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79)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78화(79/377)
< 78편 >
‘하늘이 무너져도 볕들 날은 있나니. 누군가가 마음이 동해 이 황천이 드리운 중국 땅에 빛으로 꼰 동아줄을 내려줬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자대비한 관세음보살이시여, 하늘 위 옥황상제와 천지신명이시여, 알라, 예수, 하느님. 그것도 아니면, 속세와 인지를 초월한 누군가인가.
‘나는 이 상황에 매우 감사하는 바이다.’
「미국 대규모 반도체 공장 건설, 수질 필터 산업 증가. 산업銀 수요 대폭 증가.」
「미국 연준, 銀과 산업銀 수입으로 인한 은값 수직 상승.」
“그런데, 진짜일까요?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로 비축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몇 년 치를 비축하려는 거죠?”
보좌관은 그렇게 말하며 몰래 손목시계를 쳐다보았다. 시가로 몇억이나 하는 시계는 2002년 1월 15일 11시 21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모르긴 모르되 은값이 차츰차츰 올라가고 있는 건 맞네. 거기다 필터는 몰라도 미국이 반도체 사업을 접을 순 없어.”
아직 반도체 후처리 과정에 금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금값이 괜히 금값이겠는가? 금은 가성비라는 이름 아래 점점 밀려나고 그 자리에 은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더불어 은이 가지는 높은 전기 도전율과 항균 효과는 인구의 증가와 산업이 크기를 불러나가며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었다.
다만 회로만큼은 은이 아니라 금이 쓰이는 이유는 금이 가지는 점성도에 있었다. 금은 고작 1그램으로 2km 길이를 가진 금실을 뽑아낼 수 있지만, 은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회로에 바를 금속이 은이 아니라 금인 이유였다.
어쨌든 다음과 같은 사유로 이 또한 맞는 말이라 생각한 보좌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과는 별개로 장쩌민도 그랬지만, 후진타오도 그렇고 이 자리에 앉은 이들은 왜 하나 같이 아랫사람한테 물어보는 걸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저 자리가 당을 이끄는 자리라고 생각하니, 썩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었다.
저 자리는 도대체 얼마나 무거운 자리일까? 중국이라는 거대한 땅덩어리 안에서 나오는 모든 부를 누릴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 광대한 토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기도 했다.
어쨌거나, 보좌관은 자신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그건 맞습니다만. 저희는 은을 구매할 자금이 없습니다.”
당장 년 단위로 빠져나가는 금액이 800억 달러였다. 당 중앙의 권력이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이래로 이보다 낮아진 적이 있을까? 이때를 노려 궐기하는 각지의 소수민족을 짓밟고 금 모으기 운동으로 준동하는 인민을 제어하기 위해 공안과 군을 돌리곤 있었지만, 예산이 터무니없이 모자랐다.
“이번 금 모으기 운동에서 모인 금이 있지.”
그러나 지금은 있었다. 적어도 모험이든 뭐든 시도는 해볼 수 있는 금이 후진타오 정부의 손아귀에 들어와 있었다.
“그건 공청단의 젊은이들을 제어하기 위한 예산으로 쓸 예정 아니었습니까?”
“구태여 공청단을 강하게 제어할 필요가 있을까? 그들이 정말로 홍위병처럼 전부 다 부수고 다니는 건 아니잖나.”
후진타오의 말도 어떤 시각에서 보면 맞는 말이었다. 홍위병들이 마오쩌둥의 신격화를 위해 모든 것을 불태우고 짓밟고 다녔지만, 공청단원들은 일단은 있는 집안에서 배울 만큼 배운 인간들이었다. 소위 ‘엘리트’라고 불리는 인간들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름 합리적이고 공정한 선별과정을 거쳐서 때려 부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부정한 부를 축적한 이들을 때려 부수고 당과 사회에 부를 환원시키겠다!’가 주였고, 깊게 파고 들어가면 태자당과 상하이방과 긴밀한 ??시를 맺고 있는 이들을 쳐부수어 세를 약화해 공청단만의 중국을 만들려는 의도도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치안을 어지럽히면서 동시에 치안을 유지하는 조직이 되어 있었다. 실로 모순되지만, 현실이 그러한 걸 어쩌겠는가? 정확히는 현 질서를 파괴하고, 공청단 입맛의 새로운 질서를 세운다는 게 맞는 말이었다.
공청단 인맥의 가장 으뜸 되는 자로서 자신의 영역이 넓어지는 것을 어찌 싫어해야 한단 말인가? 그렇기에 후진타오는 공청단을 방목하기로 했다. 기존까지 차기 공청단원을 기르는 방식이 축사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료를 주어 당의 입맛에 맞는 맞춤형 인재로 기르는 것이었다면, 이젠 후진타오의 입맛에 맞는, 후진타오만을 위한 공청단으로 만들어볼 속셈이었다.
‘어차피 중앙 군대만 건재하면 된다.’
모르긴 모르되 적어도 후진타오가 중앙군사위원회는 꽉 붙잡고 있었으니 반란 걱정은 안심해도 좋았다. 여기서 한가지 확실히 해둬야 하는 건 당 주석이 군권을 쥐고 있긴 하지만, 모든 군권을 쥔 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럼 당 주석이 손에 쥐고 있는 건 뭐냐? 그건 바로 중앙정부. 즉, ‘당의 군대’다. 지방이 군벌화된 건 2천 년 전 삼국지 시대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다만 그 세가 예전만큼은 못하다 뿐이었다.
거기다 군이나 그 이외의 부분부터 진짜 정예하고 강력한 집단이라 할만한 것들은 하나 같이 전부 당 중앙에 몰려 있었다. 각 지방에서도 관료들의 영역을 중앙정부에서 직접 챙겨준 형태를 하고 있다.
이게 바로 타국과는 달리 일개 당원의 명령으로 군이 움직이고 시의 명으로 공안이 움직이는 사태가 심심할 만하면 외신에 종종 보도되는 이유였다.
더불어 북경과 상해는 온전히 당 중앙. 다시 말해 후진타오의 것이었는데, 이 부대야말로 중국의 최정예 부대이자 진짜배기 현대화가 끝난 부대들이었다. 당장 시골이라 할만한 지방에만 내려가도 녹이 슬다 못해 발사는 되는지 의심이 가는 81식 자동소총을 쥐고 있는 중국군을 볼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군비 경쟁이 치열한 대한민국도 후방으로 가면 제식 소총이 M16이고 한참 전에 M4로 갈아탄 천하의 미군도 후방에선 M16을 쓰고 있지만, 중국은 그 정도가 심했다. 구체적으로는 미 함대 소속과 미 주방위군 이상의 차이가 났다.
‘내가 망해도 그냥 망하진 않겠다.’
가세가 흔들리는 지금은 중앙 집권을 필요 이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 독재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허망하게 말라 죽고 싶지는 않았다. 어떠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중앙군만 멀쩡하면 주요 지역은 지킬 수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최악의 경우가 벌어지더라도 난 그냥 망하진 않겠다!’
그래, 만의 하나의 확률로 이 중국에서 ‘내전’이 터진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이번 금 모으기 운동으로 모인 금으로 은을 구매하시겠다고요?”
보좌관이 시큰둥하게 말했지만, 그 말에 실린 내용이 가지는 무게는 중국의 국채만큼이나 무거웠다.
“은을 대량으로 구매해서 값을 올린 다음이면 이 개 목줄도 좀 헐거워지지 않겠나?”
그 후에는 치킨 게임이었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흔들리기 시작한 미국이 중국에 화친을 청하고 손을 벌리느냐? 아니면 중국이 이 막대한 은을 가지고 동아시아를 집어삼킬 유령선으로 변하거나.
만약 후진타오의 상태가 멀쩡했더라면, 죽어도 말라 죽지 이런 치킨 게임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터였다. 그러나 사람은 외부의 환경으로부터 바뀐다고 하던가?
몰락하는 망국의 주석이라는 자리가 후진타오라는 사내를 당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더 과감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건 어디까지나 16세기로 다시 돌아가는 것뿐이야.”
중국 전체에 은이 넘쳐났던 그 16세기로 말이다. 포토시 산맥의 은이 중국 전체에 흐르던 그 날을 중국인은 기억하지 못해도 중국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 찬란한 은빛이 아편의 연기가 되어 사라지기 전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영국에 이어서 미국이라, 그 미국마저도 영국에서 파생된 것이긴 하군. 어쨌거나 아직도 우리는 서양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그리고 후진타오는 자신의 모든 회한과 억압을 담아 책상을 강하게 내려찍었다.
“그러나!”
굉음이 나고 손을 타고 저릿저릿한 전기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양놈들이 천하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기간은 길게 잡아봐야 400년에 불과! 우리 중국이 다시 한번 그 시절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보좌관의 눈에 순간적으로 후진타오가 열병식에서 유소작위를 꿈꾸던 장쩌민이 겹쳐 보였다.
“은이다. 은이 미래야!”
* * *
“은이요?”
비서실장은 부시의 뜬구름 잡는 소리에 달력에 X표시를 하다 말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웬만하면 표정에 변화가 없는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갑자기 조용히 있다가 ‘은이다!’라고 외치니 무어라 대답할지 몰라서 그 흔한 미사여구도 붙이지 않고 정면으로 질의했다.
달력은 2002년 1월 20일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래. 우리 미합중국은 은이 아주 많이 필요해!”
부시는 두 팔을 이용한 역동적인 제스쳐를 섞어가며 은의 필요성을 30분이나 토로했다. 웬만하면 말을 끊지 않고 들어주는 비서실장이 질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그럼 은을 어떻게 모을까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비서실장?”
“예?”
“난 필요하다고 했지, 모으겠다고 한 적은 없는데?”
‘이건 또 무슨 미친 소리야.’
비서실장은 이 무슨 정신 나간 궤변인가 했지만, 대화 상대가 상대인 만큼 그러려니 했다.
“그렇다면 말을 바꿔서, 그럼 어떻게 할까요?”
“내가 말한 정보를 중국에 은밀히 흘리게.”
‘뭐지? 대통령이 주도하는 이적행위 같은 건가?’
눈을 질끈 감았다가 관자놀이를 지긋하게 눌렀다. 자꾸 헛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요즘 잠이 부족한 모양이었다. 수면 유도제 처방을 늘려볼까? 아니면 아예 수면제를 먹어야 하나?
“저, 그. 대통령님?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만.”
“그래야 중국이 그 금으로 미국의 은을 대량으로 구매할 거 아닌가?”
“아, 과연.”
그제야 대화가 좀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중국의 금’이라는 단어가 며칠 전에 부시가 이야기했던 ‘저 차이나 골드가 탐나!’와 자연스레 이어졌다.
요는 중국에 은을 팔아치우고 때가 적당히 무르익으면 은의 시세를 폭락시키겠다는 생각이었다.
“세계 각지에서 은광이 고갈되어 간다는 소리가 있으면 더 좋겠지만, 그거까진 욕심이겠지. 우리나라의 구리 제철소에서 나오는 은 생산량을 의도적으로 줄이게.”
“알겠습니다.”
“중국이 금을 얼마나 모았지?”
“오늘을 기점으로 약 1만 5천 톤입니다. 어떻게 박박 긁어모은 모양이더군요.”
한국이 1998년 당시 금 모으기 운동을 했을 때 약 225톤을 모았다는 점을 상기하면 상당히 대단한 수치였다. 다만 한국의 자발적인 금 모으기와는 달리, 중국의 금 모으기는 반강제적인 모으기였다.
그들은 서로 눈치를 주고 금을 내지 않은 이에게 수치심을 주거나 때로는 폭력과 강탈이라는 물리적 행사를 서슴지 않았으며, 집단으로 몰려가 졸부의 재산을 강도질해 나라에 바쳤다. 정경유착으로는 한국보다 더 심한 곳이 중국이었지만, 중국 땅이 하도 넓다 보니까 그렇지 못한 부자들도 충분히 존재했다.
“흠, 실시간 보고를 통해 적당히 맞춰서 은을 비축해두게. 우리도 은이 필요한 건 맞으니까 그런 것도 제대로 감안해서 말이지. 이런 잡다한 실무에 실수는 없으리라 생각하네.”
금과 은은 보통 가격이 60배 정도 차이가 났다. 2019년에도 은은 1kg짜리 바가 약 80만 원밖에 하지 않을 정도로 귀금속으로 분류되는 금속치곤 매우 값싼 광물이었다.
‘나중에 오로지 은만으로 방 하나를 만들어볼까?’
단순한 취미 생활로 말이다. 구태여 은인 이유는 금은 좀 졸부 같잖은가?
“아, 거참. 내가 원래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은데, 어디 돈 쓸 곳이 한 둘이어야지.”
물론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만약 국고가 돈이 썩어 넘쳐흐를 지경이었더라도, 따로 돈을 쓸 곳이 없었더라도 이렇게 했을 예정이었다.
“그럼 이대로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괴담이 생겼는데,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수행하는 부서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곡소리가 흐르게 된다는 괴담이었다.
물론 사실무근이었다. 어떻게 이 자유의 나라 미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단 말인가? 러시아에서는 홍차를 보장하고 있었지만, 미국에서는 상시 빅맥과 콜라를 코로 넣을 수 있게 국민보험으로 보장하고 있었다.
“거봐 다 잘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