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96)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95화(96/377)
< 95편 >
필리핀 민다나오섬에서 올라오는 불길은 그동안 감히 본 적 없던 대화재였다. 처음 폭발로도 충분히 위력적이었지만, 민가나 가게에서 쓰이는 가스통이나 주유소 등 온갖 시설들이 연쇄적으로 터지면서 불길은 걷잡기 힘들 정도로 번져갔다.
최초의 폭발에 경찰서와 소방서 그리고 병원 등이 터지면서 공권력이 잠시 공황 상태에 빠지게 되었는데, 이 아주 잠시간의 공백은 치명적으로 작용하여 사상자의 수를 기어코 네자릿수까지 불리고야 말았다.
“예아! 태워라! 다 태워버려!”
TV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범인들이 점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만 가는 화재와 사람들의 비명성을 듣고 그들의 비밀 기지 안에서 알라에 대한 만세를 삼창했다.
“보스! 매우 성공적입니다! 지금까지 필리핀에서 이런 성과를 낸 조직은 없었습니다!”
그 소식을 접한 보스라 불린 사내가 접이식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다가, 그 소식에 매우 기뻐하며 연신 손바닥으로 다리를 쳐댔다. 아프지도 않은 모양인지, 그 소리가 일반적인 박수의 소리를 한참 넘어서 있었다.
그런데 사내의 생김새가 참으로 특이했다. 의상이야 국적 불명의 군복에 방탄복을 걸친 복식이었지만, 이것만으로는 썩 특이하다는 말에 어울리지 않았다. 도리어 평범한 축에 속하는 복장이지.
진짜로 특이한 점은 붕대로 온몸을 칭칭 둘러맸다는 사실이었다. 머리부터 다리 끝까지. 말 그대로 온몸을 칭칭 감싼 형태였다. 이 복색에 다른 의미는 없었다. 그저 본인의 흉터와 아직 나오고 있는 핏물 섞인 고름을 감추기 위함이었다. 신원이 알아보기 힘들게 된 점은 덤이었다.
“보스, 다음에는 어떻게 할까요?”
그리고 이들은 보스를 완전히 신뢰하고 있었다. 그들이 보스와 행동한 시간은 아주 잠시뿐이었지만, 그는 조직을 휘어잡을 수 있는 충분한 카리스마와 실적을 보여줬다. 보스는 턱을 몇 번 쓰다듬더니 이내 어색한 타갈로그어를 구사했다.
“불태워.”
“저기서 더 태우라고요?”
부하는 반사적으로 TV를 쳐다보았다. TV 안에서는 현장 리포터의 말이 묻힐 정도로 건물 안에서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타락의 도시에서 가증스러운 이단자들이 천벌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장면을 송출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참으로 만족스러웠다.
“아니, 이 멍청이들아! 건물에 있는 모든 것을 태워. 당장 여기서 뜨자는 말이야! 잡히고 싶지 않거든 흔적을 싹 지워!”
보스의 말은 다소 어눌하긴 했지만, 충분히 의사전달이 되었다. 더군다나 시간이 자면 지날수록 현지인에 가깝게 발음이 변해가고 있는지라, 그의 붕대를 벗기지 않으면 외국인이라는 사실조차 알아보기 힘들게 변하리라.
어쨌거나 보스의 호통을 들은 부하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런 일이 있을까 해서 일부러 짐을 간소화시켜놓았기에 필요한 모든 짐이 차에 올라가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더불어 그들은 건물에 있는 모든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이 작은 폐건물을 불태웠다.
그들의 본진은 캠핑카였는데, 캠핑카의 안쪽 구성이 이동용 지휘소를 방불케 했다. 우선 차체 벽면에는 중요한 정보들을 덕지덕지 붙여놨다. 천장에는 프로젝터가 달려 있었으며, 회의용 랩톱까지 구성되어 있었다.
부대의 전투력은 정신론이 아니라 예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보스가 손수 자금을 사용해서 조직을 꾸린 덕분에 군용만 아닐 뿐이지, 첨단이라는 관점에서 군용과 비교해보더라도 큰 손색이 없을 지경이었다.
그것 때문인가, 부하들의 손에 들려 있는 게 AK 계열 복제품이 아니라, 군용으로 쓰이는 미제 M4이었다. 전쟁통에 노획된 게 어찌어찌 암시장까지 흘러 들어간 것이었지만, 손질 좀 해주고 피카티니 레일에 이것저것 덕지덕지 붙여주니 특수부대용이 따로 없었다.
부하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미숙하긴 했지만, 훈련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선진국에서 정예로 꼽히는 부대들이 부럽지 않을 정도의 움직임을 보여줬다. 이미 폭파 공작과 은폐 공작이라면 특수부대가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일단 부하들이 본래부터 이런 일을 하던 오랫동안 사람들이라 그런 것도 있었지만, 보스의 체계적인 지도와 부하들의 헌신적인 태도로 일궈낸 결과물이었다.
‘이번 알 카에다는 다를 것이다!’
이 조직의 이름은 알 카에다였다. 전 세계 뿌리를 뻗고 있는 알 카에다라고 해도 일단 점조직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름만 빌려 호가호위를 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다를 것이다.
우선 가장 먼저 ‘보스’의 존재로 인해 정통성이 확보되었다. 그런 다음에는 조직 체계를 좀 더 체계화하고 쓸모없이 돈만 먹는 점조직을 쳐내고 제대로 된 집단만 남겼다. 수입원을 좀 더 확충하고 기존 필리핀 범죄조직과 좀 더 긴밀한 관계를 지니게 되면서 조직은 탄탄대로를 걷게 되었다.
보스가 필리핀으로 건너오게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나 부하들은 이 조직이 필리핀에서 전례 없었던 거대하고 막강한 세력으로 성장하리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여하간 눈치가 빠른 부하들은 보스의 정체가 누군지 알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감히 입 밖으로 이 사실을 꺼내지 않았다.
“보스! 보스가 찾던 미국의 대통령이 성명을 냈어!”
그 말을 들은 표정이 잠시간 분노로 인해 악귀처럼 일그러지더니, 이내 기세를 갈무리했다. 기에 눌린다는 말이 있는데, 딱 이러한 상황에서 쓰는 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보스의 분위기가 거칠었다.
“TV에서 지금 생방송 중이야.”
캠핑카에 달린 프로젝터는 TV를 겸하고 있었다. 이 평범해 보이는 작은 캠핑카 하나에 얼마나 많은 기술자와 돈이 들어갔는지 알면 모두가 놀랄 거다. 스피커에서 작은 전자음이 나더니 이내 뉴스 채널이 나오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 미합중국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인륜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테러 행위를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우선 필리핀과의 협력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며, 필리핀을 넘어서 아세안 전체에 최대한 대테러 지원을….」
거기까지 듣고 나자 부하 한 명이 어이가 없다는 듯 욕설을 해댔다. 이에 호응한 다른 부하들이 물결과도 같이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한마디씩 해댔는데, 캠핑카가 썩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닌지라 엉거주춤한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조용히!”
그러나 보스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인지 부하들을 진정시켰다. 테러리스트들이 정보를 얻는 루트는 보통 세 가지다. 가장 먼저 뉴스, 신문 등 대중에 공개되는 정보다. 그다음으로는 인터넷에 무방비하고 무질서하게 노출된 정보들이며, 마지막으로는 암시장에 있는 정보상 사이에서 거래되는 정보들이다.
돈만 충분히 찔러 넣어주면 어떻게 얻었는지 모를 각국의 ‘진짜’ 동향이 구매자의 손에 들어왔다. 어쨌거나 다른 마약이나 암거래하는 일반적인 뒷골목 조직과는 다르게 목숨이 걸린 일이다 보니까 더럽게 힘들었다.
마약 거래만이라면 알 카에다도 열심히 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목적과 수단을 확실히 구분하고 있었다. 타 조직들의 목표가 마약 거래를 통한 부의 축적이라면 알 카에다의 목적은 마약 거래를 통한 성전 자금 확보였다.
다만 그동안은 다른 조직처럼 수단이 목적이 되고 말았음은 부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돈이 주는 쾌락에 타락했었다. 하나둘씩 경찰에 잡혀가거나 부패한 경찰에게 자릿세를 뜯기는 경우가 부기지수였다. 그러나 이제 보스가 이 조직 가장 위에 군림하였으니 다시는 수단과 목적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지 않으리라.
모든 자금은 조직의 은폐를 위해서 쓰일 것이고 마약 거래 등으로 모인 재화는 쾌락이 아니라 성전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어차피 이러한 방법으로 모은 돈을 세간에서는 검은돈이라고들 하는데, 그렇다면 이건 돈에게 있어서도 크나큰 영광 아닌가? 검은돈이 신성하고 성스러운 성전에 쓰이게 되지 않았던가?
어쨌든 미국의 대통령이 나오는 화면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던 보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언제나 그랬듯 보스는 유난히도 말이 짧았다. 다만 부하들 전부가 보스가 원래부터 그랬는지 아니면 외국어를 구사해야 하는 탓에 말을 짧게 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최종 목표는 전 세계를 이슬람이라는 단일 종교로 물들이는 것이었는데, 그 최전선에서 방해하는 국가가 하필이면 세계 최강국 미국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테러에는 한없이 취약한 국가였다. 최근에는 경관들이 눈에 불을 켜고 테러범들을 잡아들이고 있으나, 그것도 어느 정도 대형 테러에 국한한 것이지, 그렇게 대테러 예산을 대폭 늘린 지금도 눈이 회까닥 돌아간 일반인이 총기를 난사할 수 있는 국가가 바로 미국이었다.
어쨌거나 그것과는 별개로 미국 대통령의 결단으로 덕분에 이 지구라는 행성이 테러리스트들이 살기 힘들어진 세상이 된 건 확실했다. 지금까지 주요 활동 자금 수입원은 마약 무역 그리고 뒷골목 카르텔과 거래, 알 카에다 조직 내에서 세수 거두기였다. 특히 후자의 경우에는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주된 수입원이었다.
사실 알 카에다라고 해서 전부 전투원인 건 아니었기 때문에, 모범시민의 탈을 쓰고 뒤에서는 알 카에다 자금을 대주는 이들이 존재했다. 자금을 대준다고 해도 썩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었고, 기독교의 십일조처럼 세금 거두듯 월급 일부를 알 카에다에 바치는 것이었다.
알 카에다는 그에 대한 대가로 조직원이 혼자서는 상대할 수 없는 곤란한 일에 맞닥뜨렸을 때 힘이 되어주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서 한 사람은 부인이 바람을 피우는 바람에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감방에 갈 처지가 되었지만, 알 카에다가 힘을 써서 가석방으로 만들어줬다.
덕분에 보스가 이끄는 알 카에다는 가석방된 사내가 평생 알 카에다에 바쳐온 돈보다 더 많은 금액을 부패한 정부에 지불해야 했지만, 이로 인해서 알 카에다가 확실히 본인들을 보호해주고 있다는 말에 신뢰도가 급격하게 올라갔다.
알 카에다에 은밀히 접촉하려는 사람들은 늘었고, 또한 세수가 불어났다. 필리핀의 치안은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좋지 않았던 탓이었다. 경찰이 제 기능을 못 하니 그나마 확실한 범죄조직에 등을 기댈 수밖에.
필리핀은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었다. 지역 토호들이 각 지방을 꽉 잡고 있었고 도저히 완벽한 군벌화까지는 아니라지만, 경찰을 비롯한 사병 집단, 공권력과 인사권만큼은 그들이 꽉 잡고 있었다. 덕분에 카르텔의 수장들이 정부의 높은 자리에 앉게 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벌어졌다.
“보스. 어떻게 구하실 생각입니까?”
“다른 조직을 턴다.”
보스가 자신의 총기에 걸려 있는 안전장치를 풀며 말했다. 그야말로 이상적인 언행일치였다.
“다른 조직이요?”
“구역을 접수한다.”
보스의 한 마디에 조직 간의 전쟁이 결정되었다.
“기다려라. 조지 W. 부시!”
그러나 그들은 지금 미국의 대통령을 건들기 이전에, 도대체 누구를 건드렸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