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7)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6화(7/377)
< 6편 >
“이런 썅! 걸프전보다 더한 거 같은데!”
폭격기에서 자유가 떨어지는 폭음에 상사 하나가 소리를 질렀다.
“끔찍하군! 나는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귀가 나가는데, 폭탄 소리는 왜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이리 커지는지! 이러다 귀가 나가겠어!”
“북부 동맹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놈들이 정보를 술술 다 불어서 일이 편해졌다고 하던데요.”
“협력이야 협력.”
그린베레에 속해 있는 이상 순진하게 그들이 민주주의를 반기면 협력했으리라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협력이나 협박이나 한 글자 차이였다. 그 사실을 신병이라도 알고 있었다.
“개요나 다시 한번 알려 주십쇼.”
작전의 무결성은 사전준비의 철저함에서 비롯되기 마련이었다.
“먼저 공수로 브래들리가 내려갈 거야.”
장갑차에 탄 병력이 도시 근처 공터에 내려가고 나면 먼저 진입하여 공군과 순항 미사일이 쓸고 간 자리에 남아 있는 잔당을 처리한다. 안에서 시간을 벌고 있는 동안 바깥에서는 전차와 보병을 순차 배치하여 빠르게 도시를 포위해서 점령한다. 그 뒤 CIA와 레인저 팀을 파견하여 도시를 샅샅이 뒤져 오사마 빈 라덴을 체포하면 끝!
“와, 돈 좀 깨졌겠는데요?”
“대통령 각하께 감사하라고. 덕분에 편한 전쟁이 되었으니까.”
“못 잡으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러니까 거짓 정보라서 오사마 빈 라덴이 없을 수도 있잖습니까.”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냥 뺀다고 하던데?”
“뺀다고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점령 작전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뺀다는 소리는 금시초문이었다.
“아프가니스탄 윗대가리만 빠르게 바꾸고 길면 일주일 안에 철군한다고 하더라고.”
“수색은 그럼 어쩌고요?”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중동 국가들이 어련히 알아서 해주겠지.”
충격과 공포라. 누가 지었는지는 몰라도 참으로 적절한 이름이었다. 세계는 걸프전에서 미국이 그동안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 경험했다. 하지만 이번에 대통령이 안배해두신 철권은 걸프전 이상의 것이었다.
이 작전이 끝나고 나면 세상 그 누구라도 이 행성의 패권을 쥐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할 테지.
“낙관적인데요.”
“우리야 좋잖아.”
“돌아간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말이죠.”
* * *
“다시 한번 말하지. 오사마 빈 라덴이 여기 있든 없든 길어도 일주일 내로 철군할 거요.”
럼즈펠드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대통령 앞이면 최소한 표정 관리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인간이 이렇게 오래 공직에 있을 수 있었던 건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 대통령 기분 맞춰주기에 관심이 없다고 치자. 그럼 적어도 일 처리는 똑바로 해야 하지 않겠는가?
“각하. 그런 단기적인 승리는 장기적으로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나는 당장이라도 그의 멱살을 잡은 다음 면상에 대고 제발 지랄 좀 하지 말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눌렀다. 지금은 중요한 시기였다. 이제 막 아프가니스탄에는 충격과 공포 작전이 시작될 무렵이었고 적어도 그는 국방장관이었으니까 말이다.
“대통령 각하. 전쟁을 너무 쉽게 생각하시는 듯한데. 전쟁은 이론대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체포.”
“예?”
“전쟁이 아닐세. 전쟁이 아니야! 체포 작전이란 말일세 럼즈펠드 국방장관!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면 하루에도 부비트랩이 우리 군을 향해 수십, 수백 개가 터져 나갈 것이고 점차 여론까지 우리에게서 눈을 돌리겠지! 매일 매일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누군가의 아버지, 아들이 관짝에 실려 미국으로 날아올 거야! 나는 그 꼴을 죽었다 깨어나도 볼 수 없어!”
“우리 군은 압도적입니다! 병사 하나하나가 수백만 달러의 첨단 장비로 무장해있고 10배가 뛰어넘는 교환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게 싫다면 폭격기로 융단 폭격을 하십시오! 우리는 전시를 유지하고 또 영속적으로 생산할 강대한 자본이 있습니다!”
“첨단 장비는 훌륭한 전술과 합쳐졌을 때 효과를 보는 것이지 그런 막가파 전술에 효험을 보이는 것이 아니야!”
“어찌 그리 확신을 하십니까? 미래라도 보고 오셨답니까? 도대체 누가 각하께 이런 이상한 바람을 불어넣었답니까!”
그 미래를 봤으니까 하는 생각이다. 이 네오콘 머저리 새끼야.
마음만 같아서는 CIA를 시켜다 예의주시하라고 명령이라도 내리고 싶었지만, CIA는 거의 부통령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 물론 내가 명령을 내리면 듣는 척이야 열심히 하겠지만, 내가 진짜로 필요한 정보가 있을 때 내 손에 들어올 정보는 부통령의 입맛대로 조작된 서류일 것이 틀림없었다. 정말로 끔찍하게도 CIA에서는 법과 질서가 따로 놀고 있었다.
“그래서는 중동에 제대로 된 영향력을 투사할 수 없습니다!”
“국민 한 명! 군인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럴 거야!”
“지금 본보기를 제대로 보이지 않으면 더 많은 국민이! 군인이! 테러로 죽어갈 겁니다!”
“그걸 위한 체포 작전이야! 알 카에다의 수장이라도! 그 누구라도 우리를 건드리지 못하도록!”
“이, 이런!”
“마지막으로. 나는 미합중국의 대통령일세. 자네 따까리가 아니란 말일세. 다신 내 앞에서 언성을 높이지 말게나.”
나는 내가 놀랄 정도로 엄청나게 흥분하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흥분하는 사람이었나? 아마 이게 부시의 성정은 아닐 거다. 그는 착한 범생이 같은 사람이었으니까. 아마 책임감에 짓눌려서 감정선이 격해진 것 같았다. 이대로 가다가는 럼즈펠드의 말대로 정말로 다소의 정신적 치료가 필요할지도 몰랐다.
“…죄송합니다. 대통령 각하.”
럼즈펠드가 속으로 손익 계산이 끝났는지 정중하게 사과해왔다. 패권주의에 관련된 이야기만 나왔다 하면 눈에 뵈는 게 없어진다는 점만 빼면 참으로 독사 같은 사내였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화나 흥분이 저렇게 빠르게 식을 수 있다는 말인가? 적어도 나는 따라 하지 못할 처신법이었다.
“나가서 머리 좀 식히고 오게 국방장관.”
“알겠습니다.”
물론 나는 그런 처신법 따위는 모방할 생각도 없었고 배울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미합중국의 대통령을 굽힐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미합중국의 국민뿐이었다.
럼즈펠드를 내보내고 머리도 식힐 겸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어째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눈을 피하고 있었다. 의회에서 그렇게 부르짖었는데도 럼즈펠드처럼 인식하고 있던 사람이 남아 있었던 듯하다.
그 모습에 다시 속이 터져 한마디 하려는 차였다.
삘릴릴리. 내 분노를 제지한 것은 관료들의 변명도 장성들의 만류도 아니었다. 부통령의 주머니에서 나온 경쾌한 벨소리였다. 적어도 오늘 들어본 소리 중에 그것보다 맥 빠지는 소리는 없었다.
“대통령 각하. 죄송합니다만.”
나는 부통령의 얼굴을 보았다. 누구 전화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어떤 전화인지는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해 표정을 유심히 관찰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철면피인지 어째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그는 항상 조용하게 말하는 것을 좋아했고 사생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부통령. 전화 받고 와도 좋네.”
“감사합니다. 각하.”
* * *
체니는 이 등록되지 않은 전화번호를 잘 알고 있었다. 체니는 시끄럽게 울고 있는 휴대전화를 무시하고 내선전화를 들어 한 사무실의 번호를 입력했다.
“돈.”
돈은 도널드의 약칭으로 전화 상대는 도널드 럼즈펠드였다.
「상황이 좋지 않아.」
“아까는 돈답지 않았어요.”
럼즈펠드는 체니의 스승이자 공범이었으며, 서로의 손 패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체니는 럼즈펠드를 최대한 존중해줬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라도 이라크를 점령해야 해!」
“조금만 더 기다려 보지요. 섣불리 움직이다가는 실수가 생깁니다. 틈이란 아무리 잘 보수해도 언젠가는 벌어지는 법이죠.”
「아니! 이대로라면 이르면 오늘! 늦어도 3일 안에 모든 게 끝날 공산이 커! 정말로 본토에 다시 한번 테러라도 일어나지 않으면 결코 중동을 손에 넣을 수 없어! 앞으로 다가올 고유가 시대는 북미 대륙의 힘만으로는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그 애송이는 전혀 모르고 있어!」
“돈. 알고 있잖아요. 우리도 일주일 만에 벌어진 일이라 뭘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아무리 빨라도 2주 정도로 생각하고 일을 천천히 진행하고 있었던 전쟁이 너무 일찍 터졌다. 현재 법 해석으로는 제대로 그건 도저히 위법까지는 아니겠지만, 수십 년짜리 진흙탕 싸움이 되기에는 너무나도 충분했다.
「젠장, 젠장. 젠장!」
「미국의 미래를 애송이 손에만 맡길 수는 없네. 지금이 아니면 미국은 석유통 안에서 막혀가는 숨을 참으며 향후 몇십 년간 고통받을 거야!」
“돈?”
「아무래도 그 계획을 써야겠어.」
“그 계획은 난 참여 못 해요. 모든 게 구멍투성이고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가 너무 커요. 그냥 국내에서 테러가 터지는 걸 기다리는 게 모든 면에서 안정적이에요. 뭣하면 그렇게 꾸밀 수도 있어요.”
「그걸 대통령이 알아차리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요. 우리가 짠 계획은 견고해요. 아무것도 모르는 대통령이 뚫을 수 있을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자네도 눈치채지 않았나. 다른 멍청이들은 모르겠지만, 자네와 나만큼은 확실하게 눈치챘으리라 믿고 있네.」
아직 대통령의 변화를 제대로 체감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럼즈펠드만은 확신하고 있었다.
「대통령이 바뀌었다는 것을.」
체니는 무의식중에 고개를 끄덕였다. 체니가 부통령이 된 것은 오로지 아들 부시가 아버지 부시 시절의 실적과 연륜을 보고 런닝 메이트로 추천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둘만이 남았을 땐 부시가 보통 체니를 존중해주는 편이었지만, 요 일주일 사이 아들 부시의 눈이나 태도는…. 그래, 마치 자신의 정적을 대하는 듯한 태도였다.
「정치적 결심을 했다거나 득도를 했다거나. 그런 차원이 아니야. 성격이 완전히 바뀌어버렸어. 테러가 그만큼 충격적이었나?」
분명 테러는 충격 그 자체였다. 아메리카 내에서 총탄이 날아다니면 그것은 아메리카의 총탄이었다. 외국의 총탄이 아니라. 국내에서 쏘아 올린 총알 말이다. 만약 날아오더라도 러시아나 중국 같은 냉전 시대의 강대국일 줄로만 알았지 설마 21세기에 제3국에서 미국의 심장에 비수를 꽂을 줄 그 누가 상상이나 해봤단 말인가?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대통령의 변화가 아닙니다. 돈.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 계획은 너무 위험해요.”
「딕. 나라를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네.」
“그게 당신의 신념인가요?”
「신념. 신념이라! 바로 그거야! 신념! 이게 내 신념일세!」
“돈. …돈?”
전화가 끊겼다.
체니는 눈을 감았다. 젊은 날의 국회의사당이 눈에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럼즈펠드의 보좌관이던 시절 말이다. 그에게 신념을 물었을 때 그가 했던 말이 지금의 리처드 브루스 체니를 만들었다.
“신념은 없다. 권력만이 있을 뿐.”
적어도 그는 젊은 날에는 유능한 현실주의자였다.
“늙었군. 럼즈펠드. 너무 늙었어.”
* * *
“비서실장.”
“예, 대통령 각하.”
“내가 시킨 건 잘 되어가고 있나?”
“예, 각하. 은밀히 진행 시키느라 조금 늦었습니다만, 하나를 제외하면 기한 내로는 전부 맞췄습니다.”
“뭔데?”
“공화당 서버 건이 생각보다 협력자를 찾기 힘듭니다.”
비서실장이 정확히 15도로 고개를 숙이며 일의 진척이 늦어짐에 용서를 구했다. 그의 행동거지는 사실 비서실장보다는 마치 중세의 집사를 떠올리게 했다.
“아니야, 아냐. 자네는 내 기대 그 이상을 해주었어. 솔직히 절반만 했어도 나는 수긍했을 걸세.”
내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그는 내 기대 이상의 것을 가져왔다. 이건 일 처리를 잘하고 못했다 수준이 아니었다. 그가 부시 정부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조지 W. 부시가 자신의 비서실장보다 네오콘 집단인 부통령을 더 신뢰하고 의존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실력은 아들 부시 정권 시절에는 뉴스, 교과서 그 어떠한 곳에서도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직책은 비서실장인데 정작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신임하지 않으니 대체 어떻게 실력을 보이라는 건가?
“예산이 부족하지는 않았나?”
“국가의 기부 창구는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아는 친구들에게 손을 좀 빌렸죠.”
“아, 좋은 친구들을 두었구먼. 혹시 그걸로 빚 같은 게 생기지 않았나?”
“그들의 빚이 없어진 거죠.”
“자네는 운이 좋군. 자잘한 빚을 모아서 미합중국 대통령의 호의를 샀으니까.”
“영광입니다.”
“그럼 호의에 더해서 빚까지 독점으로 구매할 기회를 주지. 어떻게 하겠나?”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사실 지금 이야기할 문제는 아니지만,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
나는 사실 지금 상황에 이것을 입 밖으로 꺼내야 할지 몹시 고민했다. 그러나 늦으면 늦을수록 입는 피해가 늘어난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거기다 이 백악관 안에서 완벽히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은 앤드루 카드 비서실장뿐이었다. 그가 아니라면 누구에게 이 이야기를 꺼낸단 말인가?
“이 국토 전체에 셰일 가스와 오일의 매장량을 조사하고 효율적으로 채취할 방법을 찾아내게. 어차피 체포 작전이 끝나면 의회에서도 거론할 걸세.”
“셰일입니까?”
“전문가들은 다소 당황해할지 모르지만, 나는 이 북아메리카에 아직 많은 오일이 남아 있다고 믿고 있네. 중동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막대한 석유가.”
“부디 그랬으면 좋겠군요.”
“그리고 국무장관에게 개인적으로 이 문서를 전하게. 은밀히 말이야.”
“은밀히. 알겠습니다.”
카드 비서실장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럴 만도 했다. 아버지 부시의 정을 생각해서 비서실장으로 들어왔더니 막상 까보니 부통령하고만 부대끼고 자기 말은 다 무시하는 거다. 점점 실권을 장악해가는 부통령에게 혐오감을 느꼈을 것이고 어느새인가 그 혐오감은 친구의 아들이자 주인인 조지 W. 부시까지 혐오하기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8년간 불평 하나 없이 모든 것을 수행해냈고 후임자에게 비서실장에 대한 올바른 자세를 조언하기까지 했다.
그는 내 입맛에 완벽히 적합한 인재였다. 그래서 그에게 많은 일을 맡겠다. 그러니 카드가 저렇게 신이 날 만도 했다. 그동안 거의 있는 둥 없는 둥 소외되어 있다가 슬슬 주인에게도 혐오감이 올라올 때 즈음 주인이 반격의 효시를 자신에게 맡겼으니 이 얼마나 감동적인 일이란 말인가?
“폭격이 끝났으니 이제 시작이겠군.”
내가 할 수 있는 준비는 전부 끝났다. 남은 것은 내 손안에서 세계가 놀아날지 내가 부처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날지 결과를 까보는 일만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