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81)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80화(81/377)
< 80편 >
“미친 거 아니니! 이를 어쩐단 말이야!”
대부분의 매체에서 공황상태에 빠지면 줄곧 발을 동동 구른다는 묘사를 하곤 하는데,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그 사람의 뇌가 문제 해결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 북한에서만큼은 그런 일은 거의 벌어지지 않았다.
“이런 종간나 새끼! 우릴 건드리기는 왜 건드린다는 말이니!”
어떻게 하냐며 호들갑 떨 시간에 어떻게든 질긴 삶을 좀 더 이어나가기 위해서 뭐든지 시도해보려는 의지가 문제 해결 거부 의지보다 먼저 앞설 뿐이었다. 원래 실생활에 대가리에 총구가 자주 왔다 갔다 하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신경줄이 쇠줄만큼이나 질겨지는 법이다.
‘어떻게든! 어떻게든 빠진 물품들을 채워 넣어야 한다!’
그냥 평소 정기점검도 아니고, 긴급 점검인 데다가 닥친 사태가 국가를 뒤흔들 수 있는 초유의 사태인 만큼 이번에는 어중간한 뇌물로 어물쩍 넘어가기는 글렀다.
아니, 그럴 뇌물이 있으면 어떻게든 빠진 물자들을 채워 넣고 규정에 맞는 것들로 채워 놓아야 했다!
“이런 젠장 맞을. 공문은 뭐 이리도 길어!”
그의 손에 들린 스무 장짜리 공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았다.
「조선인민군 2002년 신년 맞이 긴급 장비 점검!
당 중앙, 위대한 령도자, 인민의 어버이, 조선로동당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위원장이시며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이신 우리 당과 우리 인민의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장군님께서 장비 점검을 명하셨다!
무릇 전투력이란 주체사상의 정신무장에서 나오지만, 그것을 받쳐줄 장비가 이를 곱절로 키울 수 있는바. 장군님께서는 혹여라도 단 하나의 사소한 장구류라 할지라도 빼놓는 일 없도록 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시었다!」
이 공문이 내려오고 나서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다. 군 간부들이 사비를 털어 창고에 규정대로 식량을 채워 넣고 집안의 기둥뿌리까지 뽑아 무기고에 총과 탄을 쌓아 올렸다. 북한이라는 미승인국이 세워진 이래로 사상 최대의 경제활동이 벌어진 셈이다.
표면상으로는 ‘장비 점검’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다이너마이트 재고량만 보면 끝인 점검이었다. 윗선에 줄이 아주 잘 닿아있거나, 눈치가 빠른 사람들은 이번 긴급 점검의 주체가 다이너마이트임을 깨닫고 무기 공장에서 다이너마이트 재고를 죄다 털어왔다.
그러나 그 무기 공장에서 나오는 물건은 무기가 3할이요. 7할이 농기구나 건설현장 장비로 바뀐 지가 올해로 스무 해인지라 재고가 턱없이 모자란지라 아무리 눈치가 빨라도 다이너마이트는 얻을 수 없었다.
어쨌거나 어떠한 수단으로든 이번 긴급 조사의 주체가 다이너마이트인 걸 알아도 어쩔 수 없었다는 사실만 확실히 하고 가자.
문제는 다이너마이트를 엿 바꿔먹지 않은 부대가 조선팔도에 평양 부대밖엔 없었다는 점이다. 비유가 아니라 진짜 ‘엿’으로 바꿔 먹은 부대가 있었다면 믿어지겠는가?
다이너마이트는 이미 거름이 되는 마법이 되어서 사라졌는데, 이젠 그 흙으로 어떻게든 다이너마이트 모양이라도 만들어야 할 지경이 되었다.
그리고 진짜로 그렇게 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대로라면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할 정도로 고문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정교함으로 화하였고, 어둠 속에서 숨어 살던 온갖 위조계의 장인들과 꿈나무들이 양지로 튀어나왔다.
방법도 아주 다종다양했는데, 몇몇 대표적인 방법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우선 양질의 흙을 이용해 도자기를 굽고 신문지에 색을 입혀 가장 유사하게 만든 뒤 도자기에 감싸 형태를 잡았다. 온갖 증서 위조에 일가견이 있는 이들에 명필로 일필휘지를 발휘하여 제조 단위를 새겼다. 그 뒤에 도화선을 꼬아 넣었는데, 노끈이 아니라 제대로 된 도화선을 연결한 이유는 불발이라 할지라도 변명거리가 되기 때문이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진짜 다이너마이트를 만드는 것이었다. 공장에서 훔쳐 오거나 사들인 다이너마이트 재료에 포탄의 장약을 이용하여 진짜 다이너마이트를 만들어냈다.
마지막으로는 암시장을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대부분은 제삼세계로 영원한 여행을 떠났지만, 아직 꽤 많은 물량이 북한 땅에 잠들어 있었다. 이 중에는 ‘일단 다이너마이트면 되는 거 아니냐?’라는 논리로 외국제 다이너마이트를 창고에 박아넣는 부류도 있었다.
그렇게 해도 수량이 모자라면 상자의 절반을 흙이나 여타 잡동사니로 채우고 그 위에 양질의 다이너마이트를 올렸다.
그러나 이것도 그나마 ‘눈치가 빠른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럼 눈치가 없는 부류는 어떻게 처신을 했느냐면 다음과 같았다.
“닦아라! 조여라!”
그냥 기존에 있던 것들을 최대한 있어 보이도록 닦고 조였다.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일단은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는 알고 있었기에 트집 잡히는 곳이 없도록 평소의 몇 배나 되는 점검을 거쳐 없는 부분과 있는 부분을 세세히 따져서 사정이 되는 대로 채워 넣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자란 부분은 어떻게든 근성으로 될 것이라며 이것저것 고철이라도 끌어모아서 모양새라도 갖추게 했다. 물론 그 고철의 출처는 군부대 주변의 민가로부터였다.
“아이고! 저건 안 되는데! 이를 어째!”
농가에 있는 호미며 가래며, 농기계까지 금속으로 되어 있는 건 모조리 가져가서 활용했다. 심지어는 창고에 쌓여 있는 비료까지 훔쳐 갔는데 비료를 팔아 자금을 충당하기 위함이었다.
민족자주를 위해 만든 비료는 삶의 갈망을 향한 진격로 여는 탄약이 되었고, 모내기 전투하라고 보내준 농기계에서 뗀 기계와 금속들은 북한이 자랑하는 장군님의 인민 전사들의 손에 의해 첨단 군사 장비인 58식 자동보총과 수류탄으로 둔갑했다.
북한은 인간이 살고자 하면 어디까지 능력을 끌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장이 되었다.
“반갑소. 내래 이번 감찰부에서 나온 감찰 총책임자 최용팔이요. 부디 장군 동지의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일은 없길 바라오.”
그리고 이 생존 실험장을 만든 장본인인 최용팔 또한 하나의 실험 쥐에 불과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잡아들여야만 최용팔이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최용팔은 좀 사정이 나았다. 일단은 이번 감찰에서만큼은 모든 것을 찍어누를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하룻밤의 호가호위에 불과하다지만, 권력은 권력이었다.
무시하던 이들을 하루 온종일 고개만 숙이는 기계로도 만들 수 있었고, 손을 내밀면 올라오는 건 달러로 된 두툼한 쌈짓돈이며 혹여 가시는 길이 섭섭하지 않을까 걱정시켜 뒷주머니에 귀금속이 자동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게 바로 권력이요. 북한에서 김정일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힘이었다.
“우선 성의부터 받으시라요.”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최용팔의 주머니가 묵직해지는 소리가 은밀하게 들려왔다.
“어허! 이런 성의를 보여준다고 해서 감찰이 설렁설렁 넘어가는 일은 없을 거요.”
대놓고 ‘성의’라고 표현하는 최용팔이었다. 다만 양심적으로 최용팔이 가장 양심적이라 할 수 있는데, 본래라면 이런 말조차도 안 하고 자기 지갑에서 돈 빼가듯 하는 게 통상적이었다. 그마저도 모자라면 아예 군 간부의 집안 자체를 뜯어가려 하는 경우가 부기지수였다.
더불어 봐주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진짜였다. 최용팔도 목숨이 당장 오늘내일하게 생겼는데, 도대체 왜 봐줘야 한단 말인가? 다만 최용팔의 생존 본능이 만들어낸 독특한 감찰 미학과는 별개로 상대방은 보통 ‘아, 뇌물이 부족한가?’라고 생각하기에 최용팔의 집에는 방바닥이 내려앉을 정도로 제물이 쌓여갔다.
“그래도 다소의 편의는 봐 드릴 수 있소만.”
예를 들면 목록에 있어야 할 게 없다거나, 창고에 물건이 좀 빈다거나, 답도 안 나오는 막사 상태나, 농사를 하느라 찢어져 여기저기 기워 넣는 바람에 넝마가 되어버린 하전사들의 군복 상태 따위들 말이다.
“그렇군. 예를 들어서 주머니가 좀 더 묵직해지면 감찰을 할 때 하나만 보면 될 것 같은데….”
기다렸다는 듯이 그는 나무로 된 상자를 내놓았다. 상자 안에는 해외 유명 브랜드의 시가나 전자기기를 비롯한 해외 상품 같은 기호품과 반지나 귀걸이 같은 금붙이가 뒤섞여 있었는데, 부대 전체에서 집안 기둥까지 털어서 조금씩 모아 넣은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이것저것 받아 처먹다 보니까 눈높이가 백두산 천지만큼 올라간 최용팔의 눈에 잘 들어오질 않았다.
“김정일 장군 동지의 은혜에 보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나, 내 마음을 돌리기에는 제법 괜찮은 무게입네다. 대대장 동지.”
말은 점잖았지만, 입꼬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당당하고 뻔뻔하게 잇몸까지 훤히 보이며 웃고 있으니, 그걸 보고 있던 대대장의 배알이 비틀려 혈압이 잠시 올라갔다가 저 사람이 자신의 생사를 판단하는 심판자라는 사실을 상기하자 바로 내려갔다.
“우리 부대는 밤낮으로 위대한 령도자이신 김정일 장군 동지를 위해 상시 전투적 자세로 복무하고 있습네다. 부디 차별만 없는 공명정대한 감찰이 되길 바랍네다.”
“대대장 동지께서 공화국을 위하는 마음은 잘 알았으니 걱정 붙들어 매기요.”
이런 식으로 최용팔과 대대장은 몇 번이고 거듭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 내용은 제발 봐달라는 이야기였고 그때마다 새로운 뇌물이 어디선가 거듭해서 튀어나왔다. 그 대화는 아침에 시작해서 기어코 점심까지 이어졌고 고기 요리를 대접받은 다음에야 끝이 났다.
“그럼 이것들은 하전사들을 시켜서 감찰관님 차에 모셔 놓겠습네다.”
그러나 고작 하나에 불과했던 나무 상자는 열일곱 상자가 되어 있었고 트렁크에 다 들어가질 않아 군용 차량을 동원하기로 했다. 모양새는 보기 싫었으나 그 상자 안에 내포된 가치를 생각하면 함박웃음이 떠나가질 않았다.
“그럼 감찰을 시작하겠소.”
감찰은 후식까지 즐긴 최용팔의 의지에 따라 2시에 시작되었다. 잔뜩 긴장한 대대장의 얼굴을 보고 최용팔은 속으로 피식거렸다. 옛 현인께서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 않았던가? 최용팔은 그 말을 충실히 따랐을 뿐이다.
‘이 일이 끝나기 전에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나라를 뜨기야.’
제 몸 하나 건사할 수 있으면, 북한에 모아놓은 제물 따위는 어찌 된다 해도 좋았다. 그래도 돈이 없으면 사람 취급도 못 받는다는 사실은 그럭저럭 인지하고 있었기에 재산을 되는대로 외화로 전부 바꿔서 남한으로 갈 생각이었다.
중국의 한국 대사관을 경유 해서 가는 방법은 미친 짓이니, 작은 보트를 이용해 탈북할 계획이었다.
‘북한에서 아무리 재물을 모아봤자 권력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당장 나만 해도 이렇게 타인으로부터 제물을 긁어모으고 있지 않은가?’
“약속한 대로 다이너마이트만 보겠소.”
“다이너마이트 말입네까?”
대대장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지는 것을 포착했지만, 최용팔은 내색하지 않았다.
“탄약고로 안내하겠습네다.”
그렇게 탄약고에 도착하니 제법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탄약통은 깨끗이 정렬해 있었고 폭발물이 들어가 있는 상자 또한 그러했다. 다만 탄약고의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는데 이는 지하가 가지는 높은 습기 때문이었다.
‘내 알 바는 아니지.’
최용팔의 목적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다이너마이트였다.
“이게 우리 다이너마이트라요.”
“어디 보자.”
목록과 비교해보면서 수량을 맞춰보니, 얼추 맞는 것 같았다. 다만 상태가 조악하기 그지없었는데, 이는 유지보관의 문제가 아니라 순전히 공장의 품질 저하에 기인하는 고질적인 문제였다.
‘의외인데?’
상태가 좋진 않았지만, 오로지 그것뿐이었다. 다른 부대처럼 가라를 치지도 않았고 수작질을 부리지도 않았다.
“솔직히 말해보기요. 최근에 다시 채워 넣은 것 아니오?”
대대장은 몇 번 끙끙거리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뇌물이 충분히 일을 해주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맞습네다. 하도 상급 부대에 뜯기는 바람에 재고가 비어 있었습네다.”
부대 지휘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상급 부대의 의향에 의해서 온갖 보급품이 반출되는 일은 조선팔도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었다.
“장부가 있소?”
대대장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줬다.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는지, 아니면 감으로 때려 맞춘 건지는 알 수 없었으나 미리 장부를 가져왔기 때문에 최용팔은 바로 장부와 실셈을 대조할 수 있었다.
“한 상자가 비는데?”
“그건-.”
“거짓말하지 말기요. 내가 김정일 장군 동지에게 보고해야겠소?”
대대장은 어쩔 줄 몰라 눈을 질끈 감다가 이내 모든 것이 허탈해졌는지 이내 입이 가벼워졌다. 장부까지 보여준 마당에 이걸 못 말할까.
“위에서 나왔다는 사람에게 전달했습네다.”
“그게 누구요?”
“리춘식이라는 사람인데, 자기가 보위부라고 하긴 했는데 자세한 소속은 잘 모르겠습네다. 다만 자기도 명령대로 움직이는 거라고만….”
“리춘식이라?”
‘리춘식이라! 반년 전에 죽은 인간의 이름을 버젓이 팔고 다녔단 말이지?’
이걸로 이 이름을 듣는 게 벌써 세 번째였다. 이제야 점점 갈피가 잡혀가는 거 같았다. 지금까지 감찰에서 알 수 있었던 건 수사부의 요원이었던 리춘식의 이름을 팔아서 다이너마이트를 끌어모았다는 점 정도다.
“감찰에 우호적으로 협조한 태도를 보아 내 이를 따로 보고하지는 않겠소.”
“감사! 감사합네다! 동무! 나중에 따로 대접이라도 하겠습네다!”
‘허, 내가 왔으니 망정이지.’
다른 감찰부의 요원들은 손속에 자비가 없었다. 최용팔이야 도중에 탈북의 야심을 품고 있으니 이렇게 설렁설렁 넘어가고 있었지만, 이번 감찰만큼은 뇌물이 먹히지 않는 감찰이었다.
다른 곳이면 몰라도 다이너마이트에서 걸리면 바로 수용소에서 모진 고문을 당하고 있는 죄 없는 죄 다 털어놔야 했다.
“잘 가시라요!”
백미러에 경례를 하고 있는 대대장이 비춰졌다. 그러나 대대장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최용팔의 눈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리춘식이라는 이름에 집착할 뿐이었다. 비록 도중에 탈북할 생각이었지만, 자신의 인생을 영원히 뒤바꿔놓은 사건의 해답 정도는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리춘식, 리춘식이라. 도대체 어떻게 이 이름이 이렇게까지 많이 팔리고도 들키지 않았지?’
등 처먹은 게 벌써 3명이다. 이것이 너무나도 이상했다.
“설마?”
리춘식 본인이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면?
정말로 리춘식 본인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