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72)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71화(72/377)
< 71편 >
“저거 확 분리수거 해버릴까?”
부시가 대북 관련 보좌관을 쭉 도열시켜놓곤 나온 첫 마디가 바로 저거였다. 처음에는 당최 무슨 소린지 알 도리가 없어 서로를 눈치만 보던 보좌관들은 이내 그것이 북한을 뜻함을 깨닫고 입에 본드라도 붙인 듯 입을 다물었다.
참으로 놀랍게도 이건 그들이 무능해서 그런 게 아니라, 도리어 유능하기에 생긴 일이었다. 답은 이미 정해졌으니, 너는 그 대답만 하라고 강요받고 있다는 확신을 대통령의 떨떠름한 표정에서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무리 부패하고 영락한다 한들 그 어떠한 나라에도 반드시 간신들 사이에 올곧은 말을 하는 사람이 한둘 즈음은 있는 법이다.
“대통령 각하. 그 제안은 우리 정부에게 있어서 몹시 매력적인 제안이지만, 한국 정부에서 매우 난감해할 겁니다.”
미국이 주도한 대북 유화 정책이 효과를 보이자, 김지훈 정부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정기적 이벤트로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다. 여기서 한번 수틀렸다고 초를 치면 비난의 화살은 전부 미국을 향해 쏘아질 예정이었고, 미국은 그 비난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을 능력이 될지언정 더는 건설 현장을 주도하기는 힘들었다.
무엇보다 북한의 뜻대로 흘러간다는 점이 실로 끔찍했다.
“그런데 그냥 넘어가기에는 너무 큰 문제가 있지 않나?”
그렇다. 이대로 가면 경수로 사업 자체가 엎어질 수 있었다.
이는 부시의 경력에 크나큰 오점을 남길 것이 틀림없었다. 물론 당장 대중들은 북한의 완곡한 반대표현에 분노할 수는 있겠으나, 훗날 저 시위로 인해 실패한 경수로 사업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내 기분이 엿 같은 채로 남잖아.”
‘아, 경력 문제가 아니었구나.’
뭐, 이런 문제도 있었다.
“시위를 물릴 수도 없어, 이대로 무시하고 진행할 수 없어. 그렇다면 ‘전면전’이다. 그게 내가 내린 결론이다.”
“아, 저. 그게…전쟁입니까?”
“전면전이라고 해도 진짜 전쟁을 할 건 아니야. 그냥 좀 전투기가 중국, 북한 국경에 어슬렁거리면 재미있지 않겠나?”
‘돌겠네.’
‘신문 기사랑 본인만 재미있겠지.’
그 행정 명령을 수행할 부시 행정부가 반쯤 죽어 나갈 것이라는 뜻이었다. 아니 어쩌면 이 방에 들어오기 직전부터 보좌관들은 이미 죽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통령님의 의지는 잘 알았습니다. 하지만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짬이 덜 찬 보좌관의 말로는 끄떡도 하지 않자, 이번에는 최측근인 비서실장이 나섰다.
“더 좋은 방법?”
“북한에 물자를 퍼주는 겁니다. 적당히 때 먹으면, 그들도 잠시간은 조용해질 겁니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의 주된 전략이 앞에서는 평화를 말하고 뒤에서는 전쟁을 꾀하는 화전양면 전술이라는 점을 상기했을 때, 일단은 받아먹으면, 최소한 몇 개월간은 잠잠해지리라.
뭐, 역효과가 날지도 모르고 소용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확실히 그동안 펼쳐온 유화책이었다. 이거면 남한 정부도 역풍을 덜 맞을 수 있었고, 미국 정부 또한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싫은데.”
유일한 문제가 있다면, 부시가 이를 몹시 싫어했다는 점이었다.
“북한 애들 징징 짜는 거야 상관없는데, 물자가 들어가면 밑도 끝도 없이 요구할 거 아니야. 그리고 끊기면 그걸 또 핑계 삼아서 경수로 사업 자체를 무마시키거나, 대남 도발에 들어갈 거고.”
이걸 한두 번 겪어보나. 김갑환이 신문에서 질리도록 읽고, 군대 있을 때 질리도록 교육받은 게 화전양면이었다. 거기다 한 번은 소연평도에서 공사 수주를 받는 바람에 연평도 포격을 눈앞에서 보기까지 했다. 소연평도는 대연평도를 맨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지만, 다행스럽게도 소연평도가 포격을 맞은 건 아닌지라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는 않았다.
다만 김갑환은 그때까지만 해도 드디어 북괴놈들이 쳐들어온 줄 착각하고 국가에서 소집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연평도 포격 도발을 생각하면 치가 떨렸다.
“대통령님. 그렇다고 강압적으로 나가면 판 자체가 엎어집니다.”
당연하겠지만, 이 또한 문제였다.
“그래서 자네들을 부른 거 아닌가?”
어쩐지 9.11테러 이후로는 비서실장하고 둘이서만 쎄쎄쎄하던 사람이 웬일로 보좌관들을 이렇게 불러모았나 싶더니만, 어떻게든 지혜를 짜내라는 의미였다.
“미국의 행정력은 세계 최고. 나는 그렇게 믿고 있네.”
이것만큼은 부시도 진심이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미국의 행정력은 다른 국가가 비교해 봤을 때 숫자 자릿수부터가 확연하게 차이 날 정도로 우월했다. 다만 행정력은 미국의 무한한 예산만큼 넘쳐흐르는 게 아닌지라 갈구면 갈구는 만큼 인력이 갈려서 소모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부시가 벌여놓은 사건들을 수습하면서 행정력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었을 무렵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계면 뭐하나, 보좌관이라는 게 결국 대통령이 까라면 까야 하는 직종 아니던가. 그들은 태연한 표정을 지은 대통령에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도 한계 돌파를 강요당하고 있었다.
보좌관들은 그동안 현기증 날 정도로 공부해온 지식과 관료로서 녹을 먹으며 쌓아온 실무경험을 토대로 살아온 경험을 망치 삼아 두드려 만든 날카로운 행정 능력을 투사하는 덴 일가견이 있었지만 이런 실체 없는 유령 같은 문제를 다루는 덴 약하기 그지없었다.
하긴 이런 부류의 문제에 유능하게 대처할 수 있는 행정부가 지구상에 존재하긴 하겠느냐만 서도. 부시는 이들에게 신뢰와 기대의 눈빛을 거두지 아니하였다.
“차라리 우리가 진압하는 방법은?”
“그거야말로 빨갱이들이 원하는 시나리오로군. 경수로 사업 중단을 위한 완벽한 트집 아닌가!”
요컨대 부시 대통령은 미국이 엿을 먹지 않으면서 경수로 사업도 중단하지 않을 수 있는 완벽하고 절묘한 정치적 수단을 모색해 내라고 보좌관들을 종용하고 있었다.
“차라리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신 폭격기랑 전투기로 중국과 북한 국경 사이 영공을 몇 번 날아다니면 어떨까?”
평소라면 중국이 죽어도 허용하지 않겠지만, 어떻게든 청나라 시절에 진 빚을 깎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을 시점이었다. 어떻게 잘 살살 달래기만 하면 진짜 말도 안 되는 것도 얻어낼 수 있을지 몰랐다.
“그 미치광이가 정면으로 미국과 대치했을 때가 문제요. 많은 남한 국민이 죽어 나갈 겁니다.”
전쟁이야 잘하면 한 시간. 아니, 한 시간조차 걸리지 않고 끝날 수도 있었다. 문제는 그 찰나라고 할만한 아주 짧은 사이에 그 비좁은 한반도 땅덩어리에서 오가는 포탄의 개수였지.
“국가 주요시설이나 주요 기업을 모조리 파괴당한 한국 정부는 수십 년간 재기하기 힘들 겁니다.”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한 경수로 사업입니다. 경수로만 완공하고 나면 그곳은 공동경비구역처럼 치외법권이 되어 지금처럼 한국군이 아니라 미군이 주둔할 겁니다. 그곳만 해결할 수 있으면 무력 통일이 아니라 평화 흡수 통일이 될 수도 있어요!”
거기다 개성공단도 재작년인 2000년에 착공해서 바쁘게 건설하고 있었다. 예정대로라면 2004년에는 공사가 끝나 2005년에는 입주를 시작해서 북한 경제 침공의 선두 마차가 될 장소이기도 했다.
경제 침공이라 해도 여타 경제 식민지 같은 의미가 아니라, 북한 주체사상 파괴를 위한 서방 세계식 자본주의의 침략이었지만.
사실 무력 통일이든 흡수 통일이든 문제는 참으로 많았다. 전자가 한반도 전체가 초토화되어서 꿈도 희망도 미래조차도 없다면, 후자는 한국 정부가 북한 주민이었던 사람들을 동등한 국민으로 인정하고 시작해야만 하는데. 그리하면 복지 비용 및 이에 요구하는 행정력이 수십 배로 갑자기 껑충 뛰어올라 남한 정부의 행정력은 수십 년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몰두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아도 남한 정부가 이러한 문제를 모르고 있을 만큼 낙관적인 인간들의 모임은 아닌지라. 통일시 북한 주민을 이등 신민으로 규정하자느니, 일시적으로나마 차별을 두고 천천히 풀어가자느니. 그런 미친 소리가 진지하게 나오는 판국이었다.
물론 아니 땐 굴뚝에 어찌 연기가 나겠는가? 현실적 장벽이라는 이름 앞에 이런 정신 나간 소리가 나올 정도로 한국 정부 자력만으로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문제임은 확실했다.
그러나 이 비용은 미국이 어느 정도 대주면 끝나는 문제였다. 이것으로 세계에 미국의 주도로 한반도 통일을 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미국은 ‘세계의 경찰’이라는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었다.
영원하여라 팍스 아메리카나여!
“지금 논점이 자꾸 흐려지는데, 중요한 건 저 시위대를 어떻게 해산시킬까입니다.”
“시위대? 저게 시위대요? 시위대처럼 생긴 북한군이지!”
정말이었다. 그곳에는 북한 주민뿐만이 아니라, 북한 주민을 통제하기 위한 군인이 절반 정도 섞여 있었다. 이를 지적했더니, 북한에서 하는 말이.
“‘우리 조선민주주의공화국에서는 군인 또한 정당한 참정권을 가지고 있기에 휴가를 나간 군인들이 시위한들 당에서는 단순한 권고 말고는 막을 명분이 없다.’라 진짜 미친 거 아닙니까?”
그야말로 개소리의 절정이었다. 만약 사람이 개소리만으로 우화등선할 수 있다면, 김정일은 이미 신선이리라. 어쩌면 축지법을 쓰고 솔방울을 수류탄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게 신선이 되어서 그럴지도 몰랐다. 사실 그쯤 되면 그냥 신선도 아니고 사선(邪仙)이지만.
“차라리 최소한 경수로 공사현장에서 어떻게든 멀리 떨어지게 하는 방안은 어떻습니까? 장비에 북한 인공기와 김일성 사진으로 도배를 한다던가.”
“아니, 미친놈을 상대하느라 드디어 당신까지 미친 거요?”
“그럼 어쩌잔 말입니까? 그리하면 적어도 공사현장에 있는 중장비를 발로 차는 일은 없겠죠!”
“그러다가 역효과가 나면 누가 책임집니까? 도리어 쳐들어오면요?”
시위대가 단순히 촛불 시위로 끝나는 게 아니라 김일성 주석의 영정을 욕봤다며 몽둥이를 들고 공사현장으로 쳐들어올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그땐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진짜 전쟁이죠.”
“아니 이 사람이!”
슬슬 아이디어가 고갈되어 가니까 별의별 이상한 소리가 다 나왔다. 그들은 미국 최고의 엘리트들이지만, 찾아야 하는 답이 모순되게도 답 그 자체가 없어 보이는 문제인지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성은 마모되고 나오는 발상도 점점 과격해져만 갔고 그에 따라 그들은 점점 스스로 자아낸 광기에 미쳐가고 있었다.
“대통령님? 여기서 결론이 나오기 힘들 것 같은데, 조금 시간에 여유를 두심은 어떻습니까?”
그렇게 10분이고, 30분이고 종이에 쓸모없는 아이디어와 의견만 잔뜩 쌓인 채 결론이 나오지 않자 비서실장이 총대를 메고 오늘은 더는 수확이 없을 것 같다며, 일단 한 번 자리를 파하고 다시 모이기를 부시 대통령에게 간언했다.
“그거 좋지.”
그 소리를 들은 보좌관과 비서실장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아주 크게 내뱉었다. 얼마나 안심했는지 한숨이 밖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표정이 ‘그래도 생각할 시간은 주네.’라는 감정이 다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다음에 나온 부시의 대답은 보좌관들이 생각하고 있는 ‘생각할 시간’과는 동떨어져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머리가 돌아가기 위한 휴식 시간은 필수지! 답이 나올 때까지 퇴근하지 않겠다니. 대단하군! 내 그대들의 의견을 아주 존중하는 바이네.”
보좌관들의 생각은 가지각색이었지만, 참으로 묘하게도 ‘첫마디’만큼은 한결같았다.
그건 바로 ‘네?’라는 한 단어였다.
“경수로 사업은 미국과 한국의 숙원 사업이지. 그렇기에 지금은 1분 1초가 매우 중요한 순간이야. 그래도 내일 안으로는 결론이 나야 한다는 사실을 다들 잘 숙지하고 있는 듯하니, 대통령으로서 이보다 좋을 수 없지.”
보좌관들이 하나 같이 머리를 감싸 안았다. 누군가는 묵주를 들고 기도를 시작했고, 누구는 북한의 시위대를 해산시킬 방법이 아니라, 대통령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방법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내 당신들만 믿고 있겠소.”
그렇게 회의실 문은 보좌관들의 소리 없는 비명을 배경으로 부시가 움직이는 요원들에 의해서 굳게 닫히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