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94)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93화(94/377)
< 93편 >
미연방 예산안이 정해지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경수로에 주둔하는 군대를 위한 편의시설 예산이 필요할 거 같은데.”
부시가 펜을 들어 빈 종이에 본인의 생각을 서술해 나갔다.
편의시설이라곤 하지만, 아주 기초적인 것들로서 남성의 뇌척수를 자극하는 큐대가 가지런하게 정돈된 오락시설이나, 이용자에게 고요함과 편안함을 부여하기 위한 휴게실. 혹은 미제 자본주의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편의점이나 식당 같은 것들이었다.
만일 예산이 적었다면 예산을 아끼기 위해서 ‘북한의 원시림과 대자연을 느낄 수 있으니 그게 바로 힐링이고 휴게 아니더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넉넉한 예산이 있는 데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군인 복지 하나는 끝내줬던 미군의 전통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라도 필수적이었다.
혹자는 북한 땅에 그렇게 막 지어도 되느냐고 물을 수 있으나, 실상 이미 경수로는 치외법권이나 다름없었으니 그다지 문제 될 거리조차 아니었다.
그 김에 본인이 ‘직접’ 가서 경수로를 다시 한번 보기도 하고 말이다.
“알겠습니다. 의회에 올릴 제안을 정리하겠습니다.”
이렇게 부시 정부의 경우 심복인 비서실장과의 토의를 거쳐 완성된 제안이 의회에 제출된다. 이를 예산 결의안이라 부르며, 조세와 지출 권한을 가진 의회에서는 위원회 심사. 즉, 상하문 청문회가 열리고 각 기관의 기관장들이 출석해 지출 계획을 소상히 설명하게 된다.
그 후 세출위원회에서는 예산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지출 권한법’이 나오고 소위원회를 통해 지출 규모를 결정하게 되며, 세출위원회가 12 소위원회가 12. 합쳐서 총 24개의 세출법안이 나오는데, 소위원회의 경우 여기에 지출 계획이 상세히 서술된다.
이렇게 의회가 채택한 법안이 대통령의 손에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난 이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부숴버릴 수도 있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난 경수로에 본격적인 캠프를 만들고자 하는 게 아닌데.”
부시가 원하는 건 경수로 경비 인원을 위한 편의시설이었지만, 정작 부시의 손에 돌아온 건 무슨 주한미군 합동군 수준의 조상님 3대가 출타하신 예산안이었다. 아무리 막 나가는 부시라지만 이 예산안에 손을 들어줄 만큼 정신이 출가하진 않았다.
“반려하시겠습니까?”
“당연하지!”
부시는 잔뜩 흥분해서 저 멀리 예산안을 던져버렸다. 어찌나 흥분했는지 저 멀리 앞으로 던진 것도 아니고 던지려다가 삐끗하여 아예 뒤로 날아가 버렸는데, 좀 더 두꺼워진 백악관의 방탄유리에 맞고 튕겨 나와 부시한테 다시 날아왔다.
상황 자체만 놓고 본다면 하나의 시트콤이 따로 없었다.
“아니 무슨 요즘 건의만 하면 예산안이 죄다 왜 이따위야!?”
문제는 정작 그 시트콤을 찍는 사람이 무지막지하게 진지해서 그렇지.
이 현상이 나쁘다는 건 아니었다. 나쁘다는 건. 이렇게 타국에 간섭할 여력이 있다는 건 현재 미국이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상당한 여유가 있다는 증거였다. 내부의 일로 바쁘거나 예산이 딸리면 이렇게 대규모의 예산안이 통과되지조차 않을 테니 참으로 미국이라는 나라가 잘 나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보통 ‘상식’과 ‘정도’라는 게 있지 않은가? 그게 연방 의회에서 점점 없어지는 기분이었다. 어쩌면 의회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온 김에 어디 한 번 쓸 수 없을 때까지 제대로 뽕이나 뽑아보자며 달려들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
“그래도 정도라는 게 있지!”
부시는 자신의 머리가 마구잡이로 헝클어지는 것조차 신경 쓰지 않고 강하게 부여잡았다. 이렇게 하면서도 본인의 머리가 튼튼한 편이라 다행이라 생각했다. 처음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지만, 30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점점 빠지기 시작하여 밥 먹듯 프로페시아를 먹던 김갑환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그 회한 맺힌 머리카락의 주마등이 지나가고 나니 다시 이 빌어먹을 예산안들이 떠올라 머리가 띵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오, 예산 지출을 제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디에 몰빵하지 말고 좀 두루두루 쓰라는 데 그게 어렵나?’
하긴 의회가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아서 관련 부처가 모조리 문 닫는 것보다야 났겠지만, 그렇다고 한 부서에 예산을 몰아주라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차라리 어떤 사업에 예산을 몰아주시는 건?”
“그러니까 그렇게 하면 안 된다니까 그러네!”
구태여 따지자면 할 수 있는 곳이 있긴 있었는데, 그게 하필 지금 한참 밀어주고 있는 차세대 군 장비 개발이었다. 이쪽이야 아무리 돈을 퍼줘도 티도 안 나고 결과물도 확실했으니 이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내가 훗날 욕을 왕창 집어먹는단 말이지.’
필요하다면 하겠다. 그러나 이게 진정으로 필요한가 일일이 따져보면 역시나 의문이 들게 된다. 군대가 막강해지는 거야 좋지.
그런데 그게 GDP와 삶의 질을 증진 시키는 것보다 우선시 되면 그게 군국주의 국가고 북한이지 미국인가? 거품이 꺼지지 않도록 경제에 펌핑을 해도 모자란 마당에 군대를 더 강력하게 만들어서 뭐하게? 시민 탄압이라도 하게?
‘흐흐, 돌아버리겠군.’
하긴 어찌 보면 굉장히 행복한 고민이리라. 다른 국가들은 기존 예산으로는 복지조차 감당이 되질 않아 소비세를 올리네, 마네 하는 마당에. 적어도 미국은 막대한 예산을 어디에 써야 할지 몰라서 주체를 못 하는 거였으니 말이다.
“그래도 시발 정도라는 게 있지!”
그동안 휴가도 반납하면서 일을 처리해서 그런지 스트레스가 한계에 닿은 모양이었다. 부시는 드디어 히스테리에 도돌이표를 찍기 시작했다.
“진정하십시오. 대통령님.”
그리고 그것을 막기 위한 비서실장이었다. 비서실장의 말 몇 마디로 부시는 곧 이성을 되찾았다. 그러나 부시나 비서실장이나 하나 같이 점점 정신이 불안정해지는 서로 느끼고 있었고 아주 잠시라도 휴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꼈다.
어디 여행을 다녀오는 휴가가 아니라. 진짜로 그냥 좀 집에서 푹 쉬는 휴가 말이다. 일주일도 필요 없었고 단 며칠만이라도 말이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는 좋든 싫든 움직이기만 하면 세계도 같이 움직이는 국가였다. 그 국가의 수장씩이나 되다 보니까 받는 스트레스가 배 이상이었다. 부시가 본인 양심에 무감각한 사람이었다면, 아마 지금쯤 북한을 따먹고 중국 본토까지 진군하여 제3차 세계대전이라도 일으킨 뒤에 제4차 세계대전이라도 준비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참으로 다행이게도 부시라는 인물과 그 안에 든 내용물이 혼합된 김부시라는 결과물이 참으로 양심적이고 빙의라는 영적 체험을 통해 어떤 의미로는 그 누구보다도 신실한 인물인지라. 미국은 나름 괜찮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하는 짓이 썩 온건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결과가 미국의 시점에서 온건했으니 부시 본인은 나름 괜찮다고 느꼈다. 물론 중국에서는 ‘자본주의 악마한테 영혼을 팔아먹은 인간이’라고 소문이 자자했고, 북한에서는 ‘그 자본주의 악마를 따먹은 놈’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물론 그 소문의 시발점은 김정일이었다. 태생이 미친놈이 할 말은 아닌 거 같았지만, 그렇다고 부시가 진행하는 일들이 미치지 않았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똘기 감성이 충만한지라 부시가 이걸 듣고 한동안 약 반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돌아보고 나서 크게 후회를 했는데, 이유인즉 더 크게 저지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폭발이 좀 작았던 것 같았다. 이왕이면 입에서 아포칼립스 소리가 나오도록 큰 폭발이었다면 좋았을 것을.
물론 즐거운 상상 속에서만 말이다. 진지하게 생각했을 땐 남포항을 좀 더 일찍 확보했다면 지금쯤 북중러를 한 번에 제압할 수 있는 강력한 항모전단을 황해에 배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참으로 아쉬워했다.
어쨌거나 원점으로 돌아와서, 날이 가면 갈수록 인성이 점점 터져가는 부시는 휴가가 필요했다.
“대통령님께서 자리를 비우신 사이에 제가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행정 처리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 휴가가 끝나면 이 투박한 방탄 책상 위에 결재 서류와 보고서가 얼마나 쌓여 있을지 기대하라는 소리였다. 사실 저번에 호주에 잠깐 다녀오는 사이에도 낭낭하게 제법 쌓여 있었음을 상기하면, 이번에는 장기간인 만큼 만만찮으리라.
처음에는 3박 4일을 쉬려다가. 이것으로는 완전히 스트레스를 풀 수 없음을 경계한 비서실장의 권유로 휴가 기간을 6박 7일로 변경했다. 이번에는 전쟁에 준하는 일이 나지라도 않는 한에 업무와는 약간 떨어지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내가 무려 일주일이나 쉰다니!’
정말이지 기적이라면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다만 대통령의 휴가는 일반인들의 휴가와는 사뭇 달랐다. 대통령이 휴가를 보내는 방법에 따라 대통령의 휴가는 국내외에 표출되는 ‘메시지’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예시를 들자면 본인의 휴가를 대놓고 프로파간다 소재로 사용하는 푸틴을 예로 들 수 있는데, 푸틴은 본인의 레저 활동을 일일이 찍어서 대중에게 공개하고 또 홍보했다. 이게 집권 초기에는 강력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로 아주 잘 먹혔지만, 후기로 가면 갈수록 여유를 보여주는 정치적 도구로 변해갔다.
지지율이 떨어지고 러시아가 궁지에 몰려도 본인은 아직 괜찮다고 허세를 부리는 용도 말이다. 물론 푸틴의 행보를 꼼꼼히 되짚어보면 그저 허세만은 아니리라. 여하간 대통령의 휴가는 정치적인 도구다.
‘그러니까 난 집에서만 생활하든가 해야지.’
그가 진성 집돌이는 아니었지만, 어쩌겠는가? 그렇지 않으면 온갖 여론에 시달릴 터인데. 당장 기억나는 뉴스만 해도 장난 아니었다. 조지 W. 부시나 오바마나 트럼프나 하나 같이 골프장에 가서 욕을 먹었다.
조지 W. 부시의 경우에는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건 당시에 골프나 치고 있어서, 오바마의 경우에는 IS에 의한 미국기자 살해 등으로 여론이 심각한 시기에, 트럼프의 경우에는 오바마 집권기에 오바마 휴가를 비판해서.
‘도대체 그럼 언제 휴가를 보내라는 거냐!’라는 게 부시의 심정이었다.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어떤 시기에 휴가를 내도 욕을 먹는 자리였다. ‘좀 한가할 때’라는 게 그나마 현답이었지만, 세상 그 어떠한 국가라 할지라도 심지어는 동서고금을 통틀어봐도 국내외 현안이 적은 시기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어딜 가도 요즘은 멀쩡히 뭘 해보기가 불가능에 가까웠다. 어디만 가도 ‘부시! 부시! 부시!’ 이놈의 구호랑 성조기가 따라다니는데, 쉬긴 뭘 어떻게 쉰다는 말인가?
다만 부시는 아주 많은 돈이 있었다. 그냥 많은 돈도 아니고 평범하게 쓰면 평생 다 쓰지도 못할 돈이 말이다. 오페라가 보고 싶으면 오페라 가수를 집으로 초청하면 그만이었고, 골프가 치고 싶으면 골프장 하나를 전세를 내면 그만이었다.
다만 이번 휴가에서는 운동이고 나발이고 다 집어치우고 정말로 멍을 때리든 책을 읽든 할 예정이었지만, 여전히 불안한 건 불안한 것이었다.
“이번에는 정말로 아무 일도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