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97)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96화(97/377)
< 96편 >
‘왕따’라는 은어가 있다. 어려운 말이 아니다. 어원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집단 따돌림을 이르는 하나의 은어일 뿐이다.
흔히들 이들에게 문제가 있다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역설적으로 그들이 정신적 결함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적 약자를 괴롭힐 뿐이다. 적어도 그런 이들에게 충분한 배려를 해야만 했다. 그런 학생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할 필요는 없다.
여기 이 소년이 너무나도 잘 보여줬으니 말이다.
“그래서 총으로 쏴 죽였지! 범죄자들은 하나 같이 전부 죽어 마땅한 이들이야!”
그 소년은 어느새 중년이 되어있었다. 그렇다고 그가 유치장이나 전전하다가 인생을 범죄에 꼬라박은 인간은 아니었다. 그는 산 베다 대학원 로스쿨을 나오고 검사가 되었고 그 이후로는 ‘다바오의 시장’이 되었다.
그야말로 인생 승리자가 아닌가? 만일 그의 인생을 그래프로 그린다면, 화살표가 틀을 뚫고 나가 대기권 언저리까지 닿아있는 상황이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알겠나? 부시장!”
그리고 오늘, 그 화살표가 드디어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그가 있는 다바오에서 테러가 났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다바오에서만 난 게 아니라, 민다나오섬 전체에 있는 도시나 시골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긴 했지만, 어쨌거나 이 도시에서 테러가 난 건 사실이었다.
“필리핀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범법률이 낮은 다바오에서! 비, 빌어먹을 테러가 났단 말이야!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응!?”
“로드리고 로아 두테르테 시장님. 진정하십시오.”
그 중년의 이름은 두테르테였다.
“시장님 말에는 동의하는 바입니다. 테러 같은 끔찍한 상황은 다바오에서 나올 만한 게 아니죠.”
다바오가 어떤 도시인가! 두테르테가 시장이 된 이후로 범죄율을 표기하는 그래프가 수직으로 하락한 도시였다. 어찌나 낮은지 필리핀을 통틀어 동남아 전체에서도 수준급의 치안을 자랑했다.
일종의 사병이자 집행 부대라 할 수 있는 DDS(Davao Death Squad)를 움직여 범죄로 분류되는 이들을 닥치고 기관단총을 갈겨서 사살하고 작은 범죄에도 강력한 벌금과 징역을 때려버리니 범죄자들로서는 답이 없었다.
그 수준이 어느 정도였느냐면, 이렇게 사살된 이들은 어떠한 조사도 없이 바로 현장이 방치된다. 단 시체만 치우고 말이다. 환경미화원이 시체를 치울 수 있을 리는 없으니 말이다.
바가지 같은 쪼잔한 범죄가 아니라, 사고방식 자체가 범죄인 사람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다바오에서 최대한 숨죽이고 조용히 살거나, 다바오를 떠나거나. 이 둘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DDS 자체는 비록 두테르테가 만든 것은 아니나, 적어도 그가 운용하는 현 DDS는 아마 학창 시절의 집단 따돌림을 총 하나로 해결한 경험에 검사로서의 지식과 정의감이 서로 맞물려 형태를 갖춘 모습이리라.
DDS의 처리방식은 분명 대부분 위법이었고 과도한 초법적 형벌을 집행당하는 이들 중에서는 무고한 이들도 있었지만, 이들을 운용하는 두테르테가 다바오에서 시장 짓을 4선이나 하게 된 것도 다바오 시민들의 굳은 지지와 강력한 호응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무고한 이들의 희생이고 나발이고 등 뒤에 칼을 맞고 시장 한복판에서 총을 맞을까 봐 벌벌 떨던 시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다바오시의 시민들에게 두테르테란 ‘질서’를 위한 일종의 ‘필요악’이었다.
“이건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군. DDS를 움직이게.”
그러나 질서란 참으로도 오묘한 것이다. 일단 노예 제도로 이루어진 질서 또한 질서 아니겠는가? 따라서 질서란 반드시 옳은 말이 아니다. 그저 혼돈의 반대말일 뿐이다. 시민들은 본인의 신체와 재산을 지킬 강력한 정부가 필요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독한 병을 치료하려면 때론 극약이 필요한 법. 빌어먹을 테러리스트 놈들에게 두테르테라는 이름의 극약이 몸에 잘 맞을지 모르겠군.’
부시장은 지금만큼은 저 미친 개새끼가 자신의 편이라는 사실에 크게 안도했다.
“그런데 어디로 파견합니까?”
이미 DDS는 부시장의 명령으로 온갖 장비로 중무장을 하고 하나의 총탄이 되어 출동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문제가 있다면 총을 든 사람이 어디에 총구를 돌리고 방아쇠를 당겨야 할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표적지 없는 총알은 그저 무의미하게 흩뿌려질 뿐이었다.
테러가 있으면 보통 성명이 있는 법 아닌가? ‘이번 테러는 무엇을 위해서 일어났다! 세상에 우리의 요구를 들어라!’ 같은 것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게 없었다. 그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필리핀 내의 그 누구도 아무도 갈피를 잡질 못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가장 먼저 움직인 게 두테르테였다.
“의심 가는 건 전부 족쳐서 끄나풀이든 뭐든 알아내! 조금이라도 낌새가 보이는 건 모조리 심문하란 말이야!”
원래 아무리 표적지가 작더라도 수십 발이 아니라 수만 발을 쏘면 하나쯤은 맞는 법 아닌가? 아니면 표적지 근처를 지나가던 무관계한 사람이 총알을 맞을 수도 있겠지만, 원래 목표란 희생이 있기에 값진 것이다. 적어도 두테르테는 그렇게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성명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길게 말할 것도 없지!”
화가 날 때로 난 두테르테는 잔뜩 흥분한 채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눈에서 귀기가 서린 그는 그야말로 하나의 폭풍이었다. 본인의 체력이 허락하는 한 지쳐 쓰러질 때까지 마구잡이로 모든 것을 파괴하는 싹쓸바람 말이다.
“테러리스트 개새끼들을 내가 직접 몰살시킬 것이다!”
두테르테의 손에는 이미 탄알집이 결합 된 한국산 K-1이 쥐어져 있었다. 노리쇠를 장전하는 쇳소리가 두테르테의 결의이자 성명이 되었다.
범죄라면 모조리 때려 부수는 원조 미친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테러리스트 개새끼들을 내가 직접 몰살시킬 것이다!」
“신문 봤나?”
다바오의 지역 신문에 실린 두테르테의 모습은 포토샵 깎는 노인에 의해서 다소 결연하게 변해 있었다. 그가 낸 성명은 곧 테러와의 전쟁을 이끄는 표어가 되어 다바오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흔한 문구가 되었다.
“테러리스트 개새끼들을 몰살시키자! 말은 좋은데, 피바람이 분다는 이야기지. 이건. 당분간은 어디 나가지 말아.”
양복을 걸치며 빵을 우물거리던 회사원이 자신의 처에게 단단히 충고했다. 필리핀에서 가장 안전했던 다바오시는 오늘부로 의심병 걸린 DDS와 그 하수인들이 순찰하는 디스토피아가 되었다. 아니, 어쩌면 예전부터 쭉 디스토피아였을지도 모르지.
현 정부는 관점에 따라서는 통제적인 전체주의 정부 아닌가? 중앙정부는 제힘을 제대로 쓰질 못하고 지역 토호는 지역을 통제하는 유수 가문이 되어 필리핀을 지배하고 있었다. 군경은 한참 전에 썩어 문드러졌고 다바오가 아닌 곳에서는 이미 테러가 심심찮게 벌어졌다. 이번처럼 극단적으로 크게 터진 경우가 참으로 예외일 뿐이었다.
“자칫하다간 악어 밥이 될지도 모른다고.”
진실인지 알긴 힘드나, DDS에게 걸린 범죄자들은 전부 악어의 든든한 저녁 식사가 되거나 채석장에서 폭발 사산했다는 이야기가 수면 밑에서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었다. 단지 소문일 뿐이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어찌 연기가 난다는 말인가?
그리고 만약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더라도 이런 만행을 막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을 어찌 옹호하겠는가, 그저 범죄자일 뿐이지 않은가? 그러나 문제는 두테르테는 범죄자만 죽이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대항하는 모든 것을 죽이고 있었다는 점이다.
두테르테 본인의 어두운 면을 고발하려는 기자, 두테르테의 입지를 줄이려는 정적, 참으로 웃긴 건, 이런 사람이 가장 청렴한 부류라는 거다. 적어도 겉으로 ‘시민을 위하는 척’이라도 하지 않은가? 필리핀에서는 대놓고 뇌물을 주고받는 경우가 참으로 흔해 빠졌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나는 나무라고 누가 그랬던가. 참으로 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필리핀에서 나는 민주주의 나무는 걸신이 들린 모양이다. 제아무리 물을 많이 먹는 나무라 할지라도 하루에도 일정 이상으로 주면 뿌리가 썩기 마련이거늘, 이렇게 많은 피를 머금으면서 잘도 자라나고 있지 않은가?
종마다 나무가 다르다 할지언정 속이 같으면 한계가 비슷할 법도 한데 이놈의 필리핀은 밑도 끝도 없이 영양을 퍼먹는다. 퍼먹었으면 성장이 눈에 보이기라도 해야 할 텐데 어째 날이 가면 갈수록 애꿎은 가지만 앙상해지고 있다.
‘빌어먹을.’
회사원은 신문을 탁자 위로 거칠게 던져버렸다. 그리곤 흠칫하여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자신이 아직 집 안에 있음을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일 두테르테의 추종자가 봤다면 으슥한 뒷골목에 끌려가 DDS의 손에 넘겨질지도 몰랐다. 그럼 정말로 악어 내장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탐험할 수 있는 특권이 손에 들어오겠지. 그것만큼은 사양이었다.
‘본인이 대통령이 되면 마닐라 앞바다는 피바다가 될 거라더니, 그 전에 다바오 앞바다부터 피바다로 만들 생각인가?’
“나가야지.”
“당신도 조심하세요. 여보.”
그나마 안심되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이 외곽에 불과하지만, 다바오라는 점 때문이었다. DDS를 위시한 공권력이 전면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적어도 테러는 다신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생겼다. 대신 무고한 이들이 몇몇 잡혀가겠지만, 사회는 안전함을 위해서라면 몇몇 무고한 희생양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바칠 각오가 되어있었다.
이것을 각오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자신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필리핀 전체에 팽배하고 있다는 점은 확신할 수 있었다.
“미친 정국에는 미친 정치인가.”
어쩌면 지금만큼은 두테르테가 맞을지도 모르지. 다바오는 치안이 좋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런 다바오에서 사는 그 또한 안전을 위해서 뒷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두테르테가 틀렸을지도 모르고.
회사원의 현재 뒷배는 알 카에다였다. 그는 알 카에다 이전에도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 이미 몇몇 뒷배를 가지고 있었다.
도리어 필리핀에서 살아가는 사람 중에 뒷배를 가지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가 더 힘들었다. 필리핀이란 카르텔이 만든 질서로 돌아가는 마굴이었으니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다가 친구의 권유로 확실히 보복해준다는 뒷배를 두긴 했는데, 꼬락서니를 보니까 적어도 다바오에서는 가지면 안 되는 뒷배임이 확실했다. 하긴 가톨릭의 돈을 받아먹는 이슬람 조직이라는 점도 껄끄러웠는데,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그럼 슬슬 나도 알 카에다에서 발을 뺄 때인가?’
그는 침몰해가는 배를 붙잡고 있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배에 구멍이 뚫리면 갈아타는 건 상식 중의 상식 아닌가. 알 카에다가 자신들을 보호해준다고 할지언정 설마 일개 테러리스트 집단이 국가 공권력보다 강하겠는가? 물론 그런 곳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다른 곳은 몰라도 그런 곳이 다바오는 아니었다.
더불어 총기를 들고 있는 두테르테의 사진을 보니 소탕당하느라 바빠서 보복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손이 바빠지면 회사원 같은 자금책은 도리어 꼬리 자르기에 들어가는 법이다.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야. 오늘부로 관계를 끊어야겠군.’
빵을 물과 함께 우격다짐으로 구겨 넣은 회사원은 서류 가방을 들고 현관문을 열다가 돌연 자신의 처를 보곤 하루라도 빨리 필리핀을 탈출하는 날을 꿈꾸며 현관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