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rman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115
제 목: [연재] 독문무공(117)
31. 쫓고 쫓기며
스물 다섯 명의 인물들은 한 곳에 멈추어 섰다.
그들의 표정은 실로 다급한 빛이 감돌고 있었다.
바로 지성룡을 공격한 천지문과 만상문 일행이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오. 실로 완벽한 함정에 걸려 들고 말았소이다. 암중에 그렇게 함정을 준비하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어떻게 된 것이오?”
율사청은 멈추자 마자 이정발에게 따져 들었다.
율사청의 말에 이정발은 얼굴빛이 변하였지만 율사청과 달리 편안한 신색을 지었다.
아니 태연을 가장하고 있었다.
그는 실패할 가능성도 생각해 두었기 때문이다. 천지문은 드러나 있다면 아직까지 만상문은 숨겨진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로 핵심인물 몇 명만이 은밀히 준비하였기에 그들이 그렇게 대비하는 줄도 모르고 속아 버린 것이오. 만일 암중의 궁수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 곳에서 탈출하지도 못하였을 지도 모르오.”
이정발은 최대한 노기를 참으면서 변명을 하였다.
“그 암중의 궁수는 누구이오? 만일 그가 아니었다면 참룡검객에게 우리 둘은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오.”
“나도 모르는 자이오. 실로 그 자가 이번 일에 개입을 하였기에 이나마 우리가 빠져 나올 수가 있게 된 것이오.”
그 때 한 인물이 장내에 나타났다. 바로 아까 활을 쏘아 지성룡을 공격한 유광한 이었다.
“그대는 누구이오?”
“우선 그대들은 큰 실수를 하였소이다. 탈출하지 말고 계속 공격을 하였다면 성공하였을 것이오.”
그말에 율사청과 이정발은 얼굴을 마주보았다.
“나는 도망 치는척 하다가 다시 돌아가서 그들을 살펴 보았소이다. 철통 같은 호위를 하면서 아직 그들이 그 곳에 있었소이다. 결국 참룡검객의 상세가 그만큼 중하다는 증거일 것이오. 그대들이 겁을 먹지 않고 계속 공격하였다면 성공하였을 것이오. 그대들을 급히 찾았지만 이제야 따라온 것이오.”
유광한의 말에 그들은 아무 말도 못하였다. 그런 여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이오? 한데 그대도 그를 죽이기 위해 왔소이까?”
유광한은 계속 이정발이 묻자 그들을 다시 보았다.
“그렇소이다. 하나 그대들이 선수를 치고 있기에 기회를 보고 있었소이다. 그러나 기습을 하였어도 성공을 하지 못하였소.”
“고맙소이다. 그대가 아니었다면 우리들은 탈출하지도 못하는 위기에 처하였을 것이오.”
“나도 그대들이 공격하기 직전에야 주변이 차단되는 것을 알았소이다. 돕고싶어도 이미 그 때는 일이 벌어지고 말아 손을 써볼 수가 없었소이다. 하지만 이제 실패를 하였으니 두분은 실로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나야 혼자 하였으니 이대로 조용히 숨으면 그만이지만 두 분은 신분이 알려져 있으니 모든 것을 버리고 숨을 수도 없지 않습니까?”
유광한은 위로하는 듯 하면서 이정발의 신분을 탐색하였다. 이만한 고수들을 이끌고 있다면 녹녹한 신분은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이미 세불양립인데 이번 일이 실패한다고 하여 더 나빠질 것은 없소이다. 그 쪽도 세불양립이기는 마찬가지인데 향후에 우리와 같이 움직이지 않겠소?”
유광한은 이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나타났기에 내심으로 받아들일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생각하는 척 하고 있었다.
이들과 같이 행동하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혼자 몸을 빼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였다. 지성룡 같은 고수가 나서지 않는 한, 한 몸 빼내는 데 어려울 일은 없었다.
“그렇게 한다고 하여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들에게 얽매여 활동하기는 싫소이다.”
유광한은 슬쩍 거절을 하였다.
“어찌 우리가 얽매는 일을 하겠소이까? 그저 한가지 뜻을 가진 동지로 생각하지요.”
이정발의 언변은 이 순간에도 빛을 발하고 있었다.
유광한은 하나라도 더 끌어들이려는 이정발의 속셈을 알지만 믿어주는 척 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합시다. 이제 당장 천하문의 공격이 시작될 것인데 지금 돌아가서 전투태세를 갖추어야 하지 않겠소이까?”
유광한은 그들의 약점을 다시 한번 건들었다.
“싫더라도 이제는 싸울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결국은 전면전으로 비화되고 우리는 총력전을 펼쳐야 하겠지요.”
이정발은 다소 비관적인 어조로 말을 하였다.
“일단 천지문으로 가서 생각을 합시다.”
율사청은 더 이상 있어 보았자 답이 없을 것 같아 일어섰다.
천지문의 사람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성룡은 황영지와 영소혜에게 부축을 받아 개봉으로 돌아와 운공요상에 들었다.
내상은 생각보다 심각하였다. 평상시의 공력에 비한다면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지성룡은 내상에 대하여는 아무런 말이 없이 함구하였다.
이번 일은 이미 소문이 나서 개봉을 공포에 휩싸이게 하였고 하루가 가지않아 곧 무림의 일에 관심이 있는 왠만한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지성룡이 심각한 부상이라거나 반 폐인이 되었다는 소문도 돌기 시작하였다.
또한 같이 겨루었던 무정선사도 사대나한에게 부축을 받아 장내를 떠났다는 말도 들리고 있었다.
그런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천하로 퍼져 나갔다.
특히 천지문에서 이일을 하였다는 말과 더불어 만상문의 존재가 천하에 퍼지기 시작하였다. 천지문과 만상문이 이일을 공모하였다는 소문은 천하에 울려 퍼졌다.
더구나 어디서 난 소문인지 모르지만 구체적으로 만상문의 세력으로 알려진 장원들이 거론되기 시작하였고 순식간에 그런 장원들에 있던 핵심인물들과 무사들이 사라지고 말았다.
결국 만상문이 천하문과 전쟁을 대비하여 무사들을 모으고 있다는 소문으로 다시 변질되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서 이삼일간 천하문의 움직임은 특별한 것이 없이 평온하였다.
그 것은 지성룡이 운공요상이기에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 때문이었다.
그저 무사들을 비상 대기시키고 언제건 출동할 준비를 갖추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리고 최초로 한 움직임은 바로 무림맹에 사건의 전말을 적어서 보내는 일이었다.
또한 소림의 무정에게 이 사건에 대하여 연루가 되었는지 묻는 서신을 보내는 일이었다.
이것은 전쟁을 하기 위한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조치였다.
무림맹에서 조사를 하여 잘못을 인정하여야 만이 처벌을 위한 조치를 취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 것은 완벽을 기하기 위한 조치였다.
지유성의 명의로 이루어진 이러한 조치는 전쟁을 위한 준비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러나 가장 궁금한 지성룡에 관한 이야기는 누구도 모르고 있었다.
내상을 당하여 사대나한의 호위를 받아 움직이던 무정선사가 이 소식을 들은 것은 하루가 지나서였다.
다행히 지성룡이 위기를 벗어났다는 것을 알았기에 소림으로 급하게 귀환을 하였다.
그러나 내상을 입었기에 운공요상을 하면서 움직였기에 도착한 것은 비무가 있은 지 나흘이 흐른 다음이었다.
무정이 도착하였을 때는 지유성이 보낸 질의서가 당도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된 것입니까?”
청수선사는 무정이 돌아오자 자초지종을 물었다.
“나도 모르는 일이오. 비무는 내가 패하여 그 자리를 먼저 떠났고 장문인이 보낸 사대나한을 만나 한곳에서 하루동안 운공요상을 하였소이다. 그 후에 나와보니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무정선사는 사실대로 말을 하였다.
“이 모든 것이 저의 잘못입니다.”
청수선사는 만상문주가 찾아왔던 자초지종을 말하였다.
“그자가 결국 이번 일을 벌일 것을 충분히 예상하였어야 할 소승이 그 것을 방관하여 일이 이 모양이 되어 버렸습니다.”
“참으로 한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지난세월 소림이 불의를 외면하여 욕을 먹었지만 불의와 결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은 외면이 아니라 결탁한 것이나 다름이 없는 일을 한 것입니다. 이 오욕을 어찌 참을 수가 있다는 것이옵니까?”
무정선사는 자신으로 인하여 일이 이지경이 되어 버렸다고 생각하자 죄책감이 들었다.
지성룡이 이겼다고는 하나 지성룡도 내상을 입은 것이 분명하였다. 그런 상태에서 다시 암습을 받았다면 살아났다고는 하나 상당한 중상을 입었을 것이 분명하였다.
무정선사는 지면 미련을 끊고 조용히 불도에 참수하려고 하였는데 일이 이렇게 되자 세속의 일을 외면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런 일을 당하고 나서 조용하게 숨어버린다면 불의를 용납하는 것이 되어버릴 것이다.
“천하문에 경위야 어떻든 사죄를 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무정선사는 지필묵을 준비하여 청수선사가 보는 앞에서 직접 글을 써나갔다.
글의 내용은 천지문이나 만상문과 결코 결탁하지 않았으며 이런 일을 행한 자에 대한 단죄에 향후 동참하겠으며 결과적으로 자신으로 인해 목숨이 위태롭게 되었기에 죄송하다는 내용과 더불어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심각한 지성룡의 상세는 시간이 지나자 몰라보게 치유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지성룡은 상세에 대하여는 황영지나 영소혜에게도 말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운공요상을 하는지 운기조식을 하는지 알 수가 없는 상태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참으로 허망하다. 이렇게 천하제패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내가 천하제패를 원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 아닌가?’
지성룡은 다소 상세가 안정되자 회의가 찾아오기 시작하였다.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하였지만 막상 죽을 위기에 처하고 나자 약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엇다.
‘차라리 포기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이렇게 피를 흘려서 이룩한 천하제패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내가 원한 천하제패는 내가 가진 뜻을 천하에 펴고자 함이지 혈마가 되어 피의 바다(血海) 위에 군림하고자 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이 들자 점점 깊은 회의(懷疑)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자책을 하던 지성룡은 의문이 들었다.
‘하나 그자들이 이렇게 하려는 것은 그자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려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내가 가진 힘이 방해가 되기에 제거하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히려 내가 포기를 하는 것은 그자들이 득세하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고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자들이 천하를 지배하게 되어 더 큰 불행을 초래할 수도 있다.’
지성룡은 회의를 하다가 순간적으로 자신이 천하제패를 하려고 하지 않아도 그자들이 천하를 제패하려고 한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천지문이나 만상문 둘 다 천하에 대하여 불측한 기도를 가지고 있다. 이미 이 것은 검황어르신이 잇을 때도 알고 있던 사실이 아닌가? 그런 그들을 제거하는 것은 내가 천하제패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천하를 평안하게 하기위해서도 필요하다.’
지성룡은 그들이 선인(善人)이 아니라는 생각이 미쳤기에 다소나마 심리적으로 부담을 떨칠 수가 있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당화였다.
그러자 자신에 대하여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다행히 이틀만에 거의 구할의 공력을 회복하였다. 실로 위험천만한 일을 하였다. 자칫 조금만 내가 약하였다면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 그들이 중간에 후퇴하지 않았다면 위급한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지성룡은 운공요상을 멈추고 사색에 들고 있었다.
‘이제 저들과 남은 것은 전면전이다. 그러나 솔직히 피하고 싶다. 차라리 전면전보다는 율사청이나 만상문의 수뇌부를 태을자와 같은 방식으로 몰아내고 싶다.’
지성룡은 전면전으로 비화되면 벌어질 피의 참극을 생각하자 고심을 하고 있었다. 결국 전쟁이 벌어지면 희생되는 것은 무고한 무사들과 민간인 이었다.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수천에서 수만까지 얼마가 죽을지 예상이 되지 않는다. 그 만큼 격렬하고 타협이 없는 전투이다. 그들로서는 이번 일로 인하여 더 이상 피할 곳이 없는 궁지에 몰려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그런 참극을 벌이고 천하제패를 한다면 향후 그 원한을 수대에 걸쳐서 감당하여야 한다. 승자에 속한 자들이 흘리는 피는 시간이 흐르면 씻어지지만 패자들이 흘린 피로 발생한 원한은 수(數) 대에 걸쳐 유산처럼 물려질 것이다. 그 원한의 무게는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게 될 것이고 그 원한이 터지는 날 더 큰 참극이 되어 버린다.’
지성룡은 천하문의 사람들이 흘릴 피와 적들의 수하들이 흘릴 피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적들이 흘린 피는 결국 자신이나 천하문의 후손들에게 다시 돌아올 것이었다.
그 것은 역사를 통하여 수도 없이 증명된 사실이었다.
‘전쟁을 하더라도 전면전을 해서는 안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명분을 이용하여 그들을 몰아내야 한다. 이일의 원인이 된 무정선사와 소림의 대응을 지켜보고 무림맹을 통한 무림의 여론을 살핀 연후에 움직여야 한다.’
지성룡은 서둘지 않고 냉정하게 처리하기로 하였다.
그 것은 지성룡이 그만큼 성장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분간 좀더 인내하면서 기다리자. 천하의 이목은 개봉으로 쏠려있다. 세상의 여론이 흘러가는 것을 보고 그런 연후에 대응 방안을 결정하여 나서도록 하자.’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주공께서 이런 일을 벌려 버리다니…….”
제갈중명은 인자기와 지장룡이 들어오자 일의 형세를 판단하여 말을 하였다.
“주공이 너무 위험한 도박을 하였습니다. 하나 이번 일을 그런대로 마무리 지었으니 확실하게 반대세력을 뿌리뽑을 명분을 만들었습니다.”
인자기도 그렇게 말을 하였다.
“일단은 인총사와 정의대주가 개봉에 다녀오시오. 이미 뻔한 내용이지만 가서 확인을 하고 소림에 들러 무정선사를 만나 이일을 수습할 방안을 들어보시오. 그리고 한달 후쯤에 중요 무림맹의 문파에 이일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를 만들어서 무림공적으로 선포하도록 합시다.”
제갈중명은 지유성이 이일을 알려온 이유가 이렇게 하라는 의도이기에 그대로 처리하기로 하였다.
“사천의 공략을 앞두고 후환거리를 확실히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였는데 이렇게 됨으로서 사대문파와 사천을 묶어두고 전쟁을 할 수 있어 잘되었습니다. 오히려 사대문파와 사천의 세력들은 명분 때문에 그들을 공격하여야 하는 사태를 맞게 되었습니다.”
인자기의 말은 무림의 공론으로 밀어 부쳐 전 무림과 천지문, 만상문의 싸움으로 만들 생각을 비치고 있었다.
“그렇게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겠소?”
제갈중명이 약간 반론을 제기하였다.
“아닙니다. 이번 일에는 소림이 연루가 되어 있습니다. 소림이 자신들에게 쏠리는 의혹의 시선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이 일에는 앞장을 설 것입니다. 결국 소림이 주장을 한다면 형식적으로라도 다른 문파는 동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또한 만일 그렇게 되어 전쟁이 벌어진다면 처음에는 소극적이 될 것이나 나중에 사상자가 발생한다면 그들로서는 결국 사생결단으로 싸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인자기의 말에 제갈중명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지장룡은 두 사람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었다. 결국 이들의 생각을 읽자 안심을 하였다. 이들은 천하문의 전쟁이 아닌 무림의 전쟁으로 만들어 피해를 최소화 하면서 목적한 바를 달성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정의대주는 무림맹의 모든 무사들을 점검하여 비상상태로 만들어 두고 본성의 경비를 강화해 주시오.”
“예, 그렇게 하겠소이다.”
“아울러서 무사들이 다른 마음을 먹지 않도록 단속을 철저히 해주시구려.”
“일이 이 모양으로 변하고 말다니?”
당문성은 일을 보고 받자 화부터 내고 말았다.
실로 성공하였다면 쾌재를 부를 내용이지만 실패를 하자 어떻게 해야 할지 종을 잡을 수가 없었다.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당장 전쟁을 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천하문은 이일을 빌미로 어떻게든 천지문과 만상문을 무너뜨려 후환을 제거할 것이 아닌가?”
당문성은 당한권과 당한영을 보면서 물었다.
“그러할 것입니다. 그들은 이일을 전무림의 일로 만들어 차도살인지계를 사용할 것입니다.”
당한영이 그렇게 말하자 당문성이나 당한권은 얼굴이 파랗게 변하고 말았다.
“차도살인지계를 쓴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한다는 것이냐?”
“이 일에는 소림이 연루가 되어 있습니다. 소림으로서는 그들과 공모하였다는 말을 들어도 할말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소림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야 합니다. 또한 무림맹의 면면을 살펴본다면 맹주, 총사, 정의대주가 천하문 일색입니다. 그들은 천지문과 만상문을 어떻게든 무림공적으로 만들어 버릴 것입니다. 그리고 무림공적을 토벌할 연합군을 만들자고 주장할 것입니다. 소림은 적극 찬동을 할 것이고 위지세가도 그러할 것입니다.”
당한영이 여기가지 말하자 당문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도 적극적으로 찬성은 하지 않을 것이나 반대도 못하기에 통과가 되겠구나.”
“그렇습니다. 더 무서운 일은 여기에 조금만 기교를 부리면 전 무림이 모두가 진창에 빠져든다는 것입니다.”
“무엇인가?”
“이일은 무림의 공의로 해결하자고 무림맹에서 주장하는 것입니다. 결국 천하문이 단독으로 전쟁을 하지 않도록 만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그 것은 천하문을 제약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 전쟁을 무림맹의 전쟁으로 만들고 무림연합군이 천지문에 부딪치게 만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문파는 소극적으로 약한 자들을 보낼 것이고 대패를 하여 사상자가 발생한다면 지금까지 소극적으로 임하던 문파들은 정예를 내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당한영은 자신이 소식을 듣자마자 떠오른 생각을 말하였다. 천하문의 철저함으로 본다면 이렇게 하고도 남는 존재들이었다.
당한영의 말을 듣자 당문성과 당한권은 더욱 긴장을 하였다. 당한영이 이렇게 생각하였다는 것은 충분히 천하문에서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걱정해야 할 것은 우리를 천지문이 걸고 들어갈 경우입니다.”
당한영의 말은 놀래있는 그들에게 치명적인 일격이 되어 버렸다.
“물론 물증이 없기에 아무런 문제는 없습니다. 그들이 공멸을 하려고 한다고 말하면 그만이지만 아미와 청성이 알고 있습니다. 향후에 이들과의 문제가 발생한다면 문제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것도 단순히 고려 중이었다고 말하면 그만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심각한 것은 이런 의혹자체가 우리들에게 보이지 않게 제약을 가한다는 점입니다.”
당한영의 말은 다소 안심을 하게도 만들었지만 불안감을 모두 씻어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제 우리들이 생각하였던 사천동맹도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어 버리고 당분간은 천하문에게 대항하기 곤란한 상황으로 변하여 버렸습니다.”
당한영의 말 속에는 자조적인 의미가 들어 있었다.
“그러나, 한가지 위안이라면 지금 바로 사천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랄 수 있습니다.”
당한영의 자유로운 말에 둘은 압도 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당한영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전날 저녁에 들었고 밤새 고민하였기에 가능하였다. 다른 사람은 아침에야 이 소식을 들었기에 생각할 시간이 많았기에 자세하게 검토를 하였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당문성은 당한영에게 방법을 묻고 말았다.
“시간이 늘어났기에 이제 적당하게 진짜 타협을 해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전쟁이 길어지는 것인데 이 경우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당한영의 말은 묘한 의미를 풍기고 있었다.
“천하문에서 시간을 끌어버린다면 사천은 고립이 되어 버립니다. 그 경우에 사천은 누구보다도 곤란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스스로 천하문에 물건을 가져다가 사달라고 사정을 해야 될 상황에 처하는 것입니다.”
사천에서 나오는 모든 산물의 대부분은 장강을 통하여 이동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악양이전쟁에 휩싸여 천하문의 통제에 들고 장강의 통행이 어려워지는 상황에 처하면 결국 사천으로 오는 배들이 통행을 꺼려할 것이었다.
“천하문에서 이런 일까지 획책하여 버린다면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하여 버릴 것입니다. 천하문에서 이런 일을 획책하지 않기만을 바래야 하겠지요. 그런 수를 써서 천하를 얻는다면 우리나 천하문이나 불행한 일입니다.”