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78)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77화(78/377)
< 77편 >
“금 모으기 운동 말입니까?”
그 소리를 들은 보좌관은 겉으로는 멀쩡한 척했지만, 가까스로 삼켜진 당혹감까지 해소할 순 없어 목소리가 떨리는 건 막지 못했다.
금 모으기 운동이 뭐겠는가? 결국엔 애국심이라는 이름 아래 국민 주머니 털기다. 아마 소수민족들은 그다지 참여하지 않을 터고, 한족의 주머니에 있는 금이나 모일 터였다. 그것만 해도 양이 상당하겠지만, 이 시국을 타파하기에 다소 부족함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더 좋은 생각 있나?”
그랬다. 문제는 이보다 더 좋은 생각이 없었다. 동서고금을 따지지 아니하고 문명에 화폐라는 개념이 도입된 후로 상상하는 공통된 망상이 있다. 보통은 하늘에서 돈이 떨어졌으면 좋겠다고도 하고 더 짧게는 일확천금의 꿈이라고도 하는데,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도 일확천금을 꿈꿀 수 있는 수단이 몇 개 있었다.
금 모으기 운동은 몰릴 대로 몰린 국가가 최후의 최후에 국민에게 매달리는 최악의 방법이었다. 국가가 경제 통제 능력을 잃었음을 시인하는 것이기도 하며, 오로지 자국민의 자비와 애국심에 구걸하는 방법이었다.
“완전 기부입니까? 아니면 기간이 끝나면 상환하는 투자 같은 겁니까?”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이 만고불변의 진리이듯 금 모으기 운동이 마냥 날로 먹을 수 있는 운동은 아니었다. 모이는 금의 무게가 애국심에 기반하는 만큼 역설적으로 필요한 곳에 빠져나가는 금만큼 애국심은 소모되기 마련이고, 그 변화가 국민의 눈에 띄지 않거나 충분히 어필되지 아니하면 애국심 그 자체가 비뚤어지거나 파괴되는 원인이 될 수 있었다.
“둘 다 할 거야. 다만 후자는 내 입맛대로 해야겠어.”
첫 번째는 자선의 성격을 가진다면, 두 번째는 징수의 형태를 가졌다. ‘자발적 투자’라는 이름으로 불민한 졸부들과 당의 불손한 당원들의 금을 징수한다면 상당량의 금이 모일 터였다.
“알겠습니다. 모은 금은 어디에 쓰일 예정입니까?”
그 말을 들은 후진타오는 두 눈을 부릅떴다. 뇌를 침범한 뜨거운 화기가 기어코 뇌척수를 탐하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점점 미쳐가는군!’
물론 당연히 팔아서 예산을 확보할 예정이었다. 보좌관씩이나 되니 그것을 모를 리 없었다. 그러니까 이 질문은 그 예산이 어디에 쓰일지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후진타오의 머릿속에는 ‘금을 어디에 빼돌릴 것이냐?’라는 질문으로 들렸다.
사실 그것을 고려하지 않아 본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만큼 중국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았다. 얼마나 심하냐면 당장이라도 단순 한족 중심이 아니라 거주지, 충성도, 직업, 재산을 등급으로 나눠서 시민을 관리해야 할 만큼 좋지 않았다.
시민 차등 정책은 IT 기술과 카메라 기술 그리고 휴대 단말 발달에 따라 지금도 어느 정도는 추진 중인 정책이었지만, 단순히 등급을 나누는 수준이 아니라 등급에 따른 세금 감면을 비롯한 복지 및 혜택을 나눠야 할 정도로 심각했다.
이는 전형적인 피해망상 증상이었다. 점점 정신 상태가 불안정해져 가고 있음을 인지한 후진타오가 연신 손바닥으로 머리를 치덕거리다 손에 잡힌 한 움큼의 머리카락을 보고 가까스로 제정신을 차렸다.
‘제기랄! 내가 탈모라니!’
자꾸만 치솟는 흥분을 억지로 가슴 속으로 밀어 넣었다. 가슴속에서는 분노가 울컥울컥 쌓일 뿐이었지만, 머리를 위해서라도 분노를 표출할 수는 없었다.
“일단 절반은 필수적인 국가사업에 돌려야지. 나머지 절반은 빚 갚는데 쓰는 수밖에.”
요컨대 중앙정부를 통한 중국 제어를 어떻게든 해내겠다는 소리였다. 후진타오는 속으로 단어를 꾸미고 가다듬다가 아귀가 맞질 않아 전부 집어던졌다.
그래서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진심을 담아서 연설문을 작성하기로 했다.
“받아 적게.”
「친애하는 동지 여러분.
장쩌민의 농간에 덩샤오핑 전 주석이 설계한 빛과 소금을 망쳤습니다.
개혁개방은 어그러지고 당과 국가는 경각에 달렸습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샤오캉(小康).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반부패 투쟁이 전부 물거품으로 변했습니다.
현재 중화인민공화국은 존망 자체가 위태롭습니다.
많은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재기할 수 있도록 금을 모아주십시오.」
그리고 후진타오의 연설은 천 리를 달리는 한 마리의 붉은 파발마가 되어 중국 전역으로 나아갔다. 평소라면 최저 90분은 소비했을 연설은 채 1분도 되지 않을 정도로 짧은 시간 안에 끝났지만. 본디 연설이라는 것은 아주 짧은 몇 마디로 충격을 주는 것이다.
TV, 라디오, 신문, 포스터, 입소문을 가리지 않고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매체라면 뭐든지 갈지 않고 쉴 틈 없이 떠들어대 도시를 넘어 마을로 마을을 넘어 산간오지에 이르기까지 중국 전역을 휩쓸었다.
자발적으로 나선 사람은 적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웬만한 국가의 인구수를 가볍게 넘어갔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와 유구한 역사. 그리고 드넓은 토지를 자랑하는 중국에서 금이 모이고, 모이고, 모이고 또 모였다.
그러나 꼭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이건 기회야. 당이, 중앙정부가 흔들리고 있어!”
“우리가 금을 어떻게든 빼돌려야 해.”
55개의 소수민족은 그 꼴을 보기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이들이 독립심과 민족 자립을 내걸고 움직였느냐 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정말로 여기가 맞나? 뭐 이렇게 생겼담.”
“지방에서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그렇다고 칼이나 구식 돌격 소총으로 무장한 소수민족들이 공안과 군이 보호하고 있는 금품을 강도질할 수 있을 리는 만무했다. 그래서 그들은 꾀를 냈는데, 마치 공식 금 모으기 본부처럼 건물을 꾸미고, 자기들끼리 줄을 세워 금을 모으는 쇼를 벌였다.
그러자 군중심리로 머잖아 수많은 사람이 모였고 금세 수십 킬로그램이 넘는 금이 모였다. 몇몇 가짜 금 모으기 운동 본부는 금을 내면 소정의 사은품까지 받아가게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것을 가만히 두고 볼 중국 정부가 아니었지만, 이런 사기를 쳐도 예산이 부족해 인력을 동원할 수 없어 잡기가 시원찮았다.
“돌입! 전부 잡아들여!”
이러한 가짜 금 모으기 운동 본부는 군경이 전부 동원되어 모조리 부수고 관계자는 가혹하게 체포되었다. 다만 그 난전 와중에 금이 아주 약간 소실되었고 출동한 군경의 주머니가 들키지 않을 만큼 두둑해진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렇게 금 모으기 운동이 시작된 지 일주일.
모든 게 잘 되어가고 있었다. 순도까지는 분류하진 않았지만, 단순 계산상 만으로 벌써 약 4,500t의 금이 모였다.
“후자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졸부들과 몇몇 힘이 약한 당원. 그중에서도 ??시의 결속이 약하고 결정적으로 장쩌민 시절부터 후진타오와 척을 진 사람들을 말함이었다.
“썩 마음에 들지 않던 사람들이 있었지.”
「이 시국에 금을 내놓지 않는 민족 반역자가 있습니다. 국민이 결혼반지를 내놓을 동안 그들은 금을 산처럼 쌓아두고 시세가 오르길 기다려 가난해진 인민 대중을 수탈하기 위해서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사실, 여기까지는 취지는 좋았다. 덩샤오핑이 제창한 흑묘백묘론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긴 하나, 본디 정책이란 것은 지정학적 사정에 따라 바뀌는 법이었다. 애당초 흑묘백묘론에는 선부론이 내포되어있는데. 선부론이란 능력 있는 자가 먼저 부자가 되어 뒤떨어진 자들을 도우라는 낙수효과와 비슷한 이론이었다.
그러나 돈을 쓸어 담기에만 급급한 졸부들, 정치인들은 자신의 창고에 탈세한 더러운 부를 축적하기만 할 뿐 중국 사회에 낙수효과가 일어나는 일은 결단코 없었다. 중국의 빈부격차는 정말로 끔찍했다.
법적으로 최저임금이라는 개념이 존재는 했지만, 최저임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들은 아주 극소수에 불과했다. 중국인들의 40%는 끼니를 소금물에 적신 주먹밥을 먹었고 일을 못 하면 욕설은 기본이고 발치기로 급소를 맞는 등 비인도적인 박해를 받았다.
그렇기에 중국의 40%는 이 연설에 열광했고 또 환호했다. 중산층 또한 썩 공감이 가지 않는 연설은 아닌지라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중국이 어디 인민의 선호도로 움직이는 국가던가? 상위 1%가 움직이는 국가지.
후진타오 본인도 자신이 한 말이 이런 파급력을 가져올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해봤자 마을 주민들이 외국인 졸부를 때려잡거나, 몇몇 우둔한 자들이 국외로 도망치려는 헛된 시도를 하는 정도를 상정하고 있었다.
그의 예상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었다. 다만 그 범주가 후진타오의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을 정도였다는 점이 문제였지.
“폭동?”
“공청단입니다!”
공청단은 후진타오가 이끄는 당의 인맥이었다. 그 소리를 들은 순간 의아함보다 심장에 고드름이 찌르는 듯한 고통이 앞섰다. 이해보다 본능이 앞선 탓이다.
“공청단이 왜?”
그들이 반란이라도 일으켰다는 말인가? 이 무슨 간 떨어지는 소리란 말인가? 얼마나 기겁했는지 후진타오는 저도 모르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게 사실이라면 당장이라도 국외로 도망쳐야 했다.
“당이 아닙니다.”
“뭐?”
“당이 아니라 그 공청단의 근본이자 근간인 예비당원 제도 ‘중국 공산주의 청년단’에 속한 이들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후진타오 주석 각하!”
이건 또 무슨 미친 소리인가?
“각하의 뜻을 과대해석한 몇몇 고위급 관료의 자녀들이 인민을 이끌고 무작정 다 때려 부수고 있습니다! 공안이 제대로 대응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서 막아야 합니다!”
‘때려 부수고 있다고? 그건, 그건…마치.’
“문화대혁명?”
그렇게 21세기에 홍위병이 나타났다.
* * *
“참 금을 많이도 모았군.”
후진타오가 한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면, 결코 중국을 가만히 두지 않으려는 단 한 명의 존재를 금빛이 가져다주는 안심에 눈이 멀어 잊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 인물을 지칭하는 수식어는 너무나도 많았다.
공화당 조사에 의하면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사람, 미국에서 가장 칭찬을 많이 받는 사람, 미국에 꼭 필요한 100명의 위인 중 하나!
민주당 조사에 의하면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사람, 미국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는 사람, 미국에 필요 없는 100명의 정치인 중 하나!
그래도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라는 점에는 양당 전부 이견이 없는 인물!
바로 조지 W. 부시였다.
“이보게 비서실장.”
“예. 대통령님.”
“금 좋아하나?”
“금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긴 있습니까?”
금을 돌 같이 볼 수 있는 고행자들이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겠지만, 자본주의 세상에서 태어난 이상 금을 미워할 수 있는 이가 존재할 수 있을 리 없잖은가?
“그거 잘됐군. 마침 그렇지 않아도 국고가 좀 더 두둑했으면 하던 참이었는데.”
‘도대체 이번에는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건지.’
비서실장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을 보필하면서 어째 한숨이 마를 날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한숨을 내쉬지 않은 날은 없었던 것 같다.
“별거 아니야. 저 금이 우리 국고에 있으면 참으로 좋겠다고 생각해서 말이지.”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