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86)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85화(86/377)
< 85편 >
“그러니까, 대통령님께선 북한이 이번 올림픽에 참가했으면 하시는 겁니까?”
비서실장은 그 말을 듣자마자 정신이 아찔해지는 걸 느꼈다. ‘드디어 또 골치 아픈 일들이 시작되었구나!’하고 말이다. ‘지금 와서 그런 사소한 일로 일일이 아찔해지냐?’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비서실장은 이런 경험이 익숙해지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니냐고 당당히 답해주리라.
“참여까지는 모르겠고 확실히 개막식과 폐막식에 같이 들어왔으면 하는데.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걸?”
맞는 말이었다. 무릇 정부란 태생이 국민의 성원에 보답하는 것인지라, 어떠한 형태를 가지든 국민의 지지를 받는 걸 좋아할 수밖에 없는 조직이었다. 특히 모든 국민이 참정권을 가지는 민주 정부에서 이 특성은 더욱이 도드라지는데, 그들이 던져주는 표 하나가 의원들의 권력과 재산을 결정짓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2000년 하계 올림픽 당시에도 그랬듯 현 대한민국 정부가 밀고 있는 게 ‘대북 화해 협력 정책’인 이상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전력으로 지지하고 나서리라. 하지만 이를 이루기 위해선 많은 걸림돌이 있었다.
우선 올림픽 확정 참여국이 78개국인데, 그중 북한은 단 하나의 종목을 제외하고 선수권을 따낸 종목이 없었다. 거기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다른 곳도 아니고 미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참가할 것 같진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코앞인 시점에서 올림픽 대회 참가까지는 솔직히 좀 힘들 것 같습니다만, 단순히 개막식과 폐막식 참여라면 불가능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북한 같은 나라를 위한 ‘와일드카드’ 제도가 있잖아.”
“그건 그렇습니다만.”
눈이 있든 말든 상관없는 종목들을 다루는 하계 올림픽과는 달리 동계 올림픽은 눈과 얼음 위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보니까, 눈이 내리지 않는 나라는 동계 올림픽에서 자연스레 경쟁력이 약화 될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 더불어 나라에 눈이 내린다고 할지라도 경제적인 문제로 훈련 등이 힘든 나라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런 상대적 약소국들을 위한 제도를 마련했는데, 그것이 바로 와일드카드라 불리는 제도였다. IOC가 만들어낸 제도는 아니고, 본디 하계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비롯한 대부분의 스포츠 전체에 적용되는 제도다.
종목마다 그 형태는 각양각색이지만, 모든 와일드카드는 ‘약소국을 위한 배려 정책’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북한의 의지 아닙니까?”
“뭐? 누구 의지?”
“그러니까 북한의 의지…. 아뇨 실언했습니다.”
“그거 자네가 말하고도 좀 웃겼지?”
“예, 그렇군요.”
그렇게 말하는 비서실장의 입꼬리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올라가 있었다. 정말로 웃기긴 웃겼던 모양이다.
도대체 북한의 의지가 무엇이 중요하단 말인가? 지금 부시가 그렇게 만들라고 주문했으니, 그것은 곧 현실이 될 터인데. 여기서 비서실장이 해야 했던 말은 ‘북한의 의지’ 같은 거창한 말 따위가 아니라 ‘그렇게 하겠습니다.’였다.
그리하여 비서실장은 자신의 경력과 경륜에서 우러나오는 지식의 정수를 다방면으로 음미한 결과물로 한가지 대답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대한민국을 정부를 통해서 저장이 힘든 식량을 좀 지원해주면 어떻습니까? 그거면 북한은 움직일 것 같습니다만.”
우선 저장이 힘들어야 하는 이유는 저장이 가능할 경우 그것이 인민의 입이 아니라 군대의 입으로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장기간 저장이 가능하다는 건, 결국 보존식품이라는 이야기고 보존식품이라는 건 북한에서는 전투식량이라는 의미였다.
일단은 모든 대북 행동이 북한의 군사력을 약화하고 축소 시키는 게 목적인지라, 저장이 가능한 식품을 준다는 건 진짜로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는 이적행위에 불과했다.
더불어 처음에는 미국이 지원해줄까도 생각해 봤지만, 경수로라는 벌집을 들쑤셔 놓은 게 얼마 전인데 고작 지원 좀 해줬다고 북한이 고마워하며 동계 올림픽 참가를 약속하겠는가? 그게 되면 사람이 아니라 호구지 호구.
거기다 북한의 수장되시는 김정일은 참으로 비이성적인 인간이었다. 인간이란 생물이 원래 합리적이지 못한 생물이긴 했지만, 김정일은 그게 더 심했다. 능력치로 사람을 구분했을 때 김정일은 ‘생존’ 능력치에서만큼은 MAX를 찍다 못해 시스템이 에러를 일으켰는데, 다른 능력치는 마이너스를 찍는 인간인지라 자신의 좆이 움직이는 데로 외교 정책을 펼쳤다.
김정일이 얼마나 비합리적인지 설명할 수 있는 단적인 예시가 있다. 김정일은 자신만을 위한 전용 건강 연구소를 설립하여 운용할 정도로 건강을 그 누구보다도 사랑했는데, 이 인간이 아주 골 때리는 골초였다.
어느 정도였느냐면, 북한 내에서 금연을 선포하곤 본인은 니코틴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몸이 되기라도 했는지 뒤에서 하루에도 수십 개비를 열심히 필 정도로 골초였다.
뿐만이겠는가? 그는 애연가였지만, 애주가이기도 했다. 건강 적신호에 가장 치명적이라는 ‘술담’을 다 했는데 건강은 사랑했다니. 참으로 비합리적이고 모순되지 않는가?
어쨌거나 그의 정책은 본인의 권력 사수와 생존에 대한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 자신의 기분에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이번 동계 올림픽 또한 미국이 하라고 하면 곧 죽어도 안 할 것이 틀림없었다.
물론 생존에 관련되면 빠릿빠릿하게 대처하겠지만, 이거 하나 가지고 군대로 압박하자니 그것도 참으로 웃기긴 했다. 물론 움직이려고 하면 못 움직일 건 아니었지만, 비서실장은 그렇게까지 해서 달성해야 할만한 가치가 있는 도전과제라고 느끼진 못했다.
원래 사람이 돈이 많든 적든 가성비부터 보는 게 정상 아닌가.
“주북미군이라도 움직여볼까?”
물론 이 사람이 정상이라는 건 아니다. 심지어 경수로 경비 부대는 이미 주북미군이라는 단어로 불리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최초에는 대대급이었던 것이 점점 그 수를 늘리고 있었으니 주북미군이라는 단어 선정이 썩 틀린 것도 아니었다.
“안됩니다.”
될 리가 있나. 당연히 제정신이 박혀 있으면 동의할 리가 없었다. 여기에 딕 체니나 칼 로브가 있었다면 일사천리로 북한을 압박할 계획이 세워지고 있었겠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장소에서 부시를 보좌하고 있는 건 대가리에 상식이라는 것이 제대로 박혀 있는 앤드루 카드 비서실장이었다.
“식량 지원 이상으로 예산이 나가잖습니까.”
물론 심연을 자주 들여다보는 바람에 그 상식이라는 물건에서 나사가 점점 풀려나가는 거 같았지만 분명 기분 탓이리라.
“그건 그렇지. 그래 우리도 슬슬 예산을 아낄 때가 되긴 했지.”
은 시세라는 낚싯대를 드리우고 입질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지만, 중국이라는 대어가 미끼를 물어야 성립되는 거 아닌가? 전 세계에 뿌리 뻗고 있는 첩보에 의하면 줄이 끊어지도록 물고 있는 것 같기도 했지만, 아직 방심은 금물이었다.
낚시란 줄을 팽팽하게 당겨야 하는 일이지만, 때론 줄이 끊어지지 않도록 풀어주기도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섣불리 당기면 정말로 줄이 끊어지거나 물고기가 도망치고 만다.
“진작에 아껴주셨으면 좋았겠습니다만.”
“덕분에 잘 나가고 있잖은가. 언제까지고 쌓고 묵히기만 해선 부자가 될 수 없는 법이야. 고가치 종목에 투자해야지. 자네도 잘 아는 사실 아닌가?”
“지금까지는 투자가 모조리 잭폿(Jackpot)이었지만, 언제까지고 그러리란 법은 없으니까 말하는 겁니다.”
비서실장이 너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부시를 나무랐다.
사실 부시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비서실장 정도였다. 부시의 정책의 진가를 알아본 몇몇 전문가들은 부시가 둘도 없는 정치의 천재이거나 신기가 있는 줄로 착각할 정도였다. 대표적으로는 중동에서 빠르게 치고 빠진 것이나, 지금까지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는 ‘전투기 외교’였다.
특히 전투기 외교는 듣도 보도 못한 방식인지라 정치학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그리고 나비효과로 정치학 논문을 쓰고 있던 대학생들의 논문이 하루아침에 전 세계 단위로 휴짓조각이 되는 끔찍한 일들도 벌어졌지만 참으로 사소한 일이었다.
어쨌거나, 비서실장은 부시 스스로 남겨놓은 최종적인 안전장치이기도 했으니. 웬만하면 그의 말을 경청하는 편이었다.
“예산만 허락한다면 군을 움직이는 것도 제법 괜찮을 거 같긴 합니다만. 이왕이면 남포항을 점거해서 공군 활주로도 건설하고 말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 안전장치는 나사가 점점 풀리고 있었다.
“남포항이라. 나도 그 생각을 하고 있긴 했는데.”
왜 남포항이냐면, 남포항이 황해(黃海)에 접해있는 항구이기 때문이었다.
미 함대 규모 군사력이 상시 입주하면서 중국이 항상 사정권인 데다 서울도 근처인 항구는 남포 아니면 인천 정도인데, 인천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굴지의 물류 거점항구인 데다 땅값도 비싸니 물 건너갔다. 물론 세계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부산에 비교하면 퇴색되긴 했지만, 비싼 건 비싼 거였다.
거기다 인천항을 성조기 꽂은 항모 전단이 차지하면 한국의 국민 여론과 미국 국내의 반전주의자들로부터 무슨 말을 들을지 몰랐다. 원래 군대라는 건 단순히 적하고만 싸우는 게 아니라, 필연적으로 여론과도 맞서야 하는 단체다.
사실 지금도 멋대로 경수로 공사현장을 차지해서 만만찮게 말을 듣곤 있었다. 국내 반전 여론은 9.11 애국 물결에 편승해서 적당히 무시하고 있었고, 국외는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죄다 눌러버리고 있었다.
다만 이럼에도 무시할 수 없는 곳이 딱 두 곳이 있었는데, EU와 러시아였다. 그러나 EU 자체에서 성명을 내는 게 아니라 EU 회원국마다 각각 다른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으니 솔직히 별로 걱정이 되지도 않았고 러시아는 묘하게 요즘 따라 목소리가 잠잠했다.
물론 남포에 입항하겠다고 하면 기겁하기야 하겠지만, 러시아 해군은 딱 더도 덜도 말고 ‘병신’이었다. 다소 과격한 표현이긴 했으나 현실이 그런데 어찌하리. 만약 전시 상황이 된다면 러시아가 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극동에 주둔한 공군을 통한 항구 공습 정도였다.
“일단 지금 논하는 건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남한과 북한의 공동 입장을 모색하는 거니 남포항은 접수는 잠깐 접어두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여하간 가성비 측면에서 보면 지금 당장은 대한민국을 통해서 식량을 지원해주고 공동 입장시키는 게 가장 좋을 거 같긴 하군. 심지어 썩 어색하지도 않아.”
시기적으로 2주밖에 남지 않아서 아주 어색한 부분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게 북한에 못 퍼줘서 안달이 난 대한민국 정부인지라 열정이 어색함을 지우리라 판단했다.
“상정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도 북한이 이걸 먹고 배를 째는 경우 말곤 딱히 생각나지 않는군. 참으로 훌륭해!”
부시가 얼마나 감동을 했는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박수를 했다. 그 박수에선 자신도 이렇게 ‘온건한 방법’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소리가 되어 나오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들어 ‘너무 일들을 과격하게만 진행한 게 아닐까?’라며 매너리즘이 오고 있던 참이었다.
“어떤 식품을 지원합니까?”
“도정한 쌀로 하지. 일단 동아시아의 주식은 쌀이고, 도정하면 길어봤자 1년이나 보존하고 마니까.”
이렇게 지원할 식품까지 정해지고 나니, 남은 건 대북 외교 성과에 목이 마른 한국 정부와 교섭뿐이었다.
“그럼 이대로 진행할까요?”
“아, 하나만 더 추가하도록 하지.”
“어떤 걸 추가할까요?”
“이건 북한 교섭에 추가할 건 아닌데, 중국 말이야.”
“중국입니까?”
“북한은 남한으로부터 쌀이든 뭐든 일단 받기만 하면 중국으로 수출해서 핵 개발 자금을 모으는 모양이더라고.”
“아, 첩보에서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걸 중국이 수입하지 못하게 막으려고. 겸사겸사 북한의 수출입에 쓰이는 해로나 육로도 좀 차단해서 다른 대북 무역도 좀 더 줄이고.”
온건이 드디어 자살해서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