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68)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67화(68/377)
< 67편 >
젭 부시의 가족사랑은 각별하다.
그러나 가족사랑이 매번 좋은 건 아니다. 그는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는 사내였는데, 트럼프가 이라크 전쟁을 꼬집어 비판하자 침묵이나, 방어로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을 기꺼이 포기하고 ‘형이 우리를 지켰다!’라며 옹호할 정도였다.
좋게 말하면 공동체적 행복에서 의미를 찾을 정도로 감성적이며, 매사에 의리가 있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현대 정치가 요구하는 정치인으로서는 능력 미달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현대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입만 열면 나오는 어떤 개소리라도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럴듯해 보이는 말과 리더십이든 카리스마든 대중을 장악할 수 있는 언론 플레이. 그리고 거짓말이었다.
다만 이런 부분이 묘하게 형을 닮아 있었는데, 조지 W. 부시도 정치적 암투나 계략보다는 감성으로 전략을 펼치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감성을 도와줘야 할 보좌진의 일부가 부시의 감성을 십분 활용하여 자기 배 불리기에 사용했다는 게 문제였지만.
그렇다고 젭 부시가 멍청하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다만 자기주장이, 자기가 내건 정의가 어떠한 경우라도 꺾이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고지식한 사람일 뿐이었다.
어쨌거나, 지금 조지 부시가 보여주듯 정치인 본인에게 ‘압도적인 힘’이 있다면 해당 정치인이 무슨 정책을 들고 오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하간 원점으로 돌아가서, 조지 부시의 전국 순방에 젭 부시의 가족사랑이 발동했다. 본래는 축제를 기획하려 했으나, 그게 ‘만들어!’라고 명령해서 단기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곰곰이 생각하던 차에 마침 뉴올리언스 제방 재건과 플로리다주 남부 제방 증설이 한창이었다. 애당초 플로리다의 홍수, 제방 시스템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을 더 증설하겠다는 소리였다. 쓸모없는 예산 편성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래서 니들이 유가족 앞에서 똑같은 소리 할 수 있냐?’라는 말 한마디에 깡그리 입을 닥치고 말았다.
여하간 제방 건도 그렇고 거기다 소방 예산이 크게 증설되지 않았던가? 좋든 싫든 예산 편성이 ‘국방과 안전’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젭 부시가 생각하길, ‘형이 밀어주는 정책이니까 나도 밀어줘야겠다.’였다. 젭 부시 밀어주는 정책이 인종차별 금지 정책이었는데, 이건 그의 아내가 히스패닉이었고 그에 따라 본인의 스페인어 실력도 굉장했기 때문에 이쪽으로 가닥을 잡은 탓이었다.
물론 감성의 부시 일족답게 절반 이상이 ‘인종차별은 나쁜 거!’라는 인식이 과하게 박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일을 하는데 어쩌다 보니까 자기 취향까지 맞아들어갔다고 하는 게 맞았다.
그리하여 그 감성으로 젭 부시가 생각해낸 것이.
“이거라고?”
부시가 플로리다주로 가는 에어포스 원에서 받은 보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소방, 병원 재난 대비 대규모 긴급 합동 훈련.」
‘아니, 뭐 이게 그냥 축제보다는 좋긴 한데.’
실제로 경험도 쌓고 상호 간의 교류를 높일 수도 있었으니까. 더불어 현 대통령이 뭘 보고 싶은지 모호하고 붕 뜨는 선택지 중에서 정확히 잡아냈다. 순방이 지금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직접 두 눈으로 봐야겠다는 의미가 달려있기도 했다.
더 나아가면 정치적 교류의 장이기도 했지만, 이번 순방에는 그딴 건 없었고 보고서가 올라오면 이상하리만치 수치가 수직으로 하강하는 보고서만 기관총 갈기듯 올라오니까 부시가 ‘이것들이 어디서 아가리들을 털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직접 두 눈으로 보고자 결정한 일이었다.
“부 비서실장. 이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그러니까. 소견을 말씀해드립니까. 기분을 말씀해드립니까?”
“둘 다.”
“실제로 보니, 괴리감이 상당합니다.”
“그리고?”
“엿 같군요.”
보고서를 사람들이 말하는 이른바 유도리 따위나 합법적인 선에서 억지로 끼워 넣은 수치 등으로 교묘하게 속일 수는 있어도. 직접 두 눈으로 보게 되면 더는 속일 수 없었다.
눈뜬장님 정도로 지식이 없으면 또 모를까. 조지 W. 부시가 가지고 있는 ‘행정적 기초 지식’과 김갑환이 가지고 있었던 ‘현장 유도리’에 대한 지식이 합쳐져 직접 두 눈으로 보게 되자 대충 보고서의 윤곽이 보였다.
요컨대 주 정부가 ‘우리 주가 이렇게 문제가 많습니다!’라며 예산 더 달라고 징징대는 것이었다. 평소였다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으나 이번 정권에 예산이 워낙 풍부해야지. 어디 한 번 나도 못 먹는 감 한번 찔러보자 의도에서 비롯된 보고서들이었다.
다만 부시가 그들을 일일이 찾아가서 쪼인트를 까진 않았다. 원래 가장 무서운 게 폭풍전야라고 하지 않던가. 주 정부의 보고서에서 틀린 점을 일일이 지적하긴 했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그 자리에서 확 그냥 ‘그랜절’을 시켜버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주 정부가 ‘연방 정부가 주 정부를 탄압한다!’라며 난리 칠 게 틀림이 없어 그렇게 하진 않았다.
그 자리에서 전부 모가지를 쳐내는 대신 자비롭게도 다음부터는 이러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넘어갔지만, 문제는 이게 주 정부에겐 부시가 ‘내가 호구로 보이냐? 뒤지기 싫으면 알아서 해라.’라고 들렸다.
“어쨌거나 주 정부가 잔뜩 쫀 덕분에 일단 들르는 주마다 거짓 보고서가 올라오는 일은 없어졌군?”
“심지어 조금 과장된 감이 없잖아 있기까지 하군요?”
이건 비서실장의 말이었다. 그들이 이 ‘차이나 머니’에 뜯어먹을 것이 없다는 걸 알게 된 이상, 연방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거부하는 자세로 돌아간 탓이다.
뭐 그래도 말을 안 듣는 사람한테는 직접 ‘아니, 자네는 왜 참은 똥을 입으로 싸고 지랄인가?’라며 점잖게 설교해줬다. 정말이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저랬다고.
‘그러니까 좀 쉴 틈 없이 떠들던 아가리가 그제야 여물어지더만.’
이런 이들은 아주 일부였다. 일부의 일탈 말이다. 아주 극히 ‘일부’의. 사실 돌려 말할 것 없이 절반 이상이 저 수준의 폭언을 들었다.
‘그리고 예산도 따로 다 쓸 곳이 있으니까.’
그런 담소를 나누던 와중에 부시가 탄 캐딜락 원이 드디어 플로리다주 도착했다.
레드 카펫 위에 부시의 구두가 올라가고, 부시가 천천히 저 너머에서 걸어왔다. 전자는 조지 부시였고, 후자는 젭 부시였다. 그렇게 두 부시가 드디어 만났다.
재미있는 건 의례상 악수를 하긴 했는데, 젭 부시의 손에 아주 힘이 과도하게 들어갔다는 점이었다. 물론 모르는 사람끼리 하면 미친놈 취급을 받겠지만, 친한 형제끼리 이러면 그냥 친근감의 표시였다.
문제는 이 행동이 김부시가 가진 호승심에 불을 붙였다는 점이다.
‘어엇! 이, 이건!’
‘허허, 동생이 감히 형한테 맞먹으러 들어?’
김부시가 남는 시간에 한 짓이 뭐냐면, 쇠질이었다. 그렇다고 3대 운동 따져가면서 한 건 아니었고, 김갑환 시절에는 못 먹던 걸 마음대로 먹어서 그런가. 이게 자꾸만 먹게 되는 게 아닌가. 그래서 비서실장이 운동을 권하길래, 처음에는 단순 유산소 운동으로 시작했다.
사실 색다를 것도 없었다. 로라의 충고로 술을 끊기 이전부터 러닝을 그러나 어느 순간 부시는 자택에 만든 전용 헬스장에서 빌리의 부트캠프를 찍은 빌리 블랭크스 앞에서 쇠질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만 먹고 싶은 거 다 먹겠다는 조건을 붙이는 바람에 보디빌더처럼 근육을 기르는 게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 하는 운동이라고 보는 게 맞았다. 그러나 운동은 운동이었다. 아직까진 크게 두드러지진 않았지만, 전문 트레이너가 붙은 데다가 식단도 시간이 가면 갈수록 묘하게 담백해져 갔다.
물론 무작정 맛없는 다이어트 음식을 먹으라고 하면 누구나 손사래를 치겠지만, 부시에게는 하루에도 수천 달러가 들어가는 초호화 셰프와 최고급 식자재가 있었다. 거기에 원래부터 건강을 위해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던 몸이라 원체 기초가 좋으니 금세 근육이 따라붙었다.
사실, 이 근육 덕분에 텍사스에서 좀 더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주변에서 보면 이 양반이 권력(權力)이 아니라 권력(拳力)을 기르나 보다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부시 또한 이를 모르는 바는 아니어서 ‘이상하다. 이상한데. 보통 이렇게까지 하던가?’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때마다 생각하는 게 ‘하지만 난 근손실 걱정은 하지 않으니까 헬창이라 불리는 부류는 아니야. 암! 그렇고말고.’였다.
그러나 부시여. 알고 있는가?
아무리 몸을 가꾸는 사람이라도, 보디빌더처럼 아예 근육을 직업으로 가져야 하는 사람이 아니면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엄청난 돈을 들여 식단부터 운동량까지 철저하게 따지는 경우가 없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두 부시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누가 먼저 손을 떼는 놈이 지는 거라며 대치 상태가 이뤄졌다. 시작은 가족끼리의 가벼운 장난이었지만, 막상 지려고 하니 둘 다 남자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던 탓이다.
“하하하! 내 형이 이렇게 힘이 강해졌군!”
다만 여기선 장난을 걸었던 당사자이자, 아무래도 정치적으로 체급이 딸리는 젭 부시가 크게 웃으며 가족애를 발휘하여 자존심을 접고 자신의 형을 끌어안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내 동생이 이렇게 힘이 강할 줄은 몰랐는데! 하하하!”
원래 사회생활이 다 그런 법 아니겠는가?
* * *
‘대통령님께서 보고 계신다!’
이것은 합동 훈련 현장에 있던 이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줬다.
일단 소방 쪽 같은 경우에는 자신들의 고생을 알아주는 대통령이었고. 예산문제로 아슬아슬할 때까지 사용한 오래된 장비가 새것으로 교체되거나, 소방서 리모델링 계획 등이 생기고 신세대 화재 진압 장비 개발 및 연구가 들어간다는 소식 등을 접하며 자신의 환경이 바뀌기는 게 직접 눈으로 보이니까 존경의 의미에서 긴장하는 경우가 많았고.
공무원이나 병원 측의 경우에는 위의 소방관과 비슷한 부시가 쌓아 올린 업적 덕분에 존경하고 있던 탓에 긴장한 사람도 있었지만, 역시나 주를 이루는 건 책잡히거나 트집 잡히면 어찌 될지 모르니 긴장한다는 의미가 컸다.
그러나 적절한 긴장은 좋은 결과를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었다. 상황은 대통령이 직접 줬는데, 허리케인 재난 상황을 가정하라는 것이었다.
막말로 나비효과로 인해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플로리다주를 스쳐 지나가는 게 아니라, 플로리다주를 직격하면 어쩌지?’라는 노파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걱정과는 달리, 본래부터 플로리다주는 소방 훈련이 잘되어 있었던지라 합동 훈련이 매우 매끄럽게 진행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플로리다주에 허리케인이 닥쳐왔을 때 군대를 움직일 필요까진 없겠군.’
사실 부시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카트리나가 왔을 때 주 방위군을 움직여서 치안 확보하고 1차로 대규모 물자 투하를 한 다음. 직접 연방 정부의 공무원을 파견하여 피난 시설에 사람들을 대피시킨 후 주 정부에 예산과 인력을 몰아넣어 재해 현장을 1년 안팎으로 완벽히 복구시키는 거였다.
‘이론상 완벽하긴 한데.’
허리케인이 발견되었을 때 대규모 대피명령을 내릴까도 생각해봤지만, 어디 허리케인이 대피명령을 내린다고 피할 수 있는 성질의 재해던가?
소방차와 구급차. 그리고 소방 헬기와 구급 헬기. 심지어는 화재 진압용 비행기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여기서 왜 화제 진압용 비행기가 떴냐면, 허리케인 탓에 혼잡한 틈을 타 공장이나 창고에서 불이나 대화재로 번질 위험성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모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정말로 대규모로 훈련이 돌아간 거다.
‘대규모 재해 같은 유사시에는 주변 주에서 소방 병력을 일부 차출하는 것도 좋은 생각인듯하군.’
이런 시스템이 원래 있긴 있었지만, 부시는 좀 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출 필요성을 느꼈다.
주먹구구식 ‘남는 손 다 모아!’ 이런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소방서에서 누구와 어떤 장비를 차출하고 어떤 구역을 부가적으로 담당하게 되는가. 이러한 관료주의적 체계 말이다. 다만 모든 소방 업무는 ‘사후보고’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확실히 해두면 업무에 그다지 차질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어쨌거나, 젭 부시가 급하게 추진한 합동 훈련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어땠어. 형?”
젭 부시가 먼저 입을 열었다. 협동 훈련 이후부터 조지 부시가 영 말이 없었던 탓이다.
“아주 훌륭해.”
실로 오랜만에 아버지 부시를 제외한 모든 가족이 모여 진짜로 가족 단위로 저녁을 즐기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초조해졌다. 부시의 앞에 놓인 건 5cm 정도로 아주 두툼한 스테이크였는데, 부시는 이상하리만치 깨작거리기만 했다.
분명 젭 부시 본인은 모르는 깊은 생각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역시 형이야. 어릴 때부터 생각이 많았지.’
젭 부시가 바라보는 조지 부시는 9.11테러 이후로 자신보다 뛰어난 형을 보는 동경이 시선으로 변해 있었다. 정확히는 그 전조가 조지 부시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부터 존재했지만, 노골적으로 존경의 시선으로 바뀐 건 9.11테러 이후였다.
이렇게 바라보고 있으면, 어머니 옆에서 자신과 이야기를 듣던 그 형이라고는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나도 좀 더 노력하지 않으면, 형처럼 위대해질 수 없어.’
젭 부시에게는 꿈이 있었다. 마틴 루터 킹이 말했던 것처럼 피부색으로 평가되지 않고 인격으로 평가받게 되는 날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내는 일이었다.
다만 조지 부시는 젭 부시의 상상과는 달리 조금 세속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거 먹고 나면 운동 더 많이 해야겠지? 근육에 손실도…. 아니, 젠장 난 헬스 중독이 아니야!’
뭐, 그렇다고 한다. 언제까지고 부정할지 모르겠지만. 아직 까지는 부시는 자신이 평범하다고 믿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