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93)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92화(93/377)
< 92편 >
“중국은 당분간 여행 재고(Reconsider travel) 권고라도 내려야겠군.”
그 사건 이후로 중국은 줄곧 여행경계(Exercise increased caution) 단계였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통제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외국인들이 번번이 습격당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최악은 서양인으로 걸렸다 하면 최소 중상이었다.
이유는 참으로 단순하게도 중국을 조져놓은 것이 미국인이었기 때문이었는데, 미국인은 서양인이 아닌가? 물론 중국인들도 마구잡이로 지나가던 서양인을 잡아서 족치는 건 아니었다. 다만 구분이 더럽게 힘들 뿐이지.
서양인이 동양의 인종을 구분하지 못하듯, 동양인도 서양인의 인종을 구분하지 못했다. 사실 인종을 구분할 수 있더라도 미국은 인종이 뒤섞여 국가를 이루고 있는 탓에 여권을 보기라도 하지 않은 한 단번에 구분하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뭐 그렇지 않더라도 단순히 반감이나 강도를 목적으로 서양인을 미국인으로 몰아가서 구타하는 일이 변변찮게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긴 했다.
외국 기업의 투자가 정말로 완전히 끊길 걸 우려한 공산당 상층부의 결정으로 인해 공안이 치안을 강화하고 이를 최대한 막고 있긴 했지만, 몇 번이고 거듭되어 삭감된 예산 탓에 한계가 뚜렷하게 보였다.
어찌 보면 공산당도 이러한 현실이 나름 억울한 셈이었다. 자신들도 본인들이 원해서 이 꼬락서니가 난 게 아니었는 데다가, 이런 개판이 나게 된 이유는 순전히 미국 탓이었으니까. 한낱 축생조차 배가 고프다고 제 살을 깎아 먹진 않는데, 아무리 공산당이 미쳤다 한들 자기 경제를 제 손으로 목 졸라 죽이겠는가?
“그런데 그건 중국 공산당 사정이지 우리 사정이 아니지. 공식적 외교문서로 항의하도록 해.”
내용은 대충 ‘어떤 겁 없는 Motherfucker가 감히 아메리카 시티즌을 건드렸습니까?’를 길고 길게 정치적 단어를 통해 늘려 쓴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비서실장은 방탄으로 만들어진 투박해 보이는 책상 위에 오르락내리락하는 서류 더미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다음에는 저 책상에 미사일이 달리지 않을까? 아니면 적어도 자동으로 움직이는 살인 드론이라거나 말이다. 마침 비슷한 드론이 개발 중이긴 했다. 형태는 CCTV에 총기를 달아놓은 듯했는데, P90을 개조한 것이었다. 거치해두면 탄이 떨어질 때까지 움직이는 모든 것을 쏴댔는데, 단순한 피아구분조차도 할 수 없어 한참 개발 중인 드론이었다.
그것의 시제품이 지금 대통령 책상 안에 들어 있었다. 그러니까 아예 책상에 달려 있다고 해도 별 이상할 것 없잖은가? 아니면 진짜로 책상이 변신해서 중화기가 달린 거대한 로봇으로 변하지 않을까?
그것조차도 아니면 이미 비서실장 몰래 이 백악관 집무실을 전투기로 개조하고 있지 않을까?
‘내가 무슨 생각을.’
비서실장은 자신까지 이상하게 변해가는 것 같아 고개를 강하게 흔들어 상념을 떨쳐냈다.
“다음은 군수 사업 관련이군.”
“네?”
“왜?”
“아무것도 아닙니다.”
비서실장은 나이대에 맞지 않게 너무 오래 일을 하다 보니까 정신이 어떻게 되어가는 것 같다며 머리카락을 살짝 쥐어짰다. 그는 머잖아 시원한 느낌이 들면서 정신이 청명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 F-15를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고 하는데, 설득이 잘 먹힌 모양이군?”
“인도네시아 측은 군비를 최대한 증강하고 맘껏 휘두를 모양입니다.”
“한 번에 전부 도입할 수는 없겠지만, 이것도 예산이군. 올해는 넘쳐나는 돈에서 빠져서 죽을지도 모르겠군.”
“그리고 전부 빠져나가고 있죠.”
“대신 들어오잖아.”
그게 아니었으면 옛날 옛적에 탄핵당했겠지. 국가 예산을 탕진하고 일을 벌이기만 하는 대통령은 환영받지 못하기 마련이다. 예산이 부족해서 세금을 올리는 대통령은 더더욱!
“그러고 보니 마침 다음이 한국 관련이군요. FX사업을 F-15K로 확정 짓고 조기 종결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미국의 눈치를 보게 강하게 보게 된 터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50대의 F-15K를 발주했다. 50대라는 제법 넉넉한 대수에 발주를 담당하는 업체인 보잉사는 당연히 입이 귀에 걸리다 못해 천장에 닿을 정도로 찢어졌다.
세상 어디서 미국을 제외하고 50대나 구매할 능력이 되겠는가? 아세아가 있긴 했지만, 그쪽은 이제야 막 통합 사업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거기다 수호기 계열 기체를 중동에 떨이로 팔아넘기고 기존 F-16을 F-15와 섞어서 운용할 예정인지라, 얼마나 발주할지도 미지수였다.
전투기나 비행기나 일단 상품이란 수요가 없으면 공장 자체를 닫아야 하는 법인데, 전투기 공장이 어디 생필품 만드는 공장과 똑같겠는가? 전투기 한 대에 달라붙는 인력만 해도 보조가 최소 박사학위 소유자였다.
이렇듯 시각을 달리하면 전투기 사업이란 제철 한탕 사업이었다. 시대가 흐르고 전쟁의 페러다임이 바뀌면 공장문을 닫고 그대로 손해를 봐야 하는 사업. 그런 사업에서 이렇게 발주 문의가 물밀 듯이 밀려오니 좋아 죽을 수밖에.
발주가 들어오지 않은 전투기 공장의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보고 싶거든 깊게 파고들 것도 없이 라팔과 유로파이터가 있다.
‘발주가 들어오는 만큼 굴릴 거지만.’
문제가 있다면 그 전쟁의 페러다임을 바꾸려고 하는 이가 바로 그 기업이 적을 두고 있는 국가의 수장이었다는 점이다.
‘내가 맞이할 2019년에는 지금 같이 항모전단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미국 혼자서 진정한 의미로 전 세계를 커버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지구 전체를 커버할 미 공군의 주력은 무인기겠지.’
물론 전장에 유인기가 없을 순 없었다. 무인기로는 대처할 수 없는 상황도 있고 무인기라고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니까. 그러나 무인기가 가지는 가성비라는 압도적인 장점은 단점을 전부 가리고도 남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부시는 전장에서 직접 사람이 싸우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값어치를 충분히 하리라 믿고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무수히 많은 F-16 발주 요청이 들어왔다지?”
다만 아프가니스탄의 경우는 애당초 미국의 예산으로 돌아가는 곳인지라, 썩 달갑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중동을 압박하기 위해선 아프가니스탄이 필수적이었다. 고대에는 문명의 십자로였으나 지금은 주변 강대국을 향한 미국의 십자포화였다.
“그래도 아프가니스탄을 길러놓으면 미래에 도움이 되겠지.”
아프가니스탄에는 아예 부시의 이름을 딴 거리가 생기고 거리 방방곡곡에는 부시의 모습이 찍힌 현수막이 걸렸고 광장 한가운데에는 부시를 극단적으로 미화시킨 동상이 세워졌다.
‘그리고 그 광장 바로 앞에는 맥도날드가 있지.’
솔직히 그걸 본 부시는 낯부끄러웠다.
아니 세상에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고 나서 나오면 볼 수 있는 게 부시 동상이라니. 동상 이름도 하필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이다. 미국 빨아주는 거 좋고 부시 본인을 떠받들어 주는 거도 좋고 다 좋은데, 적당히 해야지. 적당히.
“아프가니스탄에서 대통령님의 위용이 대단하던데요. 솔직히 일부 지역만이라면 국내보다 더 높은 거 같습니다.”
“자국에서 대통령 미화 동상이 세워지면 나라가 망할 거라는 징조지. 무슨 내가 제2차 세계대전 독일 총통도 아니고.”
누가 그랬던가? 전쟁이 일어나면 대통령은 인기가 평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급상승한다고 말이다. 그 애국 열기가 올림픽으로 이어지면서, 아직도 부시의 지지율은 하늘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지지율이 너무 심할 정도라 부시 본인이 조사 그 자체를 의심할 정도로 너무 높았다.
여론 조사의 함정이라는 것도 있지 않던가? 본래 지지율 조사란 온갖 기관에서 낸 조사 결과를 통합하여 가장 실제와 근접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접근법에 따라 지지율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위상만이라면 비슷한 것 같습니다만.”
부시의 인기는 세금 동결에도 있었다. 본디 해가 지나면 지날수록 세금과 보험료는 오르지 마련인데, 이번 정부는 해외로부터 예산을 끌어들이는 바람에 세금이 동결될 수 있었다. 세금이 동결된다는 건 서민이 생필품이든 사치든 가계 구매력이 올라간다는 뜻이다. 가계 구매력 상승은 경제의 활성화를 의미하고 이는 내수를 살린다는 의미를 지녔다.
내수 살리기의 첫걸음이 무엇인가? 해외 자본의 국내투자 유치와 내수 산업 진흥, 일자리 창출, 고소득층의 소비지출을 촉진 시키는 것도 있지만 일단은 서민이 살아야 경제도 사는 것 아니겠는가?
서민들의 나아진 삶은 현 정부에 대한 호의로 변한다. 특히 서민들의 호의는 정부의 구심점에 있는 조지 W. 부시에게 몰리게 되었다. 물론 삶이 나아지든 말든 애당초 정부에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부시의 인지도가 하늘 끝까지 치솟으면서 이러한 사람들까지 휘어잡았다.
물론 당장이라도 태도가 손바닥 뒤집듯 바뀔 수도 있는 게 이런 부류였다.
‘이른바 거품이라는 거지.’
여기까지 생각하자 부시의 머리가 차가워졌다.
“치워, 치워라. 집어치워. 국내에 산재해 있는 문제나 말해봐.”
“너무나도 많죠. 구체적으로 문서만으로도 이 방을 가득 채울 수 있을 정도일 겁니다.”
과장이나 허언이 아니었다. 다만 미국은 연방 정부를 중심으로 주 정부를 통해 행정을 돌리고 있는 만큼, 비교적 널찍하다면 널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방 정부까지 올라오는 문제가 없는 건 아니어서, 부시의 책상은 날이 가면 갈수록 서류 더미로 파묻혀갔다.
원래 문제라는 건 히드라 같아서 하나를 잘 해결하면 머리가 더는 나지 않지만, 잘못된 방법으로 해결하면 문제가 더 생겨나는 법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차라리 히드라가 나을지도 모르겠다. 히드라는 적어도 2개로 고정되어 있지 않은가?
‘참으로 빌어먹을 일이로다.’
“우선 저번에 진행 시키신 전국 규모 전신주 교체사업 쪽입니다.”
전신주를 교체하는 거까지는 좋은데, 너무 단기간에 끝내려다 보니까 여기저기서 안전사고가 일어나고 있었다. 더불어 겨울철인지라 더더욱 그러했다. 사실 여기까지만이라면 문제의 축에도 끼어들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콘크리트 전신주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사업은 대규모로 벌이고 있는데, 콘크리트 전신주를 만드는 업체가 압도적으로 부족해 벌어진 일이었다.
“전신주 업체에 보조금이라도 줘야 하나?”
차라리 외국에서 발주를 받으면 좋겠는데, 이게 다른 물건이면 몰라도 콘크리트다 콘크리트. 거기다 그냥 콘크리트도 아니고 원통형 콘크리트다. 안이 텅 비어있다는 말이지. 배로 옮기는 것도 옮기는 건데, 그게 수송되는 과정에서 손망실이 얼마나 클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죄다 땅에다 묻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
도시 부근이야 지금도 열심히 지중화를 하고 있었지만, 지중화의 비용은 삽질해야 하는 땅의 깊이와 길이에 따라서 달라진다. 심지어는 그냥 땅에다 묻어버리고 ‘이야! 끝이다!’라고 만세삼창을 하는 게 아니라, 지진 등의 자연재해로 인해 끊어질 것을 우려해서 내진설계도 해야 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사실 직접 보고 싶으시다고 해서 올린 서류긴 합니다만.”
본래 이런 게 여기까지 올라올 게 아니었다. 그러나 부시가 직접 보고 싶다 하는 바람에 어쩌다 보니까 여기까지 올라오게 되었다.
“의회에서 추가 예산 통과를 시켜주려나?”
“아마도요?”
왜냐면 일단 이 사업에 이미 민주당이 깊게 관여되어 있는 데다가 그 예산을 타오고 제출한 사람이 바로 부시 본인이었으니 말이다.
‘아니야, 이런 식으로 계속 여기저기 손을 대다가는 예산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말 거야. 아마 이대로 진행해도 문제는 없겠지.’
“이대로 진행하게.”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경수로 사업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거 맞지?’
현장 보고서가 다발로 올라오긴 하는데, 뭐 하나 믿을 수가 있어야지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경수로 보고서에 장난을 치진 않았겠지?’
부시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정확히는 딱 반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