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67)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66화(67/377)
< 66편 >
“켄터키. ‘레드넥’의 본고장 중 하나지. 비록 텍사스만큼은 아니지만, 확실히 친 공화당 성향이란 말이지.”
레드넥이라는 단어 자체는 ‘햇볕에 붉게 탄 목’이다. 야외에서 일하는 자들은 빈민과 저학력자들이고 이들은 어쩔 수 없이 태양의 직사광선에 노출되어야만 했다. 다만 이 붉은 피부가 단순히 햇볕에 탄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실은 피부병 중 하나인 펠라그라 때문이라는 가설도 존재하긴 했다.
어쨌거나 어느 쪽이든 피부로 사람을 차별하는 백인 사회에서는 이는 아주 큰 디메리트였다. 그래서인지 레드넥은 그저 단순히 계층을 지칭하는 명칭이 아니라 인종차별에 속하는 단어인데, 그 속성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니그로 같은 거다.
친한 친구가 말하면 ‘뭐 이 새끼야.’가 되는 거고, 남이 말하면 ‘뭐 이 새끼야!?’가 되는 마법의 단어다.
“그러니 자제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교양인이라면 반드시 존재하는 필터가 고장이 났는지, 입만 열었다 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어휘력을 보여주는 대통령의 입에 자물쇠를 잠가놨다.
“제발 말하기 전에 한 번 생각하고 말하십시오.”
“알고 있어, 알고 있다고!”
레드넥의 출신성분은 대영제국 시절 빈민층에서 시작된다. 스코틀랜드 등지에서 압제와 폭력에 시달리던 이들은 신세계라 불리던 아메리카로 넘어갔지만, 그곳에서도 여전히 탄압받고 투쟁의 시대를 겪어야 했다.
그들은 빈민이었기 때문에 정치 영향력이 필연적으로 전혀 없었을 수밖에 없었지만, 미국 계층의 대다수를 차지했고 이후 독립 전쟁, 남북전쟁을 거쳤다.
더불어 버지니아가 그냥 ‘버지니아’와 ‘웨스트 버지니아’ 둘인 까닭도 레드넥 덕분이었다. 그들은 모든 간섭을 거부했고, 버지니아가 엿같이 군다고 생각하자 그냥 서쪽에 버지니아를 하나 더 만들었다.
부시가 생각하기에, 그들이 신대륙에 도달한 순간 돌연변이를 일으켜 상남자 DNA가 이중 나선 구조 어딘가에 붙은 게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할 뿐이었다.
어쨌든 19세기까지만 해도 매사에 진보 성향이었지만, 20세기에 들어서는 제1차 산업이 주류가 되면서 급속도로 보수화되었고, 덕분에 미국 남부 전체가 공화당의 텃밭이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레드넥은 미국 보수주의를 대표하는 중 한 계층일 뿐. 미국의 보수주의 그 자체를 뜻하는 단어는 아니다.
다만 보수주의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이 있긴 있었는데, 바로 ‘정당한 권위주의’와 ‘안정적 생계 추구’ 그리고 ‘위대한 미국’이었다. 정당한 권위주의는 합법적으로 선출된 공직자에게 순종한다는 의미였고, 안정적 생계 추구는 사실 모순적인 단어였다. 안정적 생계 추구라고 해도 더 나은 내일을 원하는 인간의 본성은 달라지지 않는다.
특히 농업 부분이 그러했는데 ‘농업은 도박이다.’라는 말이 있듯 심는 작물에 따라서 들어오는 돈의 단위 수가 두, 세 자리씩이나 차이 났다. 좀 작은 나라라면 저장고에 넣어서 버틴다는 전략이 있기도 하지만, 미국이 어디 그럴 수 있는 나라던가.
심기만 하면 백방 풍년인데, 풍년이란 게 고대, 중세 같은 시절에나 좋은 거지. 현대에는 ‘어머, 작물 값이 수직으로 하강해 버렸어요! 전부 꼬라박으셨네요!’라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들의 성향은 확실히 진보와는 차이가 났다. 보수가 일부분을 조심스럽게 심을 때, 진보는 절반을 넘게 확 바꿔버리는 성격이었으니 말이다.
농업도, 정책도 생활도 말이다. 미국의 진보와 보수란 이런 것이다.
보수와 진보를 빗댄 농업 이야기에서 벗어나 위대한 미국으로 넘어가서, 위대한 미국이란 지금 부시가 만들고 있는 패권주의 성향의 미국이었다. 본디 네오콘들이나 좋아할 법한 사상이었으나, 잘 나가는 정도가 어느 정도 잘 나가는 게 아니라 눈에 띌 정도로 잘 나가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조국이 잘 나간다는 이야기에 좋아하지 않을 이들은 ‘나라가 아무리 잘 나가도 내 살림 하나 안 나아진다.’라는 사상을 가진 냉소적인 인물이거나, 관심에 목이 말라 관심 좀 시주해보려 매국노 말곤 없었다.
종합해서, 보수층이 원하는 건 ‘안정적인 삶과 점진적인 변화’였고 부시의 정책은 적어도 아직은 썩 마음에 드는 것이었다.
물론 부시가 공공사업에 이것저것 손대기 시작하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으나, 지금은 몹시 만족스러웠다는 이야기였다.
거기다 불안정하기 짝이 없고 불편한 목제 전봇대를 단단한 콘크리트 전봇대로 교체한다는 정책을 칼 로브가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하자 호응도가 장난 아니었다. 서민은 위에서 자신이 모르는 곳에 자신의 세금이 투자되는 걸 신문으로 지켜보는 것보단, 그냥 직접 눈으로 보이는 변화를 반기기 때문이었다.
“와아아!!!”
“부시! 부시! 부시!”
그러니까 이런 일들이 레드넥이 있는 장소에서라면 성조기 부대라는 형태를 빌려 어디에서나 벌어졌다.
그들은 성조기를 마치 군대처럼 별이 오른쪽. 그러니까 깃대 쪽으로 달았고, 부시가 가는 곳마다 성조기를 흔들고 전진하며 열광하고 또 환호했다.
덕분에 어딜 가든지 ‘인기 만점’이라는 단어를 24시간 만끽할 수 있었다. 다만 경호원들은 언제나 죽을 맛이었는데, 휴가를 나간 인원까지 복귀시키고 경찰의 협조를 얻어서 어떻게든 접근을 저지하고 있었다.
부시는 이 저지선을 보고 그냥 놔두려고 하려다가 저 저지선이 사라지는 순간 인파 때문에 100M조차 움직이지 못하는 미래가 눈에 보여 그만두었다. 솔직히 인파가 지평선 너머까지 보이면 쫄 만도 했다.
어떨 때는 부시가 한쪽으로 손을 흔들어주자 이런 헤프닝도 벌어졌다.
“부시! 부시!! 날 보셨어! 대통령님께서 날 쳐다보셨어!”
“아니! 날 보셨어!”
“아냐! 날 보신 거야!”
그리고 주먹다짐이 이어지곤 했다. 폭도처럼 변할 것을 우려하여 경찰들이 이를 진압하느라 진땀만 뺐다. 이렇게보니 인기 만점이라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또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우와! 대통령님이다!”
다소 상투적임을 넘어서 국어책 읽기 수준인 말이라 할 수 있겠으나, 그 주체가 이제 갓 5살 먹어 보이는 어린아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눈망울이 무슨 강아지처럼 커져선 입으로 ‘와, 우와’만 반복하고 있었다.
기특한 것이 뭘 하나 주고 싶어서 고민하다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시계를 채워줬는데, 아이가 부르르 떨더니 혼절을 하더라.
솔직히 이쯤에서 살짝 소름이 돋았다.
“대통령님! 이쪽 한 번만 봐주십시오!”
아, 당연히 단독 취재를 원하는 기자들도 미친 듯이 따라붙었다. 보통 이런 부류는 둘이었는데, 첫 번째는 어떻게든 이상한 사진을 찍어보려는 의도였고. 두 번째는 그냥 부시의 사진만 찍으면 기사를 개떡같이 써내도 흥행이 된다는 걸 깨달은 이들이었다.
전자는 보통 생업이 기사인 사람들보다는 사진을 파는 생업 사진가들이나 파파라치들이 주를 이루었고, 후자의 경우에는 기사가 이런 느낌이었다.
「부시 대통령이 탄 차가 도로를 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다.」
「부시 대통령이 걷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숨을 쉬고 있다.」
하나만 정확히 하고 가자. 과장 없이 요 일주일 사이에 진짜로 나왔던 기사들이었다. 이러한 기사들이 잘못되었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이런 기사는 어떤 시대, 어느 나라에나 있었고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서민들이 선호하는 가십거리였다.
‘문제는 신문의 면 하나를 아예 내 얼굴과 기사로 도배하거나, 아예 그걸 넘어서 오로지 나에 대한 전문 잡지가 몇 개나 나올 수준이었으니까 그렇지.’
게다가 어떻게 알았는지 부시 본인도 모르는 습관까지 적어놓아서 소름이 돋더라.
‘이런 염병, 저런 걸 제재할 수도 없고.’
왜 그런 불쏘시개들이 팔리겠는가? 원래 경제란 수요와 공급으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부시’ 이 두 글자만 들어가면 아무렇게나 적기만 해도 팔리니까 저렇게 적고 있는 거다.
어쨌거나 아들 부시가 떠오르자 덩달아 같이 떠오른 아버지 부시도 비슷한 고생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 아들이 쌍으로 대통령이라는 경우가 어디 흔한 경우던가? 파파라치나, 젊은 기자들의 취재에 하루도 빠짐없이 일상 수준으로 시달리니까 거짓으로 몸이 좋지 않아 당분간 요양한다며, 별장으로 훌쩍 떠나버렸다.
동생인 젭 부시는 살맛이 났다. 부시 일가라는 위광이 단순 후광을 넘어서 태양처럼 똑바로 올려다보지도 못할 정도로 빛나고 있었던 탓이다. 다만 현재는 플로리다의 주지사였기 때문에 열렬한 지지 반응은 보낼 수 있어도 노골적으로 ‘어! 내가! 대통령이 둘이나 나온 집안! 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이로써 매우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떠오른 것도 사실이었다. 젭 부시는 자신의 형에게 감사할 뿐이었다. 그것 때문인지 플로리다주에서는 대통령의 순방을 단순히 주 순방이 아니라 형제 상봉 수준의 이벤트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실제로 대통령의 순방에 맞춰 반쯤 억지로 축제를 준비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 피곤해하는 시아버지, 탄탄대로에 눈이 돌아간 시동생과 달리 로라 부시는 이 현상 자체를 몹시 즐기고 있었다. 이건 그녀가 이걸 영부인으로서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로 받아들여 직업 정신에 시동이 걸린 탓도 있었고. 그냥 단순히 부인으로서 남편의 인기가 많아진 게 막연히 기분이 좋기도 했다.
부부 일심동체라고 남편의 성공은 아내의 성공이기도 했다. 최근 들어 이상하리만치 자신을 피하는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자신 또한 이렇게 피곤하고 바쁘지 않은가? 그렇다면 그 여파의 근원지인 부시 본인은 자신보다 얼마나 더 바쁘겠는가?’ 따위의 생각으로 유야무야 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젊은 여성에게도 부쩍 인기가 늘어 불안감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긴 했다. 혹시 자신보다 젊은 아이와 애먼 짓을 하는 건 아닌가, 혹은 갱년기가 온 게 아닌가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었다.
사실 부시의 동향을 일일이 보고해주는 비서실장이 없었다면, 지나가는 생각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고려해보았으리라.
자, 여기까지 와서 무엇을 숨기랴. 지금 부시의 옆에는 로라 부시가 있었다. 부시는 목석처럼 굴었지만, 갑자기 묘할 정도로 차가워진 그가 더 매력적이라며 더더욱 달라붙었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지 진짜로 달라붙진 않았지만. 적어도 연출되는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다고 할법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김부시가 이상하리만치 ‘굳어가는 건’ 필시 로라 부시의 기분 탓이리라.
“주지사님! 대통령님께서!”
“뭐? 점심을 취소?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켄터키 주지사에게 이 소리는 아주 청천벽력이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뭘 잘못한 줄 알고 저 대통령을 어떻게 구슬려야 할지 고민했으나, 취소하는 이유를 듣고 안심할 수 있었다. 솔직히 안심은 안심이었고 작은 앙심을 품긴 했다.
“허, 헛. 허허? 아니, 그러니까. 그게. 그 이유란 게. 허허?”
켄터키 주지사에게 안심과 앙심을 동시에 품게 만든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켄터키주에 왔으면 당연히 KFC를 먹어야지!”
실로 개떡 같은 소리였지만, 부시는 진심이었다. 평소에는 체통이 떨어지니, 치킨이나 먹는 대통령이니 했을 인간들마저 부시를 서민적인 대통령이라며 치켜세워줬다.
‘KFC의 본고장! 현대식 프라이드 치킨의 시작!’
덕분에 ‘KFC 매장을 통째로 전세 낸 대통령’이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최초의’ 접두사까지 끼워서 거머쥐게 되었다.
보안 문제 탓이었는데, 정작 부시는 사실 그냥 전세를 내지 않고 먹고 싶었다. 시선이 좀 부담스럽긴 해도 김갑환이었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아니, 시발. 대통령이 뭔데 내가 이 KFC 매장에서 먹을 권리까지 박탈하고 지랄이지?’라는 과격한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김갑환이 반골 기질이 충만했던 탓도 있지만, 바쁠 시간대의 프랜차이즈 점포를 전세 내는 꼬락서니를 좋은 눈으로 보진 않을 것 같아서였다.
덕분에 본인의 생각과는 다르게 핫 크리스피 프라이드 치킨을 뜯어야 했는데, 이게 또 백악관에서 나오는 고급스러운 튀김 요리와는 궤를 달리하는 싼 음식에 팍팍 친 MSG 특유의 맛이 있어서 부시의 혼을 쏙 빼놓았다.
김부시의 안에 내재 되어 있는 치킨을 향한 찬미가가 부시의 안에서 울려 퍼지는 동안, 부시의 우려와는 달리 전국의 KFC는 때아닌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기자들은 봉쇄선 위로 어떻게든 카메라를 더 올려서 어떤 메뉴를 먹고 있는지 파악하기에 바빴고, 그렇지 못한 기자는 어떻게든 다른 건물 위로 올라가서 찍으려고 안달이 나 있었다.
부시는 이 사건 하나로 신문에는 ‘재벌 출신 서민 대통령’이라는 모순적인 별명까지 달았다.
이 사건으로 모두가 미소를 지은 건 아니었는데, 마침 2001년은 인터넷이 태동기에서 벗어나 투박한 원시적인 시스템에서 현대식으로 세련되게 사이트 디자인을 재단장하던 시점이었다. 당장 한국만 해도 1999년에 그 유명한 싸이월드가 나왔고 미국에서는 야후는 마지막 황혼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런 시발!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유저가 갑자기 늘어났다니!”
그런데 이 KFC 전세 사건으로 인해 주요 사이트에 네티즌이 몰리고 그렇지 않아도 좁았던 서버가 부하를 일으켜 갑자기 트래픽이 터지면서, 접속이 지연되는 사태가 터지자 발만 동동 굴려야 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네티즌이 늘어난 게 아니라 검색 사이트에 몰린 거지만. 이 현상은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는 이들로부터 서버기 추가 설치를 강제하게 되었다.
기업이 서버기를 추가로 설치할 때 고민해야 하는 것은 유저가 그만큼 몰린 게 일시적 현상인지 파악해야 하는 것이었는데, 운 좋은지 나쁜 건지 하필 그때가 또 연도가 가면 갈수록 퍼스널 컴퓨터(PC)의 구매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자료가 나올 시점이라, 그것을 근거로 서버기를 추가 설치하고 광고 배너와 노출 횟수를 늘리는 방안을 가져왔다.
부시는 그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염원인 ‘네트워크 확장 및 인프라 증대 가속화’를 진행하고 있었다.
‘역시 사람은 치킨을 먹고 살아야지.’
부시는 그날 핫 크리스피 치킨을 세 버킷이나 해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