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84)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83화(84/377)
< 83편 >
‘아, 그러고 보니까 오늘이 다시 복귀하는 날이었지.’
딕 체니는 부시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본인 특유의 사람이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살짝 더듬거리는 작은 목소리로 대화의 물꼬를 텄다.
“대통령님. 못 본 사이에 몸이 많이 좋아지셨군요.”
“운동을 좀 했지. 장수의 비결은 건강 아니겠나. 이제 와 물어보긴 좀 그렇지만, 앞으로 년 단위로 요양해야 하는 거 아니었나?”
“조국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니, 신체가 경이적인 속도로 낫더군요.”
이 말은 진짜였다. 제아무리 최고 수준의 진료와 간호를 받고 있다 한들 환자의 기력이 쇠하면 답이 없는 게 입원 치료일진데, 딕 체니가 가진 조국에 대한 애국에 하느님이 감복이라도 하셨는지 나이대에 맞지 않는 회복속도를 보여줬다.
그러나 정말로 다 나은 건 아니었고 거의 부상 투혼에 가까운 행보였다. 당장 그의 업무 시간은 전성기의 절반도 되지 않을 정도로 줄어들었고, 이것을 빌미잡아 부시는 그에게 부통령으로서 부여했던 권한 대부분을 회수한 상태였다.
애당초 부통령이라는 자리가 가지는 위상은 대통령이 얼마나 권위를 부여해주느냐에 따라서 정해지는 자리다. 그의 수족이자 동업자인 도널드 럼즈펠드는 실각했고 대부분의 권력이 회수된 지금 딕 체니는 거의 허수아비에 가까운 형국이었다.
“그런 자네에게 맡기고 싶은 일이 있긴 하지.”
본디 모든 물건은 제아무리 쓸모없어 보인다고 하더라도 제각기 용도가 있는 법이다. 인간도 그와 같아서 쓸모 있는 곳이 반드시 있었다. 부시는 딕 체니 같은 전형적인 네오콘에게 가장 어울리는 일을 찾아낼 수 있었다.
“시켜만 주신다면야.”
그렇게 말하고 있는 딕 체니의 표정은 영 좋아 보이는 편은 아니었다. 하긴 몸도 좋지 않은데 심정 자체가 복잡할 터니 부시도 무어라 나무라진 않았다.
“썩 거창한 일은 아니야.”
부시가 정말로 별일이 아니라는 듯 자신이 앉아 있던 의자를 몇 번 두들기더니, 여유를 가지고 일어나서 책상 위에 커다란 포스터 하나를 크게 깔았다.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그대는 연방 정부에 힘을 모으는 데 일가견이 있지. 아니 그런가?”
“듣기만 해도 제가 적임자 같군요.”
본디 부시 정부에서 패도적이고 과격한 발상은 죄다 딕 체니의 머리에서 나왔다. 덕분에 부시에게 확실한 결정권과 권력이 확실하게 있었음에도 부시가 꼭두각시 소리 듣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그도 그럴 게 나름 착한 사람이라고 평 받았던 사람의 정부에서 온갖 패권주의에 불법적인 발상이 튀어나오니 그렇게 보일 수밖에.
‘지금은 그 위상을 비서실장이 가져갔지만.’
부시는 훗날 자신을 다룬 영화에서 비서실장이 어떻게 묘사될지 참으로 기대되었다. 하긴 당장 인터넷만 봐도 별 이상한 음모론이 팽배하고 있었다. 그것뿐이면 말도 꺼내지 않았다. 인터넷에서는 별별 희한한 합성물이 우수수 쏟아져 내리고 있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잘나가는 게 괴상한 미국 만화였다.
부시가 9.11에 하늘의 계시를 받아서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사나이인 미스터 아메리카로 각성했다나 뭐라나. 내용 자체는 2000년대 막장 감성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부시를 찔리게 하는 건 9.11 테러에 하늘의 계시를 받았다는 부분인데, 당시에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긴 했으니 만화의 내용이 영 틀린 건 아니었다.
어쨌거나, 공화당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공화당의 가장 높으신 분은 공식적으로는 부시 대통령이었지만, 그중 네오콘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부통령과 조금 더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이 사람들을 제어하고 물오른 애국심을 한층 더 고취 시킬 제어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저 인간이 이래 보여도 미국 패권주의 참맛이자 원조라 이거지.’
딕 체니 부통령은 어떤 부분에서는 재앙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완전히 무능한 존재는 아니었다. 부시의 권력을 넘보려는 게 문제긴 했지만, 지금 와서 부통령이 어떻게 해보기엔 너무 커져 있었다. 이는 부시 스스로 나름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평가를 하고 나온 결론이었다.
부시의 자아도취에서 나온 자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근거가 충실했고, 모든 면에서 자신의 권력을 지킬 대책과 방비가 철저했다.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것을 전부 돌려주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나는 자네가 할 수 있을 거라 믿네.”
연륜과 아버지 정권에서 일하는 것을 보고 믿을 만한 사람이라 판단한 부시는 딕 체니를 신용했고 많은 권한을 부여했다. 관료 감독, 군권, 에너지 정책, 대외 정책 등 실질적으로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중요 요소들을 관리 감독할 권리를 부여했다.
부시에겐 사람 보는 눈이 지독하리만치 없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멍청한 건 아니어서 자서전에 쓰기를 딕 체니를 변절한 사람이라 표현했다. 더는 자신이 알고 있던 사람이 아니었다는 소리다.
그렇다고 부시를 너무 나무랄 수도 없는 것이, 호부견자에서 호부 되시는 아버지 부시 또한 초기 아들 부시 정권까지는 딕 체니를 신임했을 정도로 딕 체니는 그만의 독특한 매력을 가진 인재였다.
어쨌거나 부시가 하는 말은 쉽게 말하면 ‘관료 감독’의 권한 중 일부를 돌려주겠다는 이야기였다.
‘네오콘이 썩 나쁘기만 한 건 아니지. 하지만 그렇게까지 커지면 곤란해.’
비록 이번에는 부시가 마구잡이로 휘둘러 불평불만을 억누를 수 있었지만, 언제까지고 그것이 통하리란 법은 없었다. 너무나도 긴 것처럼 느껴지긴 했지만, 일단 제대로 따져보면 고작 5개월이었다. 이제야 반년이 되어간단 말이다.
부시를 비판하는 자들은 부시의 미친 행보를 지적하기에 바빠 어떻게 막을지는 도저히 구상해낼 수 없었다. 왜냐면 부시가 한 일들은 대부분이 옳은 일이었으니까.
“병실에서 듣자 하니 이번에 민주당에 힘을 제대로 실어준 모양입니다만.”
그래서 이런 부작용 아닌 부작용도 튀어나왔다. 물론 평범한 정치적 시선으로 입각했을 땐 대통령이 여당을 무시하고 야당의 손을 들어주는 건 어떤 의미로 부작용이 맞았지만, 강대하고 부강한 나라를 만들려는 부시의 시점에서는 딱히 부작용도 아니었다.
거,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말이.
‘그렇다면 나는 나라를 살려주지.’
적어도 조지 W. 부시라는 사람이 집권했을 무렵엔 그 무엇보다도 황금기였노라고 만민이 외치게 만들어 주겠다.
8년간의 집권이 끝나는 그 날 온 국민이 삼선을 외치게 만들어 주리라.
‘그렇다고 3번이나 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더욱더 부강한 미국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었네.”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이를 부정하거나 별다른 말이 없자 도리어 당황한 건 부시였다. 사실 몇 마디 즈음은 반박할 줄 알고 반박할 근거와 대사를 전부 머릿속에 꼼꼼히 박아 넣어놨었기 때문에 더욱더 그러했다.
“내가 그날 대립이 자네와 심했던 것도 사실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자네를 배척할 생각은 없네. 자넨 내가 뽑은 러닝메이트 아닌가.”
“제 능력이라도 검증해보라는 겁니까?”
부시가 기껏 좋게좋게 돌려 말했더니, 태극권으로 흐르는 물과 같이 돌려서 면상에 때려 박으니 이번만큼은 뻔뻔함이 장기인 부시도 제대로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능력 검증보다는 자네 몸 상태에 맞추자는 거지. 하느님이 갸륵히 여겨 빨리 일어난 건 맞지만, 그래도 한계라는 게 있잖은가?”
이것에 대해선 딕 체니도 말을 삼갔다. 본인 스스로 지금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음을 한껏 체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예전만큼은 아니었지만, 오랜 병상 생활과 일찍 퇴원하기 위해서 빼먹은 재활 훈련 탓에 기초체력이 상당히 떨어졌다.
딕 체니의 일상은 절반이 일이고 절반은 재활 훈련일 정도로 바쁘기도 했다. 권력이 아무리 달다지만, 독이 들어 있는 줄 알면서도 먹을 만큼 멍청한 위인은 아니었다. 물론 세상에는 독이 들어있음을 알아도 접시째 씹어먹을 위인들이 있긴 있었지만, 적어도 그게 딕 체니는 아니었다.
“정 힘들다면 지금이라도 좀 더 편한 일로 바꿔주겠네.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그 일은 온갖 짜증 나는 일을 도맡아야 하는 자리야.”
“사실 병상에서 대통령님이 저에게 그런 ‘귀찮은 일’을 맡기실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습니다.”
그러고 딕 체니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당연함이 묻어나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과연 그렇더군요.”
“흥미롭군. 왜 그렇게 생각했지? 말해줄 수 있겠나. 딕 체니 부통령?”
체니는 대통령과 부통령이라는 형식을 집어던지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날 자네와 내가 어긋났음을 느꼈기 때문이지.”
그렇기에 부시 또한 그를 정치 선배로서 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더군.”
“어떤?”
부시는 세상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사람이었지만, 일단 인간은 인간인지라 눈앞의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까지 꿰뚫어 볼 수는 없었다.
“별로, 정말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틀린 건 아닐까? 내가 어디서부터인가 어긋난 건 아닐까? 그런 생각 말이야.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까….”
“더 말해봐요. 딕.”
“그냥, 바닥이 꺼지는 기분이더군. 모든 게 암담했지.”
실제로 그가 빠진 후로 부시가 주도하는 행정부는 아주 잘 나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속을 까보면 실질적으로 공화당의 주축이라 부를 수 있는 2명이 거의 동시에 빠졌기에 잠시간 거대한 불협화음이 있긴 했지만, 적어도 그 불협화음이 미국이라는 악단을 부술 정도는 아니었다. 고작 두 사람이 빠졌다고 허둥댈 정도로 공화당이 무능했다면, 공화당이 미국을 양분하는 거대 정당이 될 수는 없었으리라.
“실제로도 공화당의 지지층이 늘어났더군. 그렇지 않나?”
주 경찰 같이 등을 돌린 이들도 있었지만, 해외사업이 편해지는 바람에 대기업과 좀 더 친해질 수 있었다. 십수 년 뒤 선거권을 휘두를 수 있는 유소년층의 가슴에 공화당의 심벌을 심어줬고 젊은 층의 군대 지원율이 상당할 정도로 늘어났다.
“자네는 내가 목적으로 했던 모든 것을 이뤄냈지. 아니 그런가?”
상상 이상으로 고집이 완고한 인물인지라 이런 말을 하기 꽤 힘들었을 텐데 잘도 입을 놀렸다. 일련의 사건들이 그만큼 그에겐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이 부통령이라는 자리에 앉으면서 온갖 걸 다 생각했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이렇게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으리라는 자신은 생기지 않더군. 그러니 잠깐 옆에서 지켜보려고 하네.”
“월급 도둑이라도 하려는 겁니까?”
“그거 괜찮군. 월급 도둑.”
‘노년에 큰 충격을 받으면 새하얀 잿가루처럼 변한다더니, 그게 이 소리였나?’
사람이란 생물은 나이를 좀 먹으면 웬만한 일로는 본인의 세상이 흔들리지 않는다. 수십 년의 세월을 그렇게 살아왔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 세상이 흔들리고 나면 혼란스러워한다. 그것을 거부하는 행위를 두고 젊은 세대는 ‘꼰대’라고 부른다.
‘꼰대가 되고 싶지는 않다는 건가?’
마침 잘된 일이었다. 쳐낼 수는 없어서 어떻게든 안전하게 활용하려던 참이었으니 말이다. 자동차도 자동차라는 존재만 놓고 보면 참으로 위험하지 않은가. 최대 180km/h로 달리는 금속 물체라니. 그러나 안전 수칙을 준수해서 운전하면 이보다 유용한 운송수단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딕 체니란 부시에게 그런 존재였다.
“이거나 받게.”
“흠?”
딕 체니가 무언가를 던졌는데, 부시는 어렵지 않게 그것을 잡아낼 수 있었다. 그 물건의 정체는 아까 이륙시킨 종이비행기였다.
“100만 달러.”
김갑환이 조지 W. 부시의 몸에 들어오고 나서 만든 ‘가장 경계해야 할 인물 리스트’에서 딕 체니의 이름이 소거되고 ‘지켜봐야 할 인물 리스트’에 새로이 등재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