았다. 다만 미군은 리튬 이온 충전지가 아닌 아연 공기 충전지를 사용했는데, 이는 화재 및 폭발 위험이 다른 배터리 기술보다 현저히 낮으며 값쌌기 때문이었다.
물론 리튬 이온으로 군 장비를 개발하라고 하면 펜타곤에서는 개소리 말라고 하겠지만, 중국으로부터 예산의 절반 정도 되는 자금을 삥 뜯어온 사람이 까라면 까야지 어쩌겠는가. 어떻게 보면 합법적인 횡령 아닌 횡령이었다.
‘일단 이걸로 배터리 부분 기술 증진은 확보했고.’
부시가 선택한 것은 여기저기에 퍼즐 모으듯 미리 스마트폰에 쓰일 기술을 길러내는 선택지였다.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최소한 2004년에는 세상에 스마트폰 내놓는다.’
애플이든 블랙베리든 누구라도 스마트폰을 내놓을 수 있으면 그걸로 좋았다. 다만 블랙베리가 스마트폰에 가장 근접하긴 했지만, 캐나다 기업이기에 키우려면 애플을 키우는 게 맞긴 했다.
“한 번에 2개나 개발하라고 하면 반발이 장난이 아닐 텐데요. 그건 어떻게 하죠?”
“돈을 더 줘.”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