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82)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81화(82/377)
< 81편 >
“아, 이게 먹고 싶었다니까.”
이춘식은 푸짐한 햄버거를 씹어 삼켰다. 북한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싸구려 자본주의의 맛이었다. 솔직히 맛만이라면 북한의 것이 나았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의 햄버거는 수제, 다시 말해서 높으신 분들이나 먹을 수 있는 고급품이었으니 북한의 것이 더 나을 수밖에.
빠름을 추구하는 패스트푸드와 납치된 주방장이 만드는 일급 요리는 엄연히 다른 식품이었다. 어쨌든 이춘식은 패스트푸드와 떨어져 지낸 시간을 조금이라도 좁히겠다는 듯 위장 속으로 마구마구 집어넣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이거 하나는 굉장히 마음에 드는군.’
그의 통장에는 그가 평생 살아가면서 다 쓰기도 힘든 막대한 금액이 찍혀 있었다. 그가 잃어버린 세월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자 그가 쟁취해야 할 당연한 권리였다. 대외적으로는 어중간한 복권에 당첨된 졸부 노릇을 해야겠지만, 알게 뭔가. 돈이다. 돈! 자본주의가 모든 것인 미국에서 돈이 있다는 건 세상을 다 가진 것과 다름없었다.
“참 맛이 좋군.”
그의 위장으로 시들 거리는 양상추와 낮은 품질의 쇠고기 패티. 이것들을 가리기 위한 자극적인 소스가 꾸역꾸역 위장으로 들어갔지만, 온갖 기상천외한 음식을 먹어온 이춘식의 몸은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었다.
보위부 수사대 소속이었으나, 그 신분을 지니게 된 것도 1998년의 일이었다. 본디 그의 임무는 민간인 행세를 하면서 북한의 동향을 보고하는 일이었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아주 미약하지만 확실한 권력을 손에 쥐게 되었다.
보위부에 들어가기 전에는 곰팡이 핀 강냉이를 갈아 만든 속도전떡과 기생충과 구더기 가득한 폐사된 동물의 고기를 먹으며 연명해왔다. 장마당에서 식량을 구매하려고 해도 돈이 없고, 그렇다고 외부의 지원을 받자니 땅이 좁아 돈이 많으면 순식간에 조사에 들어가 울며 겨자 먹기로 텃밭을 길러왔다.
그러나 텃밭을 기르면 뭐 하나? 인민군 놈들이 와서 모조리 쓸어갔다. 안방에 있는 가구까지 빼앗아가면서 농기구는 건들지 않았는데, 이유인즉 다음번에 왔을 땐 더 많이 길러놓으라는 것이었다.
“이런 육시랄 놈들!”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 입에서 절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크흠흠.”
비록 집안에는 가정부 말곤 아무도 없었지만, 그래도 민망한 건 민망한 것 아닌가?
“흐흐, 이젠 다신 돌아가지 않을 테다.”
북한식으로는 리춘식. 한국식으로는 이춘식. 미국식으로는 춘식 리. 그가 그중에서 고른 건 춘식 리였다.
햄버거, 피자에 콜라 등 온갖 패스트푸드의 대명사를 먹고 있는 그의 앞에 큼지막한 토마호크 스테이크가 플레이팅 된 접시가 식탁 위에 올라왔다. 아마 혼잣말이 고함 수준인지라 놀란 가정부가 어서 가져오라는 재촉으로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한국하고 북한에는 이런 고기가 없거든.”
그렇게 말한 그는 방금 막 만들어진 토마호크 스테이크를 게걸스럽게 물어뜯었다. 먼저 입부터 가져다 보는 건 북한에서 살다 보니 먹을 기회만 있으면 일단 먹고 보는 습성이 가져온 악습관이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아무도 모른다. 기름기를 보충하기 위해서 채솟국 위에 올릴 참기름 한 방울을 배급받겠다고 발버둥을 치던 CIA 요원이라니! 세기말도 아니고 CIA가 그런 꼴을 겪는다는 게 말이나 되나?
‘그래서 죽은 척하고 반년 동안 잠복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지만.’
곧이어서 그동안 모은 재물로 군사 물자를 모으라는 말에는 더더욱 의아했다. 처음에는 자신을 버리기라도 하려는 줄로 착각할 정도로 어이없는 소리였다. 그러나 이번 일이 끝나면 바로 자신을 탈출시켜주겠다는 말에 아득바득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흥겨운 줄타기를 하며 모아댔다.
결국에는 이춘식과 그 일당이 모은 다이너마이트가 김씨 집안 방 한구석에 끝내주는 폭발을 안겨주지 않았던가? 그것만으로도 이춘식은 만족했다. 이왕이면 아예 진군하여 김씨 왕가를 끝내줬으면 더 좋겠지만, 그건 너무 비약했다며 맥주를 마시며 실실 쪼갰다.
‘흠, 대서특필이라도 될 줄 알았는데.’
모르긴 모르되 엄청난 반향이 있을 줄 알았던 미국 신문은 의외로 잠잠했다. 대신 신문의 대부분은 곧이어 열리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과 미국의 대통령인 조지 W. 부시의 생활상으로 도배를 해놓고 있었다.
그렇기에 기분만은 무슨 북한산 로동신문을 보는 기분이었다.
“무슨 여기가 북한도 아니고. 원래 신문은 다 이런 건가?”
도리어 이상함을 잡아낸 이춘식이 더 대단한 것이었다. 제아무리 남한이 태생인 데다 청년 시절까지 미국에서 보냈다지만, 근 10년을 북한 같은 폐쇄의 왕국에서 살았는데 감각이 무뎌지지 않았다는 건 이춘식이 얼마나 뛰어난 인간인지를 대변해주는 요소였다.
“뭐, 이젠 상관없지. 갓 블레스 아메리카. 아메리카 뻑 예!”
맥주로 된 자유 사상이 그의 목구멍을 타고 메마른 공산주의의 텃밭에 단비를 내렸다.
* * *
“지난 1월에 벌써 다 쓸어가시지 않았습니까. 정말 이번 달에 저희 마을에 내려진 할당량이 500kg이란 말입니까? 이 할당량은 너무 가혹합니다.”
중국은 점점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기부였던 운동이 어느새 금 할당 운동으로 바뀌어서 도시며 마을마다 할당량이 내려왔고 인민들은 그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서 동분서주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너희 마을에는 당에 충성스럽지 않은 졸부가 있잖은가! 설마 이 마을은 당과 후진타오 주석님을 거부하는 건가?”
“아뇨! 그럴 리가 있습니까!”
팔이 떨어져 나가라 손사래를 치는 마을의 이장 앞에는 젊은 공청단원이 서 있었다.
마을 이장이 왕년에는 한참 잘나가던 홍위병이었는지라 괴력난신을 멀리하는 편이었는데. 관상만큼은 줄곧 믿어온 편이었다. 사실 그는 관상이 미신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고 있지 않았다. 어쨌거나 저 공청단원은 참으로 전형적인 간신의 상이라며 속으로 곱씹었다.
“하지만 이들은 분명 공청단에 줄을 댄 사람들로 압니다만….”
“그들은 썩었어! 감히 자신의 더러운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당 중앙의 미래이자 후진타오 주석 님이 지휘하시는 공청단을 이용하려 들어!”
남의 이름을 팔아서 권세를 누리려는 모습이 호가호위의 전형적인 행동거지였다.
‘어떤 문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위에서 말썽거리가 생긴 모양이로군.’
마을 이장은 홍위병이었던 시절의 경험을 살려 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대충 눈치를 챌 수 있었다.
‘그 시절이 참 좋았는데.’
덩샤오핑 주석이 집권한 이후로는 탄압받았지만, 그 시절은 지금과는 달리 집회도 마음대로 열 수 있었고 정부에 항의하는 단체도 마음대로 만들 수 있었다. 심지어는 정보 매체도 검열 없이 마음대로 다룰 수 있었던 시대였다.
물론 마오쩌둥조차 제대로 제어할 수 없는 집단에 이걸 해주지 않을 정부 기관이 세상 어디에 있겠느냐만. 전직 홍위병에게는 아주 좋은 시절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었다.
어쨌거나 지금은 이 빌어먹을 금 할당량을 채우는 일이었지만, 이는 썩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지. 묘수를 부려서 할당량을 채우는 수밖에.’
그대는 노인을 무시하지 말라. 그들이 살아온 세월을 무시하지 말라.
온갖 꼼수와 온갖 위조의 본고장이 바로 중국 땅이었고 이 위조에 도가 트신 분들은 전부 나이 깨나드신 분들이다.
대약진 운동과 문화대혁명. 토법고로와 제사해 운동에 이르기까지. 마오 주석의 말씀을 가장 널리 퍼뜨리고 집행한 건 어디의 누구지?
‘네놈들이 커서 된 게 바로 나다. 이 애송이들아, 어디 한 번 원조 맛 좀 봐라.’
마을 이장은 다음 날 130kg 금을 초과로 달성하고도 자신의 손에 10kg이나 금을 남겨 먹었다. 그중 5kg은 공청단원의 손에 치장할 장신구가 되었고 공청단원들은 마을 이장에게 온갖 칭찬을 해댔다.
마을 이장이 이리도 쉬이 할당량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할당량을 무게로 잰다는 점에 있었다. 마을 이장은 금붙이를 녹여 순도를 희석해 몇 배로 불려 냈다. 그렇게 불린 금은 순도가 떨어져 금이라 불릴 수 없는 수준이었지만, 일단은 할당량에서는 금으로 분류되는 금괴가 되어 당으로 가는 트럭에 실려 갔다.
없는 금을 만들어내라니 이렇게라도 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만일 순도가 들키더라도 전혀 상관없었다. 왜냐면 그건 이장이 한 일이 아니라 원래부터 그런 순도라고 우길 것이었으니 말이다.
애당초 이런 하찮은 일로 문초를 당할 일은 없었다. 윗분들도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았고 이렇게 갈구다 보면 어느 정도 양이 모이니까 말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는지.”
이장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다만 이런 시대에 뒤떨어진 마을 이장이라도 알 수 있는 게 몇 개 있었는데, 중국 내부에 있는 금을 전부 박박 긁어모을 생각이었던 모양인지 광산업이 확장되고 크게 발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유는 알기 힘들어 추론의 영역에서 벗어나기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 이장이 과감하게 추측해보자면 필시 지금 죽어라 긁어모으는 금 때문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마을 이장이 아는 당 중앙은 인민을 갈궜으면 갈궜지, 어디에 투자할 인간군상의 모임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당이 국가사업을 돈이 조금만 드는 1, 2차 산업과 천연자원 수출로 변경할 모양이었다.
금붙이 5kg의 일부를 판 돈으로 산 술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꼼수를 써서 남긴 금이 5kg이라고 해도 이제 다시 돌아올 다음 달 할당량에 쓸 금들이었다.
‘그래 술에 들어간 알코올이 40%는 되어야 몸도 따뜻해지고 마음도 따땃해지는 거지.’
마을 이장은 멀어지는 공청단의 트럭을 보며 낄낄거렸다.
“이렇게 궁상이나 떨고 있으면 뭐 하나. 농사나 더 지어야지.”
문제는 이렇게 마을에 은둔한 ‘황금의 연금술사’가 마을 이장뿐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여기저기서 초과달성입니다! 이, 이건 좋지 않습니다!”
보통 기부가 되었든 할당량이 되었던 초과달성이라고 함은 기쁜 소식이지만, 이런 식으로 오랜 기간 초과달성이 나올 수는 없었다. 이는 어떤 식으로든 행정처리에 오류가 났거나, 어디서 삥땅을 쳤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순도를 가지고 장난을 쳤다는 거겠지.”
이런 문제는 의외로 별것 아니었다. 일단 어떤 형태가 되든 모이긴 모이는 거니까. 창고에 모인 금을 보고 있으면 그다지 걱정거리도 되지 않았다. 금은 동서고금을 따지지 아니하고 가장 가치 있는 광물이었으며 사람의 혼을 빼놓는 매료의 화신이었다.
“일단 죄다 녹여서 순도를 일정하게 99.99%로 만들어.”
일단 99.9% 이상의 함량을 가져야 금괴로서 통용할 수 있으니 일단 녹여서 일정한 순도를 확보하여 시장에 유통할 수 있는 금화나 금괴로 주조하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25,000t이 500t까지 줄어들었다는 걸 나더러 믿으라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