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76)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75화(76/377)
< 75편 >
김정일은 감시 카메라 송출화면에 나오는 강력한 폭발을 보곤 이게 뭔 일인가 싶어 어안이 벙벙해진 채로 버섯구름이 하늘로 승천하는 걸 보고 있다가 이내 과다한 노기가 혈기로 변해 머리로 전부 쏠린 모양인지, 고혈압이 온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붉은 얼굴로 주변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군관과 관료들을 다그쳤다.
“뭣들하고 있니! 당장 어찌 된 일인지 알아보라!”
그 말은 곧 ‘죽기 싫으면 움직여라!’라는 뜻으로 치환되어 이 방에 있는 모든 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김정일은 공포 독재정치가 가지는 몇 되지 않는 장점 중 하나를 본능만으로 완벽하게 다루고 있었다.
“김정일 장군 동지!”
“저기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낸 거야?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니?”
솔직히 말하면 이것들이 중장비에 있는 휘발유나 뜯어오라 시켰더니 엄한 것을 부숴 대폭발이 일어난 게 아닐까 고민하던 차였다.
‘전부 숙청이다. 전부 숙청이야! 어떤 놈의 잘못인지 밝혀지기만 하면 내래 평생 햇볕의 은혜를 보지 못하도록 만들어 주갔어!’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김정일을 부른 관료가 동상처럼 입을 굳게 다물고 우물쭈물하고 있잖은가?
가끔 입술이 달싹이는 게 속에서 말을 가다듬는 것 같기도 했고, 자신의 보신을 위해서 단어를 선정하고 있는 거 같기도 했다. 진실이 어느 쪽이든 김정일과의 대화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지만, 그러나 지금처럼 어떠한 정보라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그런 태도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뭐하니? 날래 말하지 않고!”
결국엔 크게 노한 김정일이 책상을 강하게 내려쳐 관료를 다그치고 나서야 그는 지금 상대하고 있는 인물이 어떤 사람이며 또 어떤 상태인지 인지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관료는 몸이 성하기 위해서 어떤 말이라도 꺼내야 함을 깨달았다.
“미국에서 일방적인 통보를 해왔습네다.”
“미제놈들이 통보를?”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전할 자신이 없어 관료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결국엔 관료는 찰나의 순간 동안 온갖 미사여구를 붙이고 떼기를 반복하던 문구를 포기하고 원문에 자신의 몸과 미래를 맡기기로 마음먹었다.
“현 시간부로 경수로 공사현장을 점거하고 조사에 들어가겠답네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 도대체 무슨 명분으로! 정말로 제대로 번역한 거 맞니?”
“자국민 보호라고 합네다.”
“거, 지랄하지 말라!”
분노한 김정일이 감정에 몸을 맡기자 몸이 저절로 움직여 책상 위에 있는 물건들을 모조리 쓸어내렸다. 서류들은 하나의 거센 정보의 파도가 되어 집무실 바닥에 물보라처럼 흩어졌다. 그러나 김정일은 책상을 쓸어버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책상을 발로 차 날려 버렸다.
그 와중에 책상 위에 날라온 유리 따위에 맞아 당의 고위 간부들의 머리가 깨지고 날아온 책상에 도미노 쓰러지듯 쓰러진 건 덤이었다.
“미제 놈들이 말하길 시위대에게 문을 열어주고 공사현장을 고의로 파괴하는 군대에 경비를 맡길 수 없다고 합네다.”
참으로 할 말이 없어 이가 갈릴 정도로 정론이었다. 이보다 명백하고 확실한 명분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작 그 파괴의 주범이 미국이라는 점만 빼면 말이다!
“이, 이런 강냉이를 죄다 뽑아서 갈아 마셔도 모자랄 애미나이 새끼덜!”
김정일은 분개하고 또 분노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었는데, 첫째는 미국이 신속한 대응에 들어갔다는 점이요. 둘째는 자신의 계획을 엉망진창으로 망가뜨렸다는 점이었다.
김정일이 만들어낸 시위대의 의도 자체는 미국, 한국과의 대립을 이용한 독재 정부인지라 태생부터 미국과 전면전을 펼칠 수 없어 그나마 합법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이는 방법으로 미국을 괴롭히려는 의도가 전부였지만, 미국은 이 작은 꼬투리를 근거로 골수까지 빨아먹으러 왔다.
딱밤 한 대가 칼빵으로 돌아왔는데 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비합리적인가? 원래 화라는 게 그다지 합리적인 개념은 아니다. 본디 세상이 합리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인간이 썩 합리적인 생물이 아닌 탓이라는 점과도 일맥상통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미제 놈들이 우리 공화국에 마구잡이로 들어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당장 신속하게 대응하라!”
“어떻게 대응합네까?”
그 말을 들은 김정일의 눈가가 역동적으로 꿈틀거렸다. 평소 같았으면 이런 말대답 한 번에 고사포 연습 표적이 되거나, 공화국 지하에서 곡괭이와 함께하는 신나는 대모험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이게 통상적인 말대답은 아니었고 방침을 정해달라는 말이었다.
기세를 몰아서 말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평소 북한이 하는 것처럼 ‘우리 인민의 피맺힌 원수! 미제에게 무자비한 불벼락을!’이라며 다짜고짜 미군을 향해서 총질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잠깐이라면 수를 앞세워 화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모르나, 주한미군에서 폭격기와 전투기가 뜨면 북한은 끝장이었다.
정확히는 북한 정권이 끝장나는 거긴 하지만, 루이 14세가 그랬듯 김정일이 곧 북한이요 북한이 곧 김정일이었다.
“총은 쓰지 말고 어떻게든 최대한 몸으로 막아보라! 반미결전 정신으로 혁명사상 천리장성을 쌓고 미제 놈들을 단매에 전면배격하는 인간 총포탄이 되란 말이다!”
“완벽히 료해했습네다! 김정일 장군 동지께서 말씀하신 단호한 백년숙적 미제타파 의지를 휘하 군관들과 전사들에게 신속, 정확히 전달하겠습네다!”
개새끼도 자기 집에서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했던가. 공사현장을 순식간에 점거했지만, 머잖아 현장에 도착한 미군과 마찰을 일으켰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먹지 못해 덩치에서 현저히 밀리는 북한군이 미군을 막을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그 신체적 격차를 메워 줄 만병지왕 돌격소총도 쓰지 못하니 공사현장에서 쫓겨나는 건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만약 쓸 수 있었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겠지만, 일단 억울한 건 억울한 거 아닌가.
“선군사상으로 일심단결! 수령 결사옹위! 하나밖에 없는 조국을 위하여!”
“미제 침략자들에게 죽음을! 자본주의 수탈자들에 맞서서 혁명사상으로 철저히 무장하자! 백 년 원쑤들을 영원히 쓸어버리자! 불행과 고통의 근원에게 적극적으로 투쟁하여 자주 강국 수립하자!”
미군은 공사현장 안에서 간이 진지를 구축했다. 전쟁이 목적이 아닌지라 참호를 파진 않았지만, 최소한의 방위를 위해 기관총 초소 정도는 구축했다.
“빨갱이 새끼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공사현장에서 폭탄을 터뜨려? 중장비가 상하지 않은 게 불행 중 다행이군.”
현장은 조작할 것도 없이 그냥 북한 책임으로 돌려버렸다. 다만 군을 동원해 현장에 있는 모든 증거를 회수하고 파기해 그 누구도 진상을 규명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현장 장악 완료했습니다.”
「수고했다. 다른 명령 있을 때까지 대기하도록.」
그렇게 6.25 전쟁 이후로 다신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미군과 북한군의 대치가 시작되었다.
* * *
“후진타오 주석님?”
“듣고 있네. 듣고 있어.”
북한 함경남도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소식에 가벼운 현기증을 느낀 후진타오가 얼굴을 쓸어내렸다. 사람의 피와 살을 먹고 자라나는 나무를 가꾸는 정원사 일은 도저히 맨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중국이란 품종이 이리도 기르기 힘든 나무였단 말인가? 후진타오는 자신과 끝없이 대립하던 장쩌민이 문뜩 존경스러워졌다가 이 사태를 만든 장본인임을 깨닫고 단전으로부터 치솟아 뇌수를 강타하는 화기를 가까스로 가라앉혔다.
후진타오의 영민한 두뇌는 지금 여기서 화를 내봤자 본인 손해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중국의 미래가 자신의 뿌연 시야처럼 불투명하다는 사실만이 남아 후진타오를 괴롭혔다.
‘빌어먹을, 안경을 쓰면 눈이 아프고. 안경을 벗으면 마음이 아프군.’
그러다 별안간 손에 쥐고 있던 금색 투브릿지 안경이 이리저리 제멋대로 춤을 추는 게 아닌가? 후진타오의 손에 수전증이 온 탓이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면 부작용으로 탈모가 오거나 수전증이 온다는 말을 들었는데, 참으로 불행스럽게도 탈모와 수전증 전부 오고 말았다.
“이상하군. 약은 먹은 것 같은데.”
“건강검진 일정을 조정하고 처방을 바꾸도록 지시하겠습니다.”
‘젠장 맞을!’
후진타오는 신경질적으로 안경을 책상에 떨구곤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손을 억지로 잡아 진정시켰다. 이렇게 강제적으로 억압하지 않으면 제 손조차도 자신을 따라주지 않는다는 현실에 그는 큰 절망을 느꼈다.
“북한은 당분간 없는 나라라고 생각하게.”
중국 내부에 집중하기도 정신없어 죽겠는데, 어찌 국외를 신경 쓴다는 말인가? 그것도 채권자에게 밉보인 국가를 상대로!
물론 화가 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었다. 당장 앞마당에서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대와 기 싸움을 하게 생겼는데 어찌 화가 나지 않겠는가? 그러나 중국이 지금 이걸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형식적인 항의 정도는 하겠지만, 중국이 할 수 있는 건 그게 전부였다.
‘이대로 가다간 중국에 다시 오호십육국 시대가 오고 말 거야! 어떻게든 돈을 확보해야 해!’
“그래서 우리 재정 사정은 좀 나아졌나?”
“각지의 반정부 인사들에게 트집을 잡아서 금을 약 544.5 톤을 확보했습니다만, 이 이상은 힘들 듯합니다.”
“이 넓은 땅덩어리에 금이 그거밖에 없나?”
후진타오가 추궁하듯 몰아붙였지만, 보좌관은 정말로 억울하다는 듯 손짓까지 동원해서 자신을 변호했다.
“주석 각하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다른 국가도 아니고 중국에 돈이 많은데 반정부 인사라는 조건이 겹치는 인물이 그리 흔치 않습니다. 이것도 마오 주석 시절부터 오랜 세월 조사를 해온 덕분에 나온 리스트입니다. 그 이상은….”
“이런 젠장. 알겠네. 알겠어. 그러니 그만해도 좋네.”
보좌관의 같잖은 변명을 듣고 있는 동안 후진타오의 손이 다시 한번 제 마음 가는 데로 떨리기 시작하자 후진타오는 저도 모르게 신경질을 내었다. 미간을 꾹꾹 눌러도 나아지는 건 안면 근육에 걸린 긴장뿐이었다.
그게 또 신경질이 났다. 신경질을 죽이기 위한 행동이 신경질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지속하는 동안 후진타오의 목소리에는 노기가 가실 날이 없었다.
“우리가 포기한 산업은?”
“아시다시피 백지화된 국가 산업이 많습니다.”
“누가 그걸 몰라서 묻는가? 자세히 말해보란 말이야. 자세히!”
“우선, WTO에 가입하려는 시도가 불투명해졌습니다. 원자재보다 기술력을 요구하는 산업 대부분은 IT산업을 필두로 고꾸라졌고, 대표적으로 우주 개발 사업 등이 엎어졌습니다. 이에 따라 투자 가치가 곤두박질쳤습니다. 각지에서 진행하던 개발 산업을 포기하고 투자를 회수하면서 도미노처럼 투자 매력도 같이 떨어지는 바람에….”
“그만!”
듣기만 해도 골이 깨질 것 같은 현실에 후진타오가 비명에 가까운 노성을 내질렀다.
“…나머지는 수치와 그래프를 기입하여 보고서로 올리겠습니다.”
행정부는 거의 마비 상태였다. 그래도 완전 마비가 아니라 ‘거의’라는 단서가 붙은 건 그나마 행정부가 ‘세수를 걷는다.’라는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시스템 자체는 제대로 돌아가게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시스템을 유지하는 건 당에 속한 정치인들이었고, 그들은 후진타오가 신묘한 계책으로 이 난국을 헤쳐나가길 기대하기보단 그들 스스로 자신을 구제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각 지방의 자치성을 대폭 늘리다니. 이러다 진짜로 춘추전국시대로 다시 돌아가는 거 아닌가?’
그래도 어떻게 하겠는가? 당장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중화인민공화국 자체가 무너지게 생겼는데?
“아무래도 하나의 중국이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아. 어떻게든 중화민족의 애국심을 고취해야겠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후진타오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듯 툭 하니 껄끄러움이 묻어 있는 한마디를 내뱉었다.
“금 모으기 운동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