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95)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94화(95/377)
< 94편 >
캠프 데이비드 산장. 미국 대통령 ‘전용’ 휴가 시설이다. 전용이라는 단어가 붙을 정도로 캠프 데이비드는 직원들을 제외하면 철저히 미 대통령에게만 개방된 곳이었는데, 캠프 데이비드가 미 대통령에게만 제공하는 시설은 다음과도 같았다.
당구장, 승마장, 골프장, 수영장, 볼링장, 농구장 등 일반적인 스포츠 시설은 기본이고 더 나아가면 스키드 사격장까지 있었고 심지어는 예배당마저 있었다. 그렇다고 썩 거창한 건 아니고 대통령 한 사람만을 위해 지어진 레저 시설들인지라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시설들이었다.
그러나 캠프 데이비드가 제공하는 기능 중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기능은 ‘외부와의 단절’이었는데, 이는 캠프 데이비드가 일반적인 시설이 아닌, ‘군(軍) 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캠프 데이비드는 철통같은 보안을 자랑했다.
예를 들어서 캠프 데이비드와 무관계한 민간인이 캠프 데이비드에 억지로 들어오려고 하면 이곳을 지키고 있는 미 해병대 경비 병력이 출동하여 이를 저지하고 해당 민간인은 심문 관련 기관에서 미국의 얼과 정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자유 티켓을 끊을 자격을 부여받는다.
캠프 데이비드의 영공을 민간기가 비행하게 되면 F-15E 2기가 출격하여 해당 민간기를 주위 공항에 강제 착륙시키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심문 관련 기관에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세금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직접 기관을 일일 체험할 수 있는 영예를 부여받는다.
다만 그게 딱히 캠프 데이비드가 아니라 다른 군사 시설이라도 대응 방침은 비슷비슷하지만, 어쨌든 통상적으론 군 시설에 침입하려는 민간인이 불순한 의도를 지니고 있지 않았다면 짧은 심문이나 벌금만으로 끝이 난다.
물론 중요도나 등급이 좀 높은 군 시설에 잠입하려고 했다면 장난으로 끝나지 않고 간첩 혐의를 받아서 진실의 방에서 풀 코스를 즐길 수 있지만, 그런 일은 좀처럼 벌어지지 않는다.
그 외에도 외교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해외 국빈을 위한 숙소 따위가 있었는데, 주로 국빈이라 할만한 이들을 초대하여 좀 더 수월하고 원활하게 외교를 풀어나가는 기능이 있었다.
어쨌거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라는 이름을 붙인 이후로 역대 미 대통령 중 취임 기간에 이 별장을 거쳐 가지 않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별장? 왜 그런 게 필요한 것이지?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을 모르는 것인가?’
여기 진정한 세상과의 단절을 꿈꾸는 이 조지 부시라는 사람만 빼면 말이다.
‘만약 인연이 있으면 언젠가는 가겠지.’
무슨 군대처럼 안 좋은 추억이나 경험이 있어서 그곳에는 다시 가지 않으리라 다짐한 것도 아닌데, 언젠가 외국 인사 접대 같은 일이 생기면 가겠지 싶었다. 다만 ‘휴식을 취한다.’라는 의미에서는 그다지 가고 싶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곳까지 가는 것도 일인데, 그곳에서 쉬는 것도 다 일이었다. 캠프 데이비드든 다른 별장이든 가기만 하면 일단 쉬려고 노력하는 것도 다 일이다. 일.
‘일, 일, 일! 아주 잠시만이라도 좋으니 이 일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가?’라는 발상에서 시작된 휴가였으니 이렇게 집에서 휴가를 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필연이라고 할 수 있겠지. 유전자에 새겨진 미국인의 프런티어 본능이 레저를 갈구하고 있었지만, 머리는 포근한 침대를 갈망하고 있었다.
다만 몸이나 정신이나 하나 같이 휴가를 원하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조지 W. 부시는 재임 기간 중 가장 휴가를 많이 낸 대통령으로 유명했다. 그런 사람의 몸이 휴가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리라.
‘이렇게 조용히 책을 읽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군.’
정말이지 말이다. 전생이라 불러야 마땅할 김갑환도 일할 할 땐 개처럼 일했지만, 휴일에는 밥 먹을 때 빼고는 방안에서 쥐죽은 듯이 박혀있었다. 동년배들이 영흥도 배낚시니 지리산 등산이니 할 때 그는 자신의 방 이불 안에서 뉴스나 열심히 보고 살았다.
혹여 밖에 나가는 일이 있더라면 그것은 그가 편의점을 가거나 책을 반납하기 위해서 도서관으로 가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 친구들은 김갑환을 보고 내향적이라는 이야기를 줄곧 했지만, 김갑환도 나가고 싶지 않아서 나가지 않은 게 아니었다.
빌어먹을 빚 때문에 그렇지. 그렇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돈이 나가지 않는 취미에 맛을 들리게 되었을 뿐이었다.
이게 김갑환 본인 빚은 아니었고 부모님 세대에서 내려온 빚이었다. 다만 부모님을 원망하지는 않았다. 부모님이 사업이나 누구에게 보증을 서주다가 생긴 빚이 아니라 전셋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쓴 빚인지라 군말 없이 착실하게 갚을 수밖에 없었다.
가족 단위로 절약하며 몇 년 착실하게 일하고 나니 빚은 증발했지만, 절약에 습관이 들어버리는 바람에 쉬는 날은 진짜로 모든 것을 쉬는 날이 되고 말았다.
그 탓에 돈이 들어가지 않는 도서관 책이나 뉴스 등에 매달렸으나, 지금 와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지식 덕분에 지금까지 꽤 잘 나가지 않았던가? 물론 그 지식이 김 씨와 부시 두 사람분의 지식이 자연스럽게 혼합된 상태인지라 이렇게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었던 거지만.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혹여라도 더 잘할 수 있었던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예를 들면 한국에 F-18이 아니라 F-22를 타고 간다거나 말이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안 될 일이 뭐가 있겠느냐는 심정이었다.
‘지나간 일은 집어치우라지.’
앞으로 재임 기간은 싫어도 차고 넘치도록 남아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그는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다.
‘투쟁이라.’
부시가 보고 있던 책에서는 투쟁에 대해서 다루고 있었다. 아주 잠시만이라도 속세와 연을 끊고 힐링한다는 새끼가 왜 좋은 책 다 놔두고 투쟁같이 흉흉한 단어가 나오는 책을 보고 있느냐 하면, 그 질문에 이런 대답을 되돌려주리라.
“아니, 시발 시집이라더니 왜 프롤레타리아 투쟁에 대한 시가 있어. 좀 많이 옛날 책이라서 그런가? 살다 살다 이런 시는 또 처음 보네.”
누가 부잣집 도련님 아니랄까봐 집에 제법 거대한 개인 서고가 있었는데, 서고에는 일반인 서적부터 박물관 유리 전시장 안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양장본이 가득했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지 진짜로 유물로 분류되는 물건들은 아니었다. 다만 좀 심하게 오래되고 사람 손을 많이 탔을 뿐이었다.
‘흠, 그건 그렇고. 투쟁인가.’
인간이 가지고 있는 투쟁본능은 모든 역사서에서 뼈저리게 증명해주고 있다. 애당초 역사서 절반은 전쟁 이야기 아닌가? 그런데 몸까지 ‘투쟁적’으로 진화를 한 모양이다. 건강한 신체에 깨끗한 정신이 깃든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몸 상태에 따라서 정신이 결정된다는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신체는 어머니 배 속에서 태어난 순간부터 적혈구와 백혈구의 시체로 쌓아 올린 광기의 투기장이 따로 없었다. 인간의 신체는 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청야전술. 즉, 초토화 작전도 서슴지 않는다.
우리의 몸이 진화과정에서 선택한 방식은 아주 흥미롭게도 바로 신체의 열을 올리는 것이다. 인간을 괴롭히는 바이러스는 대부분 중온균으로 40도가 넘으면 활동이 억제된다. 문제는 열을 올리면 균도 죽긴 죽는데, 세포들이 지키려고 한 주체인 인간도 같이 삼도천을 건넌다는 거지.
“젠장. 투쟁은 무슨 얼어 죽을. 집중도 잘 안 되는군.”
당장 지금만 해도 내용에 집중하지 못하고 금세 머릿속에 잡생각이 휘몰아치지 않았던가? 물론 시 내용이 좀 정신이 나가 있었다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내용에 집중하지 못하고 책을 덮은 게 이번이 몇 번째인지 세기도 힘들 만큼 정신이 산만했다.
부시는 이 정신 나간 시집을 제자리에 꽂아 넣었다. 혹시 모르지 당대에는 잘 나갔을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나 적어도 지금의 부시한테 맞을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부시는 이번에는 좀 평범한 내용이길 바라며 다른 책을 꺼내 들었다.
책 제목은 보지 않았는데, 김 씨이던 시절부터 있던 버릇이었다. 그는 도서관에서 눈을 감고 아무런 책이나 뽑아서 읽는 취미가 있었다. 대부분은 그와 맞지 않아 다시 책장으로 들어가는 신세가 되기야 했지만, 이렇게 하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재미있는 책들을 찾을 수 있었다.
이번 휴가는 안정을 추구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던 탓에 뉴스나 신문은 보지 않게 되었다. 심지어는 몸을 쉬어준다고 운동도 때려치웠다. 오로지 진정한 의미의 휴식을 위해서 말이다.
사실 당장이라도 업무용 전화기가 울릴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하긴 했다. 일이 싫다는 게 아니라, 모조리 제쳐두고 휴식하기로 한 마당에 전화가 오면 진짜로 뭐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소리니까. 그러니까 지금 만약 전화가 걸려 온다면, ‘최소’가 주 하나가 자연재해로 인해 통제 불능이 되었을 때였다.
이번에는 그만큼 부시도 그렇고 비서실장도 그렇고 ‘완벽한 휴가’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부시가 쉬는 기간 동안 행정부는 더 빠르고 더 많이 돌아가게끔 조정해두었고,
“이렇게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조차 전부 일이구나.”
부시는 서고의 의자에 앉아 진심이 담긴 한탄을 내뱉었다. 이게 그 미합중국 대통령의 휴가라니! 그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휴가를 보내고 있는 본인조차도 믿기지 않는데!
“적어도 이 간식만큼은 먹을만하군.”
머리에 당이 들어가니까 기분이 좀 나아지는 것 같았다. 이 간소하면서도 자극적인 간식과 함께한 독서 탐방이 끝날 무렵에는 저녁 시간이 되어있었다.
‘아무래도 다음에는 레저라도 해야겠군.’
순순히 넘어가나 싶었더니, 시간이 가면 갈수록 어째 무기력하고 좀이 쑤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부시의 업무용 전화가 울리기 시작한 게. 착각이라고 믿고 싶었지만, 제 몸을 열심히 떨며 진동까지 울리고 있는 휴대전화를 보니 더는 착각이라고 회피할 수 없었다.
‘이런 니미, 제발 잠시만이라도 쉴 수 없나?’
「대통령님. 전화 드리고 싶지 않았으나, 제 선에서 다룰 수 없는 중대사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냥 제발 별일 아니라고 말해주게.”
「국내 일은 아닙니다.」
“불행 중 다행이군. 뭐 전쟁이라도 시작되거나 혹은 끝나기라도 한 건가?”
만약 진짜로 그렇다면 확실히 비서실장이나 부통령의 선에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긴 했다.
「전쟁이라면 전쟁이죠. 테러와의 전쟁입니다. 필리핀에서 대규모 테러가 벌어졌습니다. 휴가를 반납하진 않더라도 성명 정도는 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테러? 정확히 어디에서?”
「민다나오섬의 거리에서 폭탄 테러가 벌어졌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지금 필리핀의 공권력이 전력을 다해 수사 중입니다. 추정 사망자 수는 약 1500명에 이릅니다.」
필리핀이 테러 안전 구역이 아님은 이미 잘 알고 있었지만, 너무 갑작스러웠다.
“1500명?”
「예, 극비리에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탄이 터졌다고 합니다.」
“이런 빌어먹을.”
무고한 민간인이 1500명이나 사망하다니,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지금 당장 성명을 내도록 하지.”
부시의 아름다운 휴가에 실금이 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