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99)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98화(99/377)
< 98편 >
비록 도시 한복판이라고 해도 마천루 하나 보이지 않는 슬럼가에 가까운 뒷골목인지라 별세계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곳에 우는 아이도 불온분자라면 잡아가는 DDS가 찾아왔다. 이윽고 건물에 외벽에 폭발이 일어났다. 그들은 대문이 아니라 벽으로 찾아왔다.
“쏴! 다 죽여!”
DDS도 다짜고짜 발포부터 하는 이들은 아니다. 제아무리 초법 기관이라 할지라도 물증도 이유도 없이 민간인 학살을 즐기는 싸이코는 아니라는 말이렷다.
그러나 우연히 ‘마약이 잔뜩 쟁여진 창고’와 ‘마약을 제조하는 현장’을 덮치고 용의자가 범인이라는 확신이 들게 되면 이들만큼 무자비한 이들도 없으리라.
“이런 시발! 여긴 네놈들 구역이 아니잖아!”
일단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국가라면 세상 어디를 가도 참으로 빌어먹게도 행정 구역이란 게 있다. 만일 행정 구역이 경계선에 있다면, 경찰들은 서로 자신의 구역이 아니라며 드잡이질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태반이다. 혹은 쫓던 범인이 행정 구역을 넘게 되면 월권행위가 될 수도 있었다.
요컨대 이곳은 DDS의 관구가 아니었다. DDS(Davao Death Squad)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DDS의 관구는 오로지 다바오라는 작은 도시 하나다. 그러나 해당 주를 지배하는 협조를 받으면 이들이 관여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돌입, 돌입, 돌입! 모조리 쓸어버려!”
수십의 총구에서 수백, 수천 발의 걸리는 일 없이 납탄이 목표물을 향해 날아갔다. 나름 정예 부대라고 좋은 장비를 챙겨준 탓이었다. 그래봤자 액세서리 하나 달리지 않은 M-4이긴 했지만, 사람을 죽이는 데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문제가 있다면 개인화기만으로는 제압하기 힘들 정도로 상대가 만만찮았다는 점이다.
“R! P! G!”
제압 도중 건물 안에서 RPG-7을 발사하려는 미친 상황을 목격한 DDS대원 하나가 목청이 찢어지라 소리 질렀다.
“아악! 이런 시발 저게 뭐야!”
어떤 미친놈이 건물 안에서 대전차무기를 쓰겠냐 싶었지만, 진짜로 쓰는 새끼들이 있었다. DDS가 맞이한 적은 없는 게 없었다. 사제 장갑차에 중기관총, 유탄 발사기, 대전차무기, 심지어는 로켓까지 있었다.
그냥 보기만 하면 이들이 전쟁하려고 무기를 쟁여두던 지역 토호의 반군들인지, 아니면 마약쟁이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무장 수준이었다.
제일 어이가 없었던 점은 무장에서 벌어졌다. 아니, 방금까지 말했던 게 무장 수준에 대해서 아니냐고? 이번에 말할 것은 좀 다르다. 지금껏 말했던 무장의 정체다.
“저게 뭐야 도대체!”
도저히 사람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게 있었다. 예를 들면 골목길에 진지를 구축해두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단 한 번도 본 적 없던 무기가 등장했다. 말 그대로 한 번도 본 적 없던 무기다.
“산탄 기관총이라니! 이게 도대체 뭐야!”
자동 산탄총에 탄띠를 물려 사용하는 것이었는데, 모르긴 모르되 일단 자체 제작인 게 틀림이 없었고 다음으로 산탄의 퍼짐을 보아하니 초크도 없는 조악한 수준의 물건임은 더더욱 틀림없었다. 다만 DDS 대원이 받는 심리적 압박감은 이루어 말할 수 없을 정도였는데, 감히 그 누구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었다.
“수류탄!”
하지만 공략법이 없는 성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건물 위에서 던진 수류탄이 진지 안으로 굴러 들어가고 진지 안에 있었던 모든 게 폭발했다.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궁금했던 이들은 아쉬울 따름이었다.
“저건 또 뭐야!?”
차라리 기관 산탄총은 이해라도 가지 도대체 어떻게 이게 여기 있을지 모르겠는 것도 있었다.
“이런 시발! 저게 뭐야!”
그들이 목격한 건 수제도, 무엇도 아닌 미군의 M61였다. 20mm짜리 탄을 사용하며 분당 6600발의 납탄을 내뱉을 수 있는 발칸 말이다! 여기가 필리핀이 맞단 말인가? 차라리 지금 싸우고 있는 것들이 반군이라도 해도 믿을까 말까 한데, 뭔 일개 마약상들이 저런 걸 가지고 있단 말인가?
“이런 제기랄! 분명 일반적인 마약 공급원이라고 했잖아! 왜 저런 게 있는 거야!”
콘크리트가 치즈나 두부 같이 뚫린다는 말은 지겹도록 들어봤지만, 그것을 직접 목격하긴 처음이었다. 납덩어리가 지나간 자리에 콘크리트가 펑 소리와 함께 사라지는데, 그냥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손가락이 2개는 들어갈 만한 구멍이 생긴다. 그게 초당 110개 생기는데, 건물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고 사람 몸에도 생기는 게 문제였다.
“시발! 시발! 시발!”
화력의 차이를 실감한 DDS의 요청에 따라서 출동한 필리핀 육군의 공격헬기까지 발칸에 의해서 격추되자 일이 점점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인지했다.
“발칸은 도대체 어디서 구한 거야!”
“이런 썅! 폐기한 F-4 같은 거에서 떼어낸 거 아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별의별 물건이 다 나오는 암시장이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발칸은 본 적이 없었다. 발칸은. 그래도 엔진 갈리는 소리와 함께 탄이 도중에 멈추는 걸 보아 상태를 보아하니, 고물이나 다름없었다. 핵심 부품을 제외하곤 대부분 철판을 덧대 만든 고물이었다.
“일단 뒤로 빼야겠어!”
그러나 고물이라고 해도 탄의 성능이 떨어지는 건 아니어서 주변 상황은 아주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우선 주변 건물이 걸레 같이 변해서 곧 무너질 것 같았고, 실제로도 몇몇 건물은 붕괴하여 건물이 있었다는 증거만 남기고 폐허로 변해버렸다.
사실 누가 봐도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DDS의 악명이 아무리 높다 한들, 자치권을 가진 일개 보병 부대에 불과했다. 화력 차이가 이렇게까지 나면 낙엽보다 못한 존재에 불과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상황과 있을 리 없는 무기에 여러 가지 의미로 악명 높았던 DDS는 한순간에 반쪽이 나고 말았다. 반쪽도 잘 쳐줘서 반쪽이지, 이건 실상 잔당에 불과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야!”
부시장은 진노했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린가. DDS가 반쪽이 났다니! 그러나 보고를 들으면 들을수록 마약 창고에 불이 붙어 단체로 환각에 시달린 건 아닌지 혹은 어디 육군 군사 기지라도 습격한 게 아닌지 걱정될 정도로 황당한 이야기만 들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걱정인 건 불같은 성정의 소유자인 두테르테 시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대해서였다. 부시장은 두테르테가 화가 난답시고 총을 들고 난사를 하다가 눈먼 총알에 맞아 죽는 날이 오늘만이 아니길 빌었다.
“상관없다.”
그런데 참으로 놀랍게도 돌아온 대답이 이러했으니 부시장이 얼마나 당혹스러웠을지 그 누구라도 능히 짐작이 가지 않는가? 부시장마저 속으로 미친 개새끼라고 부르는 인간이 저렇게 차분하게 행동을 하니 얼마나 황당한 일이란 말인가?
“예?”
“상관없다고 했다. 까짓 DDS! 복구하고 더 늘리면 그만이야!”
말 그대로였다. 분류하자면 나름 정예에 속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썩 대체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이번 기회로 예산도 2배로 늘리지!”
이걸로 안 된다면 2배로 들이부으면 그만 아니겠는가? 아니, 도리어 이번 기회로 DDS의 규모를 늘리고 더욱더 강경한 대응을 통한 쇼맨십으로 시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일단 마약쟁이 놈들을 자리에서 몰아낸 건 맞지 않나?”
처음엔 이웃 도시에 웬 대규모 마약 공장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땐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다. 익명의 제보자가 한 말에 의하면 이웃 도시 경찰 쪽에 몇 번이고 말했지만, 필리핀 사정이 다 그렇듯 무시되었다.
‘그래서 나한테 이 정보가 들어왔단 말이지.’
실제로 이 사건이 보도되자 DDS는 마약으로부터 시민을 지킨 순교자나 영웅들로 추대되고, 두테르테의 인기는 밑도 끝도 없이 하늘 높이 올라가고 있었다. 본래 치안이 불안정하면 불안정할수록 두테르테 같은 사람들이 칭송받는 세상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
난세에는 성군보다는 패왕이 필요했다.
‘그래도 이건 뼈아프군. 내가 어떻게 기른 놈들인데.’
말이야 ‘보충하면 그만!’이라고 했지만, 진짜로 그럴 리가 없잖은가. 그러나 가장 높은 곳에 서야 하는 인간은 결정적인 순간에는 냉정해야만 했다.
‘명복은 마약쟁이들과 테러리스트들의 목으로 빌어주마.’
그는 기도하듯이 머리를 감싸 맸다.
마침 우연히도 마침 지구 반대편 미국에서도 한 남자가 머리를 감싸 매고 있었다.
“이야, 대단해! 일주일 자리를 비웠다고 이렇게 된 거야?”
또 다른 미친놈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겨야 사람 키만 한 서류 더미가 생길 수 있는지 참으로 궁금했지만, 이리저리 보다 하나씩 보면 그런 건 상관없게 되리라.
“이건 도저히 하루로 끝날 양이 아니군?”
“대통령님. 이게 최선을 다한 겁니다.”
비서실장이 최선을 다해서 줄이고 또 줄인 결과물이 이것이었다. 비서실장의 손으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수준을 한참 전에 뛰어넘고 있었다. 이것은 결코 비서실장의 능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부시가 작은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부시는 작은 일이라도 일일이 보고 받는 것을 즐겼는데, 문제는 부시가 부재중인 요 일주일 사이에도 언제나 그랬듯 똑같이 정기보고가 속속들이 백악관으로 몰려들었다. 부통령과 비서실장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대통령이 직접 보겠다는 것들을 어찌 버릴 수 있다는 말인가?
일일이 검토한 덕분에 중복되는 보고나 너무 사소한 것들을 쳐낼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 키를 넘볼 정도로 많은 보고서가 쌓일 수밖에 없었다.
“휴가에서 회복되자마자 또 죽어 나가게 생겼군.”
부시가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어차피 자업자득이었다. 부시는 이번 기회에 좀 올라오는 보고서를 줄이기로 마음먹었다. 철인이라 할지라도 계속 뛰기만 하면 지치는 법인데, 이 몸이 좀 젊었으면 모를까 이 나이에 모든 것을 짊어질 수는 없지 않은가.
“가장 중요도가 높은 순으로 올려놨습니다.”
그래도 분류까지 해놨으면 보통 고생이 아니었을 텐데 잘도 해줬다며 부시는 속으로 비서실장을 칭찬했다. 그가 없었다면 부시는 여기까지 헤쳐 나오지 못했을 터였다. 이 자리는 혼자만의 힘으로 지켜내기 어려우니 말이다.
“어디 보자, 필리핀에서 전쟁이라도 난 건가?”
“국지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국지전이라기보단 게릴라에 가깝군. 우리 미국이 가장 싫어하는 그 게릴라 말이야. 심지어 닮기까지 한 거 같은데.”
“방식 자체는 베트콩보다는 중동 쪽에 가깝긴 합니다만.”
처음에 건드린 건 마약 공장이었지만, 우후죽순으로 알 카에다라는 이름을 내걸고 발호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알 카에다 자체야 예전부터 있었지만, 지금 시국에 알 카에다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는 이유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어쨌거나 그 조직이 어디서 난 무기인지 알 수는 없으나, 이상한 고물 무기들을 들고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그 수준이 단순히 개인화기 수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발칸부터 시작해서 심지어는 구식 전차의 포탑을 어선에 올려놓은 것도 있었다고 하니,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어 필리핀 정부의 행정력을 총동원하여 수소문 중이었다.
“주요 도시에서 벌어지는 테러가 심각합니다. 폭발 규모는 줄었지만, 산발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여행 금지 처분을 내렸고 모든 해외 투자자들이 자본을 서서히 빼는 중입니다.”
‘어떤 새끼지?’
아세안을 하나로 묶으려고 하는 마당에 어떤 찢어 죽일 놈이 아세안에 초를 친단 말인가?
“비서실장.”
“예.”
“필리핀 무기 지원 들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