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9)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8화(9/377)
< 8편 >
“그 망할 옷이나 빨리 갈아입으시오.”
존은 오사마 빈 라덴에게 정장을 건넸다. 지난주에 새로 산 브랜드였기 때문에 몹시 아까웠지만, 이 방법밖에는 없었다.
터번을 벗기고 수염을 자르고 검은 선글라스를 끼우자 그곳에는 전형적인 중동 부자의 모습을 한 오사마가 있었다.
“나를 왜 구하는 거요?”
“나는 당신을 구하는 게 아니오. 미국의 국익 증진에 희생하는 것이지.”
존의 대답을 들은 오사마가 불쌍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존은 그 모습이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정치에 휘말렸군.”
“정치가 아니라 내 의지요.”
그렇기에 발끈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은 타의가 아니었다. 존은 명백히 국가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유의지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었다. 절대 럼즈펠드의 꼭두각시가 아니다! 이 말이었다.
그래, 이건 애국이다! 애국을 위한 숭고한 매국이었다!
“그대가 뭐라고 해도 좋네. 그대가 뭘 시켜도 좋네. 그러니 나를 여기서 벗어나게 해주시게.”
오사마 빈 라덴의 생존에 대한 집착은 남들과는 사뭇 남달랐다. 삶에 집착하는 것이야 만인의 공통점이었지만, 정말로 삶을 위해 다 버릴 수 있는 사람은 실제로 몇 없었다.
“그럼 가만히 입 닥치고 있으쇼.”
급파된 CIA가 구할 수 있는 물건은 길거리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도요타 트럭뿐이었다. 시간만 있었다면 헬기를, 아니 적어도 더 좋은 차를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또한 존만 움직인 게 아니었다. 오사마 빈 라덴의 가족은 다른 CIA 요원들에 의해서 도시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다만 다른 CIA 요원은 오사마의 가족이 단순한 민간인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대통령께서 친히 CIA에 민간인을 보호하고 도시 밖으로 이송하는 임무를 내리셨기 때문에 일이 쉬웠다.
“젠장. 검문이 있군.”
검문소도 그냥 검문소가 아니라 이중으로 지어진 검문소였는데, 검문소는 충분한 거리를 두고 이중으로 지어져 있었고 저 멀리에는 M1 에이브럼스 전차의 포신이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언덕 위의 초소는 급조한 주제에 M2HB 중기관총과 대전차 미사일인 FGM-148 재블린으로 겨누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거만 있으면 아쉬웠는지 길 밖에는 눈에 보이도록 지뢰가 덕지덕지 깔려 있었다. 아마 차의 움직임을 길 하나로 제한하기 위해서 일부러 보이도록 설치한 것 같았다.
‘세계 최강국 미국의 검문소 답구만!’
존의 자학 아닌 자학이었다.
“정지, 정지. 정지!”
두려워 할 것 없었다. 대의는 존과 함께하고 있었고 존은 국익의 대변자였다. 계획대로만 굴러가면 문제 될 것도 없었다. CIA에 들어간 이후로 몇 번이고 해봤던 수법 중 하나였다.
“CIA 존 브랜디. 이쪽은 쿠웨이트 석유 부자. 자비르 누메르 살만 빈 리얄 알 아지즈요.”
여기서 시간을 더 지체하면 안 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음에도 무척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다.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고들 하지만, 호기심이야말로 인간의 본능과도 같은 것이었다.
“하나만 물어봅시다. 검문소가 왜 이렇게 지어진 거요?”
“아, 그건 대통령 직할 명령입니다. 테러리스트들이 자동차로 돌진해서 자폭할 수도 있으니까 이렇게 만들라고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철거하느라 고생 좀 하겠군.”
“아, 그럼요. 아주 불평불만도 아니었습니다.”
허허벌판에 지어진 이중 검문소는 40분이라는 제한 시간까지 줘서 실제로는 허술한 부분이 많았지만, 압도적인 화력으로 그 빈틈을 완전히 메우고 있었다.
“모르는 척 천천히 와서 폭발할 수도 있지 않나?”
“그땐 나만 죽겠죠! 하하하!”
그는 넉살 좋게 웃었다. CIA가 먹히는 곳이라 운이 좋았다. 만약 럼즈펠드가 다른 명령이라도 내려놓았으면 상당히 곤란할 뻔했다. 구체적으로 CIA 배신자와 함께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국방부가 체포한다는 시나리오 같은 것 말이다.
“수고하쇼.”
이 이상 시간을 끌어서 좋을 것이 없었다. 슬슬 출발하지 않으면 곤란했다. 구체적으로는 존의 심장이 더는 버티지를 못할 것 같았다. CIA라는 직함을 가지고 외국에 파견되는 일을 맡으면 목숨이 위협받는 일쯤은 자주 있는 연례행사였다. 지금 존이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매국노가 되어 조국에게 버림받는 일이었다.
“아, 잠깐.”
걸렸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찡한 이 느낌을 보통 척추에 고드름이 꽂힌 것 같다고 표현을 하던데, 왜 그런지 바로 이해했다. 척추가 저절로 펴지고 이윽고 불안감에 동공이 확장되는 것을 느꼈다. 실제로도 그런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것을 지우기 위해서 몇 년이나 연습했고 또 이제는 영원히 작별할 감각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상황이 위태위태해지자 본능이라는 짐승은 억눌러둘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본능이 철렁거리는 심장을 향해 뒤척였다.
“저 친구 중요 요인이면 약이라도 발라주쇼. 턱에서 피 나고 있잖소.”
“…아, 눈치채지 못했는데.”
“자! 통과! 바쁜 사람 붙잡아둬서 미안합니다.”
존은 최대한 자연스럽고 느긋하게 가속 페달을 밟았다. 일말의 의심조차 사서는 안 되었다.
“자네를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
검문소를 떠난 이후로 오사마 빈 라덴이 뭐라고 계속 중얼거렸지만, 거의 다 무시했다. 그러나 저 말에만큼은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존을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가? 존을 움직이는 것. 지금 저 악마 같은 오사마 빈 라덴을 이라크로 도피시키는 이유.
“애국심.”
존의 애국심이란 무엇인가?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국가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희생할 줄 아는 것. 그것이 존 브랜디가 생각하는 애국심이었다. 가장 우수한 국가에서 가장 우수한 엘리트들이 엄선한 가장 우수한 정책을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밥투정을 부리는 시민들. 간단한 일조차도 하지 않고 구밀복검으로 구걸하며 국가를 비하하는 부랑자들. 매국노, 매국노. 매국노!
존은 이상과 현실이 만들어낸 빈틈을 CIA 활동으로, 애국으로 메워왔다. 이번에 럼즈펠드의 말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것도 오로지 국익에 도움이 되기 위함이었다.
고유가 시대는 이미 미국이 혼자서 타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중동 오일을 쟁탈하는 파워 게임 안에 미국의 이름이 새겨지지 않으면 대체 환경 에너지라는 예산의 늪에서 국고를 소모하고 그저 그런 강대국으로 남을 것이 틀림없었다.
팍스 아메리카나는 말 그대로 아메리카 드림이 되어 사라지리라.
그런데, 존이여. 그것을 알고 있는가?
그것의 이름은 자유가 그토록 증오해 마지않았던 국가주의다.
“이런 씨!”
차가 뒤집히고 차축이 비틀려졌다. 에어백이 터지지 않은 게 기적이었다.
“썅! 대체 뭐…!”
에어백이 터지며 강하게 머리를 강타했다. 아무래도 기적은 없었던 모양이다. 마치 마이클 타이슨의 스트레이트라도 맞은 것처럼 의식이 까마득해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이, 시발!”
존은 반쯤 박살 난 차에서 간신히 기어 나왔다. 귀에 먹먹하다 못해 이명이 들렸지만, 그 와중에도 하늘 위에 프롭기가 지나가는 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 하나 없는 창공에서 무인기인 RQ-1이 원형으로 날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여기에 날아온 것은 헬파이어 미사일이라는 소리겠지. 세상에! 민간용 차량에 헬파이어 미사일을 쏘다니? 빗나간 건지 일부러 그렇게 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도로가 완전히 파괴되어 있었다. 아마 그 폭압으로 차가 날아간 것이리라.
“젠장!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존을 괴롭히는 이명 사이에서도 휴대전화의 벨소리는 확실히 들렸다. 존은 손을 더듬거려 전복된 차 안에서 자신이 정상임을 주장하는 휴대전화를 꺼냈다. 손에 들어보니, 과연 파손된 부분이 단 한 곳도 없었다.
「살아는 있나?」
“당신 책임자 누구요! 나는 CIA 소속으로…!”
「내 책임자?」
“그렇소!”
「내 책임자는 미합중국 국민이다. 이 새끼야!」
“뭐?”
가만히 다시 들어보니, 이명에서 들리는 소리는 저 무인기가 내는 프로펠러가 소리가 아니었다. 저 멀리서 수송 헬기 편대가 날아오면 내는 소음이었다. 그들은 신속하게 레펠로 줄을 타고 내려와 존을 포위했다.
‘들켰구나! 어째서 들켰지?’
존은 이제 모든 것이 끝났음을 직감했다.
“여, CIA 양반. 오랜만이요.”
존의 귓가에 들려온 소리는 처음 듣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는 이 특이한 말투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당신. 아까 그 검문소 병사!”
“일단 말해두겠지만, 그건 결코 쿠웨이트식 이름이 아닙니다.”
“그, 그건!”
물론 아무렇게나 지어낸 이름이었다. 그러나 설마 그것을 판단할 수 있는 병사가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해 궁여지책으로 예전에 들었던 아랍권 인사들의 이름을 멋대로 조합해 지어낸 이름일 뿐이었다.
“그리고 저는 병사도 아닙니다. 인류학자지.”
“인류학자?”
도대체 인류학자가 전쟁터에 왜 있단 말인가?
“아, 그 전화는 받아가도록 하지.”
학자의 나약한 완력으로는 휴대전화를 붙잡고 있는 존의 악력을 이길 수 없었지만, 심적으로 너무 큰 충격에 휴대전화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학자의 손에 들어갔다.
“이름만으로는 확신이 서질 않아서 몽타주랑 대조하느라 좀 늦었습니다. 대통령 각하.”
「아닐세. 수고했네. 자네는 오사마 빈 라덴 체포 작전에서 아주 큰 공을 세웠어.」
인류학자가 왜 생뚱맞게 전쟁터에. 하필이면 검문소에 있었는가? 그러나 조지 W. 부시가 생각하기에는 전혀 생뚱맞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슨 사달이 났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사람의 눈에는 도리어 당연한 것으로 보였다.
현지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잠복이 속속들이 들키는 CIA 요원. 거짓 정보에 IED가 설치된 건물 안으로 들어가 관에 실려 조국으로 돌아온 보병 중대. 피아 구분이 힘들어 죽어가는 민간인들까지.
중동에서 병력을 움직이려면 인류학자가 필수라는 대통령의 말에 펜타곤의 장성들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정보가 늘어나면 승률이 높아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였기에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그중에서 가장 흡족한 표정을 지은 사람은 의외로 콜린 파월 같은 사람이 아니라 럼즈펠드였는데. 인류학자를 고용하면 국방부에서 고용할 테니, 의회에서 점점 감축하려고 하는 국방부 예산을 인류학자 고용을 핑계로 좀 더 챙기려는 작정이었겠지.
“작전코드 스콜피온! 작전코드 스콜피온! 체포를 확인했다!”
지금 당장 몰락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은 존 브랜디만이 아니었다. 오사마 빈 라덴 또한 그 천명이 다하였다.
그러나 느긋하고 평온해 보이는 태도는 결코 몰락한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한 사람이 인생에서 무언가 큰 결심을 했을 때 짓는 표정이었다.
「현 시간부로 충격과 공포 작전이 마무리되었음을 공식선포하겠네.」
인류학자는 직통으로 전화하고 있었던 덕분에 체포 종료 선언을 가장 먼저 듣는 영애를 얻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장성, 장교, 병사까지 계급 여하를 가리지 않고 미군이 있는 곳이라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이, 이건 음모입니다! 대통령 각하!”
「자세한 건 조국에서 듣도록 하지. 아, 어차피 심문하는 건 CIA일 테니까 자네한테는 몹시 익숙할지도 모르겠군.」
“럼즈펠드! 럼즈펠드가 시켰습니다!”
「알아.」
“예?”
「안다고 이 매국노 새끼야.」
“어…?”
“존 브랜디. 국가 반역죄로 당신을 체포합니다.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으며.”
“아니야! 난 매국노가 아니야!”
매국노가 된 애국자가 몸부림쳤다.
“이런 젠장! 붙잡아!”
“난 매국노가 아니야!!!”
위기의 순간에는 초인적인 힘이 발휘된다고 했던가? 존은 그 초인적인 힘으로 죽어라 몸부림쳤지만, 평생을 신체 발달에 힘써온 군인 한 명, 두 명. 어느새 다섯 명이 달라붙자 꿈쩍도 할 수 없었다.
“매국노들은 모두가 그렇게 말하지.”
“닥쳐!”
“너는 우리 팀하고 같이 미국으로 이송될 것이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나?”
“뭐?”
“이봐! CIA 정도면 알아들으라고! 그 수송기에는 우리 팀밖에 없단 말이야! 그런데 수송기가 좀 낡아서 블랙박스와 CCTV가 고장 나 있는 상태야. 알아들었나?”
그 말을 이해한 존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법의 완전한 사각지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불 보듯 뻔했다.
“아,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