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92)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91화(92/377)
< 91편 >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의 끝을 알리는 폐막식이 시작되었다. 폐막식에서는 다시 한번 현대의 천조국이라 불리게 만든 미국의 방대한 예산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본디 예술이든 발명이든 후원자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 유명한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조차 후원을 받으면서 활동했다. 어쨌거나 결론은 예산의 크기가 예술성을 결정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돈이 많으면 표현의 크기가 커지는 법이다.
그러니까 지금 폐막식에서 보여주는 표현의 크기는 ‘돈지랄’ 이 세글자였다.
부시는 이것을 집무실에서 TV로 보고 있었다.
‘적어도 약물 올림픽이라는 오명은 피했나.’
왜냐면 부시가 직접 움직여서 약물 사용자들을 조기에 적발했기 때문이다. 약물이 검출된 올림픽으로 기억될망정 약물 때문에 메달이 박탈된 올림픽으로 기억되지는 않으리라.
안톤 오노는 실격처리가 되고 말았지만, 그거야 제 복이지. 그것만 제외하면 금메달 개수 순위 자체는 그다지 변동이 없었다.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동계 스포츠 전통의 강국 노르웨이가 메달을 다 쓸어갔다. 혼자서 금메달만 13개였는데, 미국은 12개를 따냈다. 본래 따낸 금메달이 10개인 것을 상기하면 나름 선전이라 할 수 있었다.
다만 메달의 개수만 따지자면 미국이 가장 많았는데, 금메달이 12개, 은메달이 18개, 동메달이 8개로 총합 38개를 따냈다. 이는 부시가 알고 있었던 36개에서 2개 더 늘어난 숫자였다.
이게 더 투입된 예산 때문인지, 아니면 나비효과로 인해서 선수들의 마음가짐이나 신체 피로도에서 다른 점이 있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결과만 좋으면 그만 아니겠는가?
“그건 그렇고 내 행정부가 요즘 한가한 거 같단 말이야.”
“예?”
그 행정부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인 비서실장이 이를 듣고 기겁을 했다. 이건 또 무슨 미친 소리란 말인가? 당장 돌아가고 있는 거만 해도 몇 개인데! 그리고 그 일거리 대부분이 부시가 쏘아 올린 작은 미사일 때문이었다.
왜 미사일이냐고 물으면 이 인간이 벌이는 일마다 하나 같이 미사일 급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생각나는 데로 읊기만 해도 아프가니스탄 지원 사업, 중국 청나라 채권 징수, 육해공군 차세대 사업, 국내 인프라 재건 사업, 아세아 개입. 그리고 얼마 전에 생긴 솔트레이크시티 북한 대사관 건설 등 수십 가지다. 이것도 대충 대괄호로 퉁친거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처리할 일거리가 수십만 단위로 늘어났다.
물론 이 또한 부시가 여기저기서 따온 예산 덕택에 굴러가고 있는 거지만, 덕분에 지금의 미국은 사업이 사업을 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상황이 나쁘다는 건 아니었다. 이러한 국가적 사업 덕분에 비록 일용직이라지만 나라에서 일자리를 열심히 창출해내고 있었고, 때마침 올림픽까지 겹쳐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비서실장이 하고픈 말은 ‘더는 갈구지 않아도 모든 게 다 잘 돌아가고 있다!’라는 소리였다. 물론 정말로 모든 게 이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국가를 이끌어가려면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이라는 게 필요했다. 문제는 책상 위에 다리를 올려놓고 거만하게 앉아 있는 대통령께서 한 가지 진리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행정부를 좆빠지게 굴리면 굴릴수록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행정부 관료의 수명이 줄어드는 만큼 국민의 ‘기대수명이 증가’한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진리 말이다.
“전혀 한가하지 않습니다만.”
“원래 나랏일 하는 사람들은 그게 정상이지. 국민 혈세로 그럼 쉬엄쉬엄하려고 하려고 이 자리에 올라 온 건 아니지 않나?”
참으로도 얄밉게도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다. 보통은 반대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긴 저 정도씩이나 되니까 미국의 대통령씩이나 할 수 있을 것일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본인이 놀면서 아랫사람들을 굴리는 거면 모르겠는데, 밥 먹고 자고 운동하는 시간 빼면 본인이 정당하게 누려야 할 권리인 ‘휴가’까지 반납하면서 서류에 사인을 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고작 비서실장이 무어라 하기 힘들었다.
이렇게 보고 있으면 운동을 하는 것도 죄다 일을 이어나가기 위해서임이 틀림없었다.
“자네도 운동 좀 해보지 않겠나? 이게 진짜 좋아. 이야, 아침에 일어날 때 허리가 하나도 아프지 않아.”
아니면 말고.
“제 나이에 대통령님과 같은 운동량을 소화해 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무엇보다 퇴근하면 피곤하단 말입니다.”
“쯧쯧, 그렇게 푸념할 시간에 운동을 조금만 하면 하루 5시간만 자도 되는데.”
“그렇게 살면 몸이 버텨줍니까?”
초창기에는 에스프레소나 인스턴트커피 등을 투여해 몸을 축내고 정신을 억지로 각성시켜서 끌고 갔지만, 그것도 한계라고 느꼈던 탓에 부시는 운동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효과는 보다시피 몹시 뛰어났다.
물론 일반인이 이를 따라 하려고 하다간 도리어 몸에 골병이 들기에 십상이지만, 부시는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막대한 재력을 이용해 온갖 과학적인 측정을 동원하고 인류 최고의 솜씨를 지닌 전문가들을 통해 케어를 받으며 몸 상태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
사실상 부시는 시간을 돈으로 사고 있었다. 도대체 그 누가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없다고 했던가? 반문하고 싶거든 미국으로 오라. 미국에서는 시간도 돈으로 살 수 있으니.
“당연히 버텨주지. 내가 누구인가? 미국의 대통령 아닌가?”
피로감과 싸우는 것과 대통령인 것에 도대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비서실장은 그저 수긍할 뿐이었다.
“북한에서 공식 수교에 대한 대가로 중유(中油)와 중단된 경수로 사업 재개를 요구했군.”
경수로 사업이야 그렇지 않아도 재개하려던 참이었으니 상관없지만, 중유라면 이야기가 살짝 복잡하게 돌아간다.
석유가 무엇인가?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근본 아닌가? 생활 수준이 현저히 뒤떨어지는 북한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북한에서 이 석유를 가지고 무얼 하느냐 하면, 석유로 만들라는 생필품은 만들지 않고 열심히 비축해서 군사용으로 비축을 한다.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흘러 들어간 중유도 죄다 비축하고 있을 텐데 중유를 더 달라고? 솔직히 마음만 같아서는 ‘안돼!’라고 단칼에 거절하고 싶었으나, 억지로라도 화해의 창을 연 사람이 부시인 이상 이걸 그대로 거절하기도 뭣했다.
‘아니. 뭐 딱 좋나.’
하긴 석유를 열심히 비축해봤자, 그저 그뿐이었다. 어차피 그 석유를 팔지도 못하니 오로지 창고에 쌓여갈 뿐이었고 그걸로 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구식 기갑 병기를 이용한 군사 훈련 정도였다.
어차피 돈도 없어서 보병이 1년에 실탄 2발 쏘는 국가에 뭘 바라겠는가? 만약 북한에 미국의 자금이 들어가서 좀 부강해진다고 하더라도 그때 즈음이면 이미 통일이 준비 중인 시점일 터다.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그때 상대해야 하는 게 김씨 일가 독재 정권은 아니리라. 좀 더 미국에 순종적인 민주주의 정권이겠지.
‘그렇게 없는 살림에 열심히 달려봤자, 그사이에 우리는 더 나아가겠지.’
병가에서 항상 지양해야 하는 게 적에 대한 방심이라지만, 적을 더는 적이 아니게 만들면 그만 아닌가? 무경칠서 중 울료자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전쟁은 산학이라고 말이다. 싸우기 전에 이미 서로의 역량을 수학적으로 셈할 수 있고, 거기서 크게 벗어나는 일 없이 결과가 나온다고 말이다.
물론 그것도 셈이 확실할 때의 결과긴 하다만, 차이가 나도 워낙 차이가 나야 방심을 하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닌가? 막말로 북한이 미쳐서 날뛰어봤자 항모 전단 한둘이 가서 밤낮으로 조막만 한 땅속에 얼기설기 뚫어둔 개미굴을 벙커버스터로 열심히 두들겨주면 그걸로 끝이었다.
다만 베트남전이라는 예시가 있는 만큼 뛰어난 기술과 압도적인 국력이 무조건 승리를 보장하는 건 아니었다. 기술과 수단이 앞서도 그걸 사용하는 권한자가 지지부진한 반응으로 정신을 못 차리면 전쟁에서 질 수도 있겠지만, 북한은 이야기가 다르다. 당장 전쟁이 벌어지면 죽어도 북진할 한국도 있었고 미국도 있었다.
거기다 세상이 절반으로 똑 떨어진 냉전 시절도 지나가서 팍스 아메리카나가 와서 그런지 6.25 전쟁 때처럼 의용군이랍시고 아가리를 털고 중국이 중공군 러쉬를 보낼 수도 없었고, 우방이라 할 수 있는 러시아도 마찬가지로 뒤에서 무기는 좀 찔러줄 수 있을망정 연방군을 동원하여 직접 도와줄 수는 없었다.
이건 그 외 북한과 친근한 나라들도 마찬가지였다. 세계 최강국이 훈육의 불방망이를 휘두르겠다는데 그 누가 반항할 수 있겠는가? 만약 북한이 전쟁을 건다면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스러지리라.
“무기 달라는 것만 아니면 양을 적절히 조정해서 보내주도록 해. 다만 무엇을 얼마나 보낼 것인지는 무조건 내 손을 거쳐야 할 거야.”
부시는 행정부가 제멋대로 폭주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달아놓았다.
“그리고 백악관 경비 강화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하도 여기저기 적을 만들고 다녔더니, 부시는 혹시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백악관의 경비를 대폭 강화하고 있었다. 막말로 어떤 미친 테러리스트가 폭탄이 잔뜩 실린 트럭을 타고 백악관으로 돌진할지도 모르는 거 아닌가?
그뿐인가? 암살 시도가 있을지도 몰랐다. 일반인이라면 이는 편집증으로 치부될 부류였으나, 부시는 다름 아닌 미합중국의 대통령이었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당장 암살당한 역대 대통령만 해도 에이브러햄 링컨, 제임스 가필드, 윌리엄 매킨리, 존 F. 케네디까지 이렇게 4명이나 있었다.
심지어 존 F. 케네디의 경우 그가 총을 맞는 장면이 부시의 기억에 똑똑히 남아있기까지 했다. 그게 조지 W. 부시의 나이 17세의 이야기였다.
“그렇다고 해도 이건 좀 심하지 않습니까?”
“뭐가 심한데?”
“골동품 같은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 대신 방탄 기능이 달린 튼튼한 책상을 쓰는 건 저도 찬성합니다만, 경호원들의 화력을 이렇게까지 증진 시키는 건 좀.”
지금 부시의 손에 들린 새로 개편한 안에 의하면, 고작 P90 정도가 아니라 제대로 된 돌격 소총을 들고 있었다. 그것에서 그치지 않고 일부 경호원은 준 EOD(폭발물 처리반)의 기능을 가진 하이브리드 방탄복을 요구하고 있었는데, 이는 2016년 러시아군에서 창설한 돌격공병 부대를 참고한 것이었다.
EOD 같은 걸 입으면 동작이 굼떠질 수도 있겠지만, 꾸준히 경량화할 것이었으며 모두가 입는 게 아니라 역할을 배당받은 경호원만 입는 것이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생각해봐. 이 방까지 들어온 놈들이 고작 권총이나 돌격 소총을 가지고 있겠어?”
문제는 이게 썩 틀린 말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생각해보라, 누군가가 백악관에 침입해서 집무실까지 들어오면 그 사람이 과연 평범한 사람일까?
“아니, 그래도 백보 양보해서 경기관총까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탄발사기에 중기관총. 그리고 재블린은 웬 말입니까? 집무실은 대통령이 집무를 보는 곳이지, 무기고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것도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게 굉장히 골 아픈 점이었다. 비서실장은 ‘차라리 그럴 거면 방공호에서 집무를 보지 그러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다가 입만 아플 것 같아서 다시 내려보냈다.
“있어서 나쁠 건 없잖나.”
“그걸 꺼낼 시간에 대피하는 게 더 나을 겁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갈지 모르잖나.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고.”
“그 정도면 여기에 사람이 들어오겠습니까? 미사일이 날아오지.”
“내가 죽으면 자네가 책임질 건가?”
“과도한 예산 낭비입니다.”
이렇듯 치열한 접전 끝에 중기관총과 재블린은 제외하고 나머지만 넣는 것으로 극적 합의를 봤다.
“언젠가 이 결정이 자네와 나를 구할 거야. 나를 믿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