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70)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69화(70/377)
< 69편 >
세계화란 세계가 단일 체계로 점점 나아가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SF소설 등에서 자주 보이는 지구 정부 같은 단일정부가 바로 세계화의 마지막 단계이리라.
혹자는 세계화가 세계에 끼친 영향을 여러 가지 물건을 통해서 복잡하게 표현하곤 하는데. 사실 그럴 필요가 없이 믹스넛만 봐도 답이 나온다. 믹스넛 봉지 안에는 인도, 미국, 중국, 필리핀, 베트남산 견과류가 들어있으니까.
여하간 체계를 하나로 묶거나 자연스럽게 묶인다는 건. 결국에는 기존의 체제를 고르거나 서로 가진 체제를 상호 합의를 거쳐 융화시켜야 함을 의미했다.
그러나 세계 안에 내포된 힘이 균등하지 않다는 건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남의 나라를 누를 수 있는 일정 이상의 강력한 힘을 보유할 수 있는 국가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자연스러운 통합 체계란 요원한 일이었다.
따라서 결국에는 하나의 체계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모든 국가가 민족성을 버리고 하나가 되거나, 강력한 한 국가가 세계를 통괄하고 통일시켜야 함을 의미했다.
사실 세계화의 전조 자체는 19세기에도 있었다. 당시에는 대영제국을 비롯한 열강들이 문명화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던 무언가였지만, 진정한 세계화를 이루기에는 정보 하나가 오가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기에 그들이 일궈놓은 성과는 결국 반쪽짜리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현시점에서 세계화란 결국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화를 뜻하는 것이었다.
모두가 한때 유럽을. 더 나아가 세상을 주름잡던 프랑스어는 대중성의 전쟁에서 패배하여 몰락했고 영어 교육에 대한 지출이 늘렸다. 영어 중에서도 ‘영국식 영어’가 아니라 ‘미국식 영어’ 말이다. 아직까진 그나마 프랑스어가 아프리카 대륙을 주름잡고 있다지만, 그것도 머잖아 무너져 내릴 것이 틀림없었다.
어쨌거나 일단 그렇게 하나하나 세계를 주름잡아가는 미국의 ‘아시아 대전략’이 거의 완성되었다. 이는 기존의 동아시아 대전략을 뛰어넘어 아시아를 통해 중국을 포위하는 것이 목적으로 좀 더 높은 수준으로 진화되어 있었다.
미군은 인도 국경과 수도 델리에 외곽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고, 6.25 전쟁 이후 설치된 한국의 캠프에는 작년보다 1.2배 많은 예산이 분배되었다. 일본의 오키나와에는 항모가 하나 더 늘어났고. 아프가니스탄에는 비록 미군은 없었지만, 돈 냄새를 맡고 아프가니스탄에 진출한 미국의 기업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이로써 아프가니스탄과 인도는 안보를 보장받았다. 한국은 독도를, 일본은 센카쿠 열도의 영유권을 국제 사회 대표하는 조직인 UN과 미국에 인정받았다. 실상 UN은 들어간 예산만큼 발언권이 커지는 조직이었기에 미국과 UN은 한 몸과도 같은 조직이었지만, 아직 까지는 이를 눈치챈 사람이 많이 없었다.
“이젠 동남아시아와 친해지기만 하면 되겠군.”
부시는 자택에서 벤치 프레스를 하며 무선 이어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로라도 음질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2001년 막바지라는 시대를 감안하고 나면 그럭저럭 들어줄 법했다. 왜냐면 이 무선 이어폰은 CIA 사양으로 만들어진 물건인지라 실리콘밸리에 숨겨져 있는 온갖 비밀스러운 기술들로 제작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봤자 2019년에서 쓰던 무선 이어폰에 비하면 음질, 편의성, 무게까지 모든 게 조족지혈이었지만.
「이미 태국과 싱가포르가 있죠.」
물론 통화 상대는 비서실장이었다.
“싱가포르는 다 좋은데, 군대 규모가 작아. 태국은 나쁘지 않지만 태국 하나 가지고는 중국을 막기엔 무리지.”
군사력이 적으니 비교적 연결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호주가 대규모 군대를 가지고 있었다면, 이 ‘아시아 대전략’에 호주까지 연결할 수도 있었을 텐데, 호주도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군의 규모가 작기는 마찬가지다.
우스갯소리로 새한테도 지는 군대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곳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는 농담 따먹기 용이고 호주의 군대는 세계적 강군은 아니어도 적어도 나름 자기 동네에서는 골목대장 역할 정도는 되었다.
그래도 포위망을 완벽히 구성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확실히 역부족이었다. 전력은 그럭저럭 봐줄 법한데, 지리학적으로 너무 멀었다.
「아, 그럼 대만은 어떻습니까?」
“적어도 중국에서 ‘적금’이 나오는 동안은 대만을 노골적으로 도와줄 수 없지.”
그렇지 않아도 센카쿠 열도에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었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고 도끼로 뒤통수까지 거하게 맞은 기분이리라.
「필리핀.」
“필리핀은….”
17번. 부시는 자세를 유지하며 숨을 들이켰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통화였지만, 여기에 쇠질이 들어가니 생각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벤치 프레스를 잘못하면 반병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잠시 손이 주춤했지만, 한 세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끝내보겠다는 집념으로 버티고 있었다.
‘필리핀은 미국의 군사동맹이었지만, 친중 노선을 타면서 매력이 떨어졌어. 대신 인도네시아가 급부상했지. 물론 지금의 중국은 이제 날개가 거의 꺾여가는 시점인지라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꺼리게 되는군.’
“좀 더 지켜보도록 하지.”
「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8번. 부시는 점점 내려가는 자세를 다잡았다. 힘이 약해서 그런 게 아니라 복잡한 생각까지 하면서 정확한 자세를 잡으려니 고역도 이런 고역이 없었다. 하긴 이런 걸 해내야 비로소 대통령이라 불릴 자격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아세안(ASEAN)!”
19번! 한 번! 딱 한 번만 더 올렸다 내리면 한 세트가 끝났다!
「네? 아세안이요?」
아세안이란 동남아시아에 있는 국가들.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가 만들어낸 준 국가 연합체계였으며, 아세안의 최종 목표는 EU가 가지고 있는 목표인 ‘완전한 국가 연합’과 거의 비슷한 것이었다. 즉, 동남아시아 연합이 아세안이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국가 모델이었으며, 동남아시아가 세계화라는 물결에서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낸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이 중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이 아세안-5(ASEAN-5)로 꼽히며 2019년 당시에도 경제 규모만이라면 차이메리카를 공공연하게 떠드는 중국과 맞먹을 정도였다.
다소 문제가 있다면 그들이 롤 모델로 삼는 EU에 비해서 현저히 추진력이 떨어진다는 점 정도였다.
“그 동네는 1967년부터 공동체 공동체 하는데 나아지는 게 없어. 그냥 우리가 나서서 하나로 다 묶어버리자.”
지역공동체를 법적으로 묶어줄 아세안 헌장이 2008년에나 나왔고, 2015년에 이르러서야 ‘아세안 공동체’가 출범한다. 이는 경제, 정치, 사회 부분을 아우르는 장치로 그동안 나온 시시콜콜한 것들보다 근본적으로 아세안을 하나로 묶어주는 요소였다.
그리고 부시는 이것들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솔직히 이것도 인도 이야기처럼 좋아서 기억하게 된 건 아니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이것보다 기가 막히게 도움이 되는 정보도 없었다.
“무엇보다 하나하나 전부 일일이 응대하려면 우리의 행정력과 외교력이 쓸모없이 소진되잖아. 이미 아세안이란 명목상의 공동체가 있으니,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썩 나쁜 생각은 아니군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이 일로 늘어난 서류 때문에 행정부가 좋아 죽는 모습이 눈에 선하긴 했다.
“묶는 건 고생깨나 하겠지만, 제대로 묶인 이후부터는 뭐든지 더 빠르게 돌아갈 거야. 그리고 쟤들도 좋아할걸?”
「하지만 어떻게?」
사실 저건 누구나 할 수 있는 발상이었다. 그런데 동남아시아가 EU처럼 되고 싶지 않아서 안 되고 있겠는가? 다 이유가 있고 사연이 있어서 반쯤 고장 난 고물차처럼 시동만 걸어놓고 거북이처럼 느릿하게 나아가는 거지.
“동남아 금융위기가 고작 4년 전에 있었지. 우리가 가진 달러로 전부 해결할 수 있어.”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을 미국은 해낼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돈이자 기축 통화인 달러로 아세안을 미국의 입맛대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아세안 성립에 몇몇 조건을 내걸고 투자한다고 하면 기꺼이 협력할걸. 동남아시아에는 친미 성향이 강하니까.”
요는 자본주의 만세라는 소리였다. 훗날 중국과 맞먹는 경제 공동체를 미국 주도로 국가 연방으로 만들어놓으면 도움이 되는 게 많았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의 진출이라거나 채권 매입 부분에서 상당히 이득을 본다거나. 육해공군의 무기 체계를 오로지 미제 하나로 통일시켜 최소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금액의 발주를 손에 넣어 군수 산업을 활성화할 수도 있었다.
그 외에도 소소한 이익부터 시작해서 거대한 국가사업에서 미국이 가장 최우선으로 선택받을 것이 분명했다. 사실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만들어야 마땅하긴 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아세안을 제대로 묶어놓은 다음부터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남쪽으로 나오긴 힘들게 될 것이란 점이었다.
「하지만 훗날 강대해진 아세안이 미국을 적대하면 어떻게 하죠?」
“그건 아주 좋은 질문이야. 아프가니스탄이 어떻게 되었지?”
「…제가 미국의 관료라는 사실이 오늘만큼 기뻤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20번! 이게 바로 미국의 대통령이다! 이 탄탄한 가슴 근육과 원래 입던 양복으로는 더는 커버할 수 없을 정도로 떡 벌어진 어깨를 우러러봐라! 이 작은 근육들아!’
“외교에서 큰 몸집도 하나의 전략이니까. 그래, 다 이유가 있어서 하는 거다. 이 말이야!”
그러니까 결코 헬스 중독이 아니다! 이것으로 미국의 대통령이라면 헬스를 의무화할 필요성이 성립되었고 또한 증명되었다!
「예?」
“아냐. 아무것도 아니야. 항모 전단이나 하나 더 건조해볼까 생각 중일 뿐이야.”
본래대로라면 나중에 휴가가 끝나고 말할 예정이었지만, 얼떨결에 아무 말이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말해버렸다.
“조지 H.W 부시 말고 하나 더요?”
“그래. 들어보니까 아스널쉽 건조 때문에 해군에서 말이 많다며.”
툭 까고 말해서 아스널쉽은 그 효과보다 상징성이 더 컸다. 500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탑재한 아스널쉽은 지구상의 그 어떠한 분노조절 장애를 가지고 있는 국가라도 손쉽게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 역할을 해줄 수 있었다.
혹자는 유폭 문제를 거론하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전쟁이 나면 과연 아스널쉽의 배때기에 화약이 한 줌이라도 남아 있을 것 같은가? 이미 해당 국가를 향해 날아가고 있지.
어쨌거나 이건 어디까지나 아스널쉽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부시의 생각이었고 실무에 능한 경험 있는 전문가들은 다르게 말할지도 몰랐다.
그래서 부시는 이렇게 생각했다.
“아예 항모 전단을 하나 더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했네. 그럼 당연히 입을 다물겠지.”
이게 참 묘안이라면 묘안이었다. 그러나 비서실장의 입에서 돌아온 대답은 부시를 상당히 실망스럽게 만들었다.
「대통령님. 죄송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희 예산이 그렇게까지 풍족하진 않습니다.」
제대로 된 항모 전단을 꾸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약 330억 달러. 하루 운영비가 약 800만 달러였다.
단기간에 벌리고 있는 사업이나, 이제 앞으로 해야 할 사업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었고 그에 맞춰서 예산을 분배하고 있었다. 물론 아예 여유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불상사에 대비할 자금 정도는 국고에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럼 겸손하고 겸허하게 항모 딱 2대랑 강습 상륙함을 여건이 되는대로 더 만들어 보지.”
도대체 어디가 겸허하고 어디가 겸손한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항모 개수가 늘어나면 기존 항모를 신식 항모로 교체하거나 피로도 절감을 위해서 교대로 운용할 수도 있었다. 그 외에도 사용법 자체는 무궁무진했다.
차후에 재정 사정이 좀 나아지면 그땐 정말로 항모 전단을 하나 더 꾸릴 수 있을지도 모르지.
「바라시는 대로.」
“아, 그리고 다음에 의회에서 신세대 캐터펄트인 전자기식 캐터펄트 개발에 예산을 좀 넉넉히 책정할 생각이니 이번 항모에 시범적으로 달아보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그렇게 2001년의 막바지 부시의 의견을 반영한 항모 2대가 새롭게 설계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날 밤.
“여보. 그동안 참 바빴죠? 가만히 있어 봐요. 궁금한 게 있어서 그래요.”
“무, 무슨!”
‘으아악! 여자가 왜 이렇게 힘이 강해!?’
점점 자신의 취향대로 바뀌어 가는 부시의 몸을 본 로라의 강력한 의사로 부시는 그토록 피해왔던 차기 2세 설계에 들어갔다.
의무방어전은 여타 전쟁의 역사를 다시 쓸 정도로 워낙 격전인지라 약 3시간 30분이나 이어졌고, 부시는 운동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었다.
그날 이후로 부시와 로라 사이에 서먹했던 태도가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